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마무리.. '2022대선 향배에 자사고 명운 달려'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지정취소 위기에 놓여 있던 자사고 10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안산동산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해운대고)가 각 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1심 행정소송에서 전원 승소했다. 마지막 판결을 앞두고 있던 안산동산고가 경기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8일 승소한 것. 2019년 8월 재지정평가 결과 발표 직후 소송을 시작한지 약 2년만에 1심 판결이 모두 마무리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해운대고가 부산교육청을 상대로 낸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각 자사고들이 낸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첫' 판결을 받았다. 이어 서울 광역자사고 8개교 역시 배재고/세화고(2월18일), 숭문고/신일고(3월23일), 이대부고/중앙고(5월14일), 경희고/한대부고(5월28일) 연달아 승소했다.
안산동산고가 1심 승소함에 따라 2022 자사고 입시는 37개교 체제를 확정했다. △전국자사 10개교 △서울 광역자사 19개교 △비서울 광역자사 8개교 규모다. 서울 광역자사 동성고가 5월28일 일반고 전환을 결정함에 따라 지난해 38개교 체제에서 1개교 줄어들었다. 동성고는 지속적인 미달 사태를 겪다 교육청에 지정취소를 신청, 학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사회 회의를 통해 일반고 전환을 최종 확정했다.
1심에서 승소한 자사고 10개교는 당장의 일반고 전환은 면했지만 시한부에 불과한 상황. 교육부는 안산동산고의 승소가 확정된 후 별다른 의견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미 4월부터 2025년 자사고 일괄전환, 고교학점제 기반 마련 등을 목표로 2022개정교육과정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에서 자사고 취소가 철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자사고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다. 자사고 일괄전환 강행을 위해 정시확대와 충돌하는 고교학점제까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사고 일괄전환이 철회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정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각 교육청 역시 항소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앞서 지정취소 소송에서 완패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항소를 취하해달라는 자사고교장연합회의 호소에도 항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 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적법했다"며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해운대고와의 1심에서 패소한 부산교육청 역시 "자사고 지정취소는 공정 엄정하게 평가해 결정한 것"이라며 "쟁점 사안을 검토 보완해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 항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교육청 역시 법원 판결문을 받는대로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판결 직후 논평을 통해 “자사고 폐지 시행령을 철회하고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항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25 자사고 일반고 전환이 현실화될지는 2022대선 이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일괄전환을 시행령 개정 형식으로 못 박은 상태여서 추후 정권의 판단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으로 인해 대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라는 점과 정부가 절반 이상 구성 가능한 위원회 구성으로 인해 정권초월이 불가능한 구조다. 결국 현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이 자사고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가 함께 제출한 헌법소원 결과 역시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작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헌법소원이 자사고 일괄전환이 시행되는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대선의 향배에 자사고의 운명이 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안산동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행정소송 1심 승소.. ‘자사고 10전 10승’>
안산동산고가 8일 오전9시50분 경기교육청과의 자사고 지정취소 가처분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재판부는 "2019년 자사고 지정 및 취소에 관한 심사 당시 심사 기준에 많은 변경이 생겼는데, 변경된 기준을 심사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통보하고,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피고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처분기준 사전공표 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갱신제의 본질과 적법절차 원칙에서 도출되는 공정한 심사 요청에도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세부 점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재지정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각 학교에 총점, 영역별 점수,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위원의 의견은 전달됐지만 지표별 세부점수는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안산동산고는 2019년 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평가 기준점인 70점에 못 미치는 62.06점을 받고 재지정 취소가 결정됐다. 이에 안산동산고는 "경기교육청의 평가가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처분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교육청 결정에 불복,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19년 각 시/도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해 지정취소가 이뤄진 곳은 총 10개교다. 서울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전주 상산고다. 이중 교육부의 부동의로 인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상산고를 제외한 10곳이 재지정평가를 통해 강제로 지정취소됐다. 10개교 모두 지정취소에 불복하며 2019년 8월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 10개교 모두 1심에서 승소하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경기교육청은 “고교교육 정상화와 미래교육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결과라며 이번 판결이 불공정한 교육 상황과 서열화된 입시 경쟁체제에 면죄부 역할을 한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혈세지출 논란'.. 10개교 1심 최대 1억8000만원 지출>
자사고 재지정평가 소송은 과도한 혈세지출 논란으로 이어졌다. 10개교 합산 1심에서만 총 2억원에 가까운 소송비가 지출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3월24일 서울교육청이 곽상도(국민) 의원실에 제출한 '행정 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관련해 총 1억20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건의 행정소송을 진행, 각각 3000만원씩 지출했다는 설명이다. 부산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은 구체적인 예산 투입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서울교육청과 비슷한 금액(3000만원)을 지출했다고 가정할 경우 1심에만 약 1억8000만원이 사용됐다고 예측할 수 있다.
교육청들의 항소 의지에 따라 추가적인 소송비용 지출도 불가피해졌다. 한국교총 하윤수 회장은 "자사고 폐지에 매몰돼 억지로 공약을 밀어붙인 정권, 위법/불공정 평가로 폐지 수순만 밟은 교육청, 무기력한 편승과 동의로 줄소송 사태를 초래한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책임져야 한다'며, "자사고 폐지 시행령을 철회하고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항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자사고 재판에서 1심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진행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퍼포먼스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보탰다.
지정취소 관련 소송 비용은 서울교육청이 진행한 다른 행정소송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출비용을 보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임처분취소, 직위해제처분취소 등 타 소송들은 통상 275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의 소송비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목자사고 지정취소가 매 교육감 선거마다 주된 공약사항으로 떠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인 이슈를 소송으로 부풀려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5 자사고 일괄폐지.. '수요자 선택권 박탈, 사교육 증가로 이어질 것'>
교육부는 행정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2025년 자사고 일괄전환 정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학법인은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 육성을 막는 반 교육적 횡포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사법부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학생과 학부모가 더이상 혼란을 겪지 않도록 일관성과 안정성을 갖춘 교육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현장 관계자들은 '수요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교육 정책'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교육 내 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사라질 경우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다. 선제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낀 수요자들이 해외 유학으로 눈길을 돌리는 등 인재유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교총 역시 "학생마다 다른 소질이나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정시확대로 인해 공교육 내 문제풀이식 수업이 강화되고, 전국학업성취평가에서 단 3%의 표본조사만 시행되는 현 상황에서 자사고마저 사라질 경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교육특구의 열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평준화시절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급성장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전국자사고 등을 대부분 비강남권이나 지방에 설립했다"며, "결국 특목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고교평준화 시절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공교육이 약화되는 만큼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2021대입부터 정시확대와 자사고 일괄전환 등의 교육정책이 맞물리며 교육특구가 강세를 보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베리타스알파의 서울대 정시 실적 자체조사 결과, 톱50 내 13개교가 이름을 올린 일반고의 경우 절반 이상인 7개교가 서울 교육특구 소재 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강남구에 위치한 상문고 서울고 단대부고 반포고 경기고 중산고 6개교와 대표적인 강북지역 교육특구인 노원구 소재의 대진고다. 광역자사고에서도 교육특구/정시 강세가 나타났다. 톱50에 자리한 10개 광역자사고 중에서도 세화고 현대고 휘문고 중동고 세화여고 양정고 7개교가 교육특구인 서초구 강남구 양천구에 위치했고, 7개교 중 양정고를 제외한 6개교에서는 정시실적이 수시실적을 앞섰다.
매년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갱신한다는 점 역시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을 키우는 정책'이라는 우려를 방증한다. 올해 초 조사된 2019년 월 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2007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30만원대를 돌파했다. 전체 초중고 학생 사교육 참여율 역시 2016년 67.8%, 2017년 71.2%, 2018년 72.8%, 2019년 74.8%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학교급별 사교육비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고교생의 증가세가 가장 컸다.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4만4000원이 늘어난 13.6%의 증가율을 보였다.
일반고 전환이 강행될 경우 지방 자사고들이 생존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소재 자사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국자사고는 지방에 위치, 기숙사 체제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한 전국자사고 관계자 역시 "기존 일반고와 동일한 수업이 진행될 경우 자사고만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어느 누가 기숙사비를 감당하면서 지방 학교에 가려 하겠나"고 지적했다.
<자사고 폐지부터 고교학점제 도입까지.. '일방적' 교육정책 밀어붙이기>
자사고 일괄폐지, 정시확대,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이라는 문 정부의 3가지 정책이 맞물릴 경우 수요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현 정부가 임기말임에도 불구, 4년후 정책을 밀어붙이는 행보를 연이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 다음 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흡수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교육정책 졸속강행은 강제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91.7%의 교사가 '교육부가 학교 현장과의 소통 없이 고교학점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목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와 정시확대가 상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것. 교육현장에서조차 수능 연계과목 위주로 과목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과목별 경쟁률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를 고수하며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은 수강인원 수에 따른 내신 유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소인수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진로나 흥미와 연관된 과목일지라도 기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시확대 역시 고교학점제와 충돌하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수능 영향력이 커질수록 학생들은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선택과목만 고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끔 한다'는 고교학점제의 기본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미 2028학년부터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에 들어간 상황이다. '미래형 수능'을 도입하기 위해 논술형 수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전문가들은 수요자를 위해 대입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문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시행했던 '4년 예고제'를 스스로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교육제도를 전면 수정될 가능성을 심어 둔 셈이다.
<자사고 지정취소 현실화 될까.. 2022대선 '주요 변곡점'>
실제 내년에 치러질 대선이 자사고 지정취소의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 정부가 2025년 일괄전환을 못박았다고 해도 차기 정권이 현 정권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추후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현장 관계자 역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 정권을 뒤집겠다는 명목으로 정책 뒤집기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던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 역시 차기 정권 들어 뒤바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한 개인의 입맛대로 교육정책을 뒤바꿀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애꿎은 수요자들만 혼란이 가중된다는 점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헌법소원 결과 역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작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헌법소원이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헌법소원이 길어질 경우 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전환되는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