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1과목 대체' 폐지 가능성..응시자 대폭축소 우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1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의 절대평가 전환이 기정사실화됐다. 아랍어 쏠림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언급돼온 만큼 교육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탐구를 최대 1과목까지만 응시하도록 한 점과 맞물려 제2외/한문 응시자가 대폭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탐구를 1과목만 응시하도록 할 경우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과 정시 수능 반영비율의 제2외/한문의 탐구 대체 조항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은 탐구를 최대 2과목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많은 대학이 제2외/한문을 탐구 1과목으로 대체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가 10일 밝힌 ‘2021 수능 개편 시안’은 두 가지 안으로 나뉜다. 두 방안 공통으로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안은 ‘일부과목 절대평가’로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한문의 4개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 제2안은 ‘전과목 절대평가’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7개과목 모두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제2외/한문은 그간 꾸준히 절대평가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로또 과목’으로 불리던 아랍어 쏠림 현상을 해소할 방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6월 열린 제2외국어 활성화 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특정 언어에 비정상적으로 쏠리는 왜곡 현상은 학생들이 성실한 학습노력을 기피하는 비교육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사고를 갖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최희재 한국외대 교수는 “학습자 흥미와 관심에 따른 선택이나 고교 교육과정에서의 수학 경험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수능에 얼마나 유리한가에 따른 비교육적 동기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 가지 개편안 모두 탐구를 현행 2과목 선택에서 1과목 선택으로 줄이는 방안을 담고 있어 제2외/한문을 탐구1과목으로 대체하도록 한 대학들이 해당 조항을 폐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는 탐구를 최대 2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어 2과목 중 1과목에 한해 제2외/한문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1과목만 응시하는 탐구를 제2외국어 점수로 모두 대체한다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 허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탐구 대체가 폐지되는 경우 만약을 대비한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제2외/한문을 응시하던 수험생들은 응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시에서 제2외/한문을 필수 응시하도록 한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제2외/한문 응시 유인책으로 작용하던 탐구대체조항이 폐지되는 경우 응시인원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2외국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대입 차원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 수능개편안에 따르면 제2외국어/한문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방침이다. 아랍어 쏠림 현상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탐구를 최대 1과목만 응시하도록 한 점이 제2외/한문 소외 현상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2외/한문 성적의 탐구1과목 대체 허용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아랍어 쏠림현상’ 해소 기대>
제2외국어의 경우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절대평가 요구가 높았던 과목이다. 특히 아랍어는 ‘로또 과목’으로 통할 정도로 대부분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다른 과목에 비해 2등급 이상의 성적을 얻기가 쉬운 편이었다. 지난해 아랍어 원점수 추정 등급컷은 다른 제2외 과목은 2등급 컷이 대부분 40점대인 반면 아랍어는 유일하게 18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운에 따른 점수라는 점에서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의 경우 제2외/한문 실제 응시자를 기준으로 보면 응시자 7만3968명 중 71.1%인 5만2626명이 아랍어를 선택했다. 2016학년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응시자 7만1022명 중 아랍어에 3만7526명(52.8%)이 몰렸다. 아랍어는 단 2개고교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상대평가의 이점을 노리고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4월 고교 진학지도 교사와 대학 입학처장을 대상으로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4%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외대와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이 공동 개최한 ‘선진국 도약을 위한 외국어 교육 강화와 2021 수능 정책 토론회’에서는 권오현 서울대 교수(전 서울대 입학본부장)가 제2외국어 응시 왜곡 현상 해결을 위해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수의 학습 무경험 학생들로 인해 상위권 소수자가 표준점수에서 극단적으로 혜택을 보는 왜곡된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1수능 개편안에 따라 제2외/한문이 절대평가화 되면 특정 언어 쏠림 현상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제2외국어 학습을 충분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상대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아랍어 등으로 몰리는 왜곡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탐구 1과목 대체’ 조항 폐지 가능성 높아>
탐구과목 선택수가 2개에서 1개로 줄어듦에 따라 제2외/한문 응시자가 대폭 줄어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들이 제2외/한문의 탐구 1과목 대체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제2외국어/한문 응시자는 크게 서울대 지원을 노리는 수험생과, 탐구 한 과목 대체를 대비한 경우로 나뉜다. 현재 정시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필수로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서울대는 수능 100% 전형으로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 사범대/인문 등의 인문사회계 지원자에게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 응시를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제2외국어는 영어/한국사와 함께 감점과목으로 반영된다. 2등급까지는 감점을 적용하지 않지만 3등급부터 -0.5점, 4등급 -1점, 5등급 -1.5점, 6등급 -2점, 7등급 -2.5점, 8등급 -3점, 9등급 -3.5점으로 감점된다. 수시의 경우에도 지균 수능 응시기준에서 수학(나) 사/과탐 조합의 경우 제2외/한문을 반드시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정시에서 탐구 1과목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다. 대부분 인문/사회계 모집단위로 탐구영역 2개과목과 제2외국어/한문 1개과목 중 상위 2개 과목 점수를 탐구영역 점수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시 수능최저에서도 활용된다. 상위17개대학 중에서는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인하대의 6개교가 제2외/한문으로 탐구 1과목을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2021학년부터는 제2외/한문을 탐구로 대체하는 대학은 대다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21 개편안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치르는 대신 탐구과목을 1과목만 택해 응시하도록 변경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최대 2과목까지 택할 수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탐구가 2과목인 경우 한 과목을 제2외/한문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탐구를 1과목만 치르게 된다면 이를 제2외/한문으로 대체해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탐구에서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을 대비하고 제2외/한문을 응시하던 수험생들은 응시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제2외국어 소외 우려 대책 필요해>
제2외국어 지원을 끌어당기는 요소로 어문계열에 한해 가산점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외국어 관련학과에 지원하는 경우 제2외국어 수능 점수를 일정 부분 가산점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부산대와 충남대에만 해당 제도가 남아있어 응시 유인책으로는 부족한 상태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학문분야의 목적에 따라 언어 능력이 더 나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라면서 “고교와 대학의 외국어교육 사이에 연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제2외국어 계열 지원자들의 동기를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도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2외국어 활성화를 위해 학종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현재도 학종에서는 어문계열에 지원하는 경우 전공적합성을 살피기 위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제2외국어 능력을 전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경우는 없지만 서류평가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학종에서 전공적합성을 반영한다면 제2외국어 관련 학과에서는 해당 언어에 대한 경험 유무/수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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