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수능을 10년 넘게 관전해온 교육신문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으슬한 바람이 부는 11월이 되면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수능이라는 연례행사가 주는 위압감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애 첫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심정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올해 수능은 ‘역대급 N수생’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의대증원이 원복되면서 더욱 예측이 어려운 해입니다. 여기에다 ‘역대급 사탐런’으로 인해 인문/자연 입시 판도가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변수 속 지금 수험생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우직하게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일일 겁니다.
컨디션 관리만큼은 스스로 지킬 수 있겠지만, 부디 그 밖의 ‘천재지변’ 같은 돌발 변수들은 올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준비한 만큼은 치를 수 있는 시험이 되어야 하니까요.
가장 최근에 맞닥뜨렸던 ‘수능 잔혹사’를 꼽는다면 코로나로 사상 초유의 12월 수능을 치렀던 2021수능일 겁니다.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021수능은 예정보다 2주 연기한 12월3일에 치렀습니다. 전반적인 입시일정이 뒤로 밀려오는 와중에 비대면 수업을 통해 입시를 준비한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비말차단용 아크릴 칸막이가 설치된 낯선 환경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했던건 2018수능입니다. 2021수능의 연기결정이 3월에 이뤄진 반면, 2018수능은 단 하루 앞두고 연기결정이 내려진 핵폭탄급 사건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천재지변’ 때문이었습니다. 경북 포항에서 갑작스럽게 지진이 발생한 탓입니다. 지진 규모는 5.4로 1978년 기상청이 지진 통보 업무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다 끝난다’며 교과서/참고서 등을 책거리로 내다버린 수험생들이 다시 분리수거함을 뒤지는 웃지못할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수능 날짜를 기준으로 복습 스케쥴을 마무리하고 수능 당일 최상의 컨디션과 기억력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수험생들은 갑작스런 일주일 연기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정된 리듬이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긴장을 유지하며 7일을 버텨야했으니... 그 심적 부담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수능 보도 계획을 짜두고 한숨 돌리고 있던 기자들 역시도 갑작스러운 상황전환에 모두 허둥지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21수능, 2018수능 모두 역사에 기록될 큰 사건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듣기평가 방송 오류, 시험 종료벨 오류 같은 시험장 내부의 실수 역시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입니다. 올해는 부디 수험생을 울리는 황당한 사건사고 없이 무탈하게 수능이 마무리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