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일괄 전환 무효화 가능성 높아져’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7일 서울교육청이 서울 광역자사고 7개교와 진행 중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고 부산교육청 역시 같은 날 해운대고의 지정취소 처분 소송 관련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특목자사고의 운명은 대선 이후 이뤄질 헌법재판소 판결로 넘어가게 됐다. 교육청의 소송 취하와는 무관하게 교육부의 2019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5년 전국 자사고와 특목고는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이지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의 학교법인이 정부의 2025년 특목자사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20년 5월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자사고 지위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대선 이후 이뤄질 헌재 판결의 향배에 자사고의 운명이 결론지어지는 셈이다. 잇따른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사고 유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무리 헌재 재판관의 성향이 친정부로 치우쳐 있다고 해도 대선 이후 판결이 이뤄지는 점, 하급심이 잇따라 지정취소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결한 점으로 미루어 헌재가 지정취소에 손들어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대통령 시행령으로 못박은 2025 일괄 전환은 헌재 판결로 인해 무효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청이 27일 서울 자사고 7개교와 진행 중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 부산청도 같은 날 해운대고의 지정취소 처분 소송과 관련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청은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지정취소 처분된 7개 학교와의 법적 분쟁을 끝내고 항소 취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청은 입장문에서 “의미가 축소된 소송을 끝내고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른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더 충실히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법적 분쟁으로 인한 학교 교육력 약화가 자사고 재학생에게 피해를 미칠 수 있고, 고입 불확실성에 따른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시교육청과 자사고 교장단은 교육청-자사고 협의체를 구성해 자사고 정책과 관련한 제반 현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청도 해운대고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행정소송에서 이달 12일 2심에 패소한 뒤 27일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부산청은 해운대고 학교법인 동해학원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무효확인 소송과 관련해 상고하지 않고 법무부 지휘를 받기 위해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상고 포기 이유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5년 전국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더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이 서울 자사고 7개교와 진행 중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의 항소를 27일 취하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교육청이 서울 자사고 7개교와 진행 중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의 항소를 27일 취하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청, 7개 자사고 취소 항소심 소송 모두 취하>
앞서 서울 소재 자사고들이 서울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7곳 중 경희고와 한대부고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내달 3일 선고될 예정이었다. 배재고와 세화고가 낸 2심 선고도 내달 10일로 예정돼 있었다.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광역자사고 8개교는 서울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배재고와 세화고(2021년 2월18일), 숭문고와 신일고(2021년 3월23일), 이대부고와 중앙고(2021년 5월14일), 경희고와 한대부고(2021년 5월28일) 순으로 전원 1심 승소했다. 

이들은 1심 승소 이후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 항소 취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당시만 해도 조 교육감은 항소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2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조 교육감은 입장을 바꿔 “자사고 2심 판결이 시작되고 있으며 항소 관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지 이틀 만에 항소 취하를 결정했다. 

조 교육감이 항소 취하를 결정한 것은 우선 2심에서도 승소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일 부산 해운대고의 2심 소송에서도 부산청이 패소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서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던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이유로 부산청의 해운대고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재량권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해운대고의 손을 들어줬다. 

6월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면서 패소로 인한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교육감은 6월 서울교육감 선거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선거를 앞두고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네 차례 연달아 패소하게 되면 타격이 클 것으로 고려해 항소 취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도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서울청은 자사고 소송에 1억95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했다. 특목자사고 지정취소가 조 교육감의 주된 공약사항이라는 데서, ‘정치적인 이슈를 소송으로 부풀려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 어떻게 진행됐나.. 1심 ‘전원 승소’>
서울청과 서울 자사고 8개교의 법정다툼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전국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해 교육청 차원의 지정취소가 결정된 곳은 총 11개교였다. 서울 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경기 1개교(안산동산고), 부산 1개교(해운대고), 전북 1개교(상산고)다. 이 중 교육부의 부동의로 인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전북 상산고를 제외한 10개교가 재지정 평가를 통해 강제로 지정취소됐다. 10개교 모두 지정취소에 불복하며 2019년 8월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정취소된 자사고들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 변경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 자사고 8개교는 배재고와 세화고(2021년 2월18일), 숭문고와 신일고(2021년 3월23일), 이대부고와 중앙고(2021년 5월14일), 경희고와 한대부고(2021년 5월28일) 순으로 전원 1심 승소했다. 다만 숭문고의 경우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충원율 미달 등을 이유로 자발적 일반고로 전환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서울청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하는 과정에서 평가기준의 중대한 변경을 뒤늦게 공표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사고 재지정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운영 준을 현저하게 다른 형태로 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서울청이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기준을 평가대상기간에 소급 적용해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고 판단했다.  

서울 자사고 1심 선고가 서울청의 ‘4전4패’로 일단락됐지만, 서울청은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판결이유를 분석한 후 항소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울 자사고 7개교는 항소심에서 재판을 2개씩 합쳐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항소심도 중앙고와 이대부고, 경희고와 한대부고, 신일고, 배재고와 세화고의 4개 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부산청도 같은 날 상고 포기.. 해운대고 항소심 첫 승소>
부산청도 서울청과 같은 날 해운대고 자사고 취소 소송과 관련해 상고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5년 해운대고를 포함해 전국의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상고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부산청은 앞서 해운대고 자사고 지청 취소 관련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모두 패소한 만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고는 2020년 12월 부산청을 상대로 낸 1심 행정소송에서 첫 승소한 데 이어, 이달 12일 2심에서도 승소했다. 1심 선고에서 전원 승소한 자사고 10개교 중 항소심에서도 승소한 건 해운대고가 첫 사례였다. 

해운대고는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 70점에 못 미치는 종합점수 54.5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다. 해운대고의 학교법인인 동해학원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교육부와 부산청 결정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 당시 재판부는 “일부 평가기준과 평가지표 신설 또는 변경은 해운대고에 현저하게 불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부산청이 이미 지나간 평가대상기간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해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운대고가 2019년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해운대고에 불리하게 변경되거나 신설된 기준점수와 최대 감점 한도,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 교비회계 운영 적정성 항목에 관한 평가지표가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면 원고는 최소한 63.5점을 받아 변경 전 기준점수 60점을 충족해 자사고 지정기간을 연장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심에서도 재판부는 부산청에 대해 자사고 평가 직전에 새로운 평가 기준 및 지표에 대한 정보를 통보해 재량권 범위가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체로 1심과 같은 이유로 부산청의 해운대고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재량권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안산동산고 남은 소송 영향은>
서울청과 부산청의 항소 취하, 상고 포기 결정에 따라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경기교육청-안산동산고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청의 7개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을 취하하고, 부산청이 2심 패소 이후 상고를 포기한 만큼, 이는 경기청에도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승소 여부 역시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조만간 서울 부산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산동산고는 2021년 8월 경기청을 상대로 1심 승소하면서 2심을 진행 중에 있다. 2019년 경기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평가 기준점인 70점에 못 미치는 62.06점을 받고 지정취소가 결정됐다. “경기청의 평가가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처분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교육청 결정에 불복,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2019년 자사고 지정 및 취소에 관한 심사 당시 심사기준에 많은 변경이 생겼는데, 변경된 기준을 심사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 통보하고,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피고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처분기준 사전공표 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갱신제의 본질과 적법절차 원칙에서 도출되는 공정한 심사 요청에도 반해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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