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의존도 경감 ‘고교 지필고사 문제 공개’ 명시.. 실효성은 의문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25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이드라인 격인 ‘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이 발표됐다. 올해 학생부 기재요령은 지난해와 큰 변화 없이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달라진 점은 사교육 시장 의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학교가 지필평가 문제를 공개하도록 명시했다는 점이다. 다만 내신 기출문제 공개가 문제풀이나 해설서까지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2학생이 치르는 2026대입부터 학폭 가해기록을 수시/정시에 의무반영하는 만큼 관련한 문구가 추가된 변화가 눈에 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입 학종평가의 근간인 학생부 기재요령을 개선 없이 전년과 동일한 틀을 고수하면서 학생부 평가자료 축소로 인한 학종평가의 정량화, 정시40% 이후 촉발된 입시지형의 왜곡 등 각종 부작용이 2025대입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학생부 기재요령의 가장 큰 변화는 학종 비교과 대입반영 항목 축소와 자소서 폐지였는데 이 내용을 변경없이 고수하는 것이다. 앞서 2022대입부터 적용된 교사추천서 폐지나 2021대입부터 도입된 블라인드 평가 등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등에 담긴 내용도 그대로 유지된다.

2025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이드라인 격인 ‘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이 발표됐다. 2025대입은 지난해 기재요령과 큰 변화 없이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진=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 변경사항 캡처 
2025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이드라인 격인 ‘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이 발표됐다. 2025대입은 지난해 기재요령과 큰 변화 없이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진=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 변경사항 캡처 

<‘깜깜이’ 대입 블라인드, 학생부 간소화 등 “전년과 변화사항 없어”>
올해 2025학종에 가이드라인이 될 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은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2023학년 학생부 기재요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 기재요령을 살펴보면 우선 학생부에서 주요 비교과 영역으로 꼽히는 자율동아리, 교내 수상내역, 독서활동 사항, 개인 봉사활동 실적을 2024대입부터 반영하지 않아 대학에게 제공되는 학생부 기재 항목이 대폭 축소됐다. 학종 주요 평가자료인 자소서도 전면 폐지됐다. 2022대입부터 적용된 교사추천서 폐지나 2021대입부터 도입된 블라인드 평가 등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등으로 인한 개선사항도 그대로 이어진다. 

교육부가 2019년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정시40% 강제와 학종 힘 빼기가 이어지며 학종이 위축됐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표했던 블라인드 평가가 오히려 일반고 학생에게 역풍을 맞은 결과로 나타났지만 개선의 의지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학종 본산’이라고 평가받는 서울대의 2024수시 결과를 열어보면 블라인드 평가 도입으로 인한 ‘일반고 역풍’은 명확히 드러난다. 2024수시 서울대 수시최초 합격자 가운데 일반고(자공고 포함) 출신은 1081명으로 49.6%에 그쳤다. 전년 49.2%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반고의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재요령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당국의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입의 선발 주체인 대학 입장에서도 학생부 간소화로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갈수록 축소되면서 평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들은 2025전형계획에서 변화한 대입환경에 따라 교과전형에 학종 정성평가 반영, 수능전형에 학종 정성평가, 교과 정량평가 반영, 학종에 수능최저 적용, 면접반영비율 확대, 논술전형 신설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내신과 수능 모두를 준비하고 면접/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도 따로 준비해야 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상황이 2028대입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8대입개편에서는 정시40%를 유지한 채 내신을 약화하고 수능은 강화한 것이 골자인데 내신과 수능의 대입제도의 큰 틀이 변화하는 만큼 교육현장의 혼란은 악화할 전망이다. 

<변경사항.. 학폭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요령, 고교 지필고사 문제 공개>
2024학년 학생부 기재요령의 변화는 크지 않다. 학교폭력 관련 문구가 추가되거나, 학교 지필평가 문제를 공개하도록 훈령에 명시한 정도다. 우선 ‘학교폭력 조치상황 관리’란 입력은 2026학년부터 대입 모든 전형에 학폭 가해기록 반영이 의무화되면서다. 다만 올해 변경사항은 고1에게만 적용한다. 2024학년에 1학년으로 재/편입학/복학한 학생의 경우에도 ‘학교폭력 조치상황 관리’에 입력하며, 학업 중단 이전에 기재된 조치사항이 있을 경우 정정 절차를 통해 기존 내용은 삭제하고 ‘학교폭력 조치상황 관리’에 옮겨 적는다. 2~3학년 학생의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조치사항’은 이전 훈령에 따라 입력하며, 학업 중단 학생이 2~3학년에 재/편입학/복학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학교가 지필평가의 문제를 공개하도록 훈령에 명시한 점도 눈에 띈다. 기재요령에 의하면 학교는 지필평가 기출문제를 공개하되, 공개범위와 방법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통해 학교장이 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학교 기출문제를 구하려면 유료 사이트에서 결제를 하거나, 학원을 통해서 얻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앞으로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손쉽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다. 다만 문제 해설이나 출제 의도는 공개되지 않아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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