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 교육부 사면 초가'.. '출구전략 모색하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4번의 공청회가 마무리됐지만 수능개편안은 가닥을 잡기는커녕 오리무중이다. 교육부가 양자택일을 고집하고 있지만 공청회과정에서 '졸속' 개편안에 대한 전방위적 반발로 인해 집권여당에서 제3안 혹은 개편안 연기 방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새정부 출범직후 진보교육감의 지원에 힘입은 김상곤 부총리의 압박으로 시작된 수능절대평가 강행논리가 공청회 막판으로 치닫으면서 힘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특히 여당 내부에서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근 출범 100일을 맞아 80%를 넘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부문별 최악(30%대)으로 나온 교육정책 지지율이 깎아먹는 상황에다 문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될 내년 총선, 교육감 선거의 악재라는 차원에서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나팔수라고 불려온  진보성향 시민단체까지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절대평가 주장을 뒷받침해온 사교육걱정없는세상마저 개편안의 미비점을 인정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소장은 “현재 1, 2안 모두 부실해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부 교육정책을 함께 설계해온 인사들도 정면 저격에 나섰다. 대선캠프에 참여해 교육공약을 다듬어 온 이범 교육평론가는 “1, 2안 모두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으로 참여한 유은혜 의원은 “여당 교문위원조차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교육부 수능 개편안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교육부가 형식적으로 권역별 의견 수렴을 하고 31일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나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김상곤발 교육개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은 개혁 동력이 사실상 멈춘 셈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교육부, 혹은 김상곤 부총리의 의지만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1, 2안대로 강행하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이라는 관측이다. 정책 지지율 조사에서도 교육부문이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교육정책에 발목 잡혀 남은 기간 동안의 국정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정책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 평가가 35%로 가장 낮았다. 

당 안팎에서는 교육부가 제3안을 내놓거나 아예 1년의 기한을 더 두고 추가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다만 31일을 확정발표일로 정한 만큼 당장 제3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인 기한을 고려하면 1년 유예의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 소장은 “여러 문제가 예상되는 개편안을 3년 예고제에 쫓겨 급하게 발표하면 이후 초래할 문제들은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수능개편안 1, 2안을 두고 4회의 공청회를 실시했지만, 실질적인 현장 의견 수렴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계는 개편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1, 2안 중에서만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졸속 개편안, 여당/진보 시민단체도 등돌려..교육정책 긍정평가 35% 불과>
수능 개편안 마지막 공청회가 열린 21일, 여당 인사들이 개편안을 전면으로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초/재선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가 ‘공정한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교육개혁’ 토론회를 열고 개편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개편안에 힘을 실어줄 만한 여당 인사들마저 수능 절대평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으로서 새정부 교육 공약을 다듬어 온 유은혜 의원의 발언이 눈에 띄었다. 현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여당 교문위원조차도 대입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교육부 수능 개편안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교육부가 형식적으로 권역별 의견 수렴을 하고 31일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개편안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교육계 인사들 역시 개편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졸속 수능 개편안 확정은 당분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의 작품인 수능 개편안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정부가 대입이라는 큰 틀 대신 단순히 수능 평가 방식에 초점을 맞춘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답습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교육공약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온 캠프인사들마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계에서, 심지어 캠프 내부에서도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은 사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제동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주장을 뒷받침해 온 시민단체도 등을 돌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소장은 “현재 1, 2안 모두 부실해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잠정 중단하고 새 교육과정의 시행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김상곤 발 교육정책의 '여론전'을 맡아온 시민단체들마저 등을 돌리는 형국이라, 정부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졸속 개편안’에 대한 우려는 정책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정책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35%로 가장 낮았다. 한국갤럽이 16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가장 높았던 외교 분야(65%)에 비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지지율을 동력으로 삼아 정책을 이끌어나가야한다는 점에서 유독 교육정책에 낮은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참여정부 데자뷔 우려..출구전략 모색하나>
전방위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1, 2안을 고수한다는 입장이어서 고립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나온 방안은 이미 내부 검토가 됐던 사안들”이라며 "의견수렴 과정에서 그동안 검토하지 않은 방안이나 1, 2안을 뛰어넘을 만하다고 판단되는 방안 등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교육주체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 교육부 안이라고도 덧붙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김상곤 부총리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줄곧 주장해 온 만큼 교육부가 자발적으로 절대평가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곤 교육개혁’이 동력을 잃어가면서 여당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율 고공 행진인 상황에서 교육정책 때문에 발목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총선, 교육감 선거 등 미래를 내다봤을 때 지금대로 밀어붙이다간 국정동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데자뷔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2008학년 등급제 수능을 도입했지만 한 해만에 폐기된 전례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불수능으로 혼란이 야기된 ‘이해찬 세대’에 이어 ‘김상곤 세대’가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청와대나 여당 입장에서는 교육정책 실패 사례의 대명사로 언급되는 과거 사례를 재반복해 새정부 정책에 오명을 남기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개편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한다던 명분도 잃은 상태다. ▲사교육 부담 감소 ▲학생들의 학업부담 감소 ▲4차 산업혁명 대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 등 3가지 목표 가운데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현장 평가를 받은 때문이다. 전면적 폐기까지도 언급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 대비 인재육성 등 본래 취지를 잃은 상황에서 굳이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할 이유가 없는 상태”라며 “신종 사교육의 등장까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1년 유예 필요성 당 안팎서 대두>
공청회 토론자들은 개선을 전제로 한 ‘조건부’ 지지인 경우가 많아 교육계는 1, 2안이 아닌 제3의 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절대평가를 국영수 공통과목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교육부가 제안한 수능 절대평가 전 과목 도입안을 수정/보완해 국영수에 한해 시행해야 한다”면서 “현재 1, 2안 모두 부실해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대학은 동점자 가운데 합격자를 가려낼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수능 등급에 내신성적 또는 면접성적을 더하거나, 수능 동점자에게 원점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등급제와 점수제 절대평가를 병행하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는 “내신 일부 과목 점수를 보조 지표로 활용해 변별력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며 “희망 전공과 연계할 수 있는 고교 2~3학년 선택과목 점수를 입시에 반영한다면 변별력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역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 수능 개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과목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한 1안의 경우 재수생/반수생 양산, 수능 공정성/타당성 논란, 고교교육 파행 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능 범위를 고교 1학년 공통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 공통수학 통합사회/통합과학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인 '문/이과 구분 없는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수학 가/나형을 공통수학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과/직탐은 폐지하도록 했다. 제2외국어/한문도 수능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편안 확정 발표날인 31일을 갓 일주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당장 3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판단이다. 현장의 비판을 수용하고 확정안 발표를 1년 유예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해왔던 안상진 소장마저 “2018학년부터 도입되는 2015 교육과정 적용 시기를 1년 미루고 2022학년 대입 전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주일동안 교육부가 제3안을 마련해 내놓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1년의 시간을 더 두고 지금의 개편안과는 다른 탄탄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개편안 발표를 서두른 데는 3년 예고제의 부담 때문이다.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중3까지 대입 전형 정책의 틀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계는 ‘졸속’ 개편안보다는 1년 유예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대입을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3년예고제가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졸속 개편안의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2021수능 개편은 절대평가 논의가 이뤄지기 이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2015년 확정발표된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연계 개편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올해 대선이 급작스럽게 치러지면서 김상곤 부총리의 의지가 담긴 ‘수능 절대평가’가 화두가 되기 시작해 개편안에 급하게 담기게 됐다. 대선 이후 졸속으로 개편안이 만들어진 점을 인정하고 1년의 유예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는 것이 오히려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안심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별력 저하’ 최대 고민, “학생 부담 경감 효과 없어”>
교육계는 절대평가 전면 도입의 핵심은 변별력 문제의 해결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 개편안 자체로는 정상적인 대입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공청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변형된 방식의 전형이 신설되거나 대학별고사가 부활한다는 우려다.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문제부터 논의한 후 도입범위를 정하는 것이 수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변별력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가장 큰 우려”라면서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은 빼놓은 채 절대평가 도입 범위만을 담은 개편안을 두고 제대로 된 논의가 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1안을 지지한 성균관대 안성진 교수(전 입학처장)는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동점자 규모가 급격하게 커져 대학의 공정 선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도봉고 송현섭 교감 역시 “수능은 학생 선발의 가장 중요한 도구”라면서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1안을 실시한 후 점차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북여고 조홍래 교사는 “대입 선발 자료로써 수능의 역할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수능은 최소한의 변별력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학생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는 ‘구호뿐인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수능이 힘을 잃으면 상대적으로 내신의 부담이 높아질 뿐이라는 의견이다.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이 재기를 노리는 ‘패자부활전’의 성격을 지닌 정시가 사라지면 학생들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교육을 억제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내신의 중요성이 더 커져 결국 내신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성진 교수는 “고교 내신 성적의 중요성으로 고1 성적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중학교 선행학습 사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수능 난이도에 따라 등급변화가 심할 경우 재수 욕구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대 김현민 입학본부장 역시 “1안을 시행할 경우 국어/수학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수 있지만 2안 역시 사교육이 상위권에서 중하위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험생에게는 모든 전형요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 권기창 회장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로 수능이 무력화되면 수능과 내신, 학생부를 비롯해 모든 전형 요소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2안이 도입될 경우 대학이 새로운 평가 방법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민 본부장은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평가 방법을 도입할 경우 현장의 불안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조금 더 낫다”면서 “2021학년도 수능을 보는 현 중3 학생들과 (현 고1 가운데) 재수생이 느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1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홍래 교사 역시 ”대학별 고사가 부활하거나 면접이 강화돼 사교육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면 절대평가 도입은 사실상 정시 폐지나 다름없다는 데는 궤를 같이했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모임 김선희 회장은 “학생부가 주요한 평가요소가 된다면 학생부를 기록하는 학교, 교사들 격차로 인해 대입 객관성과 공정성, 타당성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제도와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순천향대 조정기 수학과 교수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 등과 함께 전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우선 1안으로 시작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만 상대평가로 실시하는 1안은 일부 과목에 학습 쏠림 현상이 생긴다는 우려도 있었다. 참교육학부모회 임진희 광주지부장은 “1안은 국어/수학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초/중등교육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안상진 소장은 “상대평가과목, 특히 수학에 사교육이 쏠려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 부담을 줄일 수 없다”면서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절대평가를 국영수 공통과목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9등급제를 5등급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도 나왔다. 이찬승 대표는 “지나친 경쟁에서 학생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해 수능 5등급 절대평가와 내신 5등급 절대평가 조합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진희 지부장 역시 9등급제를 유지할 경우 학교 교육이 수능에 맞춰진 현재의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울뿐인 공청회..비판만 커져>
4회간 실시한 공청회 기간 동안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져나왔다. 절대평가 범위만으로 구분한 두 가지 선택지를 내놓은 것부터 부실한 개편안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변별력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나, 고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 등의 도입도 함께 고민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평가 방식, 동점자 처리 문제 등 절대평가 도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려둔 채 ‘깜깜이’ 식으로 선택하라고 하면 누가 선뜻 고를 수 있겠느냐”면서 “추상적인 차원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아무런 대책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의중대로 이미 답을 내려놓은 뒤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가장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1차 서울/경기/인천/강원권 공청회에서는 1안 지지자 3인, 2안 지지자 1인으로 구성해 사실상 1안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2차 공청회부터는 2대 2로 동일하게 인원을 구성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공청회의 형식에서 비롯됐다. 교육부가 초청한 전문가로 구성된 토론자들의 발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의 질문은 따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개편안을 내놓을 당시 “향후 공청회를 통해 학생, 학부모, 학교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공언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토론회 좌장은 강요식 수능개선위원이 “교육부 관계자가 기록 중이니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편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의견만 낼 거였다면 인터넷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틈타 사교육만 호재를 누리게 됐다는 씁쓸한 평가도 이어졌다. 

교육계에서는 연일 반대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가는 이미 선발 변별력 우려로 반대 의견을 제시해왔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반대하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학생, 학부모, 검정고시생 등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총궐기 3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두 차례의 집회를 통해 수능 절대평가 개편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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