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과목선택 중요도 상승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2028대입개편안이 확정된 가운데 내신의 영향력이 강화하는 쪽으로 대입지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입주체인 대학들이 약화한 변별력의 대책으로 내신 강화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내신 강화의 신호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입 현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신강화의 유력한 변화는 △학생부 정성평가 강화 △핵심 권장과목 확대 △정시 내신 반영이다. 일각에서는 대학별고사 확대와 수능최저 강화를 예상하지만 교육부가 사교육 방지 차원에서 대학별고사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능최저 강화만으로는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어 보다 다각화된 전형 운영과 보완 자료의 등장이 예상된다.
대입 현장에서는 ‘혼합형 전형’을 고민하고 있다. 수시 교과전형에서는 학종과 같은 정성평가를 반영하고, 정시 수능전형에서는 내신을 반영하는 식으로 전형 성격을 혼합하는 식이다. 이미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중 학종만 운영하는 서울대를 포함해 7개교가 교과전형에서 학생부 정성평가를 반영하고 있었으며 수능전형에서도 SKY를 시작으로 여타 대학까지 내신 반영을 고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8일 이 장관 역시 “이공계에 갈 아이들은 미적분Ⅱ나 기하를 내신에서 거의 다 들어야 하며 대학은 내신평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사라져도 대학이 내신으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고 언급하면서 대놓고 내신 강화의 사인을 보낸 셈이다.
결국 약화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형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내신 영향력 강화가 뒤따른다고 현장은 설명한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심화수학이 폐지되며 이공계는 핵심 권장과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의 허들을 두어 기초학력을 확인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내신에서 관련 과목 성적이 중요해지고 내신 영향력 역시 증가하게 된다”며 “또한 수능 과목/범위 축소로 변별력이 약화한 가운데 정시40%가 유지되며 일정인원 이상 정시로 뽑아야 하는 상황 속 정시 내신반영도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내신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시40%가 유지되는 상황 속 내신 영향력이 강화하면 검정고시생이 늘어나고 결국 공교육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도 따른다. 한 고교 교사는 “지금도 의대 지망 최상위권에서는 1등급을 못 받으면 바로 자퇴 후 검정고시를 고민하는데 정시 문호가 40%까지 열려있는 상황 속 내신 영향력까지 강화하면 자퇴 후 ‘정시 올인’ 검정고시생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혼합형 전형 증가.. 수시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 유지와 변별력 약화’, 정시 ‘수능 범위 축소’>
2028대입개편안 확정 이후 대학은 약화한 변별력에 대한 대책으로 ‘혼합형 전형’ 카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대입은 수시에서는 내신성적, 정시에서는 수능성적이 주가 됐다. 하지만 학생부 5등급제와 수능 과목/범위 축소로 변별력이 저하되자 학생 변별을 위해 여러 카드를 고심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은 수시에서 수능을,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는 형태다. 수시/정시 각 전형에서 보완자료로 각각 학생부와 수능성적을 살피는 셈이다.
대학이 이러한 카드를 고민하는 배경엔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 약화가 있다. 수시에서는 내신 5등급제로 변별력이 약화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평가자료 자체가 줄어 원활한 학생 선발이 어려워진 것이다. 정시전형의 경우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면서 최상위권 변별이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현재 수능 수학영역 선택과목인 미적분Ⅱ와 기하가 아예 출제 범위에서 제외됐을 뿐 아니라 탐구과목 역시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전환됐다. 의대 입시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과탐Ⅱ 등도 함께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수능 과목과 범위 모두 줄고 변별력이 약화하면서 수능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학은 보완 자료로 내신반영을 택하는 것이다.
대학 역시 변별력 확보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입개편안 확정이후 상위15개대의 반응을 취합한 결과 입학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모두 “변별력 확보”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연대 관계자는 “변별력 부분에 대한 고민이 되긴 한다. 교과전형 같은 경우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다. 아직은 시일이 있어서 분석 중이긴 한데 2026,2027대입을 통해 안정화를 하고 2028에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자연계 수학/과학이 전체적으로 수능 변별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학생부를 함께 활용하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으며 인하대 관계자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내신이던 수능이던 현 성적체계를 가지고 변별하는 것이 어렵다. 정성평가 강화와 같은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시.. ‘교과전형 정성평가 강화’ ‘핵심 권장과목 확대’>
개편안 확정 이후 대학별 반응과 입시업체 분석을 취합한 결과, 수시전형의 변화는 크게 △학생부 정성평가 강화 △핵심 권장과목 확대 △수능최저 강화 △대학별 고사(논술/면접) 확대로 정리된다. 가장 많이 논의된 방법은 학생부 정성평가의 강화이다. 학종의 주 평가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생부 정성평가는 정량적인 내신성적만을 줄세우는 것이 아닌, 세특 등 학생부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을 뜻한다. 이미 상위15개대 중 학종 100%로 운영하는 서울대와 더불어 건대 경희대 고대 동대 성대 한대의 6개교가 2025대입 기준 교과전형에서 교과정성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정량평가 위주 전형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전형 다각화를 꾀한 것이다.
심화수학 신설안이 폐지됨에 따라 대학에서 핵심 권장과목을 제시할 가능성도 크게 점쳐진다. 대표적으로 서울대가 적용하는 방식이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서류평가와 정시모집 교과평가에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제시하고 있다. 의예과는 핵심 권장과목으로 생명과학Ⅰ, 권장과목으로 생명과학Ⅱ 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를 두고 있는 식이다. 특히 1,2점 차이로 합불이 갈리는 서울대 입시에서 권장과목의 이수 여부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고교 현장의 목소리다. 현재까지는 서울대가 ‘권장’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서울대뿐 아니라 타 대학까지 이를 지원자격으로 격상해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가 권장과목을 제일 먼저 도입했는데 우리 대학은 이를 그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타 대학 역시 비슷하게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대 연대 성대 중대 경희대의 5개교는 올해 초 공동연구를 통해 ‘자연계 전공별 수학 과학 과목선택’을 공개한 바 있다. 의약계열은 생Ⅰ 생Ⅱ를, 공학계열은 모집단위에 따라 물리 화학 등을 제시하는 식이다. 특히 5개교 연구에 따르면 ‘핵심과목’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으로 분류돼 대입평가에 큰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권장과목’은 가급적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으로 일부 미이수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분석됐다.
특히 이주호 장관 역시 권장과목에 대한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학이 내신에서 권장과목 이수 여부를 자격조건으로 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심화수학 폐기에 대해 “이공계에 갈 아이들은 미적분Ⅱ나 기하를 내신에서 거의 다 들어야 된다. 대학은 (내신)평가를 통해 아이가 미적분Ⅱ 기하를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수학이 수능에서는 빠지지만, 대학에서는 내신에서의 관련 과목 이수 여부를 자격 조건으로 넣을 수 있다는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이 부총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망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장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이럴 경우 교육부가 내세운 문이과 통합이 무색해지고, 고교 내 과목 쏠림 역시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원하는 과목이 있다고 제시할 수가 없는 게 그렇다면 고교가 대입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진로선택과목이 들어오면서 기준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는데 우리 대학은 간접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이 그 과목만 수강하게 되니 긍정적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입시업계에서는 ‘수능최저 강화’와 ‘대학별 고사 확대’를 예측하지만 대학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신이 5등급제로 되면서 변별력이 크게 약화한 상황 속 수능최저만 강화한다고 기초학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되레 학종과 같은 정성평가를 통해 공교육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대학별고사 확대 역시 교육부가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사안으로 이를 늘리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사교육 방지 명목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등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논술 등 대학별고사 확대를 규제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 나서서 대학별고사를 확대할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대학별고사가 늘어난다는 건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교육부가 대학별고사에 대해 컨트롤을 강하게 하고 있다. 논술전형을 늘린다고 하면 오케이하지 않을 것이고 제지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능 ‘심화수학 폐지’ 정시 내신반영 불가피>
정시의 경우 변별력 확보를 위한 내신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모두 국어 수학 탐구 등 주요 과목이 모두 공통과목으로 응시할 뿐 아니라 출제범위 역시 줄어들면서 변별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심화수학’이 폐기되면서 현재 수능 수학영역 선택과목인 미적분Ⅱ와 기하 역시 출제 범위에서 제외됐다. 정시40%가 유지된 상황 속 일정 인원을 정시로 선발해야 하는데 수능은 과목과 범위마저 축소되자 결국 보완 자료로 학생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입개편안 확정 이후 대학의 고민거리 역시 정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대 관계자는 “정시모집에서 어떻게 하면 심화과목(미적/기하) 쪽을 이공계에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자연계 권장과목을 제시하고 있기는 한데 이를 확대적용 한다던지 방법을 고민할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대 고대뿐 아니라 연대까지 정시 내신 반영을 계획하면서 SKY 모두 정시 내신반영을 택하게 됐다. 경희대 역시 정시 수능전형에서 학생부를 보완 자료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대 관계자는 “수능이 고민이긴 하다. 인문계는 고민이 안 되는데 자연계는 수학 과학이 전체적으로 변별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학생부를 함께 활용하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서울대처럼 서류 평가 등 정시 수능전형에서 학생부를 보완 자료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전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제시한 걸 보면 정시 수능전형에 내신을 적용하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