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1개, 수학/영어 각 5개 심사.. ‘출제 오류 논란’ 국어 17번 ‘이상 없음’
[베리타스알파=박한성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2026학년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 결과 모두 이상이 없다고 25일 밝혔다. 이의신청 기간 동안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전용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이의신청은 모두 675건이었다. 이중 문제/정답과 관련 없는 의견 개진, 취소, 중복 등을 제외한 실제 심사 대상은 51개 문항 509건이었다. 특히 단일 문항으로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제기됐던 영어 24번의 경우에도 심사 결과 ‘정답에 이상이 없음’으로 판정됐다.
영역별로는 국어에서 11개 문항, 수학에서 5개 문항, 영어에서 5개 문항 등에 관한 이의 신청이 접수됐다. 탐구 영역에서는 사탐의 생활과윤리가 6개 문항으로 가장 많은 문항이 심사에 올랐다.
올해는 이의신청 게시판을 통해 제기된 것뿐만 아니라 국어 일부 문항에 대한 대학 교수들의 출제 오류 지적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국어 17번 문항은 공개적으로 문항의 논리성 부재를 지적받았지만 역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물론 평가원의 ‘오류없음’ 결론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22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경우 평가원이 ‘출제오류 없음’으로 최종 판정을 내렸지만,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법정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전원정답 처리된 전력이 있다. 지금까지 수능에서 출제 오류로 인정된 것은 2004 언어, 2008 물리Ⅱ, 2010 지구과학Ⅰ, 2014 세계지리, 2015 영어, 2015 생명과학Ⅱ, 2017 한국사, 2017 물리Ⅱ, 2022 생명과학Ⅱ 총 9건이다. 특히 2014학년과 2022학년 수능에서 발생한 출제오류는 평가원이 정답 확정발표 시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송까지 이어진 끝에 판정이 번복된 사례다.
이의신청 마감일인 17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 접수된 영역별 이의신청 건수는 675건이다. 평가원은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 위원회의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51개 문항 모두에 대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평가원은 이날부터 확정된 정답을 바탕으로 채점에 돌입, 내달 5일 성적표를 수험생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2026수능 이의신청 675건.. 영어 24번 360건 이상 ‘최다’>
최근 5년간 평가원이 접수한 이의신청 건수는 2021학년 417건, 2022학년 1014건, 2023학년 663건, 2024학년 288건, 2025학년 342건, 2026학년 675건으로 접수됐다. 올해인 2026학년의 경우 지난해 342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의신청이 가장 많이 제기됐던 해는 2011학년 수능으로 1655건이다.
올해 심사가 이뤄진 문항을 영역별로 살펴보면, 국어는 11개 문항이 이의신청에 따라 타당성 심사가 이뤄졌다. 공통과목 7개(5번 6번 7번 17번 26번 29번 34번), 선택과목 4개(화작 45번, 언매 36번/39번/41번)이다. 국어에서 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출제 오류를 지적한 공통 17번도 ‘정답에 이상이 없음’으로 판정됐다. 17번은 ‘인격의 동일성’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의 관점을 다룬 지문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반응 중 가장 적절한 답지를 찾는 문항이다. 이의신청 주요 내용은 지문에 제시된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을 수 있으므로 정답 선지인 3번의 진술이 적절하지 않아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학은 5개 문항이 심사에 올랐다. 공통 14번 22번과 확통 30번, 기하 28번 29번이다. 영어는 올해 가장 많은 이의제기가 발생한 24번 문항을 비롯해 5개 문항이 심사에 올랐다. 24번 문항의 경우 글을 읽고 글의 내용과 어울리는 제목을 추론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정답 선지인 2번이 정답으로 부적절하고, 4번과 5번이 정답으로 적절하다는 이의제기가 주를 이뤘다.
탐구에서는 사회탐구 생활과윤리에서 6개(4번 9번 11번 15번 16번 20번) 문항, 윤리와사상에서 2개(17번 19번), 동아시아사에서 3개(6번 18번 19번), 세계사에서 4개(8번 12번 15번 18번), 정치와법 3개(7번 12번 18번), 사회문화 5개(3번 5번 7번 8번 19번)의 총 23개 문항이 사회탐구의 심사 대상이었다. 과학탐구에서는 물리학Ⅰ 2개(14번 17번) 생명과학Ⅰ 1개(12번) 생명과학Ⅱ 1개(12번) 지구과학Ⅱ 1개(9번)의 5개 문항이 심사에 올랐다. 한국사와 직업탐구는 심사 대상 문항이 없었고, 제2외국어에서는 프랑스어 11번과 중국어 29번 각 1문항씩 심사 대상이었다.
<오류 인정 2017수능 마지막.. 2022수능 생Ⅱ 20번 ‘전원 정답처리’>
수능에서 처음 출제오류가 발생한 건 2004학년 수능이다. 2004수능에서는 국어 17번 문항의 출제오류를 인정했다. 4년 뒤인 2008학년에는 물리Ⅱ, 2010학년에는 지구과학Ⅰ 19번에서 복수 정답 처리가 된 선례를 남겼다. 2014학년 수능 세계지리 8번에서는 법정공방 끝에 1년 만에 정답이 바뀐 초유의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평가원은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관련 이의신청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1년 후인 2014년 서울고등법원은 문제오류를 인정했다. 2015학년에는 외국어영역과 과학탐구영역(생명과학Ⅱ)의 2개 문항에서 출제오류를 인정했다.
평가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7년 전인 2017수능이 마지막이다. 2017수능의 경우 2014학년과 2015학년 연속된 출제오류 이래 2년 만에 2건의 출제오류가 확정된 바 있다. 평가원이 발표한 이의신청 심사결과에 따르면 물리Ⅱ 9번 ‘정답 없음’, 한국사 14번 ‘복수 정답’으로 처리됐다. 한국사 14번은 기존 정답이던 1번 외에 5번을 선택한 경우도 정답으로 인정됐고, 물리Ⅱ 9번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전원 정답 처리됐다.
이후 치러진 2018수능에서도 수능 두 달 전에 실시한 9월모평에서 출제오류가 발생해 수능의 출제오류 여부에 우려가 극심했다. 수능 당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당시 민찬홍 수능검토위원장이 직접 수능 출제오류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온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8수능에서는 사탐의 생활과윤리 18번을 비롯한 수능 문항들에 대한 이의신청이 969건에 달했으나 모두 오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송으로 결과가 뒤집힌 사례도 있다. 실제로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2022수능에서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논란이 됐다. 특히 첫 통합형 수능임에도 역대급 난도를 기록하면서 이의신청은 무려 1014건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그 중 실제 심사 대상이 된 473건, 76개 문항에 대해 심사한 결과, 평가원은 모든 문항에 대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생Ⅱ 20번 출제오류 사태는 소송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생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생Ⅱ 20번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과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결국 응시자들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이기면서 해당 문제는 전원 정답처리가 됐다. 당시의 강태중 평가원장은 “평가원은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책임을 절감한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사퇴했다. 출제오류 사안을 차치하더라도 2022수능은 첫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문이과 유불리 문제의 대책이 없었던 점, 난이도 조절 실패로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상황에서 출제오류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수능’을 경험한 세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