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동문 반발, 재지정평가 통과 명분, 교육감 잔여임기1년'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제주교육청이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재추진한다. 2일부터 시작된 제주교육청 대통령 교육공약 부서별 검토결과 보고에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이 포함되면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논란이 재부상할 조짐이다. 제주교육청 이석문 교육감은 특목고 일반고 전환과 혁신학교 확대 등 대통령 교육공약 관련 검토 결과를 보고받고 제주교육 발전 전략과 교육자치 정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특목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교육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어 전국 중3들이 고입선택을 놓고 혼란을 겪는 가운데, 제주교육청의 외고 일반고 전환움직임이 전국 외고 국제고의 전환 논란의 발화점이 될지 주목된다.

물론 제주교육청의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추진은 쉽지않아 보인다. 이미 한차례 전환추진이 철회할 만큼 강력했던 학부모와 동문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시 초등중교육법 상 특목고 폐지 사유 조항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 현장과 동문들의 의견 수렴과정 없이 제주 일반고 정원확대를 위한 교육감 역점 사업에만 중점을 두고 추진, 제주의회와 제주외고 측의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새 정부 출범의 여세를 몰아 재추진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명분과 여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15년 제주외고는 특목고 재지정평가를 통과해 2020년까지 운영이 확정된 상태다. 게다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과 함께 혁신학교 확대를 추진하려는 진보성향 이 교육감의 남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약점이다. 

제주교육청이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재추진한다. 사진은 제주외고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제주교육청, 새 정부 공약관련 업무보고에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포함>
115건에 달하는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 중 제주교육청이 중앙정부와 함께 추진해야 할 공약은 온종일 마을학교 도입, 초중학교 일제고사 폐지, 교장공모제 확대 등 93건이다. 이 가운데 제주교육청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과 관련해 제주시 애월읍에 자리한 제주외고를 동 지역 일반계고로 전환할 방침을 전했다. 신제주권 이설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고교는 비평준화 서귀포시, 평준화 제주시로 나뉘지만 제주시는 동 지역에 한해 평준화를 실시, 읍면지역은 비평준화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청은 새 정부 교육공약 중 하나인 '초중등교육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려 지방교육자치법 제정 목적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을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향후 시도교육감 권한이 확대될 경우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다음 교육감선거가 내년으로 계획돼 현 교육감 임기가 1년에 불과,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제주외고, 2년 전에도 일반고 전환 추진>
제주외고는 이전에도 한 차례 일반고 전환 논란을 겪었다. 2015년 제주교육청은 고교체제 개편 보고서를 통해 ‘평준화지역 선택 기회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3가지 제안 중 하나로 특목고,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알렸다. 

고교체제 개편사업은 2014년 6.4 지방선거 교육감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이석문 교육감이 역점을 둔 현안이었다. 이 교육감은 당선 이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체제개편심의위원회를 꾸려 제주형 혁신학교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은 제주대 산학협력단에 연구 용역을 맡기고 공청회를 거쳐 최종 고교체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당초 개편안은 ▲평준화지역 일반고 신설 ▲특성화고 특목고 평준화지역 일반고로 전환 ▲읍면지역 일반고 평준화지역 일반고로 편입 등 3가지 안을 제시했으나 최종 개편안은 평준화지역에 일반고를 신설하는 1안과 특성화고 특목고를 평준화지역 일반고로 전환하는 2안으로 정리됐다. 문제는 2안에 비평준화 지역 특목고를 평준화 지역으로 이전해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제주지역 특목고는 제주외고 제주과고 두 곳이 전부다. 제주과고가 제주시 오라2동에 위치해 평준화 지역에 포함되는 반면, 제주외고는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 비평준화 지역 특목고에 해당돼 전환 대상으로 거론됐다. 도내 고교는 제주시가 평준화, 서귀포시가 비평준화 지역이지만 제주시는 동 지역에 한정해 평준화를 적용, 읍면지역은 비평준화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측은 제주외고의 정체성 약화를 전환 근거로 제시했다. 제주외고의 경우 최근 4년간 어문계열 진학비율이 2011년 33.3%에서 2014년 24.1%까지 떨어졌다며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제주외고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낮은 경쟁력으로 특목고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다 국제학교와 정체성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부모 동문 반발’.. 고교체제 개편안 ‘뭇매’>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조짐이 가속되자 학부모와 동문은 크게 반발했다. 제주외고측도 “외고의 목표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지 단순히 어문계열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아니다”며 “2014년 대학진학률이 90%에 달하고 올해(2015년) 신입생 입학경쟁률도 3대 1에 달하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 역시 국제학교는 현실적으로 입학 문턱이 높아 진학이 어려운 점을 들며 국제화를 지향하는 제주에 공립 외고가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주외고 동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일반고 전환 철회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고교체제 개편안의 연구 용역 보고서가 초중등교육법을 위배한다며 보고서 폐기를 주장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조의 특목고 폐지조항에 따르면 특목고는 ▲입시 비리 ▲회계 비리 ▲교육과정 위반 ▲교육청 평가기준미달 등을 지정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어 “5년마다 실시하는 특목고 운영평가에서도 제주외고는 90점 이상을 받았다”며 제주외고의 일방적 일반고 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운영평가 결과에 따른 지정취소 기준은 60점 이하이며 점수가 미달되더라도 교육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고교체제 개편용역을 두고 제주의회에서도 혹평이 쏟아졌다. 제주의회 교육위 김광수 교육의원은 고교체제 개편용역이 이 교육감 입맛대로 도출된 용역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용역팀과 계약을 맺기 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 그대로 용역 결과가 도출됐다”며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방향을 제시해놓고 용역을 맡겼으니 그에 맞춘 결과가 아니냐. 교육감 지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교육의원은 “제주외고가 특목고로서 운영 부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 근거없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주먹구구식이다. 단지 일반고 선택 기회를 확대해주기 위해 외고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자세히 살펴보면 고교체질 개선을 위한 보고서가 아니라 평준화 일반고 정원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보고서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심화되자 교육청 고교체제개편 추진지원단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철회 입장을 표명했다. 추진지원단이 개편안으로 제시된 평준화지역 일반고 신설과 특성화고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향후 수립될 고교체제개편 추진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외고/국제고 폐지 논란 신호탄될까 >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상한 것은 새 정부의 교육공약과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외고 국제고를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단계적 전환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주요 후보들 가운데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세 후보가 특목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면서 전환에 힘이 실렸다. 교육계는 특목자사고를 즉각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선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이 필요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법 개정이 통과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만은 고교체제에 관한 변화 의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과거 서울교육청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과정에서 학부모 학생, 학교 측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적이 있어 전환을 강행할 경우 반대여론이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대통령 주요 공약사항인 이유로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이 어떤 식으로든 실현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교육감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교육청 차원의 특목고 일반고 전환은 어려울 것 보인다. 교육청이 제시한 교육공약 검토 보고 내용은 특목고 일반고 전환과 함께 진보교육감 역점 사업인 혁신학교 확대가 포함돼 진영논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제주외고가 2015년 운영평가 결과 2020년까지 재지정 통보를 받은 상황인데다 이번에도 학부모와 동문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감 선거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예정으로 제주외고의 전환 여부는 다음 교육감의 손에 달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의 외고 국제고 단계적 전환 공약의 가장 유력한 실현 방안은 5년마다 실시하는 특목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지정을 취소하는 안이다. 2015년 운영평가 대상이 된 외고 국제고 국제중은 전국 시도의 39개교다. 점수미달로 2년 유예 판정을 받은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을 제외한 37개교가 운영평가를 통과해 다음 운영평가인 2020년까진 특목고 지정이 유지된다.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은 올해 7월 재평가를 앞두고 있다. 

새 정부 측에선 외고 국제고의 모집시기를 일반고와 일원화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집시기에 따라 전기고로 분류된 외고 국제고는 후기 일반고 모집 이전에 입시를 진행한다. 전기 모집에서 탈락하더라도 후기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어 특목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모집 시기가 일원화될 경우, 기존에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과 선발 과정에서 영어 내신 성적만 반영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으로 선발권이 약화된 외고 국제고측의 반발은 물론, 고입재수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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