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로 사회 배려 책임 떠넘긴 당국’.. ‘사통 20% 선발 10년간 미달로 무리한 정책 입증’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원조 자사고 출신인 민사고와 상산고가 조만간 교육부에 사회통합전형(이하 사통) 20% 강제 선발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키로 했다. 만일 20% 강제가 불가피하다면 교육비 지원에 대한 대책이라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들 학교는 과거 다른 자사고에 비해 많은 법인 전입금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사통 선발 의무 법령에서 제외됐었는데, 교육부가 최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몰래’ 예외 부칙을 삭제했다. 지역인재 20% 의무 선발에 이어 사통 20% 의무 선발까지 자사고의 고유한 권한인 학생 선발권을 40%나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를 학교 측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은근슬쩍 부칙 삭제라는 일방적 방식으로 진행해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익자 부담 경비를 포함해 지원 대책은 전혀 없이 사회적 약자들을 받으라고만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과연 당국이 사회적 약자를 진정 배려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다. 해당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입법 예고까지 된 상황이다. 이달 22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올해 안으로 법령을 최종 개정하겠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민사고와 상산고 측은 특히 사통 선발을 강제하면서 정부가 재정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점부터 문제삼았다. 정부가 자사고 학생을 무상 교육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학교 측이 경제적 약자인 사통 대상자의 학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 정부의 지원 없이 사통 선발만 확대되면 결국 사학의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민사고와 상산고의 경우 기숙사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기숙사비와 급식비 등 수익자 부담금이 여타 학교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공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에서 구축한 교육 체제다. 이에 대한 지원책 역시 마련하지 못했음에도 선발을 강제하기만 하는 것은 교육 당국이 사회 배려에 대한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교육비를 부담할 능력이 부족한 가정의 학부모와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면 정부의 책임 또한 확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자사고의 재정 악화는 법인뿐 아니라 일반 학생의 피해까지도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기존의 교육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인과 재학생이 같이 학교 운영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국자사인 하나고를 예로 들자면 원조 자사고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사통을 20%로 선발하고 있지만 서울시로부터 매년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다. 사통 입학생의 입학금, 수업료, 학교 운영 지원비, 급식비, 기숙사비의 일부는 서울교육청이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이후 교육청이 지원한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50%를 서울시가 지급하고 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책임을 법인과 일반 학생이 아닌 서울시가 짊어지는 셈이다.
막상 사통 대상자들은 자사고의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는 반대 입장을 10년간의 모집 과정에서 충분히 표현해왔다. 지난 10년간 사통 20% 의무 선발을 전국의 자사고와 특목고에 적용했음에도 대부분이 매년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통 학생들이 먼저 수월성 교육을 외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의 사통이 고질적인 미달 사태를 겪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 자체가 ‘수요 없는 공급’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전국 특목자사고의 사통 경쟁률을 살펴보면 0.6대1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원조 자사고들까지 사통을 확대하면 사통 미달 사태는 전국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득 기준 등 세부 자격을 충족해야 하는 특성상 지원자의 풀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 취약계층은 원하지 않고, 학교의 재정은 악화되고, 피해는 일반 학생에게로 돌아가는 사통 확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것이다. 상산고는 “현재 사통으로 20%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성적 부진이나 부적응 등의 이유로 1학년을 채 이수하지도 못한 채 중도 이탈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 수준으로 사통을 선발했던 상산고가 이 비율을 20%까지 늘린다면 마찬가지로 중도 이탈하는 학생은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 이탈한 학생들로 인한 재정 결함 역시 남아 있는 재학생들과 학교 법인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조 자사고’도 사통 20% 룰 적용?.. ‘독단적 행정 조치’ 논란>
교육부가 옛 자립형 사립고 출신인 원조 자사고까지 사통 20% 선발을 강제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 법령에는 옛 자립형 사립고 출신인 민사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하나고(지정 및 설립 순) 등 원조 자사고의 경우 사통 의무 선발 대상에서 예외한다는 부칙이 존재하지만, 교육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존치를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13일에 입법 예고하면서 해당 부칙을 삭제한 것이다. 6개교는 출범 시 법인 전입금이 다른 자사고 유형보다 높은 대신 학생 선발권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예외 부칙이 적용됐다. 원조 자사고의 예외 부칙이 특혜가 아니라 수십 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학교 설립과 운영에 투자하는 대신 정부가 자사고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를 입법 예고 공고문에서 주요 내용으로 설명하지도, 학교 측에 개별적으로 협의하지도 않았다. 수요자는 물론 교육 전문가들과 학교 관계자들까지 입법 예고안을 살펴봤음에도 불구하고 예외 부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경우가 대다수였다. 본문 중 ‘삭제’ 두 글자로 일축해 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교육계 전문가는 “지역인재 의무화만큼이나 학생 선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였음에도 부칙 삭제를 전혀 강조하지 않았다. 애초 이를 알리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면서 “정책을 몰래 추진하려는 꼼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전국자사 역시 사통 20% 선발 의무가 모두 적용되면서 10개교는 모두 선발권에 큰 침해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경우 사통 미달 시 50%를 일반전형으로 충원할 수 있어지면서 선발 부담이 이전에 비해 줄었지만, 전국자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사통 선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지역인재 역시 20%를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지역인재와 사통 대상자가 중복되지 않는다면 전국자사 10개교의 경우 모집 인원의 최대 40%를 정부가 선발을 강제한 인원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 높은 법인 전입금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학생 선발권의 자율성을 얻었는데 이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근본 없는 20% 비율.. ‘고질적 미달 사태로 입시 왜곡’>
교육계에서는 고질적인 미달 사태를 유발한 ‘사통 20% 룰’을 축소하기는커녕 확대한 것을 두고 ‘현실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0년 도입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전면 폐기 혹은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범위를 넓혔다는 점은 상식을 벗어난 행보라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회통합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근거 없는 ‘20%’의 비율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손성호 상산고 교감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와 일반 학생의 수를 근거로 비율을 제시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현실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20%의 비율은 사회적 배려가 아니라 사회적 특혜로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일반 학생에게는 불공정”이라고 호소했다.
2010학년 사통 20% 도입 이후 자사고와 특목고의 정원 미달은 10년이 넘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지난해 역시 외고 30개교 중 21개교, 서울 광역자사 16개교 중 16개교, 전국자사 10개교 중 4개교, 비서울 광역자사 7개교 중 4개교가 사통에서 미달을 빚었다. 특히 서울 광역자사 16개교는 2016학년 이화여고가 유일하게 1.18대1(모집 84명/지원 99명)로 1대1을 넘긴 이후 최근 7년 동안 단 한 번도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원의 20%로 규정한 사통 모집 인원을 16개교나 되는 서울 광역자사가 모두 흡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외고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울에 소재한 대원외고와 한영외고, 인천에 소재한 인천외고의 경우 최근 5년간 일반전형에서 매년 1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여왔지만, 사통에서는 단 한 번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사통 모집 인원을 채우기 위해 각종 장학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한탄했다.
매년, 그것도 대다수의 학교가 선발 비율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은 학교의 노력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크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스쿨의 지역인재전형은 당초 20% 선발을 의무화했으나 이를 충원하지 못하는 곳이 대거 발생해 2년 만에 의무 선발 비율을 15%로 낮춘 바 있다. ‘뽑고 싶어도 뽑을 인재가 없다’는 학교 측의 고충을 받아들인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역시 ‘안 뽑는 게 아니라 못 뽑는’ 상황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의무 선발 비율은 10년 넘게 20%의 비율이 유지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약자 배려에 반대되는 정책 행보를 한 셈이다.
<‘실패한 정책’ 늘어나는 중도 이탈.. “누굴 위한 정책인가”>
자사고와 특목고에 사통 20% 의무 선발이 적용된 지 10년이 넘은 현재 전문가들은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사통 의무 선발로 자사고와 사립 외고는 정원을 충원하지 못해 극심한 재정 악화를 겪게 됐고 교육 투자의 감소로 인한 피해는 재학생에게 돌아가고 있는데, 막상 사회 취약계층은 자사고와 특목고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생이 가진 역량이 아니라 소득 기준이나 거주지 등 조건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는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크다.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는 자사고와 특목고의 특성상 학교 환경에 부적응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통 학생들의 공교육 이탈과 검정고시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학교 교육 과정에 잘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을 억지로 뽑아서 입학시키는 게 과연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지 의문”이라면서 “사회 취약계층 학생들이 수월성 교육을 바라지도 않고, 모든 학생이 수월성 교육에 적합한 것도 아닌데 무엇을 위해서 이들의 무조건적인 선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결국 정치 이념에 따라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명분만 남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사회적 책임을 학교로 무리하게 떠넘기면서 교육 당국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위안을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서울 광역자사 관계자는 “사회통합 지원자와 입학생을 위해 별도 설명회나 상담 채널을 열어 두고 재단에서 온갖 장학금을 지급해도 지원자가 정원만큼 모이지 않는다. 안 뽑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뽑는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을 억지로 이행하라고 해 놓고 이걸 사회적 책무의 지표로 바라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정작 사회 취약계층 학생들은 오고 싶어 하지 않는데 학교에 선발을 강요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보여 주기 식 사회 배려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사고 상산고 의견서 제출.. “교육비부터 늘려라”>
이러한 이유로 결국 민사고와 상산고는 교육부에 사통 20% 강제 선발이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기관으로서 다양한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하지만, 사통 대상자 선발에 치중하는 건 자사고의 설립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민사고와 상산고는 “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자사고 및 특목고를 통한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자사고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자사고의 설립 취지를 존중하고 학교 운영과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실패한 정책을 강요하며 학생 선발에서의 통일성을 강조한다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고자 했던 지난 정부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사통 20% 강제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미충원된 인원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다른 전형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으나, 불가능한 영역에 대해서는 학교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절반 수준인 10%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미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재정 결함으로 인한 학교 운영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의 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돼 사통 20%, 지역인재 20%로 총 40%의 학생을 강제로 선발하면서 미충원에 제한까지 둔다면 학생 선발에 있어서의 자율권은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통으로 선발된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 규모를 늘려달라고도 요구했다. 정부가 무상 교육 대상에서 자사고를 제외하면서 사통 학생들이 진학을 더욱 꺼리는 상황인 만큼 자사고에게 선발 의무만 요구하는 건 결국 오로지 학교가 사통 학생들의 학비를 부담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현재 기숙사비나 학비 등 수익자 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나 온전히 충당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절반이 채 안 되는 수준에 그친다. 민사고와 상산고 측은 “경제적 배려 대상을 50% 이상 우선 선발하도록 규정하는 사통 특성을 고려해 줄 것을 바란다. 부담할 능력이 부족한 가정의 학부모와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면 정부의 책임 또한 확대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