서울대 등 의대 13개교 과탐 표점 ‘그대로’.. 일부 가산점까지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올해 의대합불은 국어 수학 점수보다 과탐Ⅱ 점수로 나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올해 의대입시에서 과탐Ⅱ로 인한 최상위권 판도변화가 예상됐다. 올 수능에서 과탐Ⅰ,Ⅱ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최대 12점까지 발생하며 Ⅱ과목에 응시한 학생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모평에서도 과탐Ⅰ,Ⅱ의 표점 격차는 최대 32점까지 벌어지면서 9월모평에서는 그 격차를 최대 23점으로 줄이고 수능에서는 최대 12점으로 격차를 점점 좁혀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격차가 상당하다.
특히 서울대 의대와 일부 지방 의대 등은 과탐 표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데다 일부는 ‘가산점’까지 주고 있어 국어 수학을 잘봤더라도 과탐Ⅱ에서 의대 합불이 나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연대와 고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들 중 탐구에서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들은 큰 영향이 없을 테지만, 표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들의 경우 과탐Ⅱ 점수가 큰 변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탐구 점수를 반영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표점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표점 조정을 거쳐 ‘변환표준점수’로 반영하거나, ‘백분위’로 반영하는 등이다. 표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은 전국 의대 39개교 중 무려 13개교나 된다.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글로컬) 경상국립대 고신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부산대 울산대 원광대 인제대 충남대 충북대 한림대의 13개교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탐Ⅱ가 의대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어 섣부른 우려는 금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맞는 얘기이지만, 확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Ⅱ과목 인원 자체가 워낙 극소수인 데다, 과탐Ⅱ도 잘보고 수학 국어도 동시에 잘본 학생이 얼마나 될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아울러 이들 학생이 모레 진행되는 수시 최초합격자 발표나 추후 추가합격자 발표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좀더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4의대 국어 수학보다 과탐Ⅱ가 변별력 가를 듯”>
메가스터디는 올해 의대입시에서 과탐Ⅱ가 국어 수학보다 더 큰 변별력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메가에 따르면 2024수능에서 과탐Ⅱ 응시자 수는 1만7112명으로 지난해보다 3946명 증가했다. 올해부터 서울대가 과탐Ⅱ 필수응시를 폐지했는데 그럼에도 과탐Ⅱ 선택이 늘어난 것이다. 남윤곤 소장은 “올해 6월 및 9월모평 결과 Ⅱ과목 만점과 1등급 컷의 표점이 Ⅰ과목의 동일 기준에 비해 높게 나타나, 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 또는 표점을 반영하는 의약계열에서 과탐Ⅱ 선택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메가는 올해 의대입시에서 과탐Ⅱ가 국어와 수학보다 높은 변별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을 제기했다. 올 수능에서 과탐 Ⅰ,Ⅱ과목 간 표점 격차가 최대 12점(지Ⅰ 68점, 화Ⅱ 80점)까지 발생했다. 표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은 표점이 높은 과탐Ⅱ 선택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Ⅱ과목 표점 급등은 4월학평부터 조짐을 보였다. Ⅱ과목의 표점 만점이 98~100점을 기록하며 최초로 표점 상한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표점 100점은 표점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로 이는 국어 수학에서 표점이 200점이 산출된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6월모평에서도 그 격차가 최대 32점(생Ⅰ 66점, 지Ⅱ 98점)까지 발생했다. 과탐Ⅰ과 Ⅱ의 표점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수능 도입 이래 초유의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7월학평에서도 과탐Ⅱ 네 과목 모두 표점 최고점이 100점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졌다. 9월모평에선 지Ⅱ를 제외하고 Ⅱ과목 모두 표점이 70점대 후반이었지만 격차는 여전히 23점(지Ⅰ 66점, 지Ⅱ 89점)이었다. 앞서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능에서도 Ⅱ과목 난도를 의도적으로 쉽게 출제하지 않는다면 지난 6월모평과 같이 Ⅱ과목에 응시한 학생이 의대합격을 휩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수능에서도 난도조절에 실패해 선택과목 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올해 서울대의 정시 수능 반영방법 변경으로 과탐Ⅱ 응시자가 더욱 유리해졌다. 서울대는 과탐 점수를 표점 그대로 반영하는 데다 Ⅱ과목에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글로컬) 경상국립대 고신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부산대 울산대 원광대 인제대 충남대 충북대 한림대 등 13개교도 과탐을 표점 그대로 반영한다. 입시전문가들은 “표점만으로도 Ⅱ과목이 유리한 데다 Ⅱ과목에 가산점이 더해진다면 그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져 결국 의대입시가 과탐Ⅰ 또는 과탐Ⅱ에 응시했느냐에 따라 합불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학의 탐구 반영지표에 따라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더라도 변표로 반영하는 연세대 등 다른 의대는 불합격하는 상황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섣부른 우려는 금물이다. Ⅱ과목 응시인원이 1만7112명으로 지난해보다 3946명 증가했다고 해도 Ⅰ과목과 비교하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Ⅰ과목 응시인원은 물Ⅰ 6만3162명, 화Ⅰ 5만8520명, 생Ⅰ 14만7298명, 지Ⅰ 15만6681명이나 된다. 응시인원이 가장 많은 지Ⅰ만 비교해 봐도 Ⅱ과목 응시자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Ⅱ과목 응시자가 워낙 적은데다, 여기에 Ⅱ과목 상위권이 국어와 수학도 동시에 잘봤을 가능성은 더더욱 낮기 때문에 생각보다 영향력이 적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