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3천만원 지원.. '귀족학교 아니다'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사고가 올해부터 전액장학생을 선발한다. 민사고는 2020학년 신입학전형부터 저소득층 학생 대상으로 장학생 제도를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올해는 총 4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재학기간 동안 교육활동에 드는 비용 전액이 지원된다. 학생 1인당 약 3000만원 정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민사고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장학 후원의 폭을 넓혀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했던 민사고는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부칙 제5조 1항에 따라 사회통합대상자 의무선발의 예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전에 몇 차례 시행됐다 중단된 전액장학생 제도가 부활하면서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기회가 다시 열렸다. 한 교육전문가는 “민사고의 교육수준은 이미 입증됐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고입 동시실시’ 합헌결정 이면에 위헌의견을 피력했던 재판관이 더 많았던 이유가 민사고의 교육경쟁력 덕분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높은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학비가 높았던 만큼 저소득층 학생들 쉽게 지원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 전액장학생 제도가 보다 다양한 환경의 학생들이 민사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일부에서 비판해왔던 ‘귀족학교’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사고가 올해부터 전액장학생을 선발한다. 올해는 총 4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재학기간 동안 교육활동에 드는 비용 전액이 지원된다. 학생 1인당 약 3000만원 정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최병준 기자

<‘전액장학생’ 4명 선발.. 1인당 ‘약 3000만원’>
올해 전액장학생 총 4명 선발할 예정이다. 한샘 DBEW 장학생 3명, 민사고 동문회장학생 1명이다. 지원자격은 관련 법령에 따른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 등이다. 지원범위는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포함한 등록금, 기숙사비, 수학여행비, 교복, 악기, 교재비 등 각종 교육활동에 소요되는 경비 일체다. 2019년 기준 연간 약 3000만원 수준이다. 장학생 전형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강원교육청으로부터 2020학년 신입학전형이 승인된 직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민사고가 저소득층을 겨냥한 장학제도를 운영한 것은 2007년부터.  전국 지방 5개지역의 기업과 단체 등의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한 ‘덕고장학생 제도’를 통해 잠재적 영재성이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선발해 졸업 시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했다. 그렇지만 중도포기자가 발생했고 후원도 일부 끊기면서 시행 3년만에 중단됐다. 다시 2012년부터 장학기부금을 활용해 ‘다산장학생 제도’로 전액장학생을 다시 모집했으나 2015년 재원이 고갈됐다. 민사고 관계자는 “설립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 없었던 데다 모기업의 경영난과 매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경영이 어려워 등록금도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전액장학금 제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학교사정을 무시한 채 사회통합전형 시행여부로 불이익을 부여하는 자사고 재지정평가의 지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자사고 재지정평가 항목에서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와 배점이 논란이다. 교육당국이 학교에게 사회사업까지 떠넘긴 셈이다”며 “그나마 강원교육청은 민사고가 법적의무가 없다는 점을 인식해 재지정평가 항목과 기준을 조정했다. 그럼에도 민사고는 사회통합전형 시행에 따른 가점대상일 수는 있지만 감점대상이어선 안 된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등록금과 일부 학교법인의 전입금으로 운영하는 민사고에게 저소득학생을 선발하고 학비를 직접 지원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 사립학교의 재원 부담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처사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근거 없는 ‘귀족학교 논란’.. ‘학비와 교육비 함께 판단해야’>
재정문제로 인해 여러 차례 지급이 중단됐음에도 올해 다시 민사고가 전액장학생 선발에 나선 이유가 일부에서 제기된 과도한 비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매년 민사고를 ‘귀족학교’로 몰아붙이는 것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올해 초에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은 고교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성적과 학생 1인당 학부모부담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육 양극화의 주범으로 민사고 등 전국자사고들을 꼽았다. 특히 사교육걱정과 김 의원은 민사고의 1인당 평균 학비가 평균 대학등록금의 4배가량 비싸다는 사실을 교육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학비만 놓고 비교하는 방식은 현실과 전혀 맞지가 않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고교들이 학생교육에 투자하는 교육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학교마다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을 배경에 둔 재단의 지원을 받는 학교도 있지만 민사고나 상산고처럼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수요자 역시 학비뿐만 아니라 교육투자의 규모, 특색 프로그램, 대입실적 등을 종합해 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교육걱정은 전체 자료 가운데 일부 내용만 확대해석하며 자사고들이 ‘비싼 학비’로 교육 양극화를 유발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친 셈이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이 1인당 연간 2589만원으로 전국자사고 중 가장 학비가 높다고 비판한 민사고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투자비용이 더 컸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난해 학교알리미의 자료에 따르면 1인당 2968만원이었다. 사교육걱정과 김해영 의원의 제시한 학비보다 교육투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모기업의 부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음에도 우수한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하는 내용이다”며 “학비는 반드시 교육비와 함께 봐야 한다. 교육투자의 규모를 통해 학비가 과도한 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비를 기준으로 민사고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수준의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 시기 영재학교 가운데서 교육비가 가장 높았던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2813만원보다도 높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설립한 자사고가 국가가 지원해 이공계 영재들을 육성하는 목적을 가진 영재학교보다도 투자규모가 큰 것이다. 학비 역시 높은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담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이 같은 맥락을 제거한 사교육걱정의 주장에 대해 교육현장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여전한 국가대표’ 민사고.. ‘다양성 강조’ 국내외 대입실적 두각>
1996년 개교이래 민사고는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아이비리그 진출의 길을 열었던 민사고는 해외대학 대비 시스템을 그대로 학종 수시체제로 녹여 최근 대입에서도 정상의 실적을 과시해왔다. 외고 자사고 유형의 신설 고교는 물론 수시체제구축을 위한 일반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명성이 높다. 실제로 ‘고입 동시실시’에 대해 헌재가 비록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과반 이상인 5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밝힌 배경에도 민사고 교육의 우수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 있다. 재판관들은 영어와 컴퓨터 활용능력 등 6가지 분야에서 일정 수준을 갖추도록 권장하는 졸업인증제도인 ‘민족6품제’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다양한 자료를 확인하며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민사고 교육의 최대장점은 ‘다양성’이다. 특히 지난해 새롭게 도입한 ‘융합모듈’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는 융합적 인재 육성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1학년은 독서를 중심으로 융합적 사고를 기르는 ‘융합독서’, 2학년과 3학년은 개별화된 심화과정인 ‘융합상상력’ 수업을 받게 된다. 융합독서와 융합상상력을 이수한 학생들은 실생활 중심 과제 해결을 위한 ‘융합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꾸준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2008년부터 도입해 민사고 교육과정의 상징과도 같은 ‘무학년 무계열 개방형교육과정’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무학년 무계열 융합교육과정’으로 변모한다. 2,3학년 때 이수하는 선택과목들을 진로선택으로 편성해 석차등급이 기록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이 내신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소질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과외 수업에서도 최대한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5인이상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면 교사시수에 부담이 없는 한 강의가 열리는 구조다. 

교육의 다양성을 토대로 민사고는 해외진학실적을 꾸준히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8해외대학 실적에서 24명의 해외대학 진학희망자들이 55개교 97건의 실적을 냈다.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유펜 코넬 등 아이비에 11건, 아이비플러스로 불리는 스탠포드 1건까지 더하면 12건의 합격(중복)실적이다. 미국대학은 톱30 국립대에 28건, 최근 각광받는 리버럴 아트 칼리지 톱30은 9건, 공학프로그램 톱10에 1건 등 총 78건의 실적이다. 영국대학은 톱15에 10건 등 총 13건을 기록했고, 아시아대학엔 5건의 실적이다. 캐나다대학 실적도 1건이 있었다.

현재의 ‘학종’으로 대변되는 대입의 성과도 돋보인다. 민사고는 2018대입에서 수시22명 정시11명 등 33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하며 전국 고교순위 9위를 기록했다. 2017대입에서도 수시34명 정시6명으로 전체 40명의 서울대 등록자로 전국8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능 위주의 고교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가능성에 맞춤 교육을 실시하는 대표적 수시체제를 입증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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