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높은 ‘영재학교 과고’ 사교육비는 문제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특목자사고 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원인을 고교 체제에 돌리는 것은 타당할까. 1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월 150만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일반고보다 영재학교 과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에서 2~6배로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다. 다만 과도한 사교육을 받는 이유가 현재의 다양한 고교 체제에 있고,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선 특목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걱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목자사고가 모두 없어진다면 사교육비는 과연 줄어들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특목자사고에서 많은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라면, 일반고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받았을 거란 입장이다. 중고등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목적을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결국 고입이 아닌 상위대학 진학을 겨냥하고 있다. 특목자사고에 다니는 자체에 사교육의 목적을 두기보단 의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다는 얘기다. 한 입시 전문가는 “특목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서울 강남 서초 등 특목자사고와 비슷한 교육 열기를 가진 지역 일반고의 사교육비가 높아질 게 뻔하다. 조삼모사다. 특목자사고가 없어지더라도 상위대 진학에 대한 교육 열기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고교 유형에 다니는 학생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떤 진로를 위해, 어떤 전형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지를 분석해야 유의미한 대책을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교육비 원인을 마냥 고교 탓으로 돌리는 건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정치적 관념에 따라 자사고와 특목고에게 억지로 사교육 유발의 프레임을 씌우는 꼴이라는 것이다. 실상을 따져보면 특목자사고의 지원자 풀 자체가 의대 혹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진학을 겨냥한 ‘수월성 교육’의 수요로 인해 몰린 학생인 만큼, 통상 사교육에 대한 열망도 더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즉 일반고에 있었더라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을 만한 학생이 한 고교유형에 몰려 있으니 고교유형별로 따진 사교육비 수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영재학교와 과고의 고액 사교육비 지출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에 비해 유독 많다는 점은 문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우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지필평가를 반영, 내신과 면접만을 반영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달리 사교육 유발 요인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2단계 기출문항 공개 역시 출제의도 채점기준 모범답안 등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 ‘문제지’만 공개하는 정도에 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을 또다시 기출문항을 들고 사교육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의 한 전문가는 “사교육 유발 전형을 통과하면서 몸에 배인 사교육 관성이 입학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을 통해서는 반복학습에 유리한 정시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재학교 과고 학생들의 의대진학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목자사고 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원인을 고교 체제에 돌리는 것은 타당할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특목자사고 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원인을 고교 체제에 돌리는 것은 타당할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 영재학교 43.8%, 과고 38.5%>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과 사걱세가 함께 진행한 ‘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15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특목자사고 위주로 높게 나타났다. 영재학교 43.8%, 과고 38.5%, 자사고 29%, 외고/국제고 21.7%, 일반고 7.1% 순이다.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중3 학생들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희망하는 고교 유형에 따라 과고 42.9%, 영재학교 25%, 외고/국제고 19.5%, 자사고 15.7%, 일반고 7.2%가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사교육을 받는 중3의 비율도 두 자릿수에 달했다. 과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57.1%, 영재학교는 50%, 자사고는 41.4%, 외고/국제고 17.1%, 일반고 20.5%가 심야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일에 사교육을 받는 고1 학생의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영재학교는 96.9%, 과고는 91.5%, 외고/국제고는 89.4%, 자사고는 87.3%, 일반고는 75.9%로 모든 고교 유형에서 높은 참여율이 나타났다. 

중학생들의 고교 선행학습에 대한 필요성 인식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중3에게 희망 고교 진학 후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원하는 성적을 받기 위해 선행학습을 필요할지 물었더니 희망고교 별로 영재학교는 100%, 자사고 97.5%, 외고/국제고 95.6%, 일반고 91.5%, 과고 90.9%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사걱세는 “선행 학습을 받지 않아도, 학교 공부만 충실히 해도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교육제도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며 교육당국의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목자사고 일반고로 전환하라?.. “사교육비 해석 오류”>
정부 차원에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사걱세는 고액 사교육비의 원인을 현재 다양한 고교 체제에 있다고 지적하며, 특목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어 교육계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먼저 높은 사교육비 원인이 ‘대입의 선행’이 아닌 ‘고교유형’ 탓에 있다는 접근부터 오류라는 지적이다. ‘자사고에 진학하는 학생의 사교육비가 높다’는 통계를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초중고 교육의 최대 종착지가 대입으로 인식되는 현 상황에서 행해지는 모든 사교육은 ‘대입의 선행’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사실상 수요자들에게 있어서 고입이나 고교 내신경쟁 자체만으로는 사교육 유발 요인이 되지 않는다. 자사고와 특목고 역시 대입에서 유리하기 위해 진학하는 것이고, 진학 후 내신경쟁 역시 대입전형을 제외하곤 의미가 사라진다. 사교육 유발의 원인을 자사고 특목고 자체에서 찾는 게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즉 이들의 사교육은 자사고 특목고의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설령 자사고와 특목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강남 8학군의 ‘좋은’ 일반고에 진학하거나 우수한 대입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일찌감치 사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본래 기본적으로 학업의지가 강하고 우수한 학습력을 갖춘 학생이 더욱 성과를 올리기 위해 사교육을 뒷받침 삼는 경우가 많고, 이들 중 대다수가 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희망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최근 학원가에서 성행하고 있는 ‘초등 의대반’을 예로 들 수 있다. 의대 진학이라는 분명한 대입 목표를 가지고 사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이들이 의학계열 진학률이 높은 자사고에 재학 중이라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사교육 수요자’로 통계에 집계되는 식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대생들의 초중고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해 본다면 사교육비 지출이 엄청날 것이다.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라면, 같은 이유로 의대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특목자사고가 폐지된다면 이들이 결국 일반고 상위권을 형성하게 될 텐데, 그때는 일반고 상위권/하위권을 나눠 일반고 상위권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쓴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아닌 ‘대입’에 초점 맞춰야>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치를 매년 경신해온 것은 고입 대비를 위해서라기보단 정시 확대 정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시는 반복 학습이 유리한 특성상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군 수험생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정시를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이 가능했지만 수능이 거듭될수록 고액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2022학년에 도입된 통합형 수능이다.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가 발생하면서 문과생이 수능최저 충족 문제를 겪은 데다 이과생이 문과 모집단위에 교차지원하는 ‘이과 침공’이 전면적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통합형 수능 대비를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인을 현장에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학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수학 한 줄 세우기’로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 사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특목고 가겠다고 수학 사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영재학교와 과고의 사교육이 증폭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시 확대에 통합형 수능까지 겹치면서 이미 수학과 과학에 경쟁력 있는 실력을 갖춘 영재학교 과고생에겐 정시를 통한 의대진학이 상당히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영재학교 과고의 교육과정은 완전히 수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정시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 내신/출결/면접뿐>
영재학교와 과고를 제외하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은 입학전형에서도 사교육 유발 요인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전형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 고교유형이 입학전형에 포함하는 것은 내신 성적과 출결, 면접뿐이며 외고와 국제고는 내신 성적 중에서도 영어 과목만 적용한다. 특히 자사고 32개교의 절반에 해당하는 16개교인 서울 광역자사고는 내신 성적마저 배제하고 추첨과 인성면접으로만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사교육을 통해 대비할 만한 요소를 활용할 여지가 아예 없는 셈이다. 

실제 과거 사교육 주범으로 꼽히던 외고와 국제고의 입학전형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환된 후 탈바꿈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외고 입학전형에는 TOEFL TOEIC TEPS TESL TOSEL PELT HSK JLPT 등 각종 인증시험 점수나 교내외 각종 대회, 자격증, 고난도의 구술면접과 듣기평가가 전형에 반영됐었다. 다만 “듣기평가와 구술면접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따라 입시에서 듣기평가와 구술면접을 보지 않기로 했다”며 내신 성적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학생이 학교 교육에 더욱 열중하게 되고 중학교 교사의 위상도 높아져 중학교 교육이 내실화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서울 광역자사고 역시 과거 중학교 내신 50% 이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했지만 2014학년부터는 모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입학 문턱을 없앴다. 

내신 대비를 위한 사교육 여부까지 고교 탓으로 몰아간다면 사교육의 모든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무리수가 된다. 중학교 내신 성적은 자사고와 외고뿐 아니라 일반고 입시에도 적용되는 만큼 내신 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 여부를 특정 학교의 전형 탓으로 돌릴 순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이 수시 전형에서 고교 내신 성적을 적용하지만 선행학습 영향평가에 내신 사교육 여부를 반영하는 곳은 없다. 서울대와 의대 등 최상위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예컨대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고교내신 성적 향상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은 ‘의대’ 자체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을 뿐 의대 입학 ‘전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예외’ 영재학교/과고.. ‘사교육 유발 전형’ 개편해야>
다만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우 입학전형에 사교육 유발 요인이 포함돼 있는 만큼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와는 다르게 지필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상위 교육과정 문제 출제, 선다형이나 단답형 위주의 지식평가, 과다한 문항 수 등으로 인해 사전 시험 준비가 필수로 여겨지자 전년 기출문제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아직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이다. 실제로 8개 영재학교와 20개 과고는 2단계 기출문제를 홈페이지에 공지했으나 모두 출제의도 문제분석 등의 해설 없이 단순히 ‘문제지’만 공개하는 데 그쳤다. 기출문제 공개는 사교육 의존도 경감을 목적으로 하지만 본래 취지와는 무색하게 단순 문제만 보고 풀이에 어려움을 느낀 학생은 결국 사교육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특히 영재학교 입시는 전반적으로 수요자 배려 없는 ‘행정편의주의적’ 운영이라는 비판이 크다. 먼저 영재학교는 모집요강 공개일과 원서접수 시작일의 간격이 약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 공개일과 원서접수 기간의 간격이 짧은 탓에 지필평가, 개별면담, 학교별 영재성 캠프 등 복잡한 전형구조로 진행되는 영재학교 입시를 충분히 대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관계자들은 “모든 고교유형 중 영재학교가 가장 먼저 고입을 시행하는 불리함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이라는 준비기간은 너무 촉박하다. 예고제가 없는 고입은 1년 전, 최소 겨울방학에라도 전형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영재학교 과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몸에 배인 사교육 관성이 지속되면서 의대 진학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이미 입시 준비부터 사교육 영향력 아래 있었던 학생들은 학교 측의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교육을 통해 의대 진학으로 몰려가고 있다. 실제로 영재학교 8개교에서 2023학년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총 8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8개교 졸업생 806명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 심각한 점은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2021학년 62명(7.5%), 2022학년 73명(8.8%), 2023학년 83명(10.3%)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반수와 N수까지 합하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 과기부 교육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영재학교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입시운영을 포기하면서 전반적 준비를 사교육으로 완벽하게 넘긴 심각한 상태다. 수요자들 입장에서 보면 예측가능한 게 거의 없다. 그대로 두면 이공계 인재양성이라는 설립목적과는 별개로 의대 최대 배출 학교유형이 될 것이다. ‘깜깜이 입시’가 지속되는 한 과기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조기졸업, 영재학교 신설 등의 이공계 인재 양성 대책은 실효성이 미미할 게 분명하다.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이탈’을 막으려면 영재학교의 입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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