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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수능개편 결국 1년 유예.. 중2 ‘유탄’중3 ‘교육/수능 엇박자’.. ‘절대평가 양극단 시간이 해결할까’
  • 박대호 기자
  • 승인 2017.08.31 14:04
  • 호수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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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졸속’이란 평가를 받았던 2021수능 개편안을 결국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개편안들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크자 합의를 이끌어내기 요원하다는 판단 아래 결정을 1년 뒤로 미룬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 중3학생들은 영어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현재와 동일한 형태의 수능을 치른다. 수능 개편으로 인한 혼란상은 중2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문제는 1년 유예에 따른 부작용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수능은 유예했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시점은 본래대로 내년이라는 점에서 교육과정-수능체제 간 ‘엇박자’가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수능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식을 고려할 때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수능개편의 혼란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중2 역시 이미 바뀌는 고입지형과 맞물리며 1년 동안 속앓이하는 유탄을 맞게 됐다. 교육부가 확정짓지도 못할 졸속안들을 내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비판만 자초했다는 지적과 지방선거 등의 정치논리에 휘말려 ‘백년지대계’라는 구호가 무색해졌단 비판 역시 뒤따른다. 한 교육 전문가는 “본래 수능 개편안은 올해 5월에 나와 7월에는 결정됐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갑작스레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8월로 결정시점이 한 달 미뤄지긴 했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이 가진 무게감을 생각할 때 장기과제로 전환하라는 지적이 숱하게 나왔지만, 이를 교육부가 무시했고 결국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며 “유예안을 통해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당장 엇박자 수능을 치르게 된 중3, 혼란상을 떠맡게 된 중2 등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 정부도 수요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란만 키워가며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교육에서 최소 ‘십년지대계’는 세우겠다며 교육위원회 설립을 얘기하던 정부의 당초 약속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하기로 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남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엇박자 수능을 치러야 할 현 중3부터 혼란상을 고스란히 떠맡은 중2까지 피해자만 오히려 늘린 꼴이란 비판이 거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 개편 결국 1년 유예.. 중3 현재 수능체제 유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1일 “8월말까지라는 제한된 시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수능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해와 입장의 차이가 첨예해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특정 안으로 확정/강행하기보단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개편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당초 발표하기로 했던 수능 개편 1안과 2안 선택이 아닌 유예 방안으로 물러선 것이다.

2021수능 개편이 유예됨에 따라 현 중3학생들은 현재와 동일한 형태의 수능을 치르게 된다. 영어 한국사까지만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과목 구성 역시 현재의 국어 수학(가/나) 영어 탐구(사/과/직)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체제가 유지된다.

교육부는 본래 두 개의 수능개편안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3년6개월 예고제에 따르면 2021 수능 개편내용의 확정시점은 8월말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1안과 2안 모두 과목구성은 동일하지만, 1안은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까지 절대평가를 확장하는 데 비해 2안은 전 영역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이었다.

선택에서 유예로 방침이 바뀐 것은 김 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개편안에 대한 의견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간 개편안에 담긴 1안과 2안을 두고 교육계는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였다. 대입 변별력 문제로 인해 1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측과 개정교육과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2안이 더 옳은 방향이란 주장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물론 두 안 모두 사교육 축소, 학업부담 감소 등의 효과와는 거리가 먼 데다 수학에서 여전히 문/이과 구분이 이뤄지며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도 엇나간 모습이기에 적절치 못하단 비판은 공통의 의견이었다.

교육부는 ‘소통’을 언급하며 이 같은 지적들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수능 개편방향에 대한 교육주체 간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다. 국민적 우려와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현 대입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유예 결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수능 개편뿐만 아니라 고교체제, 고교학점제와 내신, 대입제도 등 학교체제와 대입전형 전반의 공정성/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개편 유예의 또 다른 이유로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전반적인 얼개를 제시했다. ▲논술축소 ▲교과 관련 특기자전형 단계적 폐지 유도 ▲학종 수능최저 완화/폐지 ▲학종 공정성/투명성 강화 ▲사교육 유발요소 개선 위한 교사추천서, 학생부 기재양식 개편 ▲선행학습 유발요인 검토/제재 강화 ▲학종 평가기준 정보 공개 ▲블라인드 면접 도입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법제화 등이 추진 방안으로 거론됐다. 대학들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향후 수능/대입정책의 전반적 개편을 위해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가칭)도 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출범 준비 중인 국가교육회의 자문 등을 더해 새 정부의 교육개혁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포럼은 자문기구처럼 참여 인원을 고정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일종의 공론장 형태가 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빠르면 9월 중하순부터 포럼 구성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예결정으로 교육부를 향한 비판은 거세질 전망이다. ‘졸속’안을 폐기하고 재논의를 거치겠단 결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며 비판을 자초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번 수능 개편안을 두고 사회적인 갈등은 극에 달했다. 집단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가며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내놨고, 이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로감만 커졌다. 결국 스스로 폐기할 졸속안을 내놓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한 교육부 차원의 사과는 없었다. 향후 변화방향에 대한 로드맵 역시 불투명하기에 내년에도 혼란상이 다시금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유예결정은 정치논리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교육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 예정된 지방선거를 의식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큰 개편안 결정을 미룬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 때문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가졌던 여당의원, 교육부 관료들과의 자리에서 지방선거 얘기가 이미 나왔다. 현 시점에서 수능을 개편하게 되면 1년 후에야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결정되는 특성상 혼란상이 극심해질 것이기에 선거에서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일단 지방선거를 치른 후 교육개편을 논의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에 긍정적인 교육부총리, 당장 지방선거에서의 포퓰리즘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며 내려진 결정이 현재의 유예방안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3 교육과정과 수능의 엇박자 어쩌나>
교육부가 유예결정을 내리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가장 문제는 현 체제를 유지할 2021 수능의 직접적 당사자인 현 중3 학생들이 입을 피해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을 유예했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교육과정과 수능체제간 엇박자가 예견된 때문이다. 현 중 3학생들은 학교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받으면서 정작 수능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체제로 치르는 사태를 맞게 됐다. 교육부는 대학/교육청과 협력해 어려움과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명확한 로드맵은 아직 준비돼있지 않은 모습이다.

이처럼 교육과정-수능의 엇박자로 인해 새 교육과정이 첫 발부터 삐걱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통과목임에도 수능에서 미출제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특히 높다. 융합형 인재 양성이란 교육과정 취지에 발맞춰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으로 지정돼있음에도 정작 수능에선 제외되기에 현장에서 소홀히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능개편을 유예하려면 개정 교육과정 적용도 뒤로 미뤘어야 한다. 애당초 수능개편을 논의하게 된 시작은 교육과정 변경 때문이었다. 교육과정을 바꾸면서 수능은 바꾸지 않는 것은 수능개편의 당위성과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취지 모두 크게 흔드는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현 대입구조가 교육과정이 소홀히 다뤄지는 문제를 상쇄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입에서는 학종/교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전형 모두 내신을 통한 학업역량 증명이 필수적이기에 통합사회/통합과학이 현장에서 무시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으면 1학년 때만 신경쓰면 되는 과목 정도로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인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과목 중 하나인데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옳은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 교육과정을 어떻게 기존 수능체제에 녹여낼지의 문제도 남는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현행 수학(가)에 포함돼있는 기하와벡터가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과목인 기하로 이동해있다. 과탐Ⅱ 역시 통상 3학년 때 듣는 진로선택과목이지만, 수능에는 포함된다. 수능에 포함된 과목을 중시하는 현 교육현장의 분위기상 교육과정의 순차적 운영이 아닌 파행운영 역시 예상해볼 수 있는 문제다.

교육부는 내년 2월말까진 과정별 ‘주제어’에 따른 출제범위 등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녹록하지 않은 작업이기에 더 큰 혼란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는 출제범위 조정을 간단한 문제처럼 치부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과탐Ⅱ만 보더라도 출제범위를 얼마나 축소할지, 난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수능에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신설했다더니 이제 와서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없어도 교육과정 취지 달성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말을 바꾸는 집단에게 신뢰를 가지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유탄’ 중2.. 발표 시기 왜 8월인가>
올해 중3학생이 겪었던 혼란상은 유예결정으로 인해 중2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사실상 이번 유예가 ‘절대평가 전면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까지 더해지며 중2 학생/학부모는 향후 대입정책에 대해 갈피를 잡기 힘든 상황이다.

교육부가 2022 수능 개편안 발표 확정 시점을 내년 8월로 예정한 것은 이 같은 혼란을 더욱 키우기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래 전 정부는 5월 수능 공청회를 열고 7월 수능 개편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새 정부가 갑작스레 들어서는 과정에서 개편안 발표/공청회 등이 진행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결정이 8월로 늦춰진 것에 불과하다. 올해는 정권 교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지만, 내년에는 이 같은 사정이 없기에 수능개편안 발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상황이다.

발표시기가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고입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 고입에서 ‘특차’ 성격인 영재학교는 4월이면 원서접수를 끝마치며, 대부분의 과고도 7월에서 8월이면 원서접수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밖에 특목/자사고 지원학생들도 8월이면 자신이 지원할 고교선택을 대부분 끝마친 상태다. 현 중2학생들은 입학 후 치르게 될 수능을 전혀 모른 채로 고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통’을 들고 나온 교육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통’이다. 발표시점을 앞당겨야 한단 지적에는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년6개월 예고제에 따라 8월말까지만 개편을 결정하면 된다”며 학생들의 고입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결국 중2는 외고 자사고폐지로 인한 고입지형변화에 시달리면서 내년 8월까지 양극단에서 쏟아지는 수능개편안의 향배를 지켜보며 속앓이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는 피해자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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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호 기자  mydae@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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