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부일 이어 3번째 외고탈출'.."전국단위 선발 검토 중"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경기권 대표 외고인 경기외고가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을 추진한다. 인문계열에 편중된 교육과정만으로는 학교가 추구하는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 현재는 특목고 지정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로 확정된 건 아니다. 특목고 지정 취소 이후 자사고 지정을 새로 신청하면 교육청과 교육부의 승인을 거쳐 전환이 최종 확정된다. 전환 시기는 2026학년으로 현 중2가 입학하는 시점을 목표로 한다.
외고가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한 사례는 현재 외대부고가 유일하다. 2005년 용인외고로 출발했던 외대부고는 2011년 전국선발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5개 외국어과를 국제과정 인문사회과정 자연과학과정 등 3개 계열로 개편했다. 자사고 전환 이후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4대입에서 수능만점자 4명, 서울대 96명 합격, 하버드대 3명 합격 등 괄목할만 한 성과를 내면서 전국 정상의 고교에 등극했다. 이어 부일외고도 올해부터 자사고로 전환하긴 했지만 광역단위 유형으로 외대부고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최근 외고의 탈출 러시가 계속되는 추세다. 문이과 통합수능, 자연계 전공 확대 등 현 대입제도가 문과에 치중된 외고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학교 유형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강원외고가 농어촌 자율학교로, 부일외고가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을 신청, 올해부터 적용됐다. 두 학교 모두 외고 유형으론 다양한 지역인재를 흡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고교 유형을 바꿔 인문계와 자연계 학급을 동시에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올해 의대증원이 확정되면서 우수 인재의 자연계 쏠림이 더욱 심화된 만큼 외고의 자사고 전환 사례는 추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외고가 자사고로 전환하게 되면 경기권 외고는 기존 8개교에서 7개교(고양외고 과천외고 김포외고 동두천외고 성남외고 수원외고 안양외고)로 줄어들게 된다. 자사고로 전환하면 고입 방식도 달라진다. 외고는 영어 내신만 반영하지만, 자사고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모두 반영한다. 단 2025학년까지는 경기외고가 외고 유형을 유지하는 만큼 올해 말 고입을 치르는 현 중3은 기존 외고의 방식을 따르게 된다.

<경기외고 ‘전국자사고’ 전환 추진.. 이르면 2026학년부터>
경기외고가 자사고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어 계열을 넘어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자유롭게 개설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사고는 크게 도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광역단위 선발 유형과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전국단위 선발 유형으로 나뉘는데, 경기외고가 추진하고 있는 유형은 전국단위다. IB 초중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 경북 등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자사고로 전환하게 되면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과학 등의 이과 계열 과목의 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과목 선택권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운영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앞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는 80% 이상, 교직원은 9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외고 탈출 러시’ 확산될까>
강원외고와 부일외고에 이어 경기외고까지 외고가 잇따라 고교 유형을 전환하는 배경으로는 대입에서의 문이과 유불리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가 극단적으로 유리한 통합수능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인문계에 교육과정이 치중된 외고는 현 입시제도 상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요에 따라 어문계열이나 인문계열 등의 모집인원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반면 반도체 AI 등 첨단학과의 모집인원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외고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고는 전공 언어와 관련된 전문교과를 학기당 최소 72시간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자연계열 진학대비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반면 자사고로 전환하게 되면 외국어 시수를 줄이고 수학 과학의 시수를 늘릴 수 있어 인문 자연 의학계열 등 다양한 분야의 진학 대비가 용이해진다. 부일외고는 지난해 자사고로 전환을 발표하면서 “2024학년 자사고 전환 이후 2025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진로/적성에 따른 계열 및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한다”며 “2024학년부터 자사고로 전환되면 문과 편향 외고와, 이과 편향 자사고의 장점을 결합해 인문/외국어, 이공/자연 트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대규모 의대증원이 확정되면서 우수인재의 자연계 쏠림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강원 부일 경기외고와 같이 전국자사고, 광역자사고, 자율학교 등 학교 유형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가 더 이어질 수 있다. 한 외고 관계자는 “현재 대입이 자연계열, 의대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니 이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문과를 넘어선 상황이다. 인문계에 국한된 교육과정만으론 인재확보가 어렵다. 다른 학교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 대표주자’ 경기외고는..>
국내 공교육이 IB 과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경기외고는 IB 원조 격으로 매번 주목받고 있다. 2011년 국내 공교육 최초로 도입, 이미 10년 넘게 IB 국제 표준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경기외고는 국내와 해외 대학을 불문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IB 롤 모델'로 꼽히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에 상응하는 우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경기외고는 특히 해외 대학 진학 실적이 단연 압도적이다. 매년 전국 정규 고교를 통틀어 해외 대학에 진학한 인원이 많은 톱5 고교에 꼽힌다. 질적인 측면으로 봐도 뛰어나다. 지난 수년간 옥스퍼드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코넬대, 존스홉킨스대, 펜실베니아대, UCLA 등 QS세계랭킹 50위권의 해외 명문대에 대부분 입학해 왔다.
물론 국내 대학 진학 실적도 빼놓을 순 없다. 가장 최근인 2024대입에서는 수시11명 정시2명 등 13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2023대입에서는 서울대 등록자를 수시 7명, 정시 2명으로 총 9명이 나왔으며, 2022학년에는 17명(수시13명+정시4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등록자 수는 합격자 중에서 실제 대학에 등록을 마친 인원만을 뜻한다.
뛰어난 교육성과를 낸 배경에는 든든한 재정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교사 순환 체제인 공립이 아닌, 경쟁력을 계속 이어가며 발전시킬 수 있는 사립인 상황에서 교육전문 기업인 대교그룹이 경기외고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봉암학원에 교육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의 교육목표와 의지로 대학 수준의 환경과 시설을 조성하는 데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경력을 갖춘 교사진, 다양한 국적의 원어민 교사와 1대1 맞춤형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