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40% 자소서폐지 학생부축소 공정성강화방안에 내신강화하면 자퇴 급증’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2028대입개편안에 따라 내신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교육현장에서는 공교육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정시40%의 위력으로 저학년 때 내신이 밀린다면 곧바로 자퇴 후 사교육을 통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은데, 내신 영향력까지 커지면서 검정고시생이 폭증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더 큰 문제는 2028대입개편에서 정시40%를 유지한 채 내신강화 방향이 잡혔다는 점이다. 수시이월까지 합하면 정시 문호가 절반 가까이 열린 상황 속 내신을 버리더라도 언제든지 정시를 준비하면 되는 상황 역시 유지됐기 때문이다. 

대입개편안 확정 후 대입지형은 내신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학생부 정성평가 강화와 정시 내신 반영 등이다. 내신 영향력이 강화한 만큼 내신 성적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셈이다. 여기에 대입개편안 속 고교 내신 평가체계가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제로 개편된 점 역시 문제를 키운다. 1등급 비율이 10%나 되는 상황 속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의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진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결국 빠른 자퇴 후 대체서류로 상대내신을 평가받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이미 정시40% 이후 검정고시는 내신관리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이 아니라 장기적 대입전략의 한 가닥으로 자리잡았다. 고1 자퇴는 최근 3년새 60.5% 증가했으며 자퇴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강남구(3.39%) 서초구(3.07%) 송파구(2.71%) 순이다. 사교육이 활발한 대표적인 교육특구다. 사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시를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검정고시는 최소 2년을 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시비율이 절반에 육박한 현재 상황이라면 충분히 대입전략의 하나로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내신경쟁이 치열한 교육특구의 경우 저학년에서 내신이 밀린다면 곧바로 사교육을 통해 정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를 유지하는 점 역시 고질적 문제를 이어가는 정책이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는 2019년 문 전 정부가 못박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정시40%와 함께 도입됐다. 기존에는 내신에서 삐끗해도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자소서 수상기록 등 비교과 영역들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비교과 축소로 불이익 만회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결국 이번에도 공교육을 강화해야 할 교육당국이 공교육 붕괴의 빌미를 던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시40%를 유지하고 검정고시 확대와 공교육 붕괴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한 고교 교사는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이 나서 검정고시를 부추기는 정책을 밀어붙인 셈이다. 교우관계,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길러줄 수 있는 학교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이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는 “검정고시는 상대내신이나 활동내역으로 학생부 서류를 대체할 수 있다. 이러니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더라도 이를 들고 와서 덤비는 걸 막지 못한다”며 “정시40%를 유지한 상황 속 내신 영향력까지 키우면 당연히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은 튀어나간다. 공교육을 포기하고 100% 사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결국 정시40%를 그대로 둔 게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어떤 카드도 공교육 위축을 막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2028대입개편에서 정시40%가 유지된 상황 속 내신 영향력까지 커지면서 자퇴 후 검정고시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신1등급을 받지 못하면 빠른 자퇴 후 수능위주 정시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8대입개편에서 정시40%가 유지된 상황 속 내신 영향력까지 커지면서 자퇴 후 검정고시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신1등급을 받지 못하면 빠른 자퇴 후 수능위주 정시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커진 내신 영향력과 예고된 검정고시 폭증.. 핵심원인 ‘공정성 강화방안’>
2028대입개편안이 확정된 가운데 대입지형은 내신 영향력 강화로 기울고 있다. 대입의 주체 대학 역시 내신 강화 카드를 고민하는 상황에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내신 강화의 신호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학이 고민하고 있는 카드는 학생부 정성평가 강화와 정시 내신 반영 등이다. 하지만 내신 강화는 그만큼 내신성적의 중요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로 서류평가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내신 성적의 중요성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2028대입개편에서 문 정부가 대못처럼 박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유지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시40%’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 모두 공교육 파행을 가져온 대표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가들은 검정고시 증가의 이유로 정시확대와 비교과 축소를 꼽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종에서 자소서 수상기록 등 비교과 영역들이 계속 축소되어 내신 불이익을 만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시확대가 반영되며 검정고시가 폭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확대된 정시는 물론이고 수시마저 교과전형이 확대된 상태에서 학종까지 정량화하면서 내신을 조기에 포기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공정성 강화방안이 공교육에 직격탄을 때린 셈이다. 특히 자소서 수상기록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대폭 축소되면서 내신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삐끗한 내신성적을 만회하기 더욱 힘들어진 대입구조상 고교생들의 ‘자퇴 러시’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시확대는 검정고시를 장기적 대입전략의 하나로 밀어올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수시이월까지 합하면 절반 가까이 늘어난 문호에 수요자 입장에선 사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시를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7년 검정고시 지원제한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 이후, 자퇴-검정고시를 대입 대안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학생들의 학업중단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입전략으로 자리한 검정고시 ‘교육특구 중심’.. 올해 검정고시 ‘역대 최대’>
검정고시는 더 이상 내신관리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이 아니라 장기적 대입전략의 한 가닥으로 부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0대 검정고시 응시자(13~19세)는 총 3만4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만5329명보다 18.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 3년간 검정고시 응시자 중 10대의 비중은 2021년 2만4498명(67.8%), 2022년 2만5329명(71.5%), 2023년 3만45명(74.8%)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만 놓고 보면 올해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6253명 중 4664명(74.6%)이 10대 응시자였다. 지난해 70.4%보다 늘었다.

특히 전략적 자퇴는 사교육이 활발한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많이 행해지고 있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사교육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일반고 1학년의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았던 톱3 지역은 강남구(3.39%) 서초구(3.07%) 송파구(2.71%) 순이다. 특히 지난해 강남구 1학년의 학업중단율은 4.13%로 최근 3년간 서울 전체에서 유일하게 4%를 넘기며 최고를 기록했다. 한 학부모는 “1학년1학기만 끝나봐도 수시를 통한 최상위권 진학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초반에 밀린 내신성적은 아무리 나머지 학기 동안 좋은 성적을 받아도 극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수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자퇴 후 재수학원에서 2년 동안 정시 준비에만 매달리는 편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 결과 수능에서의 검정고시 규모와 대학 신입생 중 검정고시생 출신 역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 검정고시생은 전년 대비 2712명 증가한 1만82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응시자 중 비율 역시 3.1%에서 3.6%로 늘어났다. 정시비중이 40%가까이 증가하면서 최상위권 사이에서는 내신 시험을 한번 망치면 자퇴를 하고 정시에 올인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검정고시 출신 대학 신입생 규모 역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올해 4년제대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7690명으로 2018학년 4553명 대비 68.9% 증가했다. 최상위 대학으로 꼽히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2018학년 80명(0.7%)에서부터 2023학년 155명(1.3%)까지 6년새 두 배가량 늘었다.

<‘공교육 포기’ 부추기는 대입개편.. 고교/대학/입시업체 한목소리>
문제는 검정고시 확대가 곧 공교육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초기 내신 경쟁에서 밀린 고1 학생들이 대입을 위한 전략으로 검정고시를 택하면서 고교를 자퇴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를 통해 분석한 전국 일반고 1학년의 학업중단자는 2020학년 5015명, 2021학년 6330명, 2022학년 8050명으로 3년새 60.5%가 늘었다.

특히 올해 개편안에서는 내신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석차 5등급)을 병행한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이상 높아진 내신 영향력 속 내신 경쟁 역시 학생을 자퇴로 내몰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열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은 “이미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1학년 때 지필고사 하나 망치면 바로 자퇴를 해버린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정시를 준비하겠다며 수업을 듣지 않는다. 그런데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학 역시 이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한 서울권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교 교육을 살리고 싶은 입장에서는 검정고시생의 증가가 달갑지 않을 것이고, 의대를 어떻게든 보내고 싶은 힘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검정고시생이 된 내 자녀가 불리한 평가를 받지 않게 여론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애초에 학종 취지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을 뽑아주는 전형인데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에게 지원자격을 주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은 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 속 검정고시를 택하는 경우가 아닌, 단지 대입을 위한 지원전략으로 팽배한 것 같아 우려된다. 상담하면서 느낀 바로는 공교육 체제와 잘 맞지 않아서 비인가 대안학교 등으로 전학간 학생들이 지원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전했다.

사교육 업체 역시 이미 검정고시 폭증에 대비하고 있다. 한 대치동 입시학원 관계자는 “검정고시 증가는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이어지던 상황이다. 최근에는 서울대 정시 교과평가에서 검정고시생들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며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늘어날 정시 교과평가에 대비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 교육특구의 사교육 업체에서는 ‘전략적 고교 자퇴’ 후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한 유명 중등 사교육 업체의 설명회에서는 고교 자퇴 후 내신성적을 신경쓰지 않고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하는 것이 대치동 트렌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형학원 관계자는 “사실 고교 자퇴가 절대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학원에 검정고시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빠른 자퇴 후 정시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늘어난 까닭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자퇴 붐이 일어나면 공교육 붕괴는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검정고시생에 대한 전형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결과를 빚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입시지형의 왜곡을 가져온 공교육 기여방안을 유지함으로써 스스로 공교육 붕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40%로 문호가 대폭 열려 있는데 여기에 내신 영향력까지 증가하니 내신 삐끗하면 1학년부터 나가버리는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정시 내신을 반영한다고 해도 상대내신 적용이 가능해 무리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100% 사교육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끔 만든 것이다”라며 “애초에 이번 대입개편에서 정시40%를 그대로 둔 게 문제이다.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고, 정성평가를 강화한다고 해도 정시 문호가 열린 이상 어떤 정책을 펼쳐도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유지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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