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사전예고 법제화 강화 '3년 6개월 이전 정책방향성 공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현 중3이 대입을 치르게 될 2021학년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비롯 교육계 대전환이 예고됐다. 내년 고1부터 적용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앞두고 대입은 물론 고입에서도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5일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새 정부의 교육 공약과 관련, 실현 가능성과 예산 등을 고려해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부터 고교 학점제 도입, 대입전형 3년 사전예고제 법제화 강화, 수능 최저기준 완화 등 7월 확정 발표할 새 교육과정을 목전에 두고 향후 주요과제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업무보고는 대입 뿐 아니라 특목/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대학 입학등록금 축소 및 폐지, 고교 무상교육 도입, 교원 증원, 누리과정 국고 지원 등 교육 현안과 중장기 계획 30여 가지 과제가 포함됐다.  

 현 중3이 대입을 치르게 될 2021학년 수능 절대평와 내년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비롯 교육계 대전환이 예고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 절대평가, 내신 성취평가 동시 도입.. 실현가능성은?>
수요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 여부다. 올해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현재 고3학생이 치르는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하고 모두 상대평가로 진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논술, 특기자 전형 폐지와 함께 2021학년부터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유은혜 위원은 업무보고에서 “교육 공약 가운데 수능 개편,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를 우선으로 다루겠다”며 “세 가지 모두 연동된 사안이기도 하고 시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급한 현안이어서 빨리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당초 7월 중 확정하기로 했던 2021학년 수능 개편안과 함께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도 7월 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문이과 통합을 주 내용으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한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이 도입된다. 문/이과 단절로 문과 학생들은 과학교과를, 이과 학생들은 사회교과를 홀대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에도 맞지 않다는 비판을 수용하한 결과다. 1학년 때 공통 과목을 통해 기초 소양을 함양한 뒤 2학년 때부터 각자 적성과 진로에 따른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두고 대학과 고교 현장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앞선다. 절대평가로 수능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면 결국 정시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학생부 관리에 소홀했던 학생들이나 재수, 삼수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패자부활전’ 역할을 하는 정시가 폐지되면 학생 선택권이 축소된다는 지적이다. 7월 수능개편안 확정 발표를 앞두고 개편안을 마련 중이던 교육부는 지난해 발주한 수능 관련 정책연구 기간을 최근 연장하고 이에 대한 추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절대평가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는 문 대통령의 구체적 공약 사항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통해 찬성의견을 밝힌 바 있으며 주요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와도 관련이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의 학년제를 없애고 여러 선택과목을 개설, 필요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고교학점제 역시 진로와 흥미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새 개정 교육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문제는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 하에선 고교학점제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선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고교 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인기 있는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이 갈리면서 소인수 과목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수강 인원과 상관없이 본인만 열심히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고교 학점제 운영의 흥망은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동시에 도입할 경우 변별력이 떨어져 대학별고사 등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에서 변별력 문제 때문에 고교 내신 절대평가의 도입을 미루면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고, 고교학점제 때문에 고교 절대평가를 추진하면 수능 절대평가와 부딪히는 결과가 나온다”며 “국정기획위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게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에서는 수능과 내신에서 모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다수의 동점자가 발생, 학생선발을 위해 대학별고사 등 다른 전형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건국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인하대 임보영 입학사정관은 “대학 평가자 입장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변별력이 낮아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 또 다른 전형요소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경상대 입학정책실 김정현 팀장도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선발을 위해 또 다른 전형 평가방법을 찾고자 고심할 것이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전형에 면접을 추가하는 방식, 수능영역별 대학 자체 변환점수표 활용, 학생부 추가활용, 대학별고사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자칫 공교육을 벗어나 사교육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부적으로 수능최저기준 완화, 논술/특기자 전형 폐지 등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논술과 특기자 전형은 사교육을 과도하게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선 전부터 폐지 논의가 진행됐다. 교육부는 논술과 특기자 전형 폐지에 협조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사업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전면 폐지해 수능을 자격시험화하자는 방안도 거론됐다. 교육부는 각 대학과 협의를 통해 학교마다 상이한 학생부종합전형의 명칭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전형 유형은 동일하지만 학교별로 전형명이 제각각이어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대입 사전예고제 강화 추진>
교육부는 현행 대입 사전예고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최소 3년6개월 전에 대입정책을 발표토록 하는 방안이다. 현행 사전예고제의 근간으로 2013년 발표된 '대입전형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포함돼있던 정부의 대입정책 3년3개월 전 발표 방안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한 데 따른 보완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입 예고제는 ‘3년 예고제’뿐 아니라 대학의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으로 구성돼있다. 학교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학생들의 대학입학 시기인 3월 초를 기준으로 2년6개월 전 대입 기본사항을 발표하고 1년10개월 전까지 각 대학이 기본사항에 따른 대학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발표하는 방식이다. 이후 10개월 전까지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는 것이 대입 예고제의 골자다. 입시 직전까지 요강이 나오지 않거나 입시를 목전에 두고 뒤바꾸는 대학들의 행태로 수요자들의 피해가 컸던 과거의 혼돈상이 도입배경이다.

대입 사전예고제는 2013년 이미 한 차례 강화된 바 있다. 1년6개월 전까지 발표하던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2년6개월 전, 1년3개월 전까지 발표하던 대입전형 시행계획(전형계획)은 1년10개월 전으로 발표시기를 앞당겼다. 당시 대입정책을 3년3개월 전 발표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이후 정부에서 대입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었다. 이번 사전예고제 강화는 3년6개월전 대입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대입변화를 수요자들이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3때부터 향후 일어날 대입의 큰 변화 흐름을 대비할 수 있고, 고교 선택의 중요한 잣대로도 활용 가능한만큼 현장에선 긍정적 반응이다.

다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대입정책 발표 시기를 법제화하는 방안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현장에서 누차 지적해 온 전형계획 발표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입전형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이끌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입학사정관제 안정화를 위한 대입 3년 사전예고제 연구’에서의 대입 사전예고제 취지는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보고서'로 불리는 보고서는 2013년 2월 '2012년 입학사정관제 국고지원 연구과제 수행'이란 명목으로 서울대 김경범 교수, 인천하늘고 주석훈 교감(현 미림여고 교장), 영동일고 진동섭 교사(현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이사) 등 현장 전문가들이 집결해 만든 보고서다. 당시 보고서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3년6개월 전 발표하고,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3년 전 발표함으로써 전형방법과 모집인원 등이 담긴 전형계획이 3년 전에 발표되는 실질적인 ‘3년예고제’를 주장했다. 이번 사전예고제 강화보다 한층 더 앞당겨져 있는 사전예고제를 주장했던 것이다.

대입정책과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대략적인 대입 변화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개별 대학의 입시내용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에서야 구체화된다. 결국, 수요자들의 실질적인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이다. 대입정책의 발표시기 법제화에 더해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목/자사고 단계적 일반고 전환.. 모집시기 일원화>
학생과 학부모의 이목이 집중된 또다른 사안인 고교체제 단순화는 5년 단위의 고교 운영성과평가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운영성과평가를 실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모집 시기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현재 전기고로 분류돼 일반고보다 앞서 입시를 진행, 선발권을 가진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도 마련해 확정키로 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외고는 전국 31개교, 국제고는 7개교다. 전국단위 모집의 자사고는 10개교,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는 서울 22개교, 지방 14개교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전환도 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평가는 기존에도 운영되고 있긴 하나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전기고 모집시기를 후기고와 일원화할 경우 선발권을 잃게 될 학교 측의 반대는 물론, 시도마다 다르게 진행하는 전국 고입지형에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입학금 폐지, 고교 무상교육, 교사충원 .. 산적한 현안>
이밖에 새 정부 교육공약과 관련한 다양한 사안들이 논의됐다. 국정기획위는 교육부가 내년부터 대학입학금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고교 교육을 전면 무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고교 무상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내년부터 고교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등을 무상화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를 위해 한해 약 2조4000억원씩 5년간 약 11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3조9000억원 규모의 대학 국가장학금도 2020년부터 지원규모를 5조원 이상으로 늘려 반값등록금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전체 대학생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인하할 순 없으나 소득 8분위 이하 저소득층의 장학금을 확대해 실질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 간 초중고 교사 1만3000여 명의 증원도 추진한다. 교육부가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2022년까지 초등 교원은 6300명, 중등 교원은 66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인 초등 18.2명, 중등 13명으로 낮춰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교육부는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아닌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일각에선 검정 역사교과서의 적용 시점 및 집필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날 업무보고에선 구체적인 명시가 없었다. 현재로선 관련안을 만들기엔 시간이 촉박해 향후 새로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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