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비, ‘쉬운’ 국어.. 수학 탐구 ‘비슷’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광주 진학교사들이 6월 모의고사(모평,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의 출제경향을 분석했다. 사교육기관이 주축이 돼 엇갈린 출제경향을 분석을 내놔 현장 혼란을 부추기는 일이 잦은 가운데 공교육계 교사들이 힘을 모은 사례기에 눈길을 끈다. 실제 시험이 진행되던 동안 사교육업체들은 너 나 할 것없이 무분별하게 '지난해 대비 쉽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분석을 쏟아냈으나, 정작 내놓은 등급컷은 결코 만만찮은 난도의 시험이었음을 알게 했다. 이와 달리 광주 진학교사단은 영어가 절대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데 더해 수학 탐구도 작년 수능보다 결코 쉽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뛰어난 분석력을 자랑했다. 교사들이 한 과목씩 맡아 분석에 나선 출제경향은 국어 수학 영어 사탐 과탐의 5개 과목에 전체 모의고사 총평까지 더해지면서 탄탄한 내용을 자랑한다. 

이번 출제경향 분석에 참가한 광주 진학교사는 총 6명이다. 시험 전반에 대한 총평은 숭덕고 장광재 교사가 맡았으며, 과목별 분석에는 국어를 맡은 광덕고 신희돈 교사를 필두로 수학 조대여고(조선대여고) 정재훈 교사, 영어 광주대동고 오창욱 교사, 사탐 설월여고 서점권 교사, 과탐 인성고 김형래 교사가 각각 참여했다. 

숭덕고 장광재 교사. /사진=광주교육청제공

<숭덕고 장광재 교사 - 6월 모의고사 총평.. 쉽지 않은 영어 ‘눈길’> 
6월 모의고사 총평에 나선 숭덕고 장광재 교사는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가 쉽지 않게 출제됐다”며, “국어영역은 작년 수능보다 쉬웠지만, 수학과 탐구는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교사는 6월 모의고사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6월 모의고사는 수능의 출제경향과 난이도를 예측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그간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않던 졸업생들까지 가세한 시험이기에 재학생들의 객관적인 성적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영어 절대평가 전환으로 다른 영역의 난이도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았기에 의미가 컸다.”

장 교사가 말한 영어영역이 쉽지 않게 출제됐다는 것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휘가 어렵거나 소재가 까다로운 지문이 다수 출제된 것이 난이도를 유지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어는 1등급컷이 원점수 기준 94점으로 결코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전체 수험생의 7.8%가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절대평가 등급제의 1등급을 가르는 기준이 90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의 1등급 비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은 수학은 고난이도 2~3문제를 통해 변별력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가) 수학(나) 1등급컷은 동일한 92점이었다. 6월 모의고사도 큰 차이가 없는 1등급컷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 교사는 수험생들에 대한 조언으로 총평을 마무리했다. “6월 모의고사는 수시 지원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시험이다. 수능 대비 측면에서 보면 취약한 과목을 발견하는 등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시에서도 수능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설정된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의고사가 남은 기간 동안의 성적 향상 방법을 찾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광덕고 신희돈 교사. /사진=광주교육청제공

<광덕고 신희돈 교사 - 국어, 지난해 수능 대비 ‘다소 쉬워’>
국어 분석에 나선 광덕고 신희돈 교사는 국어가 지난해 수능이나 6월 모의고사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수험생이 읽어야 하는 지문의 정보량이 줄어든 데다 EBS 연계교재의 문학/독서 지문이 다수 출제되면서 체감 난이도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역별로 가해진 새로운 시도들이었다. 특히, 독립적인 출제 경향을 보여오던 화법과 작문에서 4~7번 문항으로 결합된 새로운 출제모형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난해 수능에서 3개 지문을 출제했던 문학도 4개 지문을 출제하며 달라진 경향을 보였다. 

사회 지문 기반의 23번 문항은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보기>에서 제시한 경제학자의 주장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난이도 문제로 손꼽혔다. 

신 교사는 EBS 연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언어 지문들이 대부분 EBS와 연계된 때문이다. “문학에서 ‘고풍의상’을 제외한 전 작품, 독서에서는 인문/기술 지문이 EBS와 연계됐다. 수능까지 EBS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대여고 정재훈 교사 - 수학(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
수학 분석에 나선 조대여고 정재훈 교사는 수학(가) 난도를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것으로 평가했다. 고난이도 문항 2~3문항을 제외하고는 평이한 난도로 출제하는 패턴이 고스란히 유지된 때문이다. 정 교사는 평가원이 변별력을 줄 목적으로 낸 고난도 문제로 21번과 29번, 30번을 꼽았다. 다만, 평면벡터를 다룬 29번 문제의 실제 변별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교사는 수학(가) 난이도 분석을 바탕으로 수준별 맞춤 학습전략을 제시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미적분과 공간도형 및 평면벡터의 고난이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방안이 추천됐으며, 중위권 학생들은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 시험을 중심으로 최근 기출문제와 교과별 주요문제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조대여고 정재훈 교사. /사진=광주교육청제공

<조대여고 정재훈 교사 - 수학(나), 지난해 수능과 ‘비슷’>
정 교사는 수학(나) 난도도 수학(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고난도 2~3문항을 제외한 전반적인 문항 난도가 평이한 수준인 점도 수학(가)와 동일했다. 쉬운 문항을 빨리 해결한 후 고난도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확보한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란 예상도 덧붙였다. 

고난도 문항으로 꼽힌 문제들은 21번, 29번, 30번이었다. 특히, 21번은 지난해 수능과 마찬가지로 함수의 그래프에서 개수를 세는 문항이 출제됐는데 답을 찾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됐다. 29번 문항은 지난해 수능의 경우 통계문제가 출제됐으나, 이번 6월 모의고사에서는 규칙을 통해 수열을 찾아가는 문항이 출제된 변화가 존재했다. 30번 문항은 미분의 활용을 이용하는 문제였다. 

정 교사는 “수학(나)는 2017 수능과 비슷한 출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상위권 학생들은 미적분의 활용과 개수 파악하는 문항들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중위권 학생들은 다수의 문제가 매우 쉽게 출제되므로 적정 난이도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반복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동고 오창욱 교사. /사진=광주교육청제공

<광주대동고 오창욱 교사 - 영어, 결코 ‘쉽지 않다’>
영어 분석을 맡은 광주대동고 오창욱 교사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 첫 실시된 평가원 주관 모의고사를 두고 “절대평라고 해서 쉬운 시험은 아니란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평했다. 평가원 출제 방향대로 EBS 연계율이 70%에 달했지만, 간접연계 지문들이 많았고 어휘수준이 높았던 데다 까다로운 소재를 사용한 지문이 다소 출제된 때문이다. 특히, 장문을 포함한 빈칸 추론 5문항 중 4문항이 난도 있게 출제돼 1등급과 2등급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난도 문항으로 평가된 문항들은 빈칸에 해당하는 내용이 글의 요지와 상반되는 32번, 선택지에 사용된 어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33번, 빈칸 뒤 단서 문장을 잘 찾아내야 하는 34번에 더해 41~42번이었다. 특히, 오 교사는 41번과 42번의 난도가 가장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회학자들이 예술을 연구할 때 객관적인 시각으로볼 것인지를 묻는 지문 내용 상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가능성이 컸던 때문이다. 

그밖에 듣기와 어법, 어휘 문제는 예년과 평이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곳곳에 위치한 변별력 문항들의 존재로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난도는 작년 6월 모평이나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소 어려웠다는 결론이다. 

설월여고 서점권 교사. /사진=광주교육청제공

<설월여고 서점권 교사 - 사탐, 지난해와 ‘비슷’>
설월여고 서점권 교사는 6월 모의고사 사탐 난도에 대해 “과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3월학평과 4월학평과 비교하면 체감 난도는 실제 난도에 비해 다소 높았을 것”이라고 사탐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전반적인 문제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대로 EBS 교재 연계율 70%를 지킨 것으로 추정됐다. 개념/자료를 연계하거나 문제의 유형, 자료를 변형/응용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수능 기출문제에서 변형돼 출제된 문제도 존재했다. 

연계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념 원리 지문 상황 사례 지도 그래프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문항을 변형/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EBS 교재를 기본서로 삼아 개념확인과 확인학습을 꾸준히 진행한 수험생이라면 일부 고난도 문항을 제외하고는 정답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시사적인 내용과 더불어 새로운 자료/문항이 출제되기도 했고, 기출 모의고사/수능 문항을 새롭게 변형된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했지만,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들도 다수 존재했다. 다만, 일부 문항에서는 복잡한 자료 분석을 요구하거나 복합적인 개념을 묻는 까다로운 출제 방식이 구현돼 변별력 확보라는 평가원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인성고 김형래 교사. /사진=광주교육청제공

<인성고 김형래 교사 - 과탐, 지난해 수능과 ‘비슷’>
과탐 분석을 맡은 인성고 김형래 교사는 과탐이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지난해 6월 모의고사보다는 약간 쉽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료 해석능력을 갖춰야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이 주로 출제된 가운데 2017 수능과 비슷한 유형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EBS 연계율을 체감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됐다. 70%가 연계 출제됐다고는 하나 변형문제와 개념 연계문제들이 있어 수험생들에게 어려움을 안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탐Ⅰ에서 고난도 문항을 꼽으면 물리Ⅰ 20번, 화학Ⅰ 20번, 생명과학Ⅰ 17번, 지구과학Ⅰ 18번이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물리Ⅰ 20번은 힘과 에너지와의 관계를 묻는 문항으로 운동에너지와 알짜 힘과의 관계, 상황에 따른 가속도의 크기를 그래프로 해석할 수 있어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 화학Ⅰ 20번은 금속 반응의 양적관계와 관련된 문제로 실험 과정이 복잡한 데다 금속 양이온의 수의 비를 통해 금속 양이온의 전하량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생명과학Ⅰ에서는 세 가지 유전형질을 모두 고려해야 풀 수 있는 복합 가계도 문항이 나왔다. 1명의 표현형을 제시해주지 않다보니 다른 정보들을 활용해 추론해야 했으며, 개체별로 주어진 단서가 까다로워 가정을 하나씩 대입해봐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는 것이 김 교사의 분석이다. 표를 통해 데이터를 이해하는 방식인 지구과학Ⅰ 18번은 지평좌표에서 방위각과 고도의 개념을 알고 태양과 보름달의 적위/적경을 고려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했다. 

과탐Ⅱ에서는 물리Ⅱ 19번과 화학Ⅱ 20번, 생명과학Ⅱ 20번, 지구과학Ⅱ 19번이 고난도 문항으로 손꼽혔다. 물리Ⅱ 19번은 충돌과 포물선 운동이 결합된 문항으로 충돌 후 낙하하기 전까지의 거리와 낙하한 후의 거리를 고려해야 해결 가능했다. 화학Ⅱ 20번은 화학평형과 관련있는 문항으로 난도가 상당했다. 반응물과 생성물의 양을 기체 밀도를 통해 파악하고 압력 온도 등의 외부조건 변화에 의한 평형 이동 자료로부터 평형 상수를 구해 평형이동의 결과를 해석해야 풀 수 있었다. 생명과학Ⅱ17번은 DNA 복제와 형질발현, 전사조절에 대한 문항으로 난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돌연변이를 응용한 형질발현 문항의 경우 염기쌍 삽입과 결실부의 추적으로 아미노산의 변화를 추론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지구과학Ⅱ 19번은 그래프를 해석하는 문항이다. 이슬점 온도, 절대습도, 상대습도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응결고도를 적용해 해석함으로써 풀 수 있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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