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협약’ 한대 반도체 경쟁률 급등 배경은 ‘논술 신설’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올해 수시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에 최근 반도체 업계 동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한 매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 간 수험생 선호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수시 경쟁률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며 최근 SK하이닉스가 삼성 반도체 부문 실적을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이 삼성전자 계약학과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 기업의 경쟁구도가 수험생의 지원 경쟁 구도까지 이어진 결과라는 얘기다. 과연 사실일까. 

대학별 경쟁률을 따져보면 시장 상황을 경쟁률과 연관 짓는 건 무리다. 경쟁률 변화에는 전형의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의 평균 경쟁률이 28.15대1로 지난해 20.07대1보다 대폭 상승한 건 3개 중 1개인 한양대 반도체공이 논술전형을 신설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까진 논술전형을 운영하지 않아서 경쟁률이 9.66대1에 불과했는데 올해 신설한 논술전형이 127.75대1을 기록, 전체 30.53대1로 급상승하면서 3개교 전체의 평균 경쟁률 상승을 견인했다. 대학별로 보면 또 다른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은 38.05대1로 지난해 43.3대1보다 오히려 하락했고, 고려대 반도체공은 14.45대1로 지난해 13.5대1에서 눈에 띄게 오르진 않았다.  

논술전형은 전 전형 가운데 수험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전형이다. 학종과 교과전형이 고교 3년 동안 학생부와 내신을 잘 준비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아야 30대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한다면, 논술전형은 지원자격에 제한이 없고 학생부 영향력도 적어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즉 올해 한대 반도체공의 경쟁률이 상승한 건 논술전형의 인기가 높은 데서 비롯한 것이지 SK하이닉스의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단정 내리긴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는 SK하이닉스 계약학과 3개 중 2개 학과가 논술전형을 운영했고, 삼성전자 계약학과 중에서는 10개 중 4개 학과만 논술전형을 운영했다. 평균의 함정도 무시할 순 없는 셈이다. 

결국 대학도 전형방법도 모두 다른 계약학과의 단순 경쟁률만으로 수험생의 기업 선호도까지 비교할 순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채용을 전제로 운영되는 만큼 지원 시 시장 상황이 일부 고려 요소는 될 수 있겠지만 입시의 시각에서 보면 전형구조를 넘어설 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 삼성전자 계약학과들이 논술전형을 다수 신설하면 삼성전가 계약학과 경쟁률이 크게 올라가고, SK하이닉스 계약학과가 논술전형을 모두 폐지하면 경쟁률이 크게 떨어지는 식”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시의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에 최근 반도체 업계 동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연 사실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수시의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에 최근 반도체 업계 동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연 사실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계약학과 경쟁률로 SK하이닉스 vs 삼성전자 비교?.. “전형 구조 영향 커”>
올해 수시 채용형 계약학과의 원서접수 결과를 두고 기업 경쟁의 구도 변화가 반영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 3개의 수시 지원자는 지난해 1445명에서 올해 2027명으로 40.3% 증가했고, 삼성전자 계약학과의 수시 지원자는 동기 6992명에서 7373명으로 6.9%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과연 SK하이닉스 실적이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이라는 우윳빛 전망 때문일까. 

단정 짓긴 어렵다. 수시 경쟁률은 전형 구조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논술전형 운영 여부에 따라 경쟁률 차이가 큰 편이다. 논술전형은 지원자격에도 제한이 없고, 학생부 영향력도 적어 수험생이 많이 몰리는 전형이다. 반면 학종은 학생부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교과전형도 마찬가지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상향 지원하기 어려워 지원자 풀이 제한된 편이다. 재수생과 반수생뿐 아니라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들도 수시에선 논술전형을 추가 지원카드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다. 논술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학종과 교과전형의 규모가 클수록 경쟁률이 낮은 경우가 많은 이유다. 

상위 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정원내 평균 경쟁률을 살펴보면 학종은 14.71대1, 교과전형은 10.02대1을 기록한 반면 논술전형은 64.33대1로 압도적으로 높다. 자연계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대 입시 역시 학종은 17.52대1, 교과전형은 13.11대1에 불과하지만 논술전형은 165.52대1로 차이가 크다. 

올해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의 지원자가 급증한 것 또한 한대 반도체공이 논술전형을 신설한 영향으로 봐야 한다. 한대 반도체공은 지난해 9.66대1(모집 32명/지원 309명)에서 올해 30.53대1(32명/977명)로 대폭 상승했는데, SK하이닉스의 선호도가 급등했다기보단 논술전형을 신설한 효과가 절대적이라 것이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신설된 한대 반도체공의 논술우수자 경쟁률은 127.75대1로 4명 모집에 511명이 지원했다. 

이외에도 계약학과는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일수록 평균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UNIST 반도체공(삼성전자)으로 61.91대1(35명/2167명)이었고, 이어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SK하이닉스) 38.05대1(20명/761명),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삼성전자) 35.26대1(50명/1763명), 가천대 클라우드공(카카오엔터프라이즈) 34.48대1(21명/724명), 한대 반도체공(SK하이닉스) 30.53대1(32명/977명), 성대 지능형소프트웨어(삼성전자) 29.47대1(30명/884명), 경북대 모바일공(삼성전자) 27.1대1(20명/542명),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LG디스플레이) 15.13대1(23명/348명) 순이었다. UNIST를 제외하면 모두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곳들이다. 

대학 개별로 살펴봐도 SK하이닉스 계약학과라고 해서 모두 경쟁률이 오르고, 삼성전자 계약학과라고 해서 모두 경쟁률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 3개 중에선 한대(반도체공)과 고려대(반도체공) 2개의 경쟁률이 상승했고, 서강대(시스템반도체공) 1개는 하락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 10개 중에선 UNIST(반도체공) 고대(차세대통신) 연대(시스템반도체공) 포스텍(반도체공) 4개의 경쟁률이 상승했고, 성대(지능형소프트웨어) DGIST(반도체공) GIST(반도체공) 성대(반도체시스템공) 경북대(모바일공) 5개가 하락했다. KAIST(반도체시스템공)은 모집단위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락한 곳은 대부분 지난해 신설된 곳들이다. 신설 첫해에는 합격컷이나 경쟁률 등을 가늠할 수 없어 지원자가 집중됐다가 올해는 전년 입결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무리한 상향지원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설된 삼성전자 계약학과 성대(지능형소프트웨어) DGIST(반도체공) GIST(반도체공)가 해당한다. 

<‘채용형 계약학과’ UNIST 서강대 성대 반도체 톱3>
결국 계약학과의 경쟁률은 대학도, 전형방법도 모집인원도 모두 달라서 기업의 선호도를 비교하는 잣대로 활용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원서접수를 앞둔 수험생이 대학별 전형별 지원전략을 세울 때 참고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 정도로 권장한다는 것이다.

학과별로 경쟁률을 살펴보면 종합대학 가운데 올해 수시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계약학과는 SK하이닉스와 협약한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이다. 20명 모집에 761명이 지원, 38.05대1이다. 지난해 43.3대1(20명/866명)보다는 하락했다. 전형별로 교과전형 지역균형에선 서강대 전 모집단위 가운데 시스템반도체공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3명 모집에 94명이 지원, 31.33대1이다. 논술우수에서도 107대1(3명/321명)로 네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종은 24.71대1로 14명 모집에 346명이 지원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학종과 교과전형은 상승, 논술전형은 하락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협약한 성대 반도체시스템공의 경쟁률이 35.26대1(50명/1763명)로 높았다. 다만 지난해 39.38대1(50명/1969명)보다는 하락했다. 전형별로 학종 탐구형에서는 33.2대1(10명/332명)로 성대 내에서 약학 다음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예 25.62대1보다도 높다. 학종 과학인재에서는 12.77대1(30명/383명)로 6번째, 논술전형에서는 104.8대1(10명/1048명)로 4번째로 전 전형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으로 꼽혔다. 

SK하이닉스와 협약한 한대 반도체공이 30.53대1로 뒤를 이었다. 32명 모집에 977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9.66대1(32명/309명)보다 크게 상승했다. 신설된 논술전형은 127.75대1로 전 계약학과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4명 모집에 511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학종과 교과전형도 모두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 교과전형 추천형은 지난해 4.67대1(6명/28명)에서 올해 17.5대1(6명/105명)로 상승했다. 학종은 지난해 일반전형 10.81대1(26명/281명)에서 서류형으로 바뀐 올해는 16.41대1(22명/361명)로 상승했다. 

다음은 삼성전자와 협약해 지난해 신설한 성대 지능형소프트웨어다. 29.47대1(30명/88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32.73대1(30명/982명)보다 다소 하락했다. 전형별로 논술전형이 87.6대1(5명/43명)로 가장 높고, 이어 학종 탐구형 25.1대1(10명/251명), 학종 과학인재 13대1(15명/195명) 순으로 높다. 학종 탐구형과 논술전형은 경쟁률이 하락했고, 학종 과학인재는 상승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협약한 경북대 모바일공이 27.1대1(20명/542명)로 높았다. 2022학년 46.15대1(20명/923명), 2023학년 28.95대1(20명/579명), 2024학년 31.1대1(20명/622명)로 등락을 반복하다가 올해는 하락했다. 전형별로 학종 모바일과학인재가 14.8대1(5명/74명), 논술(AAT)가 31.2대1(15명/468명)을 기록했다. 두 전형 모두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고대는 계약학과에서 학종만 운영하기 때문에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타 대학의 계약학과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편이다. 반도체공과 차세대통신은 각 14.45대1을 기록했다. 둘 모두 20명 모집에 289명이 지원했다. SK하이닉스와 협약한 고대 반도체공은 2022학년 14.48대1(25명/362명)에서 2023학년 12.15대1(20명/243명)로 하락한 이후, 2024학년 13.5대1(20명/270명), 올해 14.45대1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전형별로는 올해 학업우수형이 13.3대1(10명/133명), 계열적합형은 15.6대1(10명/156명)이다. 지난해보다 학업우수형은 소폭 하락, 계열적합형은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협약한 고대 차세대통신은 2023학년 신설 이후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2023학년 14.28대1(18명/257명)에서 2024학년 12.65대1(20명/253명)로 하락했다가 올해 14.45대1로 다시 상승했다. 전형별로 학업우수형이 16.9대1(10명/169명), 계열적합형이 12대1(10명/120명)이다. 두 전형 모두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협약한 연대 시스템반도체공은 13.85대1을 기록했다. 75명 모집에 1039명이 지원했다. 전형별로 논술전형이 34.58대1(12명/145명)로 가장 높고, 교과전형 추천형이 11.15대(20명/223명), 학종 활동우수형이 9.58대1(38명/364명), 기회균형이 7.4대1(5명/37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전형의 경쟁률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논술전형 경쟁률이 지난해 22.5대1(12명/270명)에서 지원자가 145명 증가하면서 큰 폭으로 뛰었다. 

이외 포스텍부터 과기원의 경우에도 학종으로만 선발하다 보니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에 비해 경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협약한 포스텍 반도체공은 11.4대1을 기록했다. 40명 모집에 456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10.23대1(40명/409명)보다 상승했다. 전형별로 반도체공학인재Ⅰ이 11.84대1을 기록했다. 25명 모집에 296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12.55대1(20명/251명)보다 지원자는 45명 늘었지만 모집인원이 5명 늘면서 경쟁률이 하락했다. 반도체공학인재Ⅱ는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만큼 반도체공학인재Ⅰ보다 경쟁률이 다소 낮다. 15명 모집에 160명이 지원해 10.67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7.9대1(20명/158명)보다 모집인원이 5명 축소된 데다, 지원자도 2명 늘어나 최종경쟁률이 상승했다. 

과기원의 반도체 계약학과 중에서는 UNIST의 경쟁률이 61.91대1로 가장 높다. 지난해 48.03대1(35명/1681명)보다도 크게 상승했다. 단 UNIST의 경우 일반전형 무학과와 반도체 계약학과에 중복 지원한 학생 기준이라 실질 경쟁률은 이보다 하락할 수 있다. 이공계열(무학과) 지원자 중 반도체공을 추가로 지원하는 식으로, 둘 모두 합격한다면 하나만 선택해 등록해야 한다. 반도체공만 선택해 지원하는 것은 불가하다. 

반면 DGIST와 GIST는 경쟁률이 하락했다. 지원할 때부터 반도체공을 선택해 지원하는 식이라 UNIST와는 차이가 있다. DGIST는 지난해 9.32대1(25명/233명)에서 올해 9.12대1(25명/228명)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별도 전형으로 구분해 별도의 ‘반도체공학전형’으로 모집한 반면 올해는 일반전형에 포함해 모집해 차이가 있다. GIST는 동기 6.6대1(25명/165명)에서 5.72대1(25명/143명)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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