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근거 어려워’.. ‘현 정부내 철회가능성도’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25년 예정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정책이 뒤집히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고교현장에선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고입을 치르는 시점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 79곳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19일 다시 한 번 밝혔다. 일괄폐지 방안을 여러 차례 교육부 관계자들이 강조하는 상황을 두고 당국의 강한 의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실제 2022년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가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시기와 맞춘 점도 일괄폐지 정책을 철회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선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025년 시행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 등의 법적 절차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이지만, 일괄폐지 자체는 다음 정부가 진행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정책을 계승하지 않는다고 해도 강제할 근거가 전혀 없다. 2022년 이후 새로 출범한 정권이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는 국민적 지지가 있는 만큼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가 철회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결국 지지를 잃게 되면 정책의 추진력도 상실된다는 얘기”라며 “이미 야권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되돌린다는 공약까지 나온 상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입과 고입 가릴 것 없이 흔들면서 수요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새 정부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정책을 뒤집어도 정치적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성급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내신절대평가제 실시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원이 늘 가능성은 있지만, 일괄폐지는 과도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수요자들에 선택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모두 폐지하고, 일방적으로 일반고를 늘리는 ‘반시장적 정책’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실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내신절대평가제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선호요인이 될 수 있다. 내신경쟁 부담이 줄면서 지원자가 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수업을 고교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이미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고교학점제의 장점과 부합할 수 있는 고교유형인 셈이다. 선발체제에 따른 지원자 쏠림은 그 다음으로 고려할 문제”라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라져도 현재와 같이 일반고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교육특구 등을 중심으로 새롭게 서열화가 나타날 것이다.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나치게 앞서나간 이유”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스스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방안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 급증이나 교육특구 과열 등의 문제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관계자들은 일제히 교육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고, 헌법소원 등 법적투쟁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현장의 반발과 소송전이 지속될 경우 고입혼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교육부와 정부를 향할 것”이라며 “시일이 지날수록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수월성교육을 담당했던 공교육의 축을 모두 없애는 조치가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일괄폐지’라는 단순한 구호는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인 시점에선 지지층 결집의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고입 전반의 문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현 정부 임기 내에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정책 자체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예정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정책이 뒤집히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고교현장에선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성급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5년 예정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정책이 뒤집히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고교현장에선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성급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차기 정권의 정치적 부담?.. ‘정당성 확보 어렵지 않아’>
2025년 현 정부의 계획대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은 ‘정책뒤집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선언한 만큼 정권이 바뀌어도 번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 이후 교육부는 속도감 있게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입법예고까지 종료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2월에서 3월 사이에 공포될 전망이다. 올해 3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고입 변화를 맞이하는 만큼 수요자들도 이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추후 야당이 집권해도 상당부분 시간이 흐른 시점이 된다. 결과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방침을 철회하려면 정치적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2022년 치러지는 대선 이후 집권한 정부에서 충분히 정책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도 2025년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전환을 보장할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정권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가 되는 시행령을 다시 마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외고와 자사고는 현재 법상 학교가 아니라 시행령상 학교다. 시행령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물론 차기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 시행령을 되살릴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당시 이 비서관은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만큼 차기 정권에서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여론 역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정책 구속력의 근거가 되기는 부족하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현재 교육정책의 신뢰 자체를 크게 상실한 상황이다. 수요자들은 5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방안의 지속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조국사태’ 이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입개편 지시로 정시확대가 결정되는 등 이전의 경험이 ‘학습효과’처럼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입개편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계획을 발표됐을 때도 현장의 큰 요동은 없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청원대와 여당 등이 교육정책을 통한 국면전환을 여러 차례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요자들은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놔도 정치적 계산에 따른 충격요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정책를 백지화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애초부터 수요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정책 발표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차기 정부가 야권에서 나온다면 전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는다는 명분까지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 위한’ 특목자사 폐지?.. 시장논리 거부로 ‘공교육 약화’>
일부에선 고교학점제 정착을 이유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옹호하기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운영 학사제도다.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고교학점제는 점수를 얻기 쉬운 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도입이 필수다. 내신절대평가제가 실시되면 특목자사고 입학에 따른 내신경쟁 부담이 적어진다. 결과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쏠림을 막기 위해 일반고를 중심으로 고교체제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보다 일반고의 역량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고 전체의 경쟁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교서열화 해소방안과 함께 일반고 역량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수월성교육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덜기엔 부족한 수준이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일반고도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얻은 뒤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했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기에 앞서 일반고도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입 수요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일반고보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일괄폐지 방안을 현 정부가 이끌어가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2020고입에선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가운데 8곳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전국 30개외고의 경쟁률도 1.36대1에서 1.37대1로 소폭 올랐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고입에선 전년 경쟁률과 엇비슷하게 나와도 사실상 오른 것으로 봐야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국자사고의 경우 학교별로도 뚜렷한 상승세가 확인되면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입증됐다. 반면 일반고의 경쟁력에 대해선 현장의 의문이 여전하다. 

일괄전환이라는 방식으로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무시하는 정책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시장논리에 따라 학교경쟁력을 중심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사이에서 ‘옥석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이 경쟁력이 뛰어난 고교로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 반대로 원서접수에서 미달 누적으로 일반고 전환된 고교들도 나왔다. 지난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모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하는 것을 확정하면서 그동안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시장의 왜곡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교선택제는 시장논리를 따른다. 가장 적합한 학습 환경을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 향상과 교육 다양화를 이끌 수 있는 방식”이라며 “고교학점제가 어떤 수준으로 운영될지도 불명확한데 특목고나 자사고처럼 이미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먼저 없애는 것은 불합리하다. 일방적인 정책으로 현장의 갈등까지 키우면서 사회적 비용까지 커지고 있다. 전형적인 정부실패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괄폐지 반대’ 현장 목소리.. ‘현 정부에서 뒤집힐 가능성 있어’>
폐지대상으로 몰린 고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이미 전국의 자사고들과 16개사립외고는 법적대응에 돌입했다. 이들 고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포함한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학교별로 폐지 반대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원칙적으로 정부정책에 대해 학교 차원의 입장을 낼 수 없는 공립국제고 4곳까지 총동문회를 통해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나아가 외고 동문들로 구성된 전국외고연합변호인단은 외고의 설립근거를 법률에 담을 수 있도록 입법청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자사고외 외고 관계자들은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될 경우를 상정하고 헌법소원도 준비 중이다.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들과 교육계 인사들까지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는 만큼 올해 총선결과나 향후 대선까지 파열음이 지속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뒤엎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고교 관계자들은 교육적 가치를 근거로 반박하고 있는 만큼 현 정부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20년이상 공교육 현장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정한 역할을 해왔던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한 자사고 교장은 “마치 자사고들을 ‘악의 축’처럼 묘사하는 것이 부당하다. 초기에 국가가 제안한 대로 요건을 갖추고 재단과 동문의 지원으로 기숙사까지 세웠다. 그동안 학교운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정권이 앞장서서 매도하며 일반고 전환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서울의 광역자사고가 추첨방식으로 선발되지만 학생들의 자부심이 크다. 다른 일반고 학생들과 달리 스스로 학교를 선택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대입실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부심이 그동안 자사고 체제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마치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적폐’로 몰아붙였다. 자사고를 운영하면서 학교들이 가졌던 나름의 자존심들이 모두 뭉개진 셈”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의 ‘유탄’을 맞은 전국모집 자율학교의 반발도 거세다. 교육부가 고교서열화를 이유로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하는 일반고 49개교의 모집범위를 광역단위로 축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서 학생모집이 어려워 일반고들이 전국모집으로 전환된 취지를 무시한 채 시대를 역행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농어촌 지역 한 자율학교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의 공동화가 겹친 영향으로 지역 내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속출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고의 전국모집이 허용된 것”이라며 “농어촌 지역이나 지방 소도시의 경우 광역모집을 실시할 경우 지역내 중학생수보다 신입생 정원이 많아질 수 있다. 사실상 학교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시점이 2025년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현 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일괄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서열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은 편향적이다. ‘부유한 계층이 다니는 특권학교’와 나머지 일반고를 대립시키려는 구도로 보인다”며 “물론 당장 올해 치러지는 4월 총선에선 이 같은 편가르기가 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이뤄지는 시점은 2025년이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장이 지지를 이끌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학교 현장에선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총선 이후 현 정부 지지층을 분열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공교육 역량 강화 등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여론이 뒤집히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대선 이전 시점에 교육계의 우려가 크게 확산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돌이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 없는’ 교육특구 사교육 과열.. ‘수요자 불안감 자극 우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시점이 다가올수록 사교육과 교육특구 과열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부분도 정책 방향이 급선회할 수 있는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는 그 가능성에 대해 “과도한 우려나 오해”로 일축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이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공교육 약화’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전망이다.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찾는 수요자들이 교육특구와 선호도가 높은 학교 근방으로 몰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서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사교육이나 해외유학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크다. 실제 역효과에 따른 폐해가 가시화된다면 교육당국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철회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과거 70~80년대 고교평준화 시기처럼 소수의 ‘명문고’들로 학생들이 집중되는 문제가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특목고와 자사고가 설립된 배경도 교육특구와 사교육 견제였다. 이들 고교가 사라진다면 자연스럽게 교육특구와 사교육을 대안으로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목고인 과고와 외고가 설립된 배경도 평준화로 유발된 교육특구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특목고의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과열되자 교육당국은 일반고 가운데 자사고들을 늘려 교육특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교육수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며 “현 정부는 사교육의 영향력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라진다면 다시 입시의 중심은 사교육으로 넘어간다. 특목자사고가 도입되기 이전시기처럼 ‘일반고 서열화’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교육특구와 사교육 밀집지역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2025년으로 일괄폐지 시점을 정한 것이 수요자들을 더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특구뿐만 아니라 우수한 성과를 내왔던 자사고나 외고 인근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인구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종과 정시 모두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결과들이 나온 상황에서 명문학교, 명문학군에 대한 선호는 과거보다 더 높아져 있다. 일괄폐지로 인해 고교유형간 격차가 일반고간 격차로 모양만 바뀌면서 서울에선 하나고나 대원외고 등에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라며 “올해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중학교 진학 시점부터 명문학군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고소득층 계층의 해외 조기유학까지 이끌며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교육특구와 사교육에 따른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경우 현 정부 임기 내에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철회될 수 있다고 예측된다. 일괄폐지와 같은 상황변화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에 비해 사교육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사교육에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을 억제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해법은 ‘공교육의 내실화’다. 공교육이 제대로 실시되면 저절로 사교육 시장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상황변화는 사교육에게 기회가 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는 수요자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고교서열화를 주장하며 특목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준 높은 교육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다. 사교육 등을 통해 국내에서 이를 충족할 수 없다면 수요자들은 유학도 선택할 것이다. 사태가 학생들을 해외로 내모는 방향까지 전개되면 정부도 정책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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