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보 완화, 세특 감축.. 학점 이수 기준 완화 ‘국교위 논의’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도입 6개월 만에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이 발표됐지만 정작 대입과의 엇박자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시 문호가 대폭 열려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여전히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 교육부 역시 문제점으로 성적 유불리 중심 과목선택을 짚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특히 정시 확대 골자로 서울 16개 대학에는 정시 40%가 강제된 상황. 이는 2028대입까지 유지된다. 문제는 서울 16개 대학이 모두 수험생의 수요가 높은 대학이라는 점이다. 상위대학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진로는 차치하고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택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교학점제와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학종은 자소서 폐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로 손발이 잘리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변별력 있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상위 대학의 정시 문호마저 확대된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현행 정시 체제를 깨지 않는 이상 고교학점제 안착은 어렵다”며 대입 틀의 근본적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25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에는 교사들의 관심이 높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기준(이하 최성보) 완화, 세특 분량 감축, 출결 관리 권한 확대, 기초학력 보장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핵심 변화를 살펴보면, ‘최성보’의 보충 시수를 감축하고, 예방지도, 정서지원 프로그램 등과의 연계 인정 범위 칸막이를 없애며 자율적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또한 2022교육과정에서 공통과목이 학기 단위로 분할됨에 따라, 과목별 세특 분량도 2배가 됐지만, 이를 다시 1,2학기 도합 500자로 감축한다. 사실상 2015교육과정에서 적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특히 가장 관심이 높았던 학점 이수 기준 완화의 경우 향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25일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교사들의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대입과의 엇박자는 그대로다.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25일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교사들의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대입과의 엇박자는 그대로다. /사진=교육부 제공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 ‘최성보’ 학점 이수 기준 “추후 국교위 논의”>
가장 논란이 거셌던 ‘최성보’는 일부 완화됐다. 현재 학생은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과목별로 40% 이상의 학업성취율과 2/3 이상의 출석률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이 학업성취율에 도달하도록 교사들이 보충지도를 진행해야 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보충지도 시수를 현행 학점당 5시수에서 학점당 3시수로 감축했다. 예방지도와 정서지원 프로그램도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예방지도는 종전 50%까지 인정, 정서지원 프로그램은 25%까지 인정됐다면, 보충지도를 포함해서 운영하면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단 ‘보충지도’는 그대로 유지돼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현장에서는 아예 학업성취율과 관련해 출석률만 적용하자는 등 현행 학점 이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현행 학점 이수 기준의 경우 국가 교육과정 개정 사항이므로 국교위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논의를 미뤄둔 셈이다.

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분량 축소도 눈에 띈다. 2022교육과정에서 공통과목이 학기 단위로 분할되며 세특 분량이 늘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늘어나자 이를 다시 감축했다. 세특은 과목당 최대 500자 기재할 수 있다. 국어 과목이 1학기와 2학기로 분리되며 각 500자, 즉 1000자로 조정됐다. 이에 공통과목의 최대 기재 분량을 1,2학기 합산 1000자에서 500자로 조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목당 500자인데 과목이 2개로 분리되며 1000자로 늘어났다. 이를 다시 2015교육과정처럼 500자로 되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며 1학기 세특은 ‘학기말’까지 마감하도록 했지만, 부담이 커지면서 ‘학년말’로 원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 학생부는 학년말인 2월28일에 마감하지만 올해 학기 단위로 되면서 세특은 학기말 마감하려 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부담을 느껴서 기존처럼 학년말 마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늘었다며 비판이 쏟아졌던 출결도 보완했다. 기존에는 학점 이수 기준인 과목 출결의 정확한 관리를 위해, 나이스(NEIS) 권한을 과목 담당 교사로 한정 부여함에 따라, 과목 교사의 업무가 가중되고 담임교사와의 소통 혼란도 발생했다. 이에 나이스 수업 교시별 출결 처리 권한을 과목 담당 교사와 담임교사에게 동시 부여한다.

이 밖에도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자 지원을 강화한다. 세부적으로, 기초학력 전담교원을 증원하는 등 초/중학교 단계부터 기초학력 보장 지도를 운영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진로/학업 설계 중앙지원단과 시도지원단을 증원해 상담을 제공한다. 시도교육청 온라인학교에 기초강의를 개설한다. ‘미이수 학생을 위한 학점 추가 이수 지원방안’도 정책연구를 거쳐 2026년 1월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현행 대입 엇박자’ 현안 여전.. ‘성적 위주 과목선택 그대로’>
문제는 가장 중요한 대입과의 엇박자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정시 확대 기조 속에서 학종의 영향력은 축소됐고, 학생들은 진로보다 성적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택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교육부 역시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으로 ‘성적 유불리 중심 과목 선택’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정시 체제를 깨지 않는 이상 고교학점제 안착은 어렵다”며 대입 틀의 근본적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인 반면 정시 수능전형은 획일적인 시험과 과목 조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과목 선택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특히 서울 16개 대학에는 정시확대가 적용된 ‘정시40%’가 강제된 상황. 정반대의 정책이 공존하는 셈이다. 특히 수험생들의 수요가 높은 수도권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게다가 현 고교학점제를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전형이라고 평가받는 학종은 손발이 잘린 상황이다. 자소서 폐지에 이어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로 대학이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부족해진 것이다. 이에 대학은 2028대입에서 정시 학생부 반영, 수시 수능최저 적용, 대학별고사 활용 등 전형을 다각화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애초 대입 운영의 자율성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정시는 확대되고 수시 전형마저 정량화했다. 게다가 교육당국이 2028대입개편에서까지 ‘정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대학의 제도 수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학생의 학교 활동과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이라는 취지를 살려 평가할 수 있도록 대입의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생들이 여전히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현실에서, 정시 확대 유지와의 엇박자는 그대로 남았다. 교육당국이 2028대입부턴 정성평가 중심으로 틀을 다시 잡아줘야 한다. 현재의 정시확대를 깨지 않는 이상 고교학점제의 정상 안착은 어렵다. 정시는 단순하게 가져가되, 수시에서는 교과이수와 학생의 진로 성장 방향을 살필 수 있는 정성평가 확대로 대입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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