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수학 빠진 수능’ 내신 필수과목 반영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2028대입개편 이후 문과 수험생의 의대진학 문호가 과연 확대될까. 27일 확정 발표된 2028대입개편안에 따라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되면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으나, 전문가들은 문과의 의대진학은 여전히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수능 외 다른 영역에서 또 다른 형태의 ‘칸막이’가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론 대학이 교과 이수 과목을 조건으로 붙일 가능성이 크다. 미적분Ⅱ 기하 등의 수학 심화과목을 내신 과목으로 이수해야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식이다. 

결국 서울대 의대처럼 다른 의대 역시 교과 이수 기준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생명과학Ⅰ을 핵심권장과목으로, 생명과학Ⅱ 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를 권장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물론 서울대의 경우 현재 해당 과목의 이수 여부가 지원자격과는 무관하지만 평가에는 반영하고 있다. 타 의대는 서울대와 같은 ‘권장’이 아닌 ‘의무’로 제시할 가능성도 높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무분별한 지원을 막기 위해 각 대학은 의학계열 모집단위 지원에 허들을 만들 듯하다. 즉 내신에서 의학계열 지원자는 미적분Ⅱ 기하 외에 생명과학이나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등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 입시에서는 권장과목 이수 여부가 필수 요건이 아님에도 이미 합불 당락을 나눌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한 고교교사는 “올해 학생들의 서울대 의대 입시결과를 분석해보면 관건은 권장과목 이수 여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서울대가 지균에서 수능최저를 완화했다. 과탐Ⅱ 응시조건을 폐지하면서 수능최저의 변별력이 약화됐고, 그 결과 서울대가 제시한 권장과목 이수 여부의 영향력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권장과목을 듣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역시 대학이 교과목 이수 여부를 지원자격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표한 상황이다.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한 이 장관은 “수능은 문과 수준으로 맞춰지지만, 원하는 학생들은 내신과목으로 심화수학을 선택해 배우고 원하는 대학에서는 그걸 조건으로 넣으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확정된 2028대입개편안에 따라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되면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으나, 전문가들은 문과의 의대 진학이 완전히 자유롭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확정된 2028대입개편안에 따라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되면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으나, 전문가들은 문과의 의대 진학이 완전히 자유롭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의대 ‘교과 이수 기준’ 강화하나.. 변별력 확보 비상>
이번 개편안에서 첫손에 꼽히는 변화는 통합형/융합형 수능 과목체제다. 2022수능에서 국어 수학이 공통+선택형으로 바뀐 지 6년 만에 다시 선택과목이 없는 공통과목 체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사탐 과탐 역시 선택과목 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에 동일하게 응시하도록 한다. 선택과목 폐지로 인해 수능에서 문이과가 완전 통합되는 형태다.

특히 수학 공통 출제범위는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통계에서 끊겼다. 미적분Ⅱ 기하는 당초 ‘심화수학’에 포함되는 듯했으나, 결국 문이과 통합의 의미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심화수학’ 자체가 제외됐다. 공통과목 중심의 수능이 실시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인문계열 학생의 의약계열 지원이 가능해진다. 현재 의대쏠림 현상이 자연계열 최상위권을 끌어당기는 상황에서 별다른 과목 지정 없이 치러지게 될 경우 인문계열 최상위권까지 빨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대학들이 교과 이수 과목 등을 지정해 계열 칸막이를 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학 입장에서는 모집단위별 학문 특성에 맞지 않은 학생을 선발하게 될 경우 학업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시는 물론 현재 수능100%로 선발하는 대다수의 의대 역시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정시에 ‘교과종합평가’ 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상위대학 전 입학 관계자는 “의대에선 핵심과목을 요구해야 한다. 이 과목을 공부하지 않으면 의대에서 수학하기 어렵다고 지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웨이 이 소장은 “문과의 의대 지원은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지원을 막기 위해 각 대학은 의학계열 모집단위 지원에 허들을 만들 듯하다. 즉 내신에서 의학계열 지원자는 미적분Ⅱ 기하 외에 생명과학이나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등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 과목의 내신 부담이 커진다. 아니면 수능에서 수학과 과탐에 가중치나 가산점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과생이 의대 지원은 가능하지만 경쟁력이 없거나 아예 지원도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교과 이수 기준을 두는 경우는 서울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을 제시하고 있다. 지원자격과는 무관하지만 모집단위가 권장하는 과목의 이수 여부를 정시 교과평가에 반영한다. 서울대는 2023대입에서부터 정시에 교과평가를 반영한다. 지균에서 40%, 일반에서 2단계 20%로 반영한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생Ⅰ을 핵심권장과목으로, 생Ⅱ 미적 확통 기하를 권장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핵심권장과목은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며, 권장과목은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다. 각 전공 분야의 학문적 특성을 고려해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이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지원하기는 어렵다. 

<이 장관 “심화수학 빠진 수능, 내신평가로 보완 가능”>
이주호 장관 역시 심화수학이 빠진 수능을 대학이 내신평가로 보완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상황이다. 사실상 최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을 변별하는 의대 등의 대학이 교과 이수 과목 조건을 지정할 수 있다는 사인을 교육계에 던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이 장관은 미적분Ⅱ 기하가 입시에서 제외된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정했다. “이공계에 갈 아이들이라면 미적분Ⅱ나 기하를 학교 수업에서 거의 다 들어야 한다”면서 기존에는 수능에서 해당 과목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내신에서 선택해 배우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에서 시험 중심의 암기위주로 학습하게 된다면, 내신에서는 고차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활용한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학이 이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수업의 평가를 통해 대학들이 학생들이 미적분Ⅱ를 어떻게 했는지, 기하는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심화수학이 수능에서는 빠지지만 내신 과목으로 심화수학을 넣어서 원하는 학생들이 선택, 대학은 그것을 조건으로 집어넣어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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