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부정 엇갈려.. '과탐Ⅱ의 지원자구분 기능 사라져'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현 중3이 치르게 될 2021 수능에서 과탐Ⅱ 폐지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의대 진학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서울대가 과탐Ⅱ 응시를 강제함으로써 서울대 공대 진학자와 여타 의대 진학 희망자가 구분돼왔던 것이 효용성을 잃게 된 때문이다. 과탐Ⅱ 폐지로 기존에는 수능 응시영역 선택에서부터 서울대 공대 진학 의지를 보였던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 중 상당수가 의대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 수능개편 시안’에 따르면, 현 중3이 치르게 될 2021 수능에서 과탐Ⅱ는 출제영역에서 제외된다. 현재 교육부가 내건 1안 ‘일부 절대평가’와 2안 ‘전 과목 절대평가’ 모두 과탐Ⅱ 폐지를 규정하고 있는 때문이다.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과탐Ⅱ는 수능 응시영역에서 빠진다. 교육부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의 수능 출제범위는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까지”라며, “과학Ⅱ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돼있어 교육과정 내용에 부합하도록 수능 출제에서 제외한다”고 취지를 밝힌 상태다.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10일 가진 브리핑을 통해 "과학Ⅱ는 수능개선위에서 뜨겁게 논란이 됐던 이슈다. 수능과목에 포함되면 학교에서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기에 실험 등 과학 본연의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공통과목과 일반선택/진로선택의 2개 선택과목 체제로 구성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교과 진로선택과목은 4개 과학Ⅱ 과목과 과학사 생활과과학 융합과학 등이다. 

과탐Ⅱ가 수능에서 제외됨에 따라 과탐 응시영역 체제는 크게 개편된다. 현 수능은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4개 Ⅰ과목과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의 4개 Ⅱ과목까지 총 8개과목 중 최대 2개과목까지 선택 가능한 체제지만, 2021 수능에서는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4개 Ⅰ과목 중 1개과목을 선택하는 체제로 바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춰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이 1개 신설된 것도 탐구 1과목 선택 체제를 만든 원인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기존 사/과탐 최대 2개 선택체제를 유지한 채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신설하는 것은 과목 수를 증가시켜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강하다. 때문에 교육부가 수험생 부담 감소란 명목상의 이유를 위해 탐구 선택과목 수를 하나 줄임으로써 전체 과목 수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2021 수능에서 과탐Ⅱ 폐지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의대 진학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서울대 자연계열과 여타 의대로 비교적 명확히 구분됐던 지원자풀이 혼재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때문이다. /사진=가천대 제공

과탐Ⅱ 수능 제외는 자연계열에 만연한 ‘의대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존에는 서울대가 과탐Ⅱ 응시를 강제함에 따라 서울대 자연계열(공대 등) 지원자와 여타 의대 지원자 풀이 구분돼왔지만, 2021부턴 이같은 구분이 불가능해진 때문이다. 지원자 풀이 혼재돼 기존에는 서울대 자연계열을 택한 수험생들이 의대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자연계열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우수 자원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서울대는 그동안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수능에서 과탐Ⅱ 응시를 일관되게 권장해왔다. 수능최저를 충족해야 하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이나 수능위주전형인 정시에서 과탐에 응시한 경우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Ⅱ+Ⅱ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과탐Ⅱ 1과목 이상만 응시하면 되는 구조이기에 Ⅱ+Ⅱ 조합에는 지원자격을 부여했지만, Ⅰ+Ⅰ 조합에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현재 서울대 이외 의대들의 경우 과탐Ⅱ 응시 시 정시에서 일부 가산점을 주는 경우는 있더라도 과탐Ⅱ 응시를 강제하는 경우는 없다. 수시에서는 한술 더 떠 가산점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계열 최고 선호도 모집단위인 의대부터 과탐Ⅱ를 상당히 등한시하고 있던 셈이다. 

서울대의 과탐Ⅱ 응시 강제로 인해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의대 진학 여부에 따라 과탐 조합을 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극소수의 서울대 의대 지원자를 제외하면 과탐 Ⅰ+Ⅱ조합을 선택하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서울대 자연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사례였다. 처음부터 목표를 서울대 외 의대에 맞춘 경우에는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고 Ⅰ+Ⅰ조합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다. 

과탐 선택 경향이 크게 엇갈리게 된 것은 과탐Ⅱ의 특수성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외 여타 의대 진학에 목표를 맞춘 경우 굳이 학습량이 더 많고, 우수 수험생들이 많아 경쟁하기 쉽지 않은 데다 ‘등급 브레이킹’ 현상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과탐Ⅱ에 응시할 이유가 없다. 등급 브레이킹은 난도 조절 실패, 과도한 우수 수험생 집중 등의 요인으로 인해 만점자가 상대평가 2등급 기준인 11%를 넘기면서 단 1문제만 틀리더라도 3등급으로 등급/백분위가 급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2016 수능 물리Ⅱ에서 1문제만 틀리면 3등급으로 내려앉는 등급 브레이킹이 실제로 발생해 많은 수험생들을 고민에 빠트린 전례가 있다. 현재 대입에서 탐구영역 반영방법이 백분위 기반 변환표준점수란 점을 고려하면 과탐Ⅱ응시자가 과탐 Ⅰ+Ⅰ조합 가능 의대에 지원하는 것은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2021 수능 개편안이 과탐Ⅱ 제외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앞으론 이러한 조합 구분이 사라진다. 의대 지원자 풀이 완전히 뒤섞이게 되는 셈이다. 의대 진학에 대한 명확한 의지가 없던 자연계열 수험생들조차도 점수에 따라 의대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그간 서울대가 과탐Ⅱ 응시를 강제한 것은 대학 교육을 따라오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학업역량은 갖춰야 한단 취지였다. 본래 취지 이외에도 긍정적 효과를 거뒀는데 그것이 바로 의대 지원자들과 서울대 자연계열 지원자 간 지원자풀을 갈랐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대 자연계열 입학생들의 경우 직접비교가 가능한 정시 기준 지방권 의대 진학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에는 굳이 Ⅰ+Ⅰ 조합 수험생들과 경쟁해야 할 이유가 없어 서울대 자연계열에 남던 인원들도 더 이상은 조합 유/불리 문제가 없기에 의대에 진학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간 과탐Ⅱ 응시체제가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난도 논란 등 자체적인 문제점과 과탐Ⅱ를 등한시하는 대입전형이 시너지를 이루며 응시자부터 지속적 감소세를 보여왔다. 2012학년 수능까지만 하더라도 과탐Ⅱ를 1개과목이라도 응시한 인원이 전체 수능 응시인원 대비 23.5%(15만2597명)였고, 2013학년에도 25%(15만5627명)가 과탐Ⅱ에 응시했지만, 이후 급속도로 과탐Ⅱ 응시인원이 줄기 시작했다. 2014학년 10.9%(6만6076명), 2015학년 8.3%(4만9237명), 2016학년 7%(4만1263명)로 계속 감소세를 보인 과탐Ⅱ 응시인원은 급기야 지난해 시행된 2017 수능에선 5.6%(3만872명)로 낮아졌다. 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5년 만에 5분의 1 수준까지 응시자가 감소한 것이다. 가뜩이나 우수 수험생이 많아 상위등급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응시자까지 계속해서 줄며 더더욱 상위등급을 받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과탐Ⅱ가 수능에서 제외되는 것이 긍정적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한 고교 교사는 “그간 과탐Ⅱ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이 컸다. 서울대 지원을 위해서는 과탐Ⅱ 응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과탐Ⅱ 응시 시 안정적인 점수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기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물리의 경우 요 몇 년 새 응시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사실상 ‘회피과목’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이같은 부작용들을 고려하면 수능에서 과탐Ⅱ를 제외한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과탐Ⅱ가 수능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우려되는 ‘의대 쏠림 현상 강화’에 더해 교육적 측면에서 학생들의 기피 현상만 강화되리란 예측에 기반한 의견이다. 박 차관도 브리핑에서 "수능에서 과학Ⅱ가 제외되면 과학교육이 굉장이 위축된다. 한국 과학교육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도 수험생들이 과탐Ⅱ를 기피하는 탓에 대학에 들어와 제대로 된 강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의 흐름 상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과탐Ⅱ 개념들을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조차도 이같은 학생들로 인해 기초 강의를 개설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 교육은 고교교육과 대학입시 간 관련성이 매우 크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국가가 나서 재정을 지원해가며 대입전형 바로세우기를 통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하는 것도 이같은 특수성 때문이다. 대입의 관문인 수능에서 과탐Ⅱ를 제외하는 것은 가뜩이나 많은 과탐Ⅱ 기피 학생들을 더욱 늘릴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학종이 대세로 떠오른 최근의 대입전형구조를 고려하면 과탐Ⅱ 수능 제외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대두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능 등의 대입전형요소가 고교 교육과정을 좌우해온 그간의 전례들을 볼 때 수능에서 과탐Ⅱ가 제외되는 것이 곧 과탐Ⅱ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단 지적은 일리있다. 다만, 현재 수능이 가지는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음도 생각해야 한다. 서울대가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가운데 고대도 학종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크게 바꿨고 여타 대학들도 학종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일부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도 있지만, 그간 숱한 대학들의 연구로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전형이 학종이란 사실은 드러난 바 있다. 대학들의 종단연구에서도 전공적합성, 학업역량에서 학종 입학생들이 우수하단 결과가 나오고 있는만큼 학종 확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기반해 입시를 치루게 되는 2021학년에도 학종이 현재 이상의 위용을 보일 것이란 전제 하에 수능 과탐Ⅱ 제외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 학종에서 시행되는 서류평가에서 전공적합성 등의 평가요소가 존재하는 이상 이공계열 등에 진학하고자 하는 고교생이 과탐Ⅱ를 고교에서 배우지 않는 경우는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뀐 교육과정 체제에선 지금보다 과탐Ⅱ 학습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마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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