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규모 확정.. 의사단체 반발 변수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보건복지부(복지부)가 각 의대에 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한 결과, 현재 고2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 의전원 포함 전국 40개 의대는 최대 2847명을 더 늘리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의 수요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면 2025학년 의대 정원은 최대 5905명으로 늘어나 현재 3058명 보다 최대 2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2025대입부터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의대서부터 내려오는 연쇄적인 상향이동으로 자연계열 모집단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현 의대 정원이 2배가량 확대되면 SKY등 최상위권 자연계열 정원에 해당하는 인원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연고를 비롯해 성대와 서강대 라인에서도 의대 합격권으로 진입이 가능해져 상위권 학생들의 연쇄적 상향 이동을 전망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현재 의대 지원 가능 점수는 수능 국수탐 평균 95.3점이다. 정원 4000명 증원 시 93점으로 과목당 평균 2.3점 하락할 전망이다. 이어 3000명 증원 시에는 평균 1.8점이, 2000명 증원 시에는 평균 1.3점이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내다봤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21일 발표했다.

복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에서 전국 의대는 2025학년 최대 2847명, 2030년까지 최대 3953명을 더 늘리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복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에서 전국 의대는 2025학년 최대 2847명, 2030년까지 최대 3953명을 더 늘리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특히 이날 발표된 의대입학 정원 수요조사 결과는 이르면 내달 확정되는 의대 증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여 각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현재까지 3058명으로 묶여있는데, 대학들이 요청한 증원 수요는 2025학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도별 증원 수요는 2026학년 최소 2288명에서 최대 3057명, 2027학년 최소 2449명에서 최대 3696명, 2028학년 최소 2649명에서 최대 3696명, 2029학년 최소 2719명에서 최대2882명이고 2030년에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으로 나타났다. 만약 정부가 이번 수요조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해 증원하면 2025학년 의대 정원은 최소5209명에서 최대5905명, 2030년엔 최소 5796명에서 최대7011명으로 2.3배이상 증가한다. 

다만 이날 발표된 규모는 의대들의 희망 사항일 뿐, 실제 확정된 증원 규모는 정부의 의학교육점검반 실사 등을 거쳐 확정된다. 복지부는 “점검반 검토 결과를 참고하고 지역 인프라와 대학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5학년 의대 총 입학 정원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의대정원 증원규모는 내달 말에서 내년 1월초까지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대증원 결과를 당장 내년인 2025학년 대입에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 확정해 4월 전까지 교육부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의대정원 확대까지는 의사단체 반발이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 지난 2020년에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의사단체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의대정원 확대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서비스 이용 증가와 필수의료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충을 반대해온 의사단체는 앞으로도 반대 공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4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복지부의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2020년보다 더욱 강력한 의료계의 강경한 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5일에도 경기도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의대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단체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25일 서울에서 임시총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교육계 역시 의대 정원 확대가 현실화하면 대입전반의 지형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8대입 개편안의 ‘40% 정시 유지’와 ‘킬러 문항 배제’에다 ‘의대 확대’까지 겹쳐지면 의대 쏠림을 부추겨 ‘사교육비 증가’ ‘N수생 확대’ ‘이공계 이탈’ 등의 의대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대입지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전망이다. 아울러 자연계열 ‘의대 블랙홀’은 이공계 인재 양성에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인데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의대 쏠림이 가속화하면서 우수 인재가 의대로 다 빠져나가 결국 정부의 첨단 인재 육성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진다. 더욱이 교육부는 의대확대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의대확대와 결합해 최대 폭발력을 갖는 정시40%를 2028대입개편에서도 유지하며 어떠한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대입지형의 혼란상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2025학년 2847명 증원 '희망'>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원인 3058명 대비 전국 의대에서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은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30학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의 추가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의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를 의미한다. 최대 수요는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의학교육점검반에서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서면/현장점검 등을 통해 검토하며, 이어 보건복지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의 검토 결과를 참고하고, 지역의 인프라와 대학의 수용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총 입학정원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사인력 확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도 마련할 계획이다.

전병왕 의학교육점검반장은 “이번 수요조사는 오랜 기간 누적된 보건의료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여정에서 첫걸음을 뗐다는 의미가 있으며, 대학이 추가 투자를 통해 현 정원 3058명 대비 두 배 이상까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 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수요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2025학년도 총 정원을 결정하고 확충된 의사인력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지역·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일까지 2주간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5∼2030년 입시의 의대 희망 증원 규모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애초 정부 계획은 의대정원을 1000명 안팎 확대하는 것이었지만, 수요조사 결과 대학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은 2025학년 의대 정원을 최대 2700명가량, 2030학년엔 최대 4000명 증원을 희망했다고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3일 이러한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돌연 취소하는 등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의사단체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도의사회 소속 의사들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결정한다면 우리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증원 조사결과 발표를 미룬 것에 대해 “의사 반발은 늘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건 아니”라며 “대학들에 대한 추가 조사 등 정리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2025대입 자연계열 대대적 지각변동 예고.. 교육계 ‘의대 쏠림’ 가속화 우려>
당장 2025대입부터 의대정원 확대 이슈로 인한 자연계열 입시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현 의대 정원이 2배가량 확대되는데다 SKY등 최상위권 자연계열 정원에 해당하는 인원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의대가 현재보다 4000명 증원시 국수탐 백분위 점수 300점 만점중 6.9점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3000명 증원 시에는 5.4점이, 2000명 증원 시  3.9점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서연고를 비롯해 성대와 서강대 라인에서도 의대 합격권으로 진입이 가능해져 상위권 학생들의 연쇄적 상향 이동이 불가피해보인다"고 분석했다.

2025학년 대입에서 전국 의대의 수요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돼 의대정원이 기존 3058명에서 5905명으로 확대 되면 의대서부터 내려오는 연쇄적인 상향이동으로 자연계열 모집단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아울러 올해 27년만 역대최대로 증가한 N수생 규모가 더 커져 내년 N수생 규모도 사상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봤다. 자연계열 뿐 아니라 인문계열도 의대열풍에 합류하는 등 대입전반에서 의대를 향한 열망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수 싸움도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과목이 유리할 지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조언이다. 김원중 대성학원 실장은 "통상 대학들이 변환 표준점수를 사용하는 등 표준점수가 높은 탐구 과목들은 입시에서 반영하는 대학들이 제한적"이라며 "과목별 난도 복불복도 있어 수험생 입장에서 유리한 과목을 딱 꼽기가 어렵다. 결국 수험생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대정원 확대로 인해 지금도 심각한 의대쏠림을을 부추겨 이공계 중도이탈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8대입개편에서도 정시40%가 유지되고 여기에 의대정원증원까지 더해지면 가뜩이나 심각한 의대열풍과 N수확대, 최대 사교육비 문제를 악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입시적 측면에서 의대 모집인원 확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계에서는 의대가 최고선호 모집단위다. 다른 학과와 중복합격했더라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다. 따라서 의대 문호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며 “정시 확대도 영향이 작지 않다. 자연계 최상위권이 수능 위주로 대비하도록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의치한약수’와 상위대학을 함께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상위대학인 서울대나 이공계특성화대학을 갈 만한 우수자원들이 상당수 의대나 약대로 진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의대블랙홀’로 인해 최근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와 고려대 등 상위대학을 이탈하는 자연계 학생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다니다 중도포기한 학생이 2131명으로 전년대비 160명 늘어났다. 재적학생 7만5322명의 2.83%에 해당하는 비율로 전년대비 0.23%p확대됐다. SKY중도포기 학생 비율도 최근 5년째 확대되고 있다. 2017년 1.6%(1196명), 2018년 1.78%(1340명), 2019년 1.9%(1415명), 2020년 2.15%(1624명), 2021년 2.6%(1971명), 2022년 2.83%(2131명)의 추이다. 대학에서 학적 포기는 반수를 위한 통로로 인식된다. 고대와 연대의 경우 최고 선호 대학인 서울대로 진학하려는 인원도 일부 포함된다. 다만 서울대에서도 발생하는 중도포기는 의대 도전을 위한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서울대만 살펴봐도 정시 확대 영향으로 최상위권 인재들의 의대 진학이 쉬워진 만큼 이공계열 학생들의 의대 이탈은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만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 3606명 중 225명(6.2%)이 1학년1학기에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를 들어보지도 않고 휴학을 선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의대 진학을 노리고 반수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용’으로 서울대에 등록해둔 뒤 더 높은 수능 성적을 만들기 위해 재수학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맹목적인 의대 열풍의 부작용이다. 서울대에 입학할 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대입에 매몰되며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도 사회적 낭비이며, 본래부터 의대가 아닌 서울대에 뜻이 있던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도 악재”라고 우려했다. 신입생 가운데 끝내 자퇴를 선택하는 인원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9학년 97명이던 서울대의 신입 자퇴생은 2020학년 147명, 2021학년 197명, 2022학년 238명으로 증가했다. 실제 최근 4년간 의대 정시에서 최초 합격한 인원 중 N수생은 77.4%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계 우수인재의 의대진학을 위한 중도이탈은 국가적인 과제인 첨단 분야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교육계뿐 아니라 과학계와 산업계 역시 촉각을 세우고 있는 사안이다. 한 전문가는 “지금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의대라면 재도전하겠다는 학생이 많다. 의대의 문호가 더 넓어진다면 고등학생뿐 아니라 현재 이공계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역시 재수와 반수를 통해 의대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위권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다년간 수능 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은 분명한 사회적 낭비”라고 우려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교는 물론 대학생, 직장인도 의대를 준비하는 풍경이다. 의대를 중심으로 한 의약치한수의 의약학계열 인기가 높아지면서 직장인도 의대열풍에 동참하는 등 의대가 사회 전반을 빨아들이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N수생은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 권역에 있는 대학 뿐 아니라 아니라 지역인재 전형으로도 의대를 갈 수 있다면 도전하는 수험생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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