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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졸속 드러나..'정치논리로 수요자 외면 당해'불과 4개월 전 ‘돌출논의’..개편유예사태 이미 예정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7.09.19 17:45
  • 호수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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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현장의 극심한 반대로 1년 유예하기로 결정된 수능개편안이 불과 4개월 동안 논의한 ‘졸속 개편안’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전까지는 ‘절대평가’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다가 새정부가 들어설 즈음 갑자기 논의하기 시작해 개편안에 담긴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이 정치에 휘둘려 현장 혼란이 야기된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노웅래 의원(더민주)에 제출한 ‘수능개선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개선위 회의에서 절대평가 전환이 등장한 시점은 4월5일 17차 회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31일부터 개편안 논의를 시작한 이후 1년 넘게 논의되지 않다가 갑자기 안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는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이후 대통령 선거 유세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여러 대선 후보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황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에 발맞춰 시작된 수능 개편 논의가 갑자기 ‘절대평가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데는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교육부가 지난달 제시한 수능개편안은 절대평가 일부도입을 담은 1안, 전면도입의 2안 모두 현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애초 절대평가 도입을 두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밀어붙인 탓에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절대평가 강행을 두고 교육계는 “김상곤 부총리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부터 수능 절대평가의 긍정적 효과를 피력해 온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수장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안을 개편안에서 배제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개편안에 무리하게 절대평가 내용을 담은 탓에 결국 피해는 현 중3학생들이 고스란히 입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면서, 내년 고1부터 수업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실시하되 수능은 2009교육과정으로 치르게 된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정작 수능 과목에는 포함되지 않아 현장에서 파행을 겪을 우려도 존재했다. 교육부는 교과/학종 등 학생부위주전형에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포함하는 방안을 대학에 제시했지만 수능에 반영하는 것만큼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개편을 1년 여 앞둔 시점부터 수능개편위가 논의를 진행해왔음에도 1년 유예의 사태까지 치닫게 된 데는 교육부의 무리한 절대평가 강행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수능개편을 논의해온 수능개선위원회에서 '절대평가'가 안건으로 부상한 것은 불과 4개월 전이라는 점이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다.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는 담지 못하고 절대평가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개편위 회의.. 4개월 전 ‘절대평가’ 안건으로 급부상>
2021수능 개편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도입에 따라 추진된 사안이다. 그 때문에 당초 수능개선위원회는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수능체제 개편이 필요하며, 통합교과 신설 등 교과목 변경으로 인한 수능과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후 진행된 회의에서는 통합사회, 통합과학 포함 여부 등 수능 출제범위를 논의했다. 공통과목/일반선택과목 위주로 갈 것인지 일각의 요구대로 진로선택과목까지 포함할 것인지 등도 안건에 포함시켰다.

5차 회의까지 실시한 결과 개선위는 2021 수능의 기본 모형으로 공통형/선택형/조합형을 제시했다. 공통형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을 공통으로 치르는 형식이며 선택과목을 자율응시 할 수 있도록 한 유형이다. 조합형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목의 공통과목에 선택과목을 추가 응시하는 방안이다. 

이후 논의 역시 출제유형과 범위 위주로 진행됐다. ‘6개과목 공통수능’, ‘공통수능+선택과목’ 안에 더해 분리수능 안도 언급됐다. 분리수능안은 공통과목 위주의 수시용 수능Ⅰ과 선택과목 위주의 정시용 수능Ⅱ로 두 번 시험을 시행하는 방안이다. 올해 4월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세 가지 안을 중심으로 약간의 변형만 있을 뿐 비슷한 논의가 지속됐다. ‘절대평가’로 평가방식을 전환하는 내용도 언급됐지만 이는 “제2외국어의 경우 특정 과목 편중화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선에 그쳤다. 

절대평가 도입 방향과 도입 범위가 처음 논의사항으로 등장한 것은 4월5일 17차 회의에서다. 개편 시안이 발표된 8월10일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다. 절대평가 도입을 전면도입과 점진적 도입의 선택지로 제한한 뒤 논의가 진행됐다. 

절대평가를 포함한 수능개편 주요사항에 대해 고교 진로진학교사와 대학 입학처장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되기도 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전 과목을 상대평가로 실시하거나, 현행대로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를 적용하자는 답변이 34%로 나타났다.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할 경우 수능전형의 비중이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71%로 가장 많았던 데 더해 수능전형을 현행 비중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 절대평가 도입은 전체 입시제도를 고려한 종합적 검토가 요구된다는 결론이었다. 입학처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의 의견은 전면 절대평가를 적용할 경우 동점자가 대거 발생해 수능 전형 유지가 곤란해 학생부, 본고사, 심층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의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고1 학부모 역시 수능 절대평가 도입 시 정시축소와 수시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크며, 공정한 입시, 재도전 기회 등을 위해 절대평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부모단체는 기본적으로 절대평가 확대에 찬성하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도입한다면 혼란방지 등을 위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능절대평가는 수능개선위원회 회의가 총 23차례 진행되는 동안 불과 마지막 7차례의 회의 끝에 개편안에 포함됐다. 절대평가 도입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일부 도입, 전면 도입의 선택지만을 두고 막판 논의를 거쳐 교육부는 개편 시안 1, 2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는 “절대평가 도입 자체는 긴 시간 동안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급속히 추진된 모양새”라며 “여론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마련된 개편 시안은 이미 극심한 반발을 예고했던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도입, 논란 여지 여전>
수능 절대평가 논의는 새정부 들어 급물살을 탄 사안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설계한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김 부총리는 유력한 교육부장관 후보로 언급될 때부터 절대평가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도 절대평가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수능 절대평가가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 고교교육 내실화 등을 도울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입 변별력 상실, 대학별고사 부활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절대평가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개편안에 절대평가 전환 내용이 담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교육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변별력 문제가 주된 문제로 거론됐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수능을 분석한 결과 전 영역 1등급 수험생이 ‘SKY’와 전국 ‘의/치/한’ 모집인원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상 정시 선발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능에 절대평가를 전면도입할 경우 수능만으로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수능이 무력화되면 정시에 학생부나 면접 등의 추가 전형요소를 도입하거나 대학별고사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대학별고사의 경우 정부의 제한 탓에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지만,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방안의 경우, 사실상 학생부위주전형과의 차이가 없어지게 돼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입에서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교육부는 수능개편안을 내년 8월까지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의 의지대로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금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얘기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장의견 수렴’이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개편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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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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