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주 이후 논술 12월2~3일 '시간여유'

[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올해 논술준비를 해온 수험생들에게 인하대는 '핫한' 대학이다. 부담스러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올해 수험생들의 과도한 학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논술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했다. 논술을 준비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수시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데다 정시 수능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인하대의 논술 수능최저 폐지만큼 반가운 얘기도 없는 것이다. 논술70%+교과30%의 반영비율이지만, 교과의 등급간 점수가 촘촘하기 때문에 실질적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나온 교과성적이 아닌 지금부터 수능과 같이 준비해도 될 논술실력이다. 게다가 인하대는 논술고사를 수능일(11월16일) 이후 2주 가량이나 지난 12월2일과 3일에 실시한다. 수험생 입장에선 준비할 시간이 타 대학 논술 대비 넉넉한 것이다.

다만, 논술고사가 그리 만만한 건 아니다.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충실하게 출제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시험이므로, 수능최저 폐지로 인해 급등할 경쟁률을 뚫기 위해선 누구보다 단단한 논술실력을 쌓아야 한다. 인하대 입학처의 도움으로 인하대 논술의 인문/자연계열 각 고득점 전략과 함께 논술 출제/채점교수로부터 잘쓴 논술을 위한 조언을 듣는다.

올해 수능최저를 폐지한 인하대 논술은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므로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인하대 논술 출제교수들은 입학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출문제를 가지고 실전처럼 풀되, 예시답안과 평가의도를 꼼꼼히 살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을 준비법으로 제안한다. 사진은 인하대 아고라광장. /사진=최병준 기자

<수능최저 없는 인하대 논술, 출제의 틀은?>
인하대 논술고사는 인문/자연계열 모두 120분 동안 진행된다. 인문계열의 경우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범위로 하며 자료분석/활용을 포함해 출제된다. 두 가지 논제에 대해 2문항이 출제된다. 자연계열은 수학을 기본과목으로 수학Ⅰ/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Ⅰ/Ⅱ, 기하와 벡터에서 출제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문항 줄어든 3문항이 출제된다. 8~10개의 논제가 주어질 예정이다.

<인문, 표 그래프 분석능력도 있어야>
인하대 인문계 논술은 2개의 논제로 이뤄진다. 문항1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논술형 문제다. 문항2는 문항1과 다른 주제를 제시, 표 그래프 등 주어진 수치자료의 내용을 파악해 그것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에 답하는 수치자료 분석형 논제다.

인하대 논술출제 교수가 출제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우선 고등학생 수준에 맞고 고등학생이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논술 문제 제시문은 주로 교과서에서 발췌한 후 문제의 맥락에 맞게 수정한다. 교과를 꼼꼼히 살피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으며, 완성된 문제를 검토할 때도 교과서를 참고한다.

단지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문제풀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무언가를 생각해보고 깨달을 수 있도록 교육적인 주제를 채택하려고도 노력한다.

문항1의 경우, 주제나 제시하는 상황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보다는 미리 외운 답안을 적어야 하는 주제는 피하려 한다. 문항2의 경우, 학생들이 문제 상황을 피상적으로만 인식하거나 단순히 계산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현실 인식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는 주제와 자료를 제시한다.

논제가 제시하는 부분(문항의 앞부분)이나 제시문이 명료하고 고등학생이 읽기에 편하게 만드는 작업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출제자가 답안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응시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표현하는 것, 제시문의 내용을 학생들이 힘들지 않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출제교수들은 중요하게 여긴다.

모의논술을 비롯해 기출문제로 연습한 학생들이 당황하지 않는 문제, 즉 사전에 기출문제를 통해 학생들이 익힌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 문항1과 같이 논술형 답안을 요구하는 경우 입장선택형을 유지하는 것에 이에 해당한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출제위원이 무엇을 요구했고, 답안 작성에는 어떤 조건들을 제시했으며, 각 제시문과 자료는 어떤 핵심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평소 독해력을 기르는 게 좋다. 수험생들은 수능준비를 통해서도 기초훈련을 이미 해왔다. 특히 수능 국어의 비문학 지문 독해 연습은 논술 준비에 매우 유용하다.

기출문제를 풀어본 뒤 대학이 발표한 제시문 해설, 예시 답안, 평가 기준 등을 참고해 자신이 잘못 생각한 점이 무엇인지 살피고, 답안을 다시 작성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글의 구성 능력을 비롯해 작문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수험생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피하고, 훌륭한 답안의 작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흔히 범하는 실수는 '논리적으로 완결되지 않은 글' '부적절한 단락 구성 및 분량 배분' '중복 서술로 글자 수를 낭비하고 글의 흐름을 저해' '부정확한 어휘와 맞춤법, 의미가 모호하거나 틀린 문장' '원고지 사용법(문단표지-줄 바꾸기/첫 줄 첫 칸 비우기/나머지 줄 첫 칸 채우기) 오류' 등이다.

문항별로 살펴보면, 문항1에선 제시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야 한다. 제시문 내용을 나열하거나 해설에 그쳐서 제시문의 내용과 자신의 주장 사이의 연결이 부족하거나, 글의 일관성이 없거나 초점이 흐린 경우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접속사의 오용도 곤란하다. 습관적으로 고민 없이 '따라서' '왜냐하면'을 쓰는 식이다. 설득력이나 근거가 부족해도 긍정적 평가를 받기 힘들다.

문항2에선 글 전체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피해야 한다. 자료의 배열 순서를 따르는 게 아니라, 논제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서술해야 하고 적절하게 문단을 나눠야 한다. 자료의 전체 구조나 제시된 수치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전체적인 경향과 세부적인 특징에 모두 주의를 기울이고 주석이나 단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활용하지 않고 일부만 활용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제시할 경우 역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와 %p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등 용어의 오류가 발생해도 긍정평가를 받기 어렵다.

원고지 사용법은 1개 틀릴 때마다 감점하는 게 아니라, 답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감점을 할만한 수준이면 감점한다. 원고지 사용법 중 문단 나눔 표시 정도는 익혀두는 게 좋다. 글씨체는 점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채점자가 답안의 글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당 사례로 글씨를 휘갈겨 쓰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모양으로 특정 자모를 써서 알아보기 힘들다든지, 연필로 쓴 답안이 뭉개졌다든지, 원고 정정 기호를 파악하기 어렵게 사용한 경우가 꼽힌다. 반면, 또박또박 쓴 반듯한 글씨체는 그 자체로 가산점을 얻지는 않지만 채점자가 답안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고 실제로 답안의 흐름을 잘 파악하게 하기도 한다. 물론, 채점자가 글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문단별로 핵심내용이 잘 드러나게 글을 쓰고 문단 나눔 표시를 정확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연, 수학만 출제.. 부분점수>
인하대 자연계 논술은 통합교과형이 아니라 수학 교과만을 평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수학 교과의 배경지식이나 기본교과지식의 수준을 평가하는 건 아니다. 수학 교과의 여러 개념 및 원리를 문제해결에 활용하는 능력, 수리계산 능력 및 수리응용 능력, 문제풀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 등을 평가한다.

고교 교육과정의 기본개념을 잘 다지면 어려움 없이 풀어낼 수 있는 수학문제로 구성된다. 체계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논술전형의 준비는 따로 준비할 게 아니라 내신공부 수능공부를 통해 관련 역량을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

수험생들은 우선 교과서의 원리 개념 학습 및 심화학습 부분을 공부하고, 이후 수학 가형 기출문제를 가지고 꾸준히 논리적인 글쓰기 연습을 한 다음,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와 해설자료를 공부하면서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수학 논제는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Ⅰ 미적분Ⅱ 기하와벡터 확률과통계에서 다루는 수학의 중요 개념들을 포괄해서 출제된다. 개념별로 살펴보면, 방정식과 부등식, 삼각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수열과 급수, 극한, 미적분 및 응용, 벡터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분과 적분에 관련된 부분은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이공계 전공 자체를 공부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더 깊고 자세하게 배우게 된다. 논술은 상기의 개념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므로, 무엇보다도 수학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에서 이미 시행된 논술 모의고사를 분석하다 보면 논술 유형, 논제 수, 출제 범위 등 유익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최근 2~3년 간 기출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출제원리와 채점기준을 파악할 수 있다. 직접 기출문제를 실제 시험처럼 끝까지 고민하고 답안을 작성한 후 예시답안과 비교 분석하자.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도록 한다. 입학홈페이지에 게재된 예시답안과 해설부분을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번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배경지식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학이 원하는 답의 방향도 알 수 있다.

채점 시 자주 나타나는 오류들이 있는데 피해야 한다. 문제의 풀이방법을 알고도 충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인하대 자연계열 논술 출제교수가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전한다.

우선 수식만 나열하는 것은 감점요인이다. 수식을 완전한 문장 속으로 넣어야 한다. 수리논술은 단순히 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논리전개를 언어로만 기술하는 언어논술도 아닌, 두 부분이 적절히 결합된 영역이라고 보는 게 옳다. 많은 학생들이 범하는 잘못된 답안작성의 대표적인 예가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수리'라는 말에만 집착해 처음부터 끝까지 수식만 나열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학생은 '논술'이라는 말에 집착해 수식을 이용하면 간략할 내용을 거의 언어로만 장황하게 기술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적절히 수식과 그림을 이용하되 수식은 제시문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이끌어내되, 수식들을 완전한 문장 속에 포함시켜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학생들이 범하는 오류 중 상당수는 출제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다. 단서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최종 결과는 주어진 값들로 표현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감점을 당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최종 결과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꼽힌다.

특수한 예를 들어 일반화해서도 곤란하다. 채점 중에 간혹 발견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오류는 일반적인 증명을 요하는 문제에 특수한 하나의 예를 들어 일반화하는 오류이다.

앞 문제를 풀지 못해도 다음 문제에 도전하길 권한다. 앞선 논제에서 실수한 것 때문에 다음 논제에서 틀린 결과를 얻는 것에 대해선 참작을 해 부분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앞선 논제를 풀지 못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앞선 논제의 결과를 다음 논제의 풀이에 사용하도록 하자.

자연계 논술 답안의 특성상 실질적인 답안의 내용 외에 채점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서 요구한 답안을 수식 혹은 그림을 사용해 조리 있게 기술하는 것이다. 수식은 깔끔하게 정리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고, 그림을 그린 경우엔 그림의 내용을 설명해 가면서 답안을 작성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글씨체는 중요하지 않으나,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맞춤법 및 띄어쓰기는 기본적인 소양이니 평소에 잘 훈련해 두는 게 좋다. 답안 작성 후 검토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은 지우거나 혹은 두 줄을 긋고 고친 부분을 알아볼 수 있게만 작성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하대는 올해 논술로 562명을 선발한다. 지난해 830명보다 축소됐다.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점은 반갑지만, 의예과는 논술선발을 실시하지 않는다. 원서접수는 9월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다. 수능일에서 2주 가량 지난 12월2일 인문계, 3일 자연계 논술고사를 실시한 후 최초합격자를 12월14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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