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불합리함 여전.. “미충원 인원 전원 이월 가능해야”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올해 말 치르는 2025고입에서 광역단위로 선발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전형 선발인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2025고입부터 사회통합(이하 사통) 모집인원 중 일부를 일반으로 이월해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고입을 기준으로 사통에서 일반으로 이월될 수 있는 선발인원을 가늠해보면 서울 광역자사고는 약 400명, 외고는 150명에 이른다. 이외 비서울 광역자사고는 27명, 국제고는 2명이다. 

단 사통 지원자가 늘어나면 일반으로의 이월인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특목자사고는 사통 모집인원에서 지원자를 뺀 인원의 50%만 일반으로 충원할 수 있다. 일례로 사통 모집인원 40명 중 지원자가 20명에 그쳤다면, 나머지 20명의 절반인 10명만 일반으로 이월해 선발할 수 있는 식이다. 2024고입 6개 서울 광역자사고의 사통 모집인원은 1296명, 지원자는 495명으로 미충원 인원이 총 801명이었다. 2025고입에도 비슷한 규모로 미충원 인원이 발생한다면 절반인 400명이 일반으로 이월 가능한 셈이다. 

그간 고질적인 사통 미달 문제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던 광역자사고와 사립 외고 등은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정적 부담을 한 층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와 사립 특목고는 일반고와 달리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학생들의 학비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 정원에 결원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재정적 손실을 그대로 학교가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광역자사고의 경우 정원의 20%로 규정한 사통 모집인원을 16개교가 모두 흡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보니 유독 미달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만 올해부터는 사통 결원 중 일부를 일반으로 이월할 수 있는데다 교육청 또한 사통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만큼 재정 결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보단 줄어들긴 했으나 그럼에도 사통의 불합리함은 여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통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20%의 의무선발 비율 자체가 현실적으로 채울 수 없는 규모라는 점에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광역자사고 16개 전 고교는 8년 연속 사통에서 미달을 겪고 있다. 평균 경쟁률이 0.5대1을 넘긴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가능한 최대치만큼 일반으로 이월한다고 하더라도 미달이 여전한 상황이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안 뽑는 게 아니라 못 뽑는 상황이다. 학교 측에서도 사통 대상자를 최대한 선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우지 못한 인원은 전원 일반으로 이월할 수 있도록 제한을 더욱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말 치르는 2025고입에서 광역단위로 선발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전형 선발인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올해 말 치르는 2025고입에서 광역단위로 선발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전형 선발인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5부터 사통 미충원 인원 일반 이월.. 경쟁률 비슷 예상>
16일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서 2025학년부터 특목자사고의 사통 모집인원 중 일부가 일반으로 이월될 수 있다. 사통 20% 선발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모집인원에서 지원자를 뺀 인원의 50%를 일반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실시한 2024고입을 기준으로 사통에서 일반으로 이월될 수 있는 인원을 가늠해보면, 서울 광역자사고에서만 대략 400명에 달한다. 휘문고가 40명(미충원인원 80명)으로 가장 많고, 보인고 36명(71명), 세화고 35명(70명), 중동고 35명(69명), 현대고 34명(68명), 이대부고 33명(65명), 양정고 33명(65명), 세화여고 30명(60명), 한대부고 25명(49명), 중앙고 24명(48명), 대광고 20명(40명), 신일고 17명(34명), 경희고 14명(28명), 배재고 14명(27명), 선덕고 12명(24명), 이화여고 2명(3명) 순이다. 최근 8년간 16개 광역자사고는 모두 사통에서 미달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5학년 역시 모든 대부분의 고교에서 일반으로의 이월인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외고의 경우 150명가량의 이월인원 발생이 예상된다. 2024학년 사통에서 미달이 발생한 곳은 17개교로 771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인원은 475명에 불과, 296명의 미충원인원이 발생했다. 2024학년 기준 이월 가능한 인원으로는 과천외고가 19명(미충원인원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양외고 17명(34명), 서울외고 15명(30명), 안양외고 15명(29명), 경기외고 14명(27명), 김포외고 12명(24명), 명덕외고 11명(22명), 한영외고 10명(20명), 울산외고 8명(15명), 이화외고 7명(14명), 대원외고 4명(8명), 대구외고 4명(8명), 대일외고 4명(7명), 인천외고 4명(7명), 동두천외고 4명(7명), 부산외고 2명(3명), 전남외고 2명(3명), 청주외고 1명(1명) 순이다. 

비서울 광역자사고에서는 30명가량의 이월인원이 발생할 수 있다. 2024학년 사통에서 미달이 발생한 곳은 4개교로 216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인원은 단 163명, 53명이 충원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월이 가능한 인원을 가늠해보면 해운대고 12명(24명), 부일외고 7명(13명), 계성고 5명(9명), 안산동산고 4명(7명) 순으로 많다. 

2028대입개편과 맞물려 특목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광역단위 선발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 모집인원이 늘어나면서 경쟁률 자체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종로학원은 “특목자사고의 선호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학령인구 감소 등의 종합적인 원인으로 현재보다 과열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2025전국자사고 사통 모집인원 확대.. 364명→515명>
광역자사고와는 달리 전국자사고는 오히려 사통 모집인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옛 자립형사립고로 사통 선발의무가 없던 민사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는 2025부터 광역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정원의 20%를 사통으로 의무선발해야 한다. 2024전국자사고의 10개교의 사통 모집인원은 364명이었지만, 2025고입부터 20% 선발 대상 고교가 늘면서 사통 모집인원은 515명으로 151명이 늘어날 예정이다. 북일고 김천고 등의 사통 미충원 인원이 일반으로 이월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를 뛰어넘는 규모가 사통 모집인원으로 배정되는 셈이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상산고는 기존 20명에서 67명(▲47명)으로, 포항제철고는 30명에서 60명(▲30명)으로, 광양제철고는 22명에서 45명(▲23명)으로, 현대청운고는 16명에서 36명(▲20명)으로, 민사고는 1명에서 32명(▲31명)으로 증가한다. 북일고 72명, 외대부고 70명, 김천고 48명, 인천하늘고 45명, 하나고 40명은 이미 20% 의무선발을 적용받고 있던 규모로 올해 역시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2024고입을 통해 일반으로 이월이 가능한 인원을 가늠해보면 북일고 8명(미충원 15명), 김천고 5명(10명) 수준이다. 

<사통 의무선발 20%.. ‘미달 불가피한 구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특수목적고 지정/운영에 관한 훈령에 따라 정원의 20%를 사통으로 의무선발해야 한다. 16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면서 이 중 미충원인원의 절반을 일반으로 이월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긴 했으나, 20%의 의무선발 비율 자체는 변동이 없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통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원 학생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심각한 미달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서울 광역자사고의 경우에는 8년 연속 16개교가 모두 사통에서 미달이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2024학년 사통 경쟁률은 0.38대1(1296명/495명)로 0.36대1(1296명/473명)을 기록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달을 기록했다. 2017학년 0.33대1(1709명/566명), 2018학년 0.25대1(1702명/427명), 2019학년 0.28대1(1611명/449명), 2020학년 0.28대1(1555명/439명), 2021학년 0.29대1(1520명/436명), 2022학년 0.31대1(1359명/427명), 2023학년 0.36대1(1296명/473명)에 이어 올해 역시 전 학교가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매년, 그것도 대다수의 학교가 선발 비율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은 학교의 노력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크다. 서울의 한 자사고 관계자는 “장학금 지원, 비대면 개별상담, 멘토링 등 방법을 총동원해 사통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역부족”이라고 한탄했다. 또다른 자사고 관계자는 “사통의 20% 비율이 터무니없이 높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와 일반 학생 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현실적으로 충원이 가능한 비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고교 현장에서는 20% 선발 강제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미충원된 인원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다른 전형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으나, 불가능한 영역에 대해서는 학교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절반 수준인 10%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미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재정 결함으로 인한 학교 운영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사통으로 선발된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현재 기숙사비나 학비 등 수익자 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나 온전히 충당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6일 열린 브리핑에서 “사통 입학생들의 입학금이나 수업료는 전체적으로 지원이 된다. 수익자부담금에 대해서는 평균액을 실비 그대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목자사고의 경우 기숙사 체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수익자부담금이 평균을 크게 웃도는 바, 결국 현재로서는 정부의 지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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