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정책패키지’ 공개.. ‘지역필수의사 도입’, 지역인재 대폭확대 등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초미의 관심사인 의대확대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2035년 기준 약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25년 5년 단위로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 따라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다만 의사단체 반발을 의식해 정확한 증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의과대학의 현장 수용 역량, 지역의료 인프라, 인력 재배치 방안 등을 종합 고려해 증원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대확대 규모가 연간 1500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년 뒤 1만5000명을 단순 역산하면 연간 최소 1500명이다. 지금의 의대 정원은 2006년이후 3058명에 묶여 있는데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이 1500명 늘어나면 2025학년 의대정원은 4558명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8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의료인력 확충을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대확대에 대해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의대확대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의료 개혁을 추진해나갈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국민과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없이 개혁을 추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의대정원 계획을 다시 한번 공식화한 것으로 구체적인 의대정원 확대 규모는 설 연휴 이후 발표가 유력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하면 의료계에서 상당히 반발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번에는 반드시 (증원)해야겠다는 생각이고, 이번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거라 보고 비장하게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도 함께 공개됐다. 정책패키지에 담긴 내용은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이 골자다. 이번에 마련한 4대 개혁 패키지는 의협 등 의료계와 국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며, 의대생 증원 등으로 의료인력을 확충할 명분도 충분히 확보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어떤내용 담겼나.. 의대 확대, 지역필수의사 도입, 지역인재 대폭확대 등 ‘눈길’>
이날 정부는 필수의료 살리기의 근본 해법으로 ‘4대 정책 패키지’를 보고했다. 여기에 담긴 내용은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날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해 1조+@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책패키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선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인력을 확충한다. 2035년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수급을 고려해 2025학년부터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수급추계에 따른 주기적 정원 조정시스템을 구축한다. 정원 증원과 함께 의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학생들이 충분한 임상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수련/면허체계도 개선한다. 이와 함께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축소를 통한 수련환경 개선과 병원의 전문의 중심 운영 전환을 단계적 추진에도 힘쓴다.
지역의료 강화에는 지역필수의사 도입, 지역인재 확대 등이 담겼다. 2025대입부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출신으로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을 확대한다. 지역 의료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조치다. 지금도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등에 지역인재 선발 40%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 비율을 50%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선 “지역인재 비율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지역정착과 연결되는 건 아니”라면서도 “아직 지역인재의 영향력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지역인재 확대가 의료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규형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6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 고교 졸업생 40% 이상 선발이 의무인데 이 비율을 높여볼까 한다”며 “전공의가 비수도권으로 가는 비율이 40%인데 이를 50대 50으로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해 의사들의 장기 근속도 지원한다.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가 지역 병원과 계약을 맺으면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아울러 국립대병원과 지역의 민간/공공병원을 집중 육성하고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역의료 혁신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에 선정된 권역에는 3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한다. 지역의료지도 기반으로 맞춤형 지역수가를 확대하고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등을 검토해 지역의료 투자를 강화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 올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 의료사고시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한다.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필수 의료진과 전공의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추진한다. 무과실 분만사고 피해 보상금의 국가 지원을 확대하고, 보상금 한도도 현실화한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해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비급여 시장의 의료체계 왜곡 방지 및 보상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수치료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병행되는 급여진료의 건강보험 청구 금지(혼합진료금지)를 추진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용 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시술 자격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 패키지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혁 실천 로드맵 마련을 신속히 추진하고, 발표 예정인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패키지 추진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날 열린 민생토론회에는 필수/지역의료 문제의 생생한 현실과 근본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반 국민, 의료인, 전문가 등이 폭넓게 참여했다. 토론에 참여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중소병원장 등은 국민이 소아과, 응급실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지역의료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대관건’ 의협 등 의사단체 반발 넘어야.. 교육계 “교육현장 초토화 될 것” 우려도>
정부가 이날 구체적인 의대확대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확대규모에 대한 윤곽이드러나면서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와의 협의 절차 등을 고려해 설 연휴 전후 별도로 증원 규모를 발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최대관건은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넘을지다. 대한의사협의회(의협)은 바로 전날인 1월31일 보건복지부(복지부)와 제27차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했지만,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은 지역필수의료 분야 인력 유입 방안이나 과학적 근거,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빨리 의대 정원을 논의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초심은 지역필수의료 위기 상황에서 머리를 맞대고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자는 것이다. 의료인들도 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민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의협 측 대표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조만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면 현 대학 재학생들도 상당수 ‘반수’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곳곳에서 나온다"며 “정부는 왜 설익은 정책으로 사회를 혼돈에 빠뜨리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각종 정책 패키지로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의료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며 “의대 정원 증원으로 나타날 장/단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정식으로 TV토론을 제안한다”며 끝장토론을 요구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변수다. 지난달22일 전국 수련병원 55곳의 개별 조사를 토대로 전공의 4200여 명 중 86%가 의대 정원 증원 강행 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긴장감을 키웠다. 만약 정부가 의대단체와 조율 없이 의대확대를 강행하면, 의사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2000년에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4000명 이상 늘릴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사 파업으로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교육계 역시 의대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금도 ‘의대 쏠림’ 때문에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대학 이공계열에서 이탈하는 상황에서, 의약계열까지 중도 포기가 확대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같은 의대 내에서도 ‘상위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재도전하는 경우까지 증가하는 상황이다. 의대정원 증원이 현실화되면 유치원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면서 대입 사상 최대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관계자는 “현재 정시40% 하나만으로도 N수규모는 나날이 폭증하는 상태다. 여기에 의대 증원이 결합된 폭발력은 지금과 다른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특히 정시 문호로 입학한 대학생들이 다시 정시로 뛰어드는 경향이 강한 만큼, 아무런 대책 없이 지금 상황에서 의대정원만 증원한다면 교육현장이 초토화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교육부는 N수확대 등 의대확대에 대한 어떤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대학 의대확대 총력전.. 의대확대시 증원된 정원 어디에 배분될까>
정부의 의대확대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학과 지자체 등은 확대된 의대정원 확보에 막판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가장 의대신설 열망이 뜨거운 곳은 포항시다. 포스텍과 시민, 정치권이 합심해 의대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포스텍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추진해왔다. 포항시와 포스텍은 탄탄한 바이오 연구기반을 토대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초점을 맞춰 감염병과 희귀병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 양성을 목표하고 있다.
창원시도 의대 유치에 뛰어들었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 공공 필수의료 확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중부 경남권에 창원 의과대학을 신설, 의료인력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전남도 지역도 의대 유치 목소리가 높은 지역이다. 현재 국립목포대 의과대 설치 특별법(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수도권인 인천대도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는 지난달11일 공공의대 설립 촉구 인천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안성시도 국립의대 신설을 추진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안성시와 안성시·한경국립대와 의대 신설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또한 최 의원은 ‘한경국립대 의대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러한 대학-지자체의 열망이 받아들여질지 관심이다. 앞서 정부는 의대확대시 기존 의대가 개설된 대학으로 정원을 먼저 늘리기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복지부와 교육부가 대학별로 증원 수요와 수요 역량을 조사한 결과 2025학년 의전원 포함 전국 40개 의대는 최대 2847명을 더 늘리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의 수요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면 2025학년 의대 정원은 최대 5905명으로 늘어나 현재 3058명 보다 최대 2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다만 이날 발표된 규모는 의대들의 희망 사항일 뿐, 실제 확정된 증원 규모는 정부 발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만일 당장 2025대입부터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자연계열 입시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현 의대 정원이 2배가량 확대되는데다 SKY등 최상위권 자연계열 정원에 해당하는 인원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의대가 현재보다 4000명 증원시 국수탐 백분위 점수 300점 만점중 6.9점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3000명 증원 시에는 5.4점이, 2000명 증원 시 3.9점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서연고를 비롯해 성대와 서강대 라인에서도 의대 합격권으로 진입이 가능해져 상위권 학생들의 연쇄적 상향 이동이 불가피해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27년만 역대최대로 증가한 N수생 규모가 더 커져 내년 N수생 규모도 사상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봤다. 자연계열 뿐 아니라 인문계열도 의대열풍에 합류하는 등 대입전반에서 의대를 향한 열망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수 싸움도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봤다. 한 교육관계자는 “입시적 측면에서 의대 모집인원 확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계에서는 의대가 최고선호 모집단위다. 다른 학과와 중복합격했더라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다. 따라서 의대 문호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N수생은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 권역에 있는 대학 뿐 아니라 아니라 지역인재 전형으로도 의대를 갈 수 있다면 도전하는 수험생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