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 한국영재 순

[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2016 서울대 등록자수 배출고교 중 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는 4개교가 무려 194명의 등록실적을 내며 유형별 등록비율 최고를 기록했다. 영재학교가 내는 대입실적이 구조상 수시 위주인 상황에서 영재학교 1개교당 수시 등록자수는 무려 47.50명에 이른다. 영재학교 4개교 중 등록실적 1위는 서울과고다. 68명이 등록했고 이중 수시 65명, 정시 3명이다. 서울과고에 이어 경기과고 52명(수시 52명), 대구과고 40명(수시 40명),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국영재) 34명(수시 33명, 정시 1명)이다. 영재학교 특성상 정시실적은 재수생의 실적이다. 교육과정상 수능 관련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영재학교는 8개교다. 2016 대입에 실적을 낸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 한국영재 외에 2014학년에 과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한 광주과고와 대전과고, 2015년에 개교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이하 세종영재), 2016년에 개교한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이하 인천영재)다. 광주과고 대전과고는 과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하며 과고 자원이 2015학년 대입에 실적을 낸 바 있지만 2016학년엔 자원 자체가 없어 대입 실적은 나지 않는다. 실적이 있다면 재수생 실적이다. 이 두 학교는 올해 치르는 2017학년 대입에 영재학교로서 첫 실적을 낼 예정이다. 세종영재는 2018학년 대입에, 인천영재는 2019학년 대입에 첫 실적을 낸다.

2016 서울대 등록자수 배출 학교유형별 조사는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16학년도 서울대학교 신입생 지역별, 고교별, 전형별 등록 현황(2.23 최종등록 기준)'을 기초자료로 삼았다. 외국고와 검정고시를 제외, 전국 824개교 3258명의 2016 서울대 등록자다. 등록자수는 합격자수와 다른 개념이다. 통상 고교가 밝히는 합격자 숫자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자연계열의 경우 의치한 학부에 중복합격한 경우 서울대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등록자수와 합격자수의 오차는 서울대 대신 의대를 선택한 숫자로 볼 수 있다. 베리타스알파가 수시최초-수시추합-정시최초까지의 고교별 합격자수를 조사한 결과와 이번 서울대의 등록자수 자료의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 2016 서울대 등록자수 학교유형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학영재학교 유형에선 전국 4개교가 194명의 등록자를 낸 가운데 서울과고(사진)가 68명의 등록실적으로 영재학교 1위에 올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합격실적보다 떨어지는 등록실적.. 의치계열 이탈 가능성>
모든 학교유형이 마찬가지지만, 영재학교는 과고와 마찬가지로 합격실적 대비 떨어지는 등록실적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공계 최상위권들이 모인 학교들인 만큼 '의치'계열로의 이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시최초까지 74명의 합격실적을 냈던 서울과고의 등록실적은 68명, 58명의 합격실적을 냈던 경기과고의 등록실적은 52명, 46명의 합격실적을 냈던 대구과고의 등록실적은 40명이다. 한국영재만이 합격실적 34명이 온전히 등록실적으로 자리한다. 지난해 2015 서울대 실적에서도 정시최초까지 63명의 합격실적을 냈던 경기과고의 등록실적은 56명, 60명의 합격실적을 냈던 서울과고의 등록실적은 57명, 27명의 합격실적을 냈던 대구과고의 등록실적은 22명으로 수치가 줄었고, 한국영재만이 합격실적 25명이 온전히 등록실적을 낸 바 있다.

영재학교는 물론 과고와 자연계열 중심의 자사고 등에서의 자연계열을 위주로 이탈한 인원은 물론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의 일부 이탈도 있겠지만, 2015 대입부터 지형이 크게 확대된 의대 치대로 갈아탔을 가능성이 더 크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의치한 학부과정 전환은 2015학년에 급물살을 탔다. 의대 정시 기준, 2014학년엔 전국 27개교가 902명을, 2015학년엔 38개교가 1097명을 모집했다. 지원인원 역시 크게 늘었다. 2014학년엔 902명 모집에 6241명이 지원, 6.92대 1이던 경쟁률은 2015학년 1349명 모집(요강상 1097명에 이월인원 252명 추가)에 1만1543명 지원으로 8.56대 1로 껑충 뛰었다.

2015학년을 기점으로 의치한 학부과정 확대가 점차 굳어지면서 2016학년엔 이과 최상위권의 의치한 이탈이 예상되던 터였다. 다만 2016학년엔 변화가 있었다. 수시확대로 모집인원이 2015학년 1097명 대비 줄어든 1022명인데다 이월인원마저 줄었다. 이월인원은 2015학년 252명 대비 절반 가량인 128명에 불과했다. 1150명 모집(요강상 1022명에 이월인원 128명 추가)에 1만1394명의 지원으로 경쟁률은 9.91대 1로 더 뛰었다. 지원인원 1만1394명은 2015학년의 1만1543명 대비 149명 줄었을 뿐이다. 지원인원과 상관 없이 이전과 달리 이과 최상위권의 이동은 확연한 상황으로,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 최상위권 일반고 중 서울대 실적이 확연히 하락된 학교들의 경우 이과 상위권의 대거 이탈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영재학교의 경우 일부 학생들이 입시요강과 설명회에서부터 '의치한 지망생 배제'를 강조하는 고교의 노력과 관계 없이 돌발 이탈했을 가능성이다.

관련해 학교들은 난감해하는 실정이다. 영재학교 한 관계자는 "과학인재양성을 설립취지로 하는 영재학교 입장에선 입학 전 설명회에서도 이공계 진학을 강조하고 다양한 체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이공계 진학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지만, 학부모와 수험생 중 일부 '의치'계열에 올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충을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과고 관계자는 "의치계열에 학교장추천서를 써주지 않지만 일부 의대들이 학교장추천서를 받지 않고 있어 학교 입장에선 이들 의대 진학을 제지할 수 없는 입장인 것도 문제"라며 입시현장의 구멍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의치계열 희망자에 대해 추천서를 써주지도 않을 뿐더러, 굳이 의치계열로 진학한다면 재학시 지급한 장학금을 모두 환수한다"는 학교방침을 전하면서도 "추천서가 필요 없는 의대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장학금 환수 자체가 의대 진학열망을 수그러뜨리기엔 강제력이 없다. 국가차원의 더 강력한 제재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재학교, 교육과정 운영 탄력.. 전국모집에 중1부터 지원 가능>
한편 영재학교는 적용법률에 따라 과고 대비 교육과정이 탄력적이다. 과고가 초중등교육법에 매어있는 것과 달리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 아래 기존 과학전문과정은 물론 심화교과연구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등 보다 자유로운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가능하다. 선발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과고가 광역모집에 묶여있는 것과 달리 영재학교는 전국모집이 가능하다. 선발을 보통 7~8월에 실시하는 과고보다 이른 4월경에 개시하는데다, 중1 학생부터 지원이 가능하고, 영재학교 탈락자는 물론 합격자까지도 과고 지원이 가능한 까닭에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다.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자원흡수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한국영재만이 미래부 관할, 나머지 7개 과학영재학교는 해당 시도교육청 관할이다. 관할이 다른데서부터 출발, 국가지원 역시 한국영재에 쏠려있는 형국이다. 한국영재는 KAIST부설로 KAIST 진학체계가 자리잡혀있으며 학교분위기가 서울대보다는 KAIST 진학에 쏠려있기도 하다. 학교 관계자에 의하면 "최상위권들의 KAIST 진학이 더 강한" 실정이다. 2016 서울대 실적 역시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에 이은 4위이지만, KAIST 총장장학생 15명과 포스텍 총장장학생 1명 등 최상위권 16명이 제외된 재학생 34명의 성과라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서울대 합격자수 조사 왜 하나.. 학교 구성원 전체가 만든 수시실적>
서울대 고교별 실적은 고입체제 개편 이후 학교별 경쟁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로 의미가 있다. 특히 2014학년의 경우 선발효과의 시대가 가고 사정관제 중심의 수시체제의 시대가 도래한 원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83%나 되는 수시비율로 인해 선발학교들 사이에서도 수시체제의 적응여부가 서울대 실적을 갈랐고, 선발권이 없었던 일반고 자공고의 합격비율도 무려 60%에 육박했다. 특히 지방 일반고의 경우 대부분 수시최초에서 합격자를 냄으로써 일반고 교사들의 '압박'으로 정시가 확대된 2015 서울대 입시가 일반고의 자충수였음을 보여줬다. 2014와 마찬가지로 2015 역시 정시의 대부분은 선발학교와 교육특구에서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2015 대입에서 25%로 늘어난 정시는 그대로 선발학교와 교육특구의 몫으로 돌아가면서 지방 일반고의 입지를 좁힐 것이란 우려가 있던 바였다.

2016 대입에선 2015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입학정원 중 75%가 사정관 중심의 수시모집 정원이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의 '고교 서열화' 걱정이 있지만, 서울대 수시실적은 2015학년의 83% 대비 상대적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지만 수능이라는 정량평가나 우수한 개인들의 실적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전체가 만들어낸 시스템이 내놓은 실적이라는 데서, 학교별 수시에 대한 대응력을 수시실적에서 가늠할 수 있다는 데서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는 와중에 교육소비자 입장에서 학교선택권과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데 의미를 둔다.

이번 '2016 서울대 등록자수 학교유형별 지역별 현황' 기사는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월23일 등록일 기준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외국고와 검정고시를 제외, 전국 824개교 3258명의 2016 서울대 등록자다. 서울대는 2012학년 39%였던 정시 비중을 2013학년 20%로, 2014학년 17%로 줄였다가 2015학년 25%로 다시 늘렸다. 2016학년엔 25%로 유지했지만, 2017학년엔 23%로 줄인다. 정시 확대 방침은 지방 일반고들의 '일반고 살리기' 요구 등 '민심'의 여파가 컸지만 정시 확대는 오히려 일반고가 더 낼 수 있는 실적을 잡아매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6 수능이 '약간의 변별력'을 갖춘 것만으로도 지방 일반고를 중심으로 실적 하락이 이어진 점은 서울대의 수시 확대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2016 서울대 고교별 등록자수 현황(영재학교 4개교)
순위 고교명 등록자 학교유형 시/도 소재
수시 정시
1 서울과고 68 65 3 영재학교 서울 종로구
2 경기과고 52 52 0 영재학교 경기 수원시
3 대구과고 40 40 0 영재학교 대구 수성구
4 한국과학영재학교 34 33 1 영재학교 부산 부산진구
194 190 4  
*2016.2.23 등록자 기준
*순위=수시/정시 등록자 기준(동순위 내 수시등록, 정시등록 많은 순, 학교명 순)
*학교유형=2016학년 고3, 입학당시 기준
*약어=자사(자율형 사립고), 일반(일반고), 자공(자율형 공립고), 과중(과학중점학교)
*기초자료제공=윤재옥(새누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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