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효과, 사회적 성취도/기여도'..의대진학문제 포함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한국 영재교육의 실질을 검증하는 대규모 장기 추적조사가 개시된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영재교육의 효과성과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사회 공헌도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한국 영재교육 종단연구’를 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고교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장기 추적조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조사 대상은 올해 영재학교 신입생 약 800명이다. 영재학교는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 한국과학영재학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등 8곳이다. 학부모 동의를 거쳐 학생이 40대 안팎의 나이가 되는 2041년까지 총 25년간(기초연구 기간 2016년 포함) 추적조사를 실시한다. 

국내 영재교육은 2002년 3월 영재교육진흥법이 도입된 후 2003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따라 고교 과정의 영재학교와 초중고 영재학급, 시도교육청과 대학 등 영재교육원이 잇달아 개설됐다. 영재교육 대상자 수도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직전인 2002년 약 1만명(전체 초중고생의 1%)에서 2015년 10만9900여명(전체 초중고생의 1.81%)으로 10배 늘었다.

교육부는 영재교육이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이 부족했다고 판단해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영재 선발을 위한 과도한 사교육문제,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 현상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국 영재교육 효과성을 검증하는 대규모 장기 추적조사가 처음으로 시작된다. 사진은 영재학교 중 하나인 경기과고. /사진=베리타스알파DB

특히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학계열 진학 문제는 의대열풍과 더불어 고입과 대입을 압박해온 오랜 난제다. 윤관석(더불어민주) 의원실이 제공한 ‘2014~2016학년 과학고/영재학교 대학입학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영재학교는 졸업자 1500명 가운데 130명(8.7%)이 의학계열로 진학했다. 물론 86.1%(1292명)가 이공계열로 진학해 설립목적인 ‘이공계열 인재 양성’에 정면 충돌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진학경향이 일부 영재학교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한국영재학교는 2016학년도 의학계열 진학자가 없었지만 서울과고가 24명, 경기과고 16명, 대구과고 5명의 의학계열 진학자를 배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18 고입에서 과고/영재학교 요강에 ‘과고/영재학교는 의대 진학에 적합하지 않은 학교’라는 점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의대 진학 시 추천서 작성거부 ▲의대 진학 시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 고교별 자구책도 병행토록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요강 상 ‘과고/영재학교는 의대 진학에 적합하지 않은 학교’를 명시하는 방안은 이미 영재학교들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서 작성 거부 방안도 사실상 효과가 크지 않다. 전체 의대 입시의 절반 가량이 정시로 지원하는데 정시는 추천서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수시에서도 추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전형유형별로 학생부교과전형이 51.5%(796명), 학생부종합전형이 26.9%, 논술전형이 18.1%, 특기자전형이 3.4%다. 수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은 추천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기자전형도 일부에 불과하다. 논술전형은 논술고사와 수능최저로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추천서가 유효한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 전형으로 의대 선발을 실시한 대학 20개교 중 13개교가 추천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아직 의대 입시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장학금/지원금 회수 방안도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는 탓에 강제성을 띠지 못한다. 

이번 종단연구는 이같은 문제점을 포함해 효과성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재교육의 영재성 발현과 계발의 패턴, 영재성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진학/취학 등 사회적 성취도, 직업/가정/삶의 만족도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교육이 시작된 지 14년이 지나면서 이제 그 효과성과 사회적 공헌도 등을 장기적,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할 시점"이라며 "학부모 동의 여부에 따라 조사 대상 학생 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조사 시행 계획을 담은 공식 입장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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