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역자사고 중 11번째 전환 ‘사통20% 충원 걸림돌’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인 이대부고가 일반고로 전환을 추진한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이대부고는 5월30일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환 시점은 내년인 2025년 3월로, 올해 말에 치르는 고입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이미 자사고로 이대부고에 입학해 1~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일반고로 전환된 이후에도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계속 받게 된다.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 이유로는 신입생 모집난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가운데 이대부고를 포함해 16개에 이르는 서울 광역자사고 체제가 이제는 수요를 넘어선 과잉공급 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자사고에 20%로 강제한 사회통합전형 모집인원에 지원자가 매년 턱없이 모자랐던 것도 학생 충원에 큰 걸림돌로 꼽혔다. 이대부고의 경우 최근 5년간 신입생 모집 경쟁률이 2020학년 1.11대1, 2021학년 0.86대1, 2022학년 1.17대1, 2023학년 1.14대1, 2024학년 0.79대1이다. 사회통합 모집의 지원자가 매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은 물론, 지난해엔 일반전형조차 모집인원을 다 채우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서울 광역자사고 중 자발적 일반고 전환 사례는 이대부고가 열한 번째다. 앞서 2012년 동양고를 시작으로 용문고(2013) 미림여고(2016) 우신고(2016) 대성고(2019) 경문고(2020) 동성고(2022) 숭문고(2022) 한가람고(2022) 장훈고(2023)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이들 역시 학령인구의 급감과 고교 전면 무상교육에서의 배제, 사회통합 선발 강제 등의 이유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며 학교의 존립을 위해 일반고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계속되는 이상 충원율을 끌어올릴 방도가 달리 없다. 일반고로 전환을 추진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육부가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에 최종 동의하게 되면 2025 서울 광역자사고는 15개 체제로 축소된다. 남아있는 서울 광역자사고는 경희고(동대문) 대광고(동대문) 배재고(강동) 보인고(송파) 선덕고(도봉) 세화고(서초) 세화여고(서초) 신일고(강북) 양정고(양천) 이화여고(중구) 중동고(강남) 중앙고(종로) 한대부고(성동) 현대고(강남) 휘문고(강남)다.

<이대부고 일반고 전환 추진 ‘서울 11번째’>
이대부고가 자사고 유형을 반납하고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서울교육청은 8일 “이대부고가 5월30일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대부고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일반고 전환을 통해 교육 환경 개선, 고교학점제 운영 환경 구축, 안정적인 학교 운영 등 학교교육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고자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는 서울에서만 열한 번째다.
이대부고가 일반고로 전환하게 되면 ‘일반고전환지원금 지원금’ 명목으로 2년간 총 25억원(교육부 15억, 교육청 10억)을 지원받게 된다. 고교무상교육 시행에 따른 기존 재학생의 등록금 감면, 전환기의 안정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교직원 인건비, 학교교육과정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서울교육청은 학교/학부모/교육청이 참여하는 일반고 전환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전환기 복합교육과정의 내실있는 운영을 돕는 등 이대부고의 안정적인 일반고 전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 선택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모집난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광역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2020학년 1대1(모집 7573명/지원 7586명), 2021학년 0.93대1(7400명/6873명), 2022학년 1.1대1(6625명/7255명), 2023학년 1.22대1(6318명/7738명), 2024학년 1.14대1(6313명/7206명)의 추이로 매년 1대1을 가까스로 넘겼다. 최고경쟁률을 기록하는 고교 조차도 2대1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학령인구감소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고입자원이 되는 중학생 수를 살펴보면 입학인원 기준 지난해엔 6만7356명이었던 반면 올해는 1326명(2%) 감소해 6만6030명에 그쳤다. 학교 수는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학급 수는 56개가 줄었다. 올해 입학한 중1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7학년에는 서울 고교 신입생이 6만6243명으로 2024학년 6만9652명보다 3000명 이상 줄어들 예정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학령인구 감소 현상이 계속되는 이상 충원율이 하락하는 것은 달리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매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사회통합 미달 문제 역시 일반고 전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모든 자사고는 모집인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을 사회통합으로 선발해야 하지만, 이대부고는 물론 서울 광역자사고 가운데 사회통합 모집인원을 모두 채운 곳은 최근 8년간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소득 기준 등 세부 자격을 충족해야 하는 사회통합 지원자가 16개 서울 자사고 모집인원의 20%에 비해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사회통합 경쟁률은 2017학년 0.33대1(1709명/566명), 2018학년 0.25대1(1702명/427명), 2019학년 0.28대1(1611명/449명), 2020학년 0.28대1(1555명/439명), 2021학년 0.29대1(1520명/436명), 2022학년 0.31대1(1359명/427명), 2023학년 0.36대1(1296명/473명)에 이어 2024학년 0.38대1(1296명/495명)까지 0.2~0.3대1 수준에 불과했다. 매년, 그것도 모든 학교가 선발 비율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사회통합을 중심으로 한 결원의 증가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일반고 전환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달리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돼 학생들의 학비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고교별 학비 현황을 살펴봐도 자사고의 경우 창의적체험활동 방과후활동 국제교육 독서교육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원 보수에 대한 비용도 만만찮다. 사회통합 미충원으로 인한 입학금과 수업료 결손액을 교육청 차원에서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수익자부담금의 100% 충당은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올해부턴 미달된 인원의 50%를 일반으로 전환해 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달이 워낙 심각한 터라 100% 학생 충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 재정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 서울 광역자사고 15개 체제 ‘축소’.. 이대부고는 교육감 선발>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 2025 서울 광역자사고는 15개 체제로 줄어든다. 지난해와 동일하다면 15개교의 모집인원은 총 6052명이다. 휘문고가 490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하고, 이어 배재고 455명, 보인고 중동고 각 432명, 선덕고 세화고 세화여고 양정고 이화여고 현대고 각 420명, 신일고 한대부고 각 385명, 중앙고 350명, 대광고 315명, 경희고 288명 등이다. 올해 정확한 모집인원은 9월 초까지 공개되는 모집요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대부고는 일반고로 전환되면 당장 올해 말 치르는 2025고입부터 교육감 선발 방식을 따르게 된다. 자사고 시절에는 학교장이 추첨하는 방식으로 선발했으나, 일반고에서는 교육감이 산출한 중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배정대상자를 선발한 후 고교선택제에 따라 학생이 지원한 내용, 학교별 배치여건,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해 전산/추첨해 배정받는다. 일반고로 입학한 이대부고 신입생은 정부의 무상교육 혜택 대상이 되면서 수업료와 입학금이 전액 면제된다.
이대부고는 서대문구에 있는 남녀공학 자사고로 2009년 광역자사고로 지정돼 2010학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해왔다. 가장 최근인 2024대입에서는 수시 3명, 정시 4명 등 총 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