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자연계열 5명 중 1명 휴학.. ‘반수 후 의대 재도전’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의대증원이 확정된 5월 이후 대학가에선 이미 휴학생이 급증하면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고민정(더불어민주) 의원이 24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휴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일 기준 1학년 휴학생 수가 8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학기 673명 보다 20.8%가 늘었다. 자연계열만 따져보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소속학과 전체가 자연계열인 공대 자연과학대 첨단융합학부 3개 단과대 1학년 1611명 중 휴학생은 328명이다. 5명 중 1명이 휴학한 상태다.
입시업계에서는 상당수가 증원된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혹은 의대증원으로 합격선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약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등 의약계열 진학을 노린 반수생 또한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다. 단과대별로는 간호대의 1학년 휴학률이 47.6%로 가장 높다. 1학년 학생이 총 84명인데 그 중 대략 절반인 40명이 휴학했다. 농생대는 417명 중 140명이 휴학한 상태로 휴학률이 33.6%다. 이어 공과대 21.5%, 생활대 20.5%, 자과대 19.9%, 첨단융합부 15.7%, 약대 14.8%, 자유전공학부 14%, 수의대 11.5% 순이다. 수의대는 수의예과 1학년 기준이다.
교육계에선 최상위권 인재들의 의대를 향한 N수 행렬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 의대 입시는 N수생의 주요 진학 루트인 정시의 비중이 확대돼 있고, 수시 또한 내신과 수능최저 등 정량평가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최상위권의 무한 재도전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상위대학 역시 1학년2학기 휴학생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연계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4 서울대 1학년 휴학 813명.. ‘의대 블랙홀 발’>
서울대 1학년 중 2학기에 휴학을 신청한 학생 수가 지난 1학기보다 늘었다. 지난 5월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확정지으면서 서울대 재학생의 의대를 노린 반수 도전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의대증원이 이공계 교육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사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더불어민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학기 들어 지난 20일까지 집계된 1학년 휴학생은 813명에 달했다. 지난 1학기(673명)보다 140명 증가한 규모다.
1학년 학생 수 대비 휴학인원의 비율을 따져보면 간호대가 47.6%로 가장 높다. 84명 중 40명이 휴학했다. 이어 농업생명과학대학 33.6%(휴학 140명/1학년 학생 수 417명), 공과대학 21.5%(226명/1051명), 생활과학대학 20.5%(27명/132명), 자연과학대학 19.9%(66명/331명), 첨단융합학부 15.7%(36명/229명), 약학대학 14.8%(12명/81명), 자유전공학부 14%(21명/150명), 수의대 11.5%(6명/52명)가 휴학한 상태다. 소속학과 전체가 자연계열인 공대 자과대 첨단융합학부로 자연계열의 휴학비율을 계산해보면 20.4%에 달한다. 3개 단과대 전체 1학년 1611명 중 328명이 휴학했다.
전문가들은 의대증원과 왜곡된 대입지형이 맞물린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반수생들의 주요 대입 통로는 단연 정시 수능전형이며, 최근 정시가 확대된 상황인 만큼 무한 재도전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가에 따르면 휴학/자퇴 비율은 정시 합격생을 중심으로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이 다시 이과로 진학하거나 공대 등 자연계 학과로 재도전하는 영향도 있다고 본다. 수학에서 이과생에게 유리한 통합수능이 도입되면서 높은 표준 점수를 득한 이과생이 인문/사회계열로 교차 지원해두고 다시 의대에 도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Y 상위15개대 중도 탈락 비율 상승세.. ‘대학가 N수 대란’>
의약계열이 ‘자연계 블랙홀’로 불리며 이공계열 인재가 유출되고 있는 현상은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대뿐 아니라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까지 범위를 넓혀도 최근 5년간 자퇴 등을 택하는 재학생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대학별 중도이탈 현황을 살펴보면 2017학년 1.6%(1196명), 2018학년 1.78%(1340명), 2019학년 1.9%(1415명), 2020학년 2.15%(1624명), 2021학년 2.6%(1971명), 2022학년 2.83%(2131명), 2023학년 2.81%(2126명)의 추이다. 올해는 의대 증원을 노리고 2025대입에 도전하는 재학생이 대거 늘어난 만큼 중도탈락률 역시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까지 범위를 넓혀도 중도 탈락 비율은 상승세다. 2020학년 2.84%, 2021학년 3.08%, 2022학년 3.19%, 2023학년 3.28%의 추이다. N수를 통해 의대 등 상위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퇴를 택하는 것이다. 이공계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이공계특성화대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공특은 뚜렷한 진로와 확실한 입학전형으로 중도 탈락 비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과고와 영재학교 졸업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질수록 이공계열에선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해진다는 점이다. 이미 의대 재도전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재학생이 교육 커리큘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뿐더러 학생 중도 이탈로 인한 대학 측 예산 삭감도 불가피하다는게 대학가의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의대라면 재도전하겠다는 학생이 많다. 최상위권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다년간 수능 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면서 “더군다나 등록 후에 반수로 빠져나가는 건은 실제 해당 전공을 이수하고 싶었던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