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최대 유발 입학 전형부터 개편해야’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올해 역시 최대 사교육 유발 입학 전형을 통과한 2024영재학교 신입생의 70%가 교육 특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출신인데다 올해 영재학교에서 의대 진학 인원 71%가 수도권 출신으로 드러났다. 영재학교의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을 통과한 신입생 대부분이 교육 특구 중심의 수도권 출신이고, 이후에도 사교육 관성을 타고 졸업 후 의대로 진학한다는 통설이 그대로 입증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교육 최대 유발 입학 전형을 고수해 온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 개편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특히 이공계열 영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에 문제 풀이 중심 사교육에 맞춰진 학생들이 입학하는 것은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고, 매년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이 사회적 문제로도 번지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재학교와 정부도 수도권 쏠림 현상과 의대 진학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매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어 영재학교 입시 전면을 뜯어고치든, 의대 차원에서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을 막든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올해도 교육 특구를 주축으로 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영재학교 합격 예정자 820명 중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 출신은 564명으로 전체의 68.5%에 해당한다. 지난해 66.5%(전체 828명/수도권 557명)보다 수도권 쏠림이 2%p 더 심화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영재학교 입학 전형 개선 방안’이 적용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수도권 쏠림 현상은 2020학년 72.3%, 2021학년 72.8%, 2022학년 67.1%, 2023학년 66.5%, 2024학년 68.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의 71%는 수도권 출신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 대입에서 의약계열에 진학한 영재학교 출신은 총 83명이다. 이 중 서울 38명, 경기 19명, 인천 2명 등 수도권 출신이 59명이다. 2022학년에는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한 71명 가운데 57명이 수도권 출신으로, 80.3%에 육박하는 비정상적인 수치였다. 그중 64.9%에 해당하는 329명이 교육 특구 출신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치동 목동 등 서울의 대표 학원 학군이 위치한 ‘교육 특구 빅5’ 출신 학생이 서울 출신의 67%(199명)를 차지했다. 경기 역시 61.9%(130명)가 성남 고양 용인 수원 안양 출신이었다. 해당 지역은 각각 분당 일산 수지 광교 평촌 등 학원가가 밀집된 사교육 특구 지역이다.
영재교육진흥법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해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도모하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영재 교육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특정 지역의 학생에게만 편중된 현상은 그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가 영재학교를 의대 진학 루트로 활용하는 오용의 기회마저도 수도권 학생에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같은 내용의 ‘2024학년 영재학교 합격자의 출신 중학교’ 자료를 6일 밝혔다. 강 의원은 “영재학교가 거점별로 존재하는 것은 각 지역의 영재를 육성하기 위함인데, 현재 대한민국의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영재학교 설립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며 “영재학교 입학생이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고, 지역 영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영재학교 정상화를 위한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4영재학교 합격 예정자 68.5% 수도권 출신>
내년 영재학교에 입학하는 2024학년 합격 예정자 820명 중 수도권 중학교 출신은 563명으로 전체의 68.5%를 차지한다. 2020학년 72.3%, 2021학년 72.8%, 2022학년 67.1%에 이어 2023학년 66.5%, 2024학년 68.5%까지 최근 5년간 70% 내외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
수도권 쏠림 현상의 심각성은 경기과고와 서울과고 등 수도권 영재학교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영재학교조차 입학생의 과반수가 서울/경기 출신이라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세종영재는 서울/경기 출신이 49명(67.7%)으로 세종 출신 20명(22.7%)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지역 인재 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과고 대전과고의 경우 해당 지역 학생은 정원의 25%에 불과하지만, 수도권 출신은 각 40.4% 38%나 된다. 수도권에 위치한 경기과고와 서울과고는 각 93.5% 87.5%가 서울/경기 출신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전국 영재학교 8개교의 합격 예정자 출신지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276명(33.7%), 경기 233명(28.4%), 인천 54명(6.6%), 부산 48명(5.9%), 광주 45명(5.5%), 대전 43명(5.2%), 대구 25명(3%), 세종 경남 각 21명(2.6%), 충남 15명(1.8%), 전북 전남 각 7명(0.9%), 충북 경북 제주 각 6명(0.7%), 울산 5명(0.6%), 강원 2명(0.2%) 순이다.
지난해 대입에서 영재학교 출신의 의약계열 진학자는 총 83명이다. 8개교 졸업생 806명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 심각한 점은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2021학년 62명(7.5%), 2022학년 73명(10.5%), 2023학년 83명(12.2%)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재학교 8개교 중 지난해 대입에서 의약계열 진학자가 가장 많은 영재학교는 서울과고다. 총 29명이 의약계열로 진학했다. 2023년 2월 졸업생 122명의 23.8%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5명 중 1명 이상이 의약계열로 진학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대전과고 16명(18.4%), 대구과고 15명(16.1%) 순으로 많다. 특히 대전과고와 대구과고는 최근 3년간 의약계열 진학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과고는 2021학년 6명(6.3%)에서 2023학년 16명(18.4%)까지 의약계열 진학률이 3년간 3배 가까이 확대됐고, 대구과고 역시 동기 7명(7.5%)에서 15명(16.1%)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서울과고는 2021학년 30명(24.4%)에서 2022학년 24명(19.4%)으로 잠시 축소됐다가 지난해 29명(23.8%)으로 다시 확대됐다. 수도권 영재학교인 경기과고 역시 13명(10.4%)으로 두 자릿수의 의약 진학자를 배출했다.
<‘영재학교 입학 전형 개선 방안’ 3년 차.. 실효성 ‘의문’>
영재학교의 2024입시는 교육부가 2022입시부터 적용한 ‘영재학교 입학 전형 개선 방안’의 3년 차 지표를 나타낸다. 정책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영재학교 입학 전형 개선 방안은 과도한 입학 경쟁 문제를 해소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대책으로, 중복 지원 금지와 입학 전형에서 상위 교육 과정 출제 금지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특히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2단계 전형 통과자 중 학교 소재지, 영재학교 미소재 지역 등 학교가 정한 지역의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는 방향도 공개했다. 정원외 10% 내외로 지역 인재 선발이 권장됐으며, 학교별 지역인재전형 운영 규모와 전형 방법 등은 학교와 시도 교육청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영재학교 출신의 이번 분석 결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고 밝혀지면서 개선 방안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교육부가 추가로 올해 3월 공개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영재 교육의 방향과 과제가 담긴 ‘제5차 영재 교육 진흥 종합 계획’에서도 현재 사교육 유발, 의대 쏠림 등 영재 교육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한 의약계열에 진학할 시 학생부 평가에 불이익을 준다는 기존 접근 방식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현재 ‘의대 열풍’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영재학교 체제에 대한 개편 없이 학교 신설 등 지원만 늘릴 경우 아예 영재학교는 의대 진출의 통로로 굳어지면서 ‘의대 열풍’의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교육부의 의대 쏠림 대책은 한 마디로 수시 대책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시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영재학교 의대 쏠림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수학 중심의 통합형 수능과 정시 40% 유지 방침의 근본적 개편 없이는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지금의 영재학교 의대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영재학교 의대 쏠림의 근본 원인이 정시 확대와 통합 수능에서 시작됐다는 전제를 무시한 상황이다 보니 기존 대책에 몇 가지 덧붙인 미봉책을 꺼낸 데 불과한 수준이다”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영재학교의 정시를 통한 의대 열풍을 막을 대책이 없다는 점을 교육부가 스스로 자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요자들에게 정시를 통한다면 영재학교에서 의대로 진학해도 사실상 불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게다가 의대 진학이 많은 영재학교에 불이익을 준다는 발상도 황당하다. 의대 열풍의 근본 원인인 정시 확대와 통합 수능을 만든 교육부는 뒤로 빠지고 영재학교에만 의대 진학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골자는 SW/AI 영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8개 영재학교에 더해 2개가 더 신설되고, 영재학급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교육계는 영재학교가 더 늘어나게 되면 고입 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미 광주에 영재학교인 광주과고가 있고, 충북에도 이미 과고인 충북과고가 있는데 영재학교를 한 곳씩 더 만들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정치적 나눠 먹기’라는 비판도 있다.
영재학교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성과 평과제도 2025년 도입된다. 과고의 경우 현재 5년 주기로 재지정 평가를 받고 있으나, 영재학교의 경우 별도 평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영재학교 학교 운영 성과 평가 제도는 영재학교 의대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재학교/과고 입학 전형 개선 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평가 지표에는 이공계열 진학 비율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의약계열 진학 비율이 높은 학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5년 주기로 시행하며, 평가단 구성 후 서면과 방문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2025년쯤 개시하고 5년 주기로 한다면 재지정 평가는 빨라야 2030년부터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공계열 인재 육성 추진의 당위성은 시급한데 실효성 없는 대책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수시 대책마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영재학교 학생들은 일반고와 달리 재학 중 수상 실적과 연구 활동 등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데, 이런 영재학교만의 특성이 담긴 학생부 제출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부만 봐도 영재학교 학생이라는 점은 금방 티가 나고, 학생부의 질적 차이로 인해 대입에서 미치는 불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성학원 김원중 입시전략실장은 ”자사고만 해도 일반고와 많이 다르므로 블라인드 처리해도 알 수 있던 것처럼, 일반고와 동일한 학생부를 제출한다 해도 영재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은 티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영재학교 학생부는 고급 교과목이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고급 프로그램 등이 기재된 ‘특급 학생부’를 가졌기 때문에 대입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를 걸러내는 것은 대학 재량에 따른 것이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강제할 제재 수단은 없어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다.
<영재학교 의대 진학 확대.. 멀어지는 ‘이공계열 인재 양성’>
입학 후에도 이어지는 영재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관성과 학종 블라인드와 통합 수능 등 달라진 교육 정책이 의대 진학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 수능 체제 등 대입 판도가 이공계열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자연계 최상위권으로 구분되는 영재학교가 최대 선발 효과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영재학교 8개교는 모집 요강을 통해 의약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명시했다. 영재학교 입학 전형 응시를 희망하는 지원자 및 보호자는 입학 원서에 명시된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원서 접수가 가능하다. 이공계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 특성상 의약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겐 불이익을 부여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공개된 제재 방안으로는 진로 및 진학지도 미 실시,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정규 수업 시간 외 기숙사 및 독서실 이용 제한 등이다. 한국영재는 의약계열에 지원할 시 징계와 졸업 유예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영재학교에서 운영되는 연구 활동 등의 교육 과정이 표기되지 않는 학생부Ⅱ를 제공한다. 교과 학습 발달 상황에서도 학점으로 표기되지 않고, 석차 등급 등으로 표기된다.
하지만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장학금을 돌려주더라도 의약계열에 진학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울과고 경기과고 한국영재는 의약계열에 지원하기만 해도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도록 조치를 강화했지만 지원을 막는 효과가 미미하다. 올해도 서울과고가 의약계열에 진학한 47명에게 3억2000만원, 경기과고가 24명에게 9906만원, 대전과고가 7명에게 450만원, 한국영재가 1명에게 112만원을 환수했지만, 단순히 교육비와 장학금 환수 등 고교 차원의 제재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