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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바뀐 건 학생'.. 학종이 일반고 현장을 어떻게 바꿨나'힘들지만 학생변화를 보며 자신감과 보람' 줄지은 교사들 고백
  • 박대호 기자
  • 승인 2016.05.08 00:12
  • 호수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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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가열찬 비난을 두고 현장의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들은 7일 서울 인창고에 모여 ‘대입전형 이대로 좋은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포럼을 통해 학종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들은 학종이 자리를 잡아나가며 ▲학교 ▲교사 ▲학생 모두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데 모아졌다.

일각에서는 학종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애써 폄하하기도 한다. 학종이 가지고 있는 개선점들을 빌미로 학종 축소를 주장하는 침소봉대의 목소리들과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학종을 ‘음서제’ ‘금수저 전형’으로 치부하고 있는 주장의 근거들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학종의 도입으로 인해 대입에서 강세를 보여 온 특목/자사/교육특구 고교 등의 대입실적 독식이 완화됐다는 점은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이 다시 대입의 중심축으로 자리하는 순간 특목 자사고의 대입실적 독식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을 기반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며 기록함으로써 고교와 대학이 유리되지 않고 공동으로 평가에 나서는 학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현장의 활동 전반이 평가요소가 되면서 사교육의 영향력이 필연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금력으로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학종의 본질이다.

고교교육현장의 변화를 직접 목도하는 교사들은 학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불과 3년차를 맞이한 학종으로 인해 교실 붕괴가 아닌 교실이 바로 세워지는 모습을 본 때문이다. 학종이 가져온 변화로 인해 교사들은 ‘Burn out(에너지 소진)’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학종은 수업뿐만 아니라 예체능 봉사 동아리 독서 축제 수상 평가 등 학생들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평가요소로 봄으로써 교사의 오롯한 헌신과 노고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직접 변화하는 학교현장을 보면서 최고의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임병욱 인창고 교감은 “수능만 가르치는 게 교사에게는 제일 쉽다. 그러나 수능만 가르치는 건 학원이 더 잘하고 인강도 잘하는 일이며, 과외도 잘하는 일이다. 학생부전형으로 인해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이 살아나고 있다. 논술, 수능과 비교하면 어느 전형이 금수저 전형일까? 이 전형을 10년 전으로 돌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가열찬 비난을 두고 현장의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시간을 가졌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들은 학종이 자리를 잡아나가며 ▲학교 ▲교사 ▲학생 모두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데 모아졌다. /사진=한국진로진학정보원 제공

<학교는 어떻게 변화했나>
학종은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2010년 7월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태동했다. 교외활동과 비교과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이 아닌 교과 중심과 교내활동 중심의 학종이 자리잡은 원년은 해당 훈령이 적용된 학생들이 치른 2014입시로 볼 수 있다. 다만,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정의와 설명에 나서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탓에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학종에 대한 오해 때문에 학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1년 후인 2015입시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 학종이 올해 치러질 2017 입시에 3년차를 맞이한다고 보는 이유다.

불과 3년차에 접어든 학종은 고교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포럼에 모인 교사들은 학종을 두고 학교현장을 “기막히게 변화시키고 있다” “혁신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표현했다. 불과 3년의 시간 동안 교사들은 기출문제 풀이 방법을 전수하기 급급했으며,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학교 교육은 대입에 아무런 필요가 없다며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이유로 자퇴하는 학생들이 나오는 등 무너져 가던 학교를 바로 세우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며,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의 도입에도 힘써야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라고 표현하면서도 “최고의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간 수능, 국영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던 교육현장은 모든 교육활동을 평가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며 학교 프로그램과 모습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포럼이 열린 인창고의 임병욱 교감은 학종으로 인해 생겨난 학교의 변화에 대해 상세한 설명에 나섰다. 인창고가 대입 실적에서 그다지 강세를 보이지 못한 일반고로서 기민한 체제변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의 변화다. 임 교감은 “수능이 공정하다고 하나 사교육 영향이 너무 커 강남과 재수생 중심 전형이 된 지 오래다. 전국 고교가 똑같은 EBS 교재 풀기에 목매고 예체능 교과, 인성, 감성 교육은 뒷전이 된 지 오래였다. 야자로 밤을 새고 학원으로 다시 몰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논술이 그나마 공교육정상화촉진법에 의해 수준/범위에서 안정세를 보이지만, 그래도 대학 중심의 소수자를 위한 전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공들여 만든 교육과정보다 대입전형이 더 위력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 전형이 학생부전형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전 학년 교과수업, 전 학년 동아리, 전 학년 예체능활동, 독서, 봉사, 인성, 소통력이 교육현장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최근 1,2년 내 고교의 변화를 소개함으로써 학생부 전형의 긍정적 효과를 소개한다”고 서두를 뗐다.

임 교감은 국어 영어 수학 등에 밀려 사장되다시피 했던 예체능수업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시대 자습만 하던 체육시간은 사라졌다. 오히려 축구 배구 등 운동부 학생들조차 착실히 수업을 받고 독서기록 수행평가를 제출한다. 소위 3번으로 줄을 세우고 시험시간에는 잠을 자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고3 동아리조차 자습을 하지 않는다. 1인1악기, 밴드보컬 교육은 인성발달에 최고의 시간이 되고 있다. 감성과 문/예/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국어 영어 수학도 중요한 과목이지만 보다 다양한 여러 교과의 시상제도 열리고 있다. 논술 한자 제2외국어 경제 등 모두 중요한 교과며 자기개발의 기회기 때문이다. 소수 희망교과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인창고에도 과학거점학교 역사교육연구거점학교가 주말 방학 방과후에 교사들의 노고를 발판 삼아 이뤄진다.”

동아리활동 진로탐색 등 그간 수능 중심의 교육활동이 이뤄지던 ‘수능만능 시대’에는 뒤로 밀려나는 일이 잦았던 활동들도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교생이 1종목에 출전하는 축제로 자리잡은 교내체육대회가 대표적 사례다. 정규동아리 40개, 자율동아리 40개, R&E동아리 60개도 살아 움직인다. 전체 교사가 burn out의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동아리 발표회인 축제기간은 살아 움직인다. 학술제를 통해 과제연구활동 발표회가 하루 종일 진행되고 동아리별 연간 활동 정리와 발표 등 각종 이벤트도 화려하다.”

현장 교사들이 꼽은 학종이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진로에 대해 학생들이 진지한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송선용 광성고(인천) 교사는 “2학기부터 1,2학년 대상 6자 상담을 한다. 교감, 진로진학상담부장, 학년부장, 학력관리부장, 담임교사, 교과교사 등이 한 자리에서 한 학생을 두고 관찰하고 학생의 진로를 같이 고민하고, 장단점을 파악해 최적의 학생 로드맵을 만들어 간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의 학교생활과 진로를 이렇게 진지하게 관찰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반강제적 장판지(배치표) 상담에서 찾아오고 찾아가는 상담으로 바뀌었다”고 학종이 가져다 준 진로탐색 관련 변화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임 교감도 학종이 진로탐색 관련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학생들이 동아리활동에 열중하는 것도 진로/전공 관련 학생들이 스스로 시행하는 투자이자 탐색활동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창체시간도 진로탐색이 활성화되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진로탐색을 위해 2만7000 동문들이 앞장서 학교를 찾는다. 매학기 30여 명의 전문가 동문이 세 시간씩 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은 희망 직종을 찾아 동문과의 대화/토론을 벌인다. 각종 명사 진로 특강은 기본이 됐다. 창체시간도 귀한 시간이 됐다. 자습하던 창체시간은 옛말이다. 진로탐색을 위한 시간으로 자기발표 주제별활동이 뒤를 잇고 있다. 진로 발표/탐구에 유용하게 쓰인다.”

임 교감은 예체능 동아리 진로탐색 등을 넘어 교실 수업의 틀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참여 시간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수업이 변하고 있다. 타 고교의 사례를 보면 전 교과 100분 수업제로 토론 수업이 운영되기도 한다. 인창고도 100분 수업제의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학생 중심의 수업이 자리잡아가며 학생들의 자치활동인 학급/학생회도 활성화돼 발표와 진행이 소통의 교육으로 발현되고 있다.”

인성교육 관련 인창고의 후마니타스 상점제는 특히 타 고교들도 벤치마킹해볼만한 제도다. 벌로 학생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상으로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는 특징이다. 학교 방호원부터 학교 인근 상점가 사람들까지 학생들에게 상점을 줄 수 있도록 한 독특한 제도로 인해 학교 밖에서도 인성교육이 이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 현장이 변화하면서 대학의 고교 방문 소통도 이어지고 있다. 임 교감은 이를 “대변화”라고 표현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인 때문이다. 통상 학종의 도입 이전 대학에서 일반고를 방문 소통한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2014년부터 많은 대학이 고교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교수가 10여 명 찾아와 릴레이 융합강의를 하기도 하며, 30여 명의 대학생이 찾아와 대학 전공소개를 하고 학생들을 대학으로 초청하기도 한다. 입학사정관들도 20여 회 이상 학교를 찾아 방문설명을 하고 간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수석대표)는 10년 전 연극부 동아리를 맡았던 경험을 들어 최근 학교변화의 모습을 설명했다. 수능 점수만이 대입 합/불을 좌우하던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할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생생히 체험한 현장의 목소리다. “10년 전 ‘교사 연극동아리’에 가입해 연극을 배우면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연극부가 활성화됐고 서울학생 한마당 잔치에 출연해 상도 받았다. 그러나 교장도 학부모도 연극부가 활성화 된 것을 싫어했다. 연극 연습하느라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당시 학교에서 연극 연습을 할 수 있는 강당조차 문을 잠가버려 학생들이 추운 교실에서 연습을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한다면 학교 현장이 이런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학생들은 어떻게 변화했나>
학교가 변화함에 따라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학생들이다. 문제풀이 위주의 경직된 학교활동이 아닌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억눌려있던 모습에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진로 탐색이 선행돼야 하는 학종의 특성 때문에 스스로의 진로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하는 학생들도 부쩍 늘어났다.

혹자는 학종의 도입으로 같은 교실에서 경쟁관계가 심화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교사들은 학종의 도입으로 경쟁은 완화된다고 전했다. 정경영 고대부고 교사는 “석차와 점수로 대학을 가던 때는 경쟁관계였던 모습에서 학교생활이 평가받게 되자 친구관계로 변하는 모습을 봤다. 학종에서 평가하는 창체(창의적체험활동)나 인성을 평가하는 자소서 3번 등을 의식해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협업, 이해, 상호협조가 필수적인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선구 중마고 교사가 밝힌 일화는 일반고에서 보이는 변화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김 교사는 “3월 어느 날 1학년 학생 한 명이 체험학습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나를 찾아 왔다. ‘5월에 갈 체험학습인데 3월부터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체험학습 장소부터 일정까지 거의 모든 것을 학생들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각자 역할을 분담했는데, 나에게 찾아온 학생은 체험학습 장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일반계고(일반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라며 “학생들은 체험학습을 비롯해 체육대회, 축제 등 예전에는 교사들이 맡아서 했던 일들을 대부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한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자기 주도적 학교생활이야 말로 학생부종합전형 이후 학생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최영수 공주사대부고 교사의 ‘학종이 유지/발전돼야 할 이유’에 대한 피력은 자기주도적 학교생활로의 변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왜 나타나게 됐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국립대인 공주대 사범대학의 부속고교지만, 전국단위 선발권을 지닌 자율학교인 때문에 50%의 학생들을 전국에서 선발, 통상의 일반고보다 탁월한 역량을 지닌 학생들이 입학하는 공주사대부고의 현장 목소리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공주사대부고는 특유의 선발권 때문에 정시 중심으로 진학체제를 갖추더라도 아무런 무리가 없는 고교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교사는 학교현장의 변화를 들며 학종의 유지/발전을 주장했다. 최 교사는 “교육활동의 패러다임이 교사의 가르침 중심으로부터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사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지식의 전달과 주입, 결과에 대한 평가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구성한 지식과 경험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포함한 교육적 발달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으로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는 전형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라고 말했다.

학종이 학생들에게 가져온 또 다른 변화의 지점은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로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선구 중마고 교사는 “최근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 장래 하고 싶은 일(직업)을 결정하려고 노력한다. 진로심리검사, 진로독서, 직업체험, 직업인 인터뷰, 진로상담 등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과 직업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한다. 진로목표를 정할 때는 희망 직업을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직업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고려한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설계하려는 청소년의 모습은 이전 세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배상기 청원고(서울)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문의하는 일이 많아졌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어느 경로를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고, 현재 자신의 모습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곤 한다. 자신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지만 살리지 못한 기자들과 다른 세대가 될 것이다. 세계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진로 관련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전했다.

송선용 광성고(인천) 교사는 “학종 도입 이전에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으면 정신나간 놈이었고, 동아리를 한답시고 있으면 철이 없는 놈이었으며, 만약 신문을 읽으면 그놈은 허무주의자(?)일 가능성이 있거나 사회를 비뚤어지게 거꾸로 볼 가능성이 있는 놈으로 응징의 대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책 읽으면 안 되는 세상’ ‘독서는 인생에 손해를 주는 것’, 생각하면 부끄럽다”고 과거의 학생들의 모습을 전하며 바뀐 학생들의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연초에 미술관으로 체험학습을 갔다. 예전 같으면 30분이면 상황이 종료된다. 지금은 다르다. 철저하게 사전조사하고 정보를 습득한다. 교사들도 최소한의 정보를 알고 간다. 학생들은 정말 진지하다. 적고 기록하고 평가한다. 세 시간도 모자란다. 보고 관찰하는 눈빛이 다르다. 학생들을 이토록 진지하게 만든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종이 자리잡기 이전에는 수능출제 영역인 통상의 주요 교과(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를 제외한 교과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많았다. 교과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점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인성은 고려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학종이 자리잡으면서 학생들의 인성도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학종이 학생들의 학업 인성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인 때문이다.

임 교감이 설명한 인창고에서 체육활동 중 다리에 금이 간 학생의 일화는 학종 도입이 인성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체육활동 중 친구와 부딪혀 다리에 금이 간 학생이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는데 학생이 체육 교사에게 절대 친구 때문에 다친 게 아니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친구의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 치료비 걱정을 하게 만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체육 교사는 학생이 보여준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을 학생부에 기록했다. 학종에서는 인성도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인창고의 사례를 두고 학종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부연했다. “물론 해당 학생은 학종이 도입되지 않았더라도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다친 사실을 알리지 않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들 까지도 기록의 대상으로 만들어 교육의 범주를 넓히는 역할을 학종이 하고 있다.”

<교사들은 어떻게 변화했나>
학교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대대적인 변화에는 교사들의 공헌이 컸다. 학생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탐색하고 만드는 주체가 교사들이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교사들의 헌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때문이다. 교육특구 일반고의 롤모델로 꼽히는 서울고가 심중섭 교감을 중심으로 각 학년 부장, 교과 교사들이 똘똘 뭉쳐 끝없는 헌신으로 독보적인 수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나, 한 지방 일반고 교사가 수시체제 안착을 위해 매일 밤 12시를 넘겨 퇴근한다고 설명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지방 일반고 교사는 “학종이 대입전형의 주류로 자리잡아가면서 평일에는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며, 주말에도 학교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피곤함보다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즐겁게만 느껴진다. 교실의 변화, 교육활동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느낀다면, 최소한의 소명의식만 존재하더라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교사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수능위주의 대입제도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축으로 변화하면서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됐다는 고백도 있었다. 배상기 청원고(서울) 교사는 “수능 위주의 대입제도에서 나는 학생들을 점수로 보았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이 학생은 몇점짜리, 그러니 어느 대학 정도겠지’하는 정도였다. 학생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그저 인문계 고교 교사로서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잘하는 과목과 못하는 과목을 합한 학생의 점수가 얼마라는 숫자만 기억하면 됐다”고 이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변화한 지점들을 짚었다. 배 교사는 “학종은 수능위주 전형보다 교사를 힘들게 한다. 노동 강도가 세서 아주 짜증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금은 학생의 특징과 장점, 진로 희망을 알아야 한다. 학생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 기록하려 한다.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대화한다. 교사들끼리 공동의 목표가 생겼다. 월급받고 문제풀이 방법을 전수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조복희 혜성여고 교사는 학종의 도입으로 인해 교사들이 바뀌어야 할 지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학종 도입 전까지는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학교 또는 특정과목 교사만 고민했다. 만들어진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따라오도록 했다. 이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까지 고려해 전체 교사가 고민해 만들어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시대다. 소수의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을 개설하면 누군가는 가르쳐야 하고, 심화과목을 개설해 우수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교사는 더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편하다면 편한 시절을 지낸 많은 교사들은 힘들어 하고 있다.” 조 교사는 변화해야 할 지점에 더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럼에도 학교가 학교다워지고 특성과 적성이 제각각인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즐겁게 배우고 익힌다. 이런 학생들은 대학에 가 고등학교에서처럼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이 학습역량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해 더욱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면 족하지 않은가?”

학종이 자리잡으면서 교사들은 더욱 전문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올라 있었다. 포럼이 열린 인창고의 경우 교사들이 평가의 주체가 되면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게 됐다. 임 교감은 “학기초 교사용 메모노트를 배포한다. 사사건건 메모할 수 있는 노트를 지참하고 교실에 들어가 현장수업 시 메모활동을 진행한다. 교사는 교육활동의 안내자이자 평가자, 학생들의 파트너라는 3중 역할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구 중마고 교사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데 교사들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마고의 현재 모습은 교사들이 변화한 긍정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성한 학술동아리가 2016학년 기준 57개 운영되고 있다. 교사 수가 52명이니 1개 이상을 지도하는 교사도 있다. 학생들은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을 모으고 관련 교과교사를 찾아가 지도교사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한다. 지도교사의 조언을 얻어 주제를 설정하고 1년간 탐구활동을 해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고 학년말에 발표한다.”

 

박대호 기자  mydae@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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