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고 증설 ‘공감’, 영재학교 확대는 ‘글쎄’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전국 각지에서 영재학교와 과고 확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광주와 충북이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영재학교 신설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교육청은 23일 지역 내 과고를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1개교에 불과한 경기 지역 과고를 2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충남 울산 대구경북도 영재학교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고, 익산은 현재 학년당 3학급으로 운영되는 전북과고를 내년에 6학급으로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과고/영재학교 확대 움직임을 두고 교육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경기 내 과고 추가 지정은 대체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역별로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과고는 광역단위로만 지원할 수 있는데, 경기 지역 중3 학생 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원 가능한 과고는 경기북과고 1개교뿐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실시한 경기북과고의 경쟁률은 8.9대1로 과고 20개교의 평균 경쟁률 3.49대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인구로 따져보면 경기과고가 2010년 영재학교로 전환하면서부터 과고 증설이 필요했으나, 그간 수월성 교육을 반대하는 정치적 이념에 밀려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어온 상황. 경기 내 과고의 신규 지정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과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지역은 고양과 부천이다. 경기교육청이 공모 결과에 따라 적정 학교 수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두 지역에 모두 과고가 신설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영재학교/과고를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기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영재학교의 신설에 대해서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광역단위로 지원이 제한된 과고와 달리 영재학교는 전국모집으로 실시하는 만큼 지역 간 형평성을 이유로 여러 지역에 영재학교를 유치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각 지역에 과고가 운영되고 있는데 영재학교가 없어서 이공계 인재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 지나친 핑계다. 현실적으로 인재 양성의 측면에서 영재학교와 과고의 역할이 다를 바가 없다”며 “영재학교를 늘리겠다는 건 교육적 의도 보다는 선호도가 높은 고교를 신설해 지역의 민심을 얻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재학교/과고 체제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양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영재학교는 전국 8개교, 과고는 전국 20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영재학교는 한 해 800명, 과고는 한 해 16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영재학교와 과고는 설립근거가 달라 세부 운영 방식은 차이가 날 수 있으나, 두 학교의 설립목표가 과학인재양성으로 모아져 있는 만큼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유의미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영재학교가 특차 성격으로 가장 먼저 입시를 치른다는 점에서 영재학교에 떨어지면 과고에 가는 정도로 인식할 뿐이다. 특히 2025학년부터는 시도별로 과고를 자율학교로 지정, 조기졸업 비율은 축소하면서 영재학교와의 차이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학부모는 “영재학교를 또 만드는 것보단 이미 있는 과고와 영재학교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교육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불필요하게 예산이 낭비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이 23일 ‘이공계인재 육성을 위한 수학 과학교육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과고를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경기교육청 제공
경기교육청이 23일 ‘이공계인재 육성을 위한 수학 과학교육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과고를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경기교육청 제공

<경기교육청 ‘과고 신규 지정’ 공식화.. 일정은 미정>
전국 각지에서 영재학교와 과고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특목고와 자사고를 존치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했고,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이공계의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경기도다. 경기교육청은 23일 ‘이공계인재 육성을 위한 수학 과학교육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과고를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경기 내에서는 과고를 증설해달라는 지자체의 목소리가 꾸준하게 제기돼 왔는데, 교육청이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경기교육청이 과고 신규 지정 계획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는 타 지역 대비 과고가 부족해 도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도 내 유일한 과고인 경기북과고는 매년 타 지역의 과고에 비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북과고의 신입학 경쟁률은 8.9대1로 과고 20개교의 평균 경쟁률 3.49대1을 훨씬 웃돌았다. 일반전형에서는 경기북과고만 10.38대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외 5대1을 넘긴 과고는 서울권의 한성과고가 5.33대1로 유일했다. 세종과고 4.59대1, 인천과고 3.88대1, 인천진산과고 3.31대1로 수도권 지역 과고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경쟁률이다. 

과고는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하기 때문에 그해 지역 중3 학생 수가 곧 고입자원이 된다. 교육통계서비스에 공시된 학년별 학급/학생 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경기 중3 학생 수는 12만6111명으로 전국의 28.3%를 차지했다. 경기 다음으로 많은 서울은 6만7933명(15.2%)으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중3 학생 수는 경기가 월등히 많지만 세종 한성의 2개 과고가 있는 서울과 달리 경기는 과고가 경기북 한 곳이다. 신입생 정원도 100명으로 한성(140명) 세종(160명)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고입 자원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도 모집인원은 1개교 100명으로 부족하다 보니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역 내 과고 2개교를 보유한 지역과 비교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과고가 지역 내 2개교 있는 경남(3만1414명) 인천(2만6005명) 부산(2만4874명) 경북(2만1071명)의 중3 학생 수는 과고가 1개교뿐인 경기의 4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역별 과고 정원 1인당 학생 수로 따지면 불균형이 확연히 드러난다. 경기의 중3 학생 수는 12만6111명, 경기북과고 1인당 정원은 100명으로 정원 1인당 학생 수는 1261명이다. 반면 경기 다음으로 정원 1인당 학생 수가 많은 충남도 276명에 그친다. 정원 1인당 학생 수가 4배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경기교육청의 ‘경기형 과고 구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과고 신규 지정 방법은 3단계를 통해 진행된다. 1단계는 공모를 통한 예비 지정 단계다. 일반고가 과고로 전환하는 방법, 학교를 신설하는 방법을 모두 인정한다. 공모 시에는 지자체와의 지속적인 협력 방안과 지역의 다양한 기관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 운영 방안 여부를 살펴본다. 이후 특목고 지정, 운영위원회 심의,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다만 경기 내 과고 신규 지정 계획은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다. 추진 일정, 구체적 공모 방법, 심사 기준 등은 과고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규 지정 학교 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모 결과에 따라 적정 학교 수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양 부천 동탄 등 과고 유치전 ‘활발’>
현재 경기 내 과고 유치에 적극적인 곳은 고양과 부천이다. 고양은 이미 지난해 특목고 설립 추진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과고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으며, 부지나 예산 등의 세부적인 계획도 마무리, 이미 교육청에 고양시 과고 설립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은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내에서 이공계 우수인재의 수월성 교육을 담당할 고교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자사고로 진학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탈하거나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고양이 과고 설립 타당성 검증과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고양은 총 인구, 세대 수, 학령인구 등이 경기북부 내 1위를 차지했고, 과고 진학자 수는 경기 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14년에도 한 차례 과고 유치를 추진했다 무산됐던 부천은 다시 한번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에는 일반고인 부천고를 과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천고가 과학중점고교로 운영되고 있어 과고 전환 시 수학 과학 등 교과과정 준비가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6월에는 부천교육지원청과 사전 논의를 거쳤고, 11월에는 지원청 부천고가 함께 ‘부천고 과고 전환 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올해 3월에는 부천시의회가 ‘과거 설립지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동력을 얻었다. 

동탄에서도 과고를 유치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화성 을에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공약으로 동탄 과고 유치를 강력히 내세워왔다. “반도체와 같은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중고교부터 수월성 교육과 영재 교육을 담당할 기관이 필요하다. 인구가 250만인 경북에는 과고가 2개나 있는 반면 1360만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는 과고가 1개뿐”이라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아울러 “경기 남부에 과고가 없는 것은 지금까지 영재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교육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경기 남부를 관할할 과고를 만들어 고교 진학 선택지도를 넓히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재학교 13개체제 되나.. 충북 광주 이어 충남 울산 대구경북도>
과고와 동시에 영재학교도 확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광주와 충북에서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영재학교 설립 단계를 밟고 있고, 여기에 충남 울산 대구경북 3개 지역의 영재학교 설립에도 올해 과기부의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한국영재와 같은 과기부 산하의 영재학교로 검토되고 있다.  

광주는 GIST 부설 AI영재학교 신설을 준비 중이다. 광주는 GIST와 인공지능사관학교 등이 AI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지만 초중등 과정이 없어 이른바 인재 양성 사다리가 단절된 상황이라고 주장해왔다. 광주 관계자는 “상당수 지역에서 과고 영재학교가 별도로 운영 중인데 광주에서는 과고가 영재학교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며 “AI 분야에서는 특히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영재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부지는 GIST와 맞붙어 있는 첨단3지구로 확정됐다. 매년 50명을 전국단위로 모집하며, 인공지능 융합 교과를 중심으로 무학년 졸업 학점제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충북은 KAIST 부설로 AI BIO영재학교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AI활용 산업인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을 중점 육성하고 있으나 AI 인력이 부족하다고 줄곧 호소해왔다. AI 영재교육의 중간단계(고교) 단절로 인해 ‘국가 경쟁력’을 선도하는 인재 육성에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들어서며 학교는 지하1층 지상5층 규모로 건립된다. 충북 영재학교 역시 매년 50명을 전국단위로 모집하며, 교육과정도 마찬가지로 무학년 졸업학점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두 지역의 영재학교 유치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자 충남 울산 대구경북도 영재학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ST와 GIST가 부설 영재학교를 신설하는 것과 동등하게 UNIST와 DGIST도 부설 영재학교를 신설해달라는 요구다. 지역인재 유출과 대학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충남에서는 KAIST 부설로 칩앤모빌리티(Chip&Mobility) 영재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장소는 충남 내포신도시로 개교일정은 2028년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기부는 올해 충남 대구경북 울산에 영재학교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사업비 각 5억원을 배정했다. 

5개 영재학교가 모두 개교하게 된다면 영재학교는 전국 13개교로 늘어난다. 현재 영재학교의 선발인원이 1개교당 100명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배출되는 영재학교 졸업생은 현재 800명 수준에서 1300명 정도로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영재학교와 성격이 비슷한 전국 20개 과고가 한 해 배출하는 졸업생이 1600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지정되는 경기 지역 과고를 제외하고서라도 이공계우수인재를 길러내는 고교에서만 3000명의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KAIST 포스텍 GIST DGIST UNIST 한국에너지공대까지 6개 이공계특성화대의 모집인원(2025학년 기준) 2190명 내외보다 훨씬 웃도는 규모다. 

<영재교육의 정치화?.. ‘보여주기 식’ 정책 비판>
다만 영재학교와 확대에 대해서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존재하는 영재학교 8개교만으로도 많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영재교육을 확대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게 교육계의 시선이다.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근거해 설립된 영재학교는 현재 전국 8개 체제다. 전환 및 설립 순으로 부산(한국영재) 서울(서울과고) 경기(경기과고) 대구(대구과고) 대전(대전과고) 광주(광주과고) 세종(세종영재) 인천(인천영재) 등 광역단위로 하나씩 자리한다. 영재학교의 광역단위 설립이 자리잡게 된 것은 2003년 한국영재가 국내최초 과학영재학교로 출범한 뒤 지역별 균형을 이유로 지역과고들이 ‘나눠 먹기 식 전환’을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8개 영재학교 학생 수는 2300여 명이다. 상위 극소수 우수 인재를 의미하는 ‘영재’의 의미가 퇴색될 정도로 많은 수의 학교들이 영재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현재 영재학교가 전국 20개로 포진된 과고와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일각에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재교육법에 의거, 특정 분야에서의 특수한 능력의 심화를 중시한다. 반면 과고는 상대적으로 보편적인 재능을 중시한다. 설립근거가 각기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세부 운영 방식은 차이가 날 수 있으나 두 학교 설립목표가 과학인재양성으로 모아져 있고, 전반적인 수학/과학 수업의 내용이나 수준, 교재는 차이가 없다. 굳이 영재학교와 과고가 지역당 한 개씩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영재학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건 현재 영재학교가 의대진학, 사교육 조장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재학교의 최대 현안은 의대진학 문제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8개 영재학교에서 이공계가 아닌 의학계열(의대 약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로 진학한 인원이 5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학년 재학인원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공계우수인재 양성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몸집만 늘려선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 지적을 받는다.

교육 수요자마저 영재학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보이고 있다. ‘보여주기 식 운영’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무작정 인재양성기관 숫자만 늘린다고 우수 인재가 배출되는 것이 아닌데 ‘과고만 있고 영재학교가 없기 때문에’ ‘영재학교만 있고 과고가 없기 때문에’ 영재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 학부모는 “이미 있는 과고와 영재학교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교육했으면 좋겠다”며 “가뜩이나 이공계를 향한 국가 예산이 줄어들면서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영재학교의 신설로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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