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뢰보호원칙 위배'.. 법적대응 예고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외고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가 골자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기간 종료를 앞두고 상산고가 교육부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학교법인 상산학원 홍성대 이사장과 상산고 박삼옥 교장은 6일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했다. 상산고측은 “개정안은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을 넘어서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전기모집이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지정을 받고 자사고로 16년간 운영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면서 교육부에 개정안 추진을 재고할 것을 주문했다. 개정안의 입법예고는 기간은 12일까지다. 상산고측은 개정안이 이대로 효력을 발휘할 경우 법인 차원에서 개정 시행령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소송과 함께 잠정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신청을 동시에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의견서를 통해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의 근거로 든 ‘동등한 입학전형 운영’의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적용하는 고교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일반고와 설립목적, 입학전형 방법, 재정부담 등 근본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자사고를 후기학교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동등하고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법령상 동일한 특목고로 분류되는 과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와 다르게 취급해 외고 국제고 자사고만 후기학교로 두는 것 역시 ‘공정한 입학전형’에 부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자사고는 고교교육의 다양성 특수성 수월성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교유형이다. 설립취지에 따라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필기고사 이외의 방법으로 학교장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결함 보조금 지원 없이 학생 수업료와 법인의무 부담금만으로 운영하는 등 일반고와는 차이가 크다. 

학교법인 상산학원 홍성대 이사장이 지난6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고 자사고 폐지가 공정한 교육인가' 토론회에서 '자사고의 올바른 이해' 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고입 동시실시로 고교서열화 완화?".. 타당성 떨어져>
교육부가 개정의 근거로 든 ‘우수학생 선점효과, 고교서열화 완화’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외고 자사고가 우수학생 선점효과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학교들이 다른 일반고에 비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외고 자사고가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입학전형 상 전기학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교가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과 지속적인 투자, 교사들의 적극적인 교육활동과 안정적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우수학생 선점효과를 막고 고교서열화를 완화하는 것이 개정 목적이라면 그간 우수학생을 선점하고 국내 고교서열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과고는 어떤 근거로 전기모집을 유지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선발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고교서열화 완화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이 개정의 타당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외고와 마찬가지로 일반고에도 인적 물적 투자를 늘리거나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해 우수학생들이 일반고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고교서열화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선발시기를 조정할 경우, 과거 강남 8학군 등 학군에 다른 고교서열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학생들 입장에서도 공정한 입학전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 규정에서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입학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들이 아무런 불이익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고, 선발되지 않더라도 다음 기회인 후기에서 희망하는 일반고에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외고 자사고에 지원하고 싶은 학생들은 1곳만 지원할 수 있으며, 희망하는 일반고에는 아예 지원할 수 없는 불이익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하는 셈이다. 

<시행령 개정.. 신뢰보호 원칙 위반 "법적대응도 각오">
선발시기 조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정안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001년 당시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자사고로 지정되면 전기학교로 학생들을 우선선발 할 수 있다는 운영요건을 제시했다. 상산고도 이 같은 요건을 받아들여 자사고 지정을 신청, 장관으로부터 지정을 받고 운영해왔다”면서 “2009년 자립형사립고 제도가 자율형사립고 제도로 전환될 당시에서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전기학교로 학생들을 우선선발할 수 있다는 운영요건을 제시했다. 2014년 운영성과 평가를 받아 다시 자사고로 지정받을 때에도 전기학교 운영요건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요건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상산고 운영에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여왔다”라며 “엄격한 운영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학생 납입금 약 589억원의 74.7%에 이르는 약 440억원을 학교발전을 위해 지원해왔고,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190억원을 들여 950명 수용의 대규모 기숙사도 건립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라 상산고가 자사고로 지정돼있다 하더라도 그 전과 달리 후기학교로 선발하도록 규정한다면 우리법인의 자사고 제도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같은 신뢰위반은 학교뿐 아니라 자사고 입학을 목표로 공부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외고 자사고 일반고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게 되면, 외고 자사고 탈락 시 원거리나 비선호 고교에 다니게 될 위험 때문에 지원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외고 자사고 폐지 논란에 올해 신입생 지원에서도 상당수 미달이 발생한 가운데 향후 미달이 심화될 경우 학생 등록금과 법인전입금으로 운영되는 외고 자사고는 재정부족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자사고 제도 도입 이전 고질적인 병폐였던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고교평준화가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과 전교생 기숙사체제로 충족해왔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사교육 시장의 팽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자사고가 정부 재정지원 없이 필요재원을 학생과 법인을 통해 부담함으로써 절감해온 막대한 재원이 매년 일반고의 교육여건 개선과 공교육 내실화에 쓰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자사고는 평균 학급규모가 30.8학급이다. 비슷한 규모의 일반 사립고가 매년 평균 약 44억4500만원의 정부지원을 받는다. 자사고 46개교를 폐지할 경우, 매년 2천억원의 교육재정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라며 “그만큼 일반고의 교육여건 개선에 심각한 문제가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후기 입학전형 일정 간 충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현재 후기고 입학전형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각각 다른 시기에 실시한다. 자사고가 후기학교로 이동했을 경우, 광역모집 자사고는 해당 교육청의 전형일정에 맞춰 선발할 수 있지만 전국모집 자사고는 어느 일정에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할 교육청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전횡의 소지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밀어붙인 2019고입 동시실시.. ‘오히려 일반고죽이기 가능성’>
교육부는 지난 달 2일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전기모집을 실시해온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모집시기를 후기모집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12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된 후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9학년 고입을 치르게 될 현 중2 학생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후기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된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지원했다 탈락할 경우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반고나 집에서 먼 고교에 배정될 수 있는 셈이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외고 자사고의 지원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일반고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강남 등 명문 학군이 되살아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교육부는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완화하고자 고입 동시 실시를 단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고입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부의 조치가 그간 해온 말들을 뒤집는 조치라는 데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 당시 자사고 특목고 폐지 논란에 대해 향후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임명 후 ‘모르쇠’로 일관한 데 더해 급기야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사실상 고입 동시선발 문제의 결론을 내린 상태다. 교육부는 입시시기 조정문제는 고교유형의 폐지 내지 존립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교육회의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입시시기 조정부터 수요자의 선택과 연결된 고입체제 개편 문제라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그동안 부총리의 발언을 지켜봐온 교육 수요자들 역시 ‘말바꾸기’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발표시기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장 중2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때문이다. 현행 대입 사전 예고제를 더욱 강화해 3년반 전 교육정책 변화를 발표함으로써 교육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겠다던 정부가 당장 내년에 치러질 고입에 큰 변화를 감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고입 동시선발 방안이 교육부의 재량에 속하더라도 최소 현재 중학생들 이후로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불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는 얘기다.

고입체제의 상당부분을 개편한 명분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고입 동시선발의 목적인 ‘우수학생 선점 해소’와 ‘고교 서열화 완화’의 실현은 현 조치와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차’ 성격의 입시를 실시하는 과학(예술)영재학교, 전기모집으로 여전히 남은 과고가 있는 상황에서 우수학생 선점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의 동시선발이 오히려 일반고들의 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고교 서열화 완화라는 목적 역시 흐릿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외고 국제고의 어학계열 이외 진학, 자사고의 국영수 중심 교육과정 편성 등도 문제 삼고 있지만, 외고 국제고는 어학계열만 진학해야 하는 곳이 아니며 자사고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역시 보장돼있다는 점에서 명분으로 삼기 어렵다는 평가다. 오히려 고입재수를 발생시킬 수 있는 등 문제점만 가득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형편이다. 현행 체제에선 특목고 자사고 입시에 지원해 탈락하더라도 여타 학생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지만 입시시기가 일원화되면 기존 방식대로 지원할 수 없다. 다음 해 고입에 도전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 고입 동시실시 방안은 고입체제 변화를 넘어 교육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추진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후 우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번 고입 동시실시 방안은 부총리가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꺼내들었던 카드다. 이후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해야 될 사안이란 비판이 더해지자 전격적으로 ‘말뚝박기’에 나선 셈”이라며, “향후 수능 절대평가를 비롯해 대입/고입 변화, 대학/고교체제 개편 등 교육현안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말을 바꿔가며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이후 산적한 교육현안들도 우려된다. 현장이 반발하면 교육회의등을 핑계로 물러섰다가 전격적으로 말바꾸기로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교육회의를 통한 신중한 정책마련을 기대해온 수요자들을 돌아서게 만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고교 입시는 선발시기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된다. 4월부터 11월까지 전기 모집에선 예고 체고를 비롯한 과고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와 특성화고 자사고 등이 선발을 진행한다. 수험생들은 전기 선발 고교로 분류된 학교 가운데 고교 유형에 관계없이 한 곳만 지원할 수 있다. 전기 모집이 탈락한 학생들을 포함해 전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은 학생들은 12월 중 일반고가 후기 신입생 선발을 진행한다.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전기 모집 고교에서 제외하고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하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이중지원도 금지된다. 평준화 지역 후기고에 지원할 경우 2곳 이상의 학교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 이후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후기고로 분류되긴 하지만 1곳만 선택해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선발방법은 기존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그대로 유지한다. 기존 시행령에선 평준화 지역 후기고는 교육감이 입학전형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선 후기고라 하더라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학교장이 입학전형 실시에 대한 권한을 갖도록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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