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저하 우려’ 수요자 외면 여전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 정부와 교육당국이 지속적으로 교육성과를 강조해왔지만, 정작 혁신학교의 개념이나 교육과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연구보고서 ‘미래 교육을 위한 학교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공개했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모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교육공약에서 ‘공교육 혁신’의 사례로 전면에 등장했다. 현 정부가 국정운영을 시작한 이후에도 ‘혁신학교 확대’는 주요한 교육정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혁신학교는 당초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선 구체적인 개념과 철학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전수조사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진행했던 시기 혁신학교들의 뚜렷한 ‘학력저하’가 확인됐던 만큼 확대를 강행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그동안 혁신학교를 확대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수요자들은 어떠한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는 얘기”라며 “도입 10년차를 넘어선 상황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여전히 혁신학교가 기존의 일반고와 다른 고유의 정체성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수요자들의 불신이 커진 배경 역시 부진한 학업성취도 문제와 모호한 당국의 설명이 더해진 결과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 정부와 교육당국이 지속적으로 교육성과를 강조해왔지만, 정작 혁신학교의 개념이나 교육과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 정부와 교육당국이 지속적으로 교육성과를 강조해왔지만, 정작 혁신학교의 개념이나 교육과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7월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6.5%가 혁신학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0.7%였다. 나머지 35.7%는 “잘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셈이다. 반면 혁신학교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잘 안다” 2.7%, “대체로 안다” 18.3%로 각각 나타났다. 32.5%의 응답자는 보통 수준으로 혁신학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일반적인 인지도가 높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교육성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드러났다. 교육과정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 향상, 민주적인 교육과정 운영 등이 혁신학교의 주요 성과라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41.6%의 응답자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혁신학교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일반 학교로 진학 시 적응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입시교육에 소홀하다는 등 ‘우려’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도 40.2%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현장의 반응은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학력저하 논란’으로 혁신학교의 신규지정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교육청은 2022년까지 혁신학교의 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고교의 신규지정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한 교육전문가는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자율성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등의 가치가 학종 중심의 현재 수시체제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요자들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2018학년 개교한 금호고와 도선고를 제외한 서울형 혁신고 12개교의 서울대 수시등록실적은 2016학년 5명, 2017학년 10명, 2018학년 9명이었다. 최근 3년 동안 학교당 1명도 기록하지 못한 결과다. 취약지구 위주로 설립된 자공고들은 물론 강북 일반고까지 서울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고교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전환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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