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1학년 수능개편안에 대한 두 번째 공청회에서 1안과 2안이 팽팽하게 맞섰다. 16일 전남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개편시안 광주/전라/제주권 공청회에서 토론자 4명 중 2명이 부분 절대평가 도입을 담은 1안을, 2명이 전체 절대평가 도입을 담은 2안을 지지했다. 11일 열린 첫 공청회에서는 1안으로 기울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서울교대에서 열린 첫 공청회에서는 토론자 4명 중 3명이 1안을 지지했다. 

공청회에는 교사, 학부모, 대학 교수 등이 참여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첫 공청회의 경우 학생선발 변별력 우려로 절대평가 전면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1안을 지지한 토론자가 있었던 것과 달리 두 번째 공청회에서는 1안 지지자 모두 점진적 확대를 전제로 했다. 시기의 차이일 뿐 전면적 도입에는 찬성한다는 취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 실무자는 토론자 구성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수능 개편안 도입에 따른 대입 변화를 현실적인 입장에서 대변할 사람이 없어 균형적인 구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21 수능 개편안에 대한 두 번째 공청회에서 부분 절대평가 도입을 담은 1안과 전체 절대평가 도입을 담은 2안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공청회에서는 1안으로 기울었던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안을 지지한 토론자들은 급격한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교육현장의 충격을 우려했다. 첫 패널로 나선 신병춘 전남대 수학과 교수는 일부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한 후 점차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급격한 변화는 지나친 혼란을 야기한다는 경험에 비춰보면 점진적 개편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2024학년도에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하며 이에 앞서 학생들의 학업량을 줄이고 교사들의 자율적 절대평가를 통해 고교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면서 ”대학 역시 2024학년도까지 입학전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 내신성적도 절대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철수 안남고 교감 역시 점진적 확대를 주장했다. 손 교감은 “2021학년도는 1안으로 가되 기한을 두고 2안을 시행하거나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학년 수능은 현 중3을 대상으로 하지만 현 고1이 대학 진학에 실패한 경우 최소한의 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시모집이 점진적으로 확대된 것처럼 수능 절대평가도 점진적 확대 시행으로 교육현장의 충격과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수업 혁신을 위해 2안을 곧바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동호 광주여고 교사는 “1안은 기존 수능과 비슷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지만 수업 혁신에 한계가 있다”면서 “수능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할 경우 대학이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학생부와 수능의 조합을 활용해 새 전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사는 “수능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과도한 점수경쟁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서 “문제풀이식 수업이 줄어들고 학생참여형 수업이 활성화돼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1안이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임진희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1안은 국어/수학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초/중등교육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전면 절대평가를 담은 2안을 지지했다. 9등급제가 아닌 5등급제로 실시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덧붙였다. 9등급제를 유지할 경우 학교 교육이 수능에 맞춰진 현재의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해결 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에서 열린 첫 공청회에서 유일하게 2안을 지지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찬승 대표와 비슷한 주장이다. 

수능-EBS 연계에 관해서는 연계율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EBS 연계가 문제풀이식 수업을 유도해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감은 “수능과 EBS 연계율이 70%로 유지되면서 학교현장 교육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교육현장과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교사의 다양한 창의, 융합수업을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교육비 절감과 낙후지역 학생 배려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지금은 교육과정 황폐화의 주범이 됐다”고 덧붙였다.

문 교사는 연계율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기본 개념을 철저히 학습하면서 응용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한다면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임 지부장은 “EBS 연계는 오히려 공교육내 사교육비 유발요인 중 하나가 됐다”면서 “학생들을 수능 맞춤형 문제풀이 인간으로 규격화해 가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권역별로 실시하는 공청회는 11일 실시한 서울/경기/인천/강원권, 16일 실시한 광주/전남/전북/제주권에 이어 ▲18일 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부경대 대학본부 2층 대회의실) ▲21일 대전/세종/충남/충북(충남대 정심문화회관 백마홀)에서 각각 실시된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통해 최종 의견수렴을 거친 후 31일 수능개편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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