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의 입시설계와 정보공개 주역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황병복 인하대 입학처장(기계공학과 교수)은 ‘착한 대학’ 인하대 입학처를 이끄는 수장이다. 인하대는 특히 수시비율(이하 정원내 기준)을 지난해 66.5%에서 올해 82.1%로 대폭확대하면서 상위권대학의 면모를 선보였다. 인하대는 올해 상위17개대학 가운데 고려대(84.2%) 서강대(80.1%)와 함께 80%를 넘긴 3개 대학 가운데 하나다. 서울대(78.5%) 연세대(70.4%) 성균관대(78.7%) 한양대(72.3%) 중앙대(71.1%) 경희대(70.1%) 이화여대(78.4%) 역시 70%를 상회 또는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성평가 중심으로 특목/자사고 대비 일반고, 수도권 대비 지방권 수험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학생부종합(이하 학종) 역시 올해 대폭확대했다. 인하대는 학종인원을 지난해 958명(전체의 28%, 수시의 42.1%)에서 올해 1424명(전체의 41.8%, 수시의 50.9%)으로 확대했다. 전체 모집인원 대비해서 2배에 이르는 비율상승을 보였다. 수시 모집인원 대비 절반 이상을 학종으로 선발하는 셈이다.

인하대는 올해 특히 투명한 입결공개로 수요자친화 대학의 선봉에 섰다. 학종 교과 논술의 수시 세 가지 전형 모두에 모집단위별로 기본적인 경쟁률은 물론 충원율에 ‘최종후보순위’까지 공개, 언제나 초보일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개한 특징이다. 최종후보순위는 최초합격 이후 추가합격에 따른 ‘예비번호 몇 번까지 합격했나’를 알 수 있는 정보다. 그간 대학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등록자 내신도 공개 눈길을 끈다. 보통 공개하는 내신평균에 더해 내신최저까지 공개한 수준이어서 사교육 컨설팅이나 배치표 필요 없이 수험생 스스로 대입지원전략을 짜거나 교사들이 진학지도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잣대다. 교육부의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시행 첫해부터 4년연속 선정된 인하대 저력을 뒷받침하는 노력들이다.

황 처장은 무엇보다 인하대 교육경쟁력이 ‘인풋보다 아웃풋’에 있는 만큼 입시에서도 “발전가능성”을 강조한다. “지금 잘하는 학생보다 앞으로 잘할 학생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치밀한 분석을 통해서도 학종의 확대시행에 환영한다. 인하대는 종단연구를 통해 입학생 발전상황을 꾸준히 분석하고 있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진학 이후 학업성취가 월등하게 좋다는 분석이다. 고교내신에 의한 잣대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데이터로도 나온 것이다. 내신이나 수능은 학생자신의 온전한 능력이라기보다는 각자 가정환경에 따른 지원차원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대학에 들어와선 가정에서 독립해 성인으로서 자기관리능력과 이에 따른 학업성취도를 낸다. 잠재력을 추구한다는 데서 학종은 교육적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확대가치가 있다.”

황병복 인하대 입학처장 /사진=최병준 기자

- 올해 인하대 수시확대와 특히 학종확대가 두드러진다. 학종은 가장 진화한 입시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공정하다는 반론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입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하대는 학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학습이론을 빌리자면 학습은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의 비교적 영속적인 변화’로 정의된다. 학종에서 공적 문서인 학생부는 학생 개개인의 경험과 그를 통한 변화 및 잠재성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핵심평가도구다. 학종은 학습이론에서 말하는 발전가능성을 공적 문서인 학생부를 통해 평가하는 전형으로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연계하는 접점인 입시의 방편으로 최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학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일전, 모 방송국 다큐프로그램에서 학종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조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중 고교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측면들의 예들로는 ‘자소서와 활동을 위해 사교육 확대’ ‘경제적 배경의 개입’ ‘교사의 글짓기 실력을 키우는 용도’ ‘관리자들의 과도한 명문대 진학요구’ ‘관리자들의 학생부 내용 간섭’ ‘스펙 쌓기용 교내업무 증가’ ‘적성을 고려한 나머지 학생들은 여전히 들러리’ ‘고교 모든 학교활동은 대입을 위한 활동뿐’ 등이었다. 대학생들이 말해주는 파행적인 학생부 작성 사례들도 언급됐다. 다큐프로그램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만연되고 있다면 굳이 학종을 고집할 이유는 없겠다.

다만 학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인하대는 학종이 이러저러한 문제점이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접근을 지양하고자 한다. 서울대 김경범 교수의 주장처럼 지금은 학종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개선할 점은 주저하지 말고 학종의 안착을 위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것이 긍정적 측면이 많은 학종을 발전시키는 방안이라 믿기 때문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학종의 안착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입학사정관의 역할이다. 인하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교현장에 대한 이해와 그를 바탕으로 냉정하고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평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입학사정관들과 교수사정관들이 매년 모집단위별 인재상 연구결과를 공유하면서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학부모진로진학아카데미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며, 선행학습영향평가 연구보고서 및 면접/논술 기출문제를 공개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을 유도한다.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 다양화를 통해서도 실질적 대입준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폐지논란에 휩싸인 논술전형에 대한 입장은
“논술전형은 논술고사점수 및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전형이다. 인하대의 경우 지난해 합격자 내신등급평균은 자연계열이 2.56에서 4.78, 인문계열이 2.96에서 4.97이었다. 모집단위별로 차이도 있지만 논술의 합격자 내신등급평균은 교과 및 학종과 달리 상대적으로 넓게 분포한다. 2017학년에 지원자 3만9973명 중 교과에 69명, 학종에 540명이 복수지원을 했지만, 그 중 중복합격자는 교과 0명, 학종 2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논술 지원자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인하대의 경우, 논술 입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여타 전형 입학생들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때문에 학업역량이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교과 및 학종 지원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학생들이 고려하고 있는 전형인 논술전형의 폐지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인하대는 교육부의 대학별고사 운영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모든 논술고사 문항은 고교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고교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출제하고 있으며, 정형화된 문항 형태로 출제함으로써 인하대가 제공하는 논술가이드북 등 자료를 통해 준비한 학생이라면 스스로 준비가 가능한 전형이라고 판단한다. 논술 폐지여부는 지원자의 특성 및 각 대학의 논술전형 운영의 투명성을 고려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 내신 성취평가 도입이 예상된다.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논의되었으면 하는지
“수능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의 수학능력을 제고하고, 내신은 고교 학업성취도에 대한 검증을 하는 하나의 잣대였다. 그 동안 수험생 전체를 상대평가해 서열화했는데,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수능 전 영역을 절대평가하고 내신 성취평가를 도입할 경우,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학생의 진로적성에 맞는 교육과정과 목표위주의 교육과정을 고교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돋보인다.

다만 우리나라 대학은 모집정원이 정해져 있다. 수많은 지원자를 대학이 정한 기준에 따라 서열화해, 모집정원만큼 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로 인해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많을 경우, 혹은 동일한 집단이 지원해 변별력이 없을 경우엔 수능을 전형요소로 채택하기 어렵게 된다. 수능이 지원자격고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배경이다. 정해진 인원을 선별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변별력을 가진 또 다른 전형요소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절대평가 도입으로 인한 고교교육의 내실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학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사회적 책무를 저버릴 수 없다. 때문에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고 선발할 수 있는 전형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 역시 전형방법을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내신 성취평가 역시 수능절대평가와 동일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교현장에서 성취평가제가 긍정적으로 정착된다면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학생들의 창의적인 활동과 진로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신 성취평가제로 전환될 경우, 이는 필연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절대평가제의 긍정적인 변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학정원을 너무 엄격하게 관리적용하기보다는 입학정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졸업정원제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교육과 입시에 큰 변화가 예고되면서 현장이 혼란스럽다. 현장에 조언한다면
“교육정책의 변화와 입시의 발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를 위한 접점에는 ‘입시’라는 절차가 있다. 모든 지원자가 다 합격해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에서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운 과정이 있다면,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맞추는 어려움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지원자를 줄 세워 대학의 모집정원이라는 선발인원에 맞춰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력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워하기보다는 고교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임하고 차분히 각자의 특성을 살려 대입을 준비하며 진학 마스터 플랜을 짤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는 게 좋겠다.

우선 내년에 입시를 치를 고2들은 혼란과 무관한 환경이다. 3년 예고제의 도입으로 인해 모든 대학은 2019학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이미 지난 4월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했으며, 교육부의 지침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중3 학생들 역시 큰 혼란을 느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및 입시의 변화는 수험생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예고된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지겠지만 수시와 정시의 틀, 그리고 수시는 학생부중심, 정시는 수능중심이라는 기조는 유지된다. 각자 장단점을 분석해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른 다양한 교육활동에 충실히 임하면서 학생부위주전형을 준비하고, 수능에 강한 수험생은 정시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입시 진로를 결정해 고교 생활의 충실성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 선발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학생의 특성에 맞는 전형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시는 학생부 논술 특기/실기로 구분해 선발하고, 정시는 수능위주로 선발해 루트를 다양하게 둠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진학을 준비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학 구성원의 다양화에서 영향을 미치며, 나와 다름에 대한 인정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강점을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녹여내고 그에 걸맞은 대입전형을 선택할 때,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입시의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 본연의 자세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한 열정과 앎에 대한 노력을 인정하고 찾아주는 대입전형이 모두가 행복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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