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6년형 확정.. '비리는 직선제 구조적 문제'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결국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됐다. 뇌물수수혐의로 실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복만 울산교육감이 1심에서 징역9년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교육감 비리문제가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양상이다. 반복되는 교육감 비리 문제는 직선제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으로 기소된 이 교육감에게 징역 6년, 벌금 3억원, 추징금 4억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재직기간 중 직무와 관련해 형법 제355조, 제356조에 규정된 죄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상실한다. 

이 교육감이 비리로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이 교육감뿐만 아니라 직선제 교육감의 비리 혐의가 계속해서 불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김복만 울산교육감이 학교시설 공사 관련업체로부터 3억원 가량을 받은 혐의가 적발돼 1심에서 징역 9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10년에는 김 교육감이 선거 인쇄물과 플래카드 비용을 실제 계약금보다 부풀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선거비용을 과다보전받은 혐의로 2015년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 같은 각종 비위문제는 교육감 직선제로 인한 ‘돈선거’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필요로 해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교원단체인 교총 역시 “정치적 이념과 진영논리, 진영 내 후보단일화와 선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선거자금과 관련한 다양한 비리가 있다”며 “문제해결을 위해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교육감 선출제도의 폐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히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교육감의 권한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 권한을 각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넘기고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조직개편에 나선 상태다. 7일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이미 수순에 들어갔다. 앞선 8월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이 모인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감의 예산권과 인사권 강화를 골자로 한 교육감 권한강화방안도 내놓은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감 비리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교육감 권한 강화 행보는 좋게 비춰질 리 만무하다”며 “교육감의 비리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변화하고 중앙정부와의 엇박자로 수요자 피로를 양산했다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뇌물수수혐의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결국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됐다. 반복되는 교육감 비리 문제가 직선제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청렴 내세운 이청연 인천교육감..비리로 교육감 생활 종지부>
이 교육감은 2015년 6월26일부터 7월3일까지 인천의 학교법인 소속 고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총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와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차량업자에게 계약을 대가로 각각 4000만원, 8000만원 등 총 1억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으로 청렴을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교육계의 충격은 더했다. 올해 초 1심 재판부는 이 교육감에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 교육감이 뇌물 등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핵심 증인인 A씨의 진술과 검찰 증거를 토대로 종합해볼 때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교육계 수장만 아니라 범행 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경제적 이득을 독차지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의 경우 형이 다소 줄었지만 역시 징역 6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역교육 수장인 교육감으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인격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청렴해야함에도 학교 이전을 도구로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며 “범행 내용과 중대성, 반성이 없다는 점 등을 볼 때 이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이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3억원이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변제기일이나 이율을 확인하는 등 돈을 빌린 사람이 통상 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3억원이 갚지 않아도 되는 뇌물이란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교육감에게 선거빚이 4억원 있었다는 점도 뇌물수수의 동기로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를 통해 돈을 받는 방법으로 선거 빚을 은밀하게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교육계의 실망감은 더했다. 재판부는 “이 교육감은 자신의 관여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중적 태도로 모호성을 유지했다”며 “범행 발각 이후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비리 ‘수난사’..직선제 폐지론 뒷받침>
이청연 교육감이 직을 상실하면서 교육감의 잇따른 비리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교육감 직선제가 계속해서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직선제의 폐해는 서울에서 가장 심각했다. ‘교육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교육계에서의 영향력이 지대한 서울교육감은 지금까지 4명의 교육감 모두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중 2명은 교육감직을 상실했고 나머지 2명도 교육감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선고유예를 통해 비껴갔을 뿐 법률위반 사실 자체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머지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의 경우 오제직 교육감이 뇌물/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상실했고 김종성 교육감은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전 전남 제주 충북의 경우 교육감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전선거운동’ ‘횡령’ ‘공직선거법위반(가족)’ ‘지방자치교육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과 경남은 각각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은 경우다.

울산의 경우 김복만 교육감이 지난달 3일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벌금 2억8500만원, 추징금 1억425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교육감의 아내에게도 징역 5년, 벌금 2억8500만원, 추징금1억4250만원이 선고됐다. 김 교육감 부부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울산교육청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데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브로커인 김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 교육감은 선거에서 학교시설 공사 관련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공약까지 했음에도 교육행정 업무를 관장하는 교육감으로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해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하고 시민과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성은커녕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이 연루된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 비용을 과다 보전 받아 사기 및 지방자치교육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2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받기도 했다. 현재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부산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낸 상황이다. 2010년 실시된 교육감 선거에서 회계책임자인 사촌동생과 공모해 선거 인쇄물/현수막 납품업자와 짜고 실제 계약금액보다 부풀린 허위 회계보고서를 만들어 선관위에 제출해 2620만원을 과다 보전 받은 혐의다. 

<과도한 선거비용..비리로 연결될 가능성 농후>
이처럼 직선제 교육감의 비리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이유는 직선제 선거비용 문제에 있다는 지적이다. 5월 한국교육학회가 ‘교육분권화와 자치’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는 과도한 선거비용 문제가 지적됐다. 정당의 지원/조직/자금 없이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시/도지사보다 많은 선거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이어져 임기 중에 교육감을 그만두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선거공영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선거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 후보자 7명 중 3명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표의 15%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 10%이상 득표할 경우 절반까지 선거 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지만 10% 미만이면 이미 사용한 선거운동 비용은 일절 보장받지 못한다. 이 같은 구조는 현장경험이 두터운 교육계 인사들을 배제하고 자금 운용이 용이한 정치적 인사의 진입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감 권한 강화 행보 우려>
문제는 앞으로 민선교육감의 권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권한을 각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이양하고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부는 정책기능 개편을 위한 조직개편 방안을 담은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이보다 앞선 8월에는 교육부가 교육감 권한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시도교육감과 함께한 제1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감의 예산권/인사권 강화를 골자로 한 교육감 권한강화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이행할 3대 중점과제로 정한 것은 ▲재정지원사업 개편 ▲학사운영 자율성 강화 ▲교육청 조직/인사 자율성 확대다. 

교육부장관이 배정하는 특별교부금 비율을 전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4%에서 3%로 줄이고 그만큼 교육감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교부금을 늘리도록 했다. 인사권의 경우 교육청이 과장급 이상 인사를 할 때는 교육부 승인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교육부가 교육청을 견제할 힘도 줄인다. 교육청 자체평가제를 도입해 평가지표를 축소하며, 내년부턴 교육부-교육청 간 권한주체가 모호하거나 근거 없이 학교에 규제를 가하는 법령을 정비하도록 했다. 

<교육의 정치화..'정책 비연속성' 문제 심각>
교육감 권한이 커질수록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교육정책의 ‘비연속성’ 문제다. 교육감의 비리 문제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수요자들을 직접적인 피해자로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책을 뒤집어엎으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서울 지역이 가장 대표적이다. 직선제 이후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당선무효가 되거나, 보궐선거에 당선돼 남은 임기를 채운 교육감들 사이에 성향이 달라지면서 역점을 둔 정책에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자사고 정책은 당초 보수성향 교육감 주도로 운영된 경우다. 이후 진보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자사고 지정취소의 기반이 된 운영평가를 실시하면서 평가지표를 두 차례 걸쳐 수정/추가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조 교육감의 행정행위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 지정취소에 대한 직권을 취소하면서 6개교가 일시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회복했지만 서울교육청의 교육부에 대한 기관소송 제기로까지 이어졌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지표를 두 차례 수정한 것과 직권취소 처분에도 지정취소를 강행하려 한 것을 고려해 특목/자사고 운영평가 표준안을 만들고 지정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장관과 해야 하는 ‘협의’를 ‘동의’로 수정하는 등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정비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주도한 경우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경기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최근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옹호하려다 비난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성적향상 정도가 자율고보다 높다는 주장이었지만 근거가 된 자료는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유의확률, 즉 자료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무리수임을 많은 언론에서 지적 받았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교육감 직선제 폐지’ 당에 제안> 
지난달에는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담은 교육혁신안을 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직선제 폐지의 근거로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노조에 의해 좌우되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인들이 교육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혁신위원회는 “교육감은 무엇보다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행정을 올바로 이끄는 교육전문가를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교육감 선거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도 짚었다. 혁신위원회는 “직선제는 광역/기초 단체장 선출 등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돼 교육감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행정 이원화도 문제다. 교육감뿐만 아니라 시/도지사 역시 교육행정에 관여할 수 있어 두 주체 간 책임공방이 생기는 등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의 취지는 교육 자치권 보장이었지만 지방자치제도가 견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는 교육시스템 역시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면서 교육감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대안으로는 교육감 선출 방식을 광역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혁신위원회는 이날 교육감 직선제 폐지 외에도 사시 부활, 대입 정시 확대 및 수시 축소, 학종 개선, 수능 상대평가 유지, 사학 자율성 강화, 전교조 합법화 반대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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