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덕원여고 교사

-현직교사의 고언 ‘학종은 교사와 학생에게 부담이 아니라 희망이다’
요즘 언론과 정치권을 보면 대입전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수시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 보이고,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시 대폭 축소를 공약으로 걸기도 합니다.

현직교사로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수시와 학종은 그 어떤 대입전형보다 낫다고 말씀 드립니다. 수시와 학종으로 인해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힘들어졌다면, 맞습니다. 그 전에 비해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해야 할 일들이 늘었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늘어난 일이 과연 그 이전 학생들이 하던 일과 비교할 때 쓸데없는 일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생산적인 활동이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전 학력고사와 수능만으로 대학 가던 시절을 떠올라 보세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공.부.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수능에만 나오는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집을 풀며, 매일 10시까지 야자를 하며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고득점을 맞기 위해서 살았습니다. 학교 수업은 수능만을 위한 시간이 되었고, 수능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예체능시간은 자습시간으로 바뀌었고, 독서등과 같은 활동은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사치였습니다. 동아리와 자신의 진로를 향한 활동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았습니다. 사교육은 어떠했습니까? 오직 수능에서 높은 점수만을 맞기 위해서 ‘비법강의’다 ‘찍신’이다 해서 오직 점수만을 받기 위한 사교육이 횡행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고교에서 학생들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수능의 약화와 학생부전형의 강화로 인해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능의 부담으로 인해서 여전히 사교육은 받고 있지만, 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학교 수업의 경우도 내신의 강화와 학생부 기록의 중요성으로 인해서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종 전형의 여파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기는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수업시간에 자고 있는 학생은 존재하며,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은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의 약화와 학생부기재의 강화로 인해서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토론수업과 그룹수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학생들을 관찰하여 그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학생부 기록(학생에 대해서 알려달라)으로 인해서 점차 고교 수업은 변하고 있습니다. 성적 순으로 학생부를 기재하는 이전의 방식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적에 따라서 학생부 기재의 내용이 달라지는 건 여전하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수업과 각종 교내 활동에 참여하여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성적이 나쁘다고 활동과 수업의 참여를 적어주지 않는 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룹 활동 속 멘토-멘티 활동 등을 통해서 우수한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이끄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고 있는 학생들이 깨어나고 있는 수업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변화들은 순전히 학종으로 인해서 학생부 기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무려 현재 고3을 수업하는 저조차도 고3영어 수업시간에 그룹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수업방식입니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라는 강력한 동기로 인해서 그런 수업을 할 수가 있게 되었고, 교실 내에서 자고 있는 학생이 사라지게 되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독서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각종 교내활동의 참여도 눈에 띄게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드’나 ‘일드’를 보면서 교내활동을 부러워하던 일들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고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수시에서 학종전형이 없었더라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아니요. 절대로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부담이 커진다? 그래요 커집니다. 하지만, 커진 부담은 결국 자신의 진로와 꿈을 위한 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순 암기와 교과서 속의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성장에 필요한 활동이 늘어났다고 보시면 돼요. 일부는 소논문과 같은 활동과 각종 입시 컨설팅으로 인해 금전적인 부담도 커지고 결국 ‘금 수저’ 전형이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100% 아니다’라고는 못합니다. 어떤 입시전형이든 금전적인 부담과 ‘금 수저’가 유리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학종전형은 자사고와 특목고에게 유리한 전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일반고들도 벤치마킹을 통해서 학교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학력수준이 꼴찌였던 인천지역 학교들이 이룬 학종의 성장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조차도 자사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학부모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오히려 학종이 대세로 떠오르는 지금 일반고도 결코 자사고 등에 뒤지지 않는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학종을 준비하는 학교들의 노력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 김상근 덕원여고 교사

학종에 대한 비판 기사에서 늘 등장하는 소논문 또한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한 예시일 뿐입니다. 입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압니다. 학교활동과 교과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소논문은 오히려 입시에서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무작정 돈으로 만든 소논문은 학종에서 합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고교 수준의 소논문은 논문으로서의 가치는 없습니다. 다만 대학교에서 보는 건 심화활동과 교과연계활동으로서의 소논문을 보는 것이지, 소논문 그 자체를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현재 입시 아니 정확하게 고교 교육환경에 무지한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만들어낸 학종에 대한 공격과 비판은 절대로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긍정적인 역할로써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대학들이 학종전형에서 얼마나 객관적으로 학생을 평가할지에 대한 토론과 해결책 제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학종전형으로 인해서 고교교육이 정상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런 무지한 비판들은 현직교사로서 힘이 빠지는 일입니다. 학종은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이라는 이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상근 덕원여고(영어, 진학부) 교사
ebsi 수능방송 강사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강사
교육개발원 방송통신고 강사
교육개발원 방송통신고 성취평가 위원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자소서 컨설팅 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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