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확보 비상’.. 고교 학점제 속 내신 상대 평가 ‘유지’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상반기부터 미루고 미루던 교육부의 2028대입 개편안이 뒤늦게 베일을 벗었지만 사교육비를 비롯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안 간의 엇박자를 해소하진 못했다는 현장 반응이 대부분이다. 10일 발표된 시안에 따르면, 2028대입 제도는 큰 틀에서 정시 40%, 상대평가 등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 당초 2025 고교 학점제 도입의 취지에 따라 정시 수능전형과 수시 교과전형이 대입에서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두됐으나, 교육부는 대입 제도의 ‘공정과 안정’을 이유로 두 전형을 모두 유지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교 학점제에 걸맞은 방안으로 떠올랐던 수능의 자격 고사화, 논서술형 수능 등은 모두 이번 시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개편에서 교육부가 최대 쟁점이던 정시 40% 룰을 유지시키며 총선용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대신, 초점을 맞춘 것은 수능 응시 과목과 내신 평가 방식. 수능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의 선택 과목이 폐지된다. 계열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공통 과목’만 응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내신은 2025학년부터 5등급 체제로 평가 방식을 바꾼다. 기본적으로는 A~E등급의 절대 평가를 실시하면서 백분위에 따른 1~5등급의 상대 평가 등급을 함께 기재하는 방식이다. 절대 평가로 인한 성적 부풀리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존 9등급 체제보다는 부담이 완화된 5등급 체제를 도입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수능 선택 과목 폐지’와 ‘내신 5등급 체제’ 모두 대입에서 변별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는 만큼, N수생 확대, 의대 열풍, 사교육비 폭증 등 현재 대입을 둘러싼 현안은 결국 그대로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킬러 문항 이슈에 따라 수능이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N수생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상위권 이과생을 가려냈던 미적분 Ⅱ와 기하, 과탐 등의 선택 과목이 모두 폐지되면서 의대 쏠림 현상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추후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입 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입 제도를 구성하는 두 축인 수능과 고교 내신이 공정과 안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 학부모 고교 대학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며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로 예정됐던 교육부의 2028대입 개편이 뒤늦게 베일을 벗었지만 교육 현장과 대입 간의 엇박자를 해소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교육부 제공
상반기로 예정됐던 교육부의 2028대입 개편이 뒤늦게 베일을 벗었지만 교육 현장과 대입 간의 엇박자를 해소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8대입 개편.. ‘고교 학점제와 엇박자’ 여전>
교육부가 현 중2 학생이 치르는 2028대입 개편안을 10일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2025년 도입되는 고교 학점제에 맞춰 ‘수능’과 ‘고교 내신’을 개선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정시 40%와 교과전형 유지 등 대입 제도는 큰 변화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혀, 고교 학점제와의 ‘엇박자’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고교 학점제는 대입 전형의 정시와는 어긋나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정시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진로 및 적성을 위한 과목이 아닌 수능 과목을 위주로 선택하게 되면서 고교 학점제의 ‘다양한 과목 선택’이라는 취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대입 개편 없이 정시 비율을 40%로 강제한 상황에선 고교 학점제가 정상적으로 교육 현장에 안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종 중심의 수시가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도전해보게끔 하는 게 좋은 흐름일 것이다. 설령 도전해 본 과목에서 생각보다 낮은 성적을 받을지언정, 자신의 흥미나 도전 정신 등을 학생부와 자소서를 통해 잘 정리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교 학점제를 강행할 경우, 결국 수능과 연관된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하다는 말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6년 만에 원점’.. 2028수능 국수탐 ‘선택 과목 폐지’>
2028수능부터는 국어 수학 탐구 모두 선택 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치르게 된다. 2022학년부터 공통+선택 형식으로 바뀐 수능이 문이과 유불리 현상 등의 부작용 끝에 6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다. 국어와 수학은 모두 공통 과목 한 과목씩만 응시하게 되며, 더 나아가 사회 아홉 과목과 과학 여덟 과목 중 두 과목을 선택해 응시했던 탐구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일원화한다. 인문계 자연계 구분 없이 모두 사회와 과학에 모두 응시해야 한다. 

국어 과목은 ‘화법과언어’ ‘독서와작문’ ‘문학’으로 구성된다. 수학 과목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통계’로 구성되며, 미적분Ⅱ와 기하는 제외된다. 단 미적분Ⅱ와 기하는 절대 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과목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심화수학은 추가로 응시하는 과목으로 ‘제2외국어/한문’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에는 제2외/한을 포함해 아홉 개 과목 중 한 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었지만,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열 개 과목 중 한 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사회탐구는 통합사회, 과학탐구는 통합과학으로 개편된다. 교육 과정 중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학습하는 내용만을 출제해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평가하겠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개별 과목에 한정된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에서 사회 과학 전반을 다루고 논리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융합 평가로 개선, 변별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예시 문항은 연구를 거쳐 내년 하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모든 수험생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두 개 과목을 모두 응시해야 하지만, 대학이 각각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시험 시간과 점수는 분리된다. 

영어와 한국사는 기존처럼 절대 평가 방식을 유지한다. EBS 연계 역시 ‘50% 간접 연계’를 유지하며, 연계 체감도가 높은 출제로 공교육과 EBS 중심 수능 준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영역별 평가 방식과 성적 제공 방식 역시 대입 안정성을 위해 현행을 유지하겠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고교 학점제 속 ‘상대 평가’ 유지.. 내신 5등급 체제 도입>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고교 학점제 도입과 함께 발표한 고2~3 학생의 절대 평가 역시 내신이 대입에서 변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결국 유보됐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기본적으로 A~E등급의 절대 평가를 실시하면서 5등급의 상대평가 등급을 함께 기재하는 ‘상대 평가 병기(倂記)’ 방식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절대 평가+상대 평가 병기 방식은 고교 전 학년, 전 과목(예체능 제외)에 일괄 적용된다. 교육부는 “대입에 필수적인 변별력을 확보하며 대학에 다양한 성적 및 통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평가 자율성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5등급 체제는 1등급(10%), 2등급(24%, 누적 34%), 3등급(32%, 누적 66%), 4등급(24%, 누적 90%), 5등급(10%, 누적100%)으로 평가한다. 기존 9등급 체제의 1등급 비율이 4%, 2등급의 누적 비율이 11%인 것과 비교하면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변별력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고, 학생이 고교 3년간 배우게 되는 과목 수가 전체 50여 개임을 고려하면 대입 변별력은 충분하다. 대학은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 성적을 상호 보완적으로 자율 활용할 수 있으며, 향후 교사의 평가 역량 강화로 절대 평가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지면 절대 평가 성적만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토 필요’ 수능 자격고사, 논서술형 수능.. 논의에서 제외>
기존에 2028대입 개편안으로 거론됐던 정시 40% 폐지, 수능 자격 고사화, 논서술형 수능 도입 등은 모두 ‘대입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10일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Q&A’를 살펴보면 정시 비율은 대입 안정성을 위해 현재와 동일하고, 수능의 자격 고사 전환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논서술형 수능 도입에 관해서는 “고교 내신을 통해 학생이 논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출제하게 되면 사교육 증가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사의 평가 역량 강화를 통해 해외 주요국처럼 학교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보편적으로 잘 운영된다면 향후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미래형 수능 등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서술형 수능은 도입되지 않지만 내신에서의 논서술형 평가는 확대될 예정이다. 지식 암기 위주의 5지선다형 평가는 지양하고,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내신 논서술형 문항 출제와 관련해 기준이 미미하지만, 논서술형 문항만으로도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출처=교육부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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