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부터 재수생 독무대'..'서울대 자연계열 성적 낮아질듯'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 상위권 자연계열 정시는 예년에 비해 다소 경쟁이 약화될 전망이다. 변별력 높은 수능으로 인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재학생들이 불합격하는 사이 재수생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수능 경쟁력을 갖춘 재수생들이 정시에 대거 불참할 예정인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수능 고득점자들의 정시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자연스레 자연계열 상위권 입시의 점수대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시 원서접수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여야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의 정시이탈현상으로 인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곳은 서울대 자연계열이란 평이다. 서울대 자연계열의 경우 수능 고득점자들의 정시이탈에 더해 과탐Ⅱ 응시자 감소, 지균으로 인한 수시이월 증가까지 점수 하락의 요인들이 즐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예년에 비해 성적대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때문이다. 본래도 의대논술 등에서는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여온 상황이지만, 올해는 교과 등으로 확장되면서 재수생 강세의 정도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정시에 뛰어들만한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이 이탈한 데다 과탐Ⅱ 응시자도 감소했고,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수시이월까지 더해져 서울대 자연계열의 성적대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최상위권 자연계열 정시는 예년에 비해 다소 경쟁이 약화될 전망이다. 변별력 높은 수능으로 인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재학생들의 빈 자리를 재수생들이 채운 탓에 수능 경쟁력을 갖춘 상위권 재수생들이 정시에 대거 불참할 예정인 때문이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연계열 재수생 수시돌풍.. 변별력 수능으로 의대 수능최저 충족사례 감소 배경>
올해 수시에서 나타나는 유의미한 특징은 자연계열 N수생(이하 재수생)들의 돌풍이다. 베리타스알파의 취재결과 특히 의학계열(의/치/한, 이하 의대) 수시에서 재수생들의 돌풍이 거셌다. 상위권 재수생들의 집결지로 여겨지는 강남대성에서도 의대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예년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 연세대 의예과 논술전형에 강남대성 재수생 10명이 동시 합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남대성이 수시에도 강한 곳이긴 하나 재수의 특성 상 정시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다가오는 현상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해 자연계열 재수생들이 의대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15명을 선발하는 연세대 의대 논술에 강남대성 재수생 10명이 합격했을 정도다. 정시를 앞두고 다소 상향지원으로 의대/치대 논술이나 교과에 지원한 재수생들도 대거 합격했다. 논술 뿐만 아니라 학생부교과에서 상향지원한 재수생들까지도 다수 합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의대 수시에서 재수생들이 강세를 드러내는 것은 수험생들로부터 ‘6년만의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수능의 변별력이 높다보니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재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투입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기 쉬운 정량평가 구조의 수능에서는 재학생에 비해 재수생의 수능최저 충족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통상 의대 수시는 수능최저를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수능최저도 여타 모집단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수능의 변별력이 높을수록 재수생들이 강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때문에 올해 의대 수시는 재수생들의 독무대로 평가될 정도다. 

의대 수시에서 수능최저 설정은 거의 기본에 속한다. 현재 대입에서 수시는 학생부교과전형(교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논술전형(논술) 특기자전형(특기자)의 4개 전형으로 분류된다. 올해 의대 수시에서 논술실시 의대 13개교가 전부 수능최저를 설정했으며, 교과실시 의대 23개교 중에서는 유일하게 인제대만 수능최저를 설정하지 않은 대학이었다. 학종은 전형을 실시한 20개교 중 7개교가 수능최저를 설정하지 않았고,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한해 수능최저를 설정했다. 특기자는 수능최저가 설정되지 않은 유일한 수시전형이었으나, 실시대학이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서울) 연세대(원주) 이화여대 등 5개교로 극히 적었다. 수능최저를 설정하지 않은 대학/전형을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였다. 일부 대학/전형이 예외적이긴 하나 의대 입학에 있어 수능최저가 필수 관문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수능최저 설정이 기본인 점에다 의대의 수능최저 수준이 타 모집단위에 비해 높다는 점도 올해 자연계열 재수생들의 돌풍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다.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에서 의대에도 여타 모집단위와 동일한 2등급 3개를 수능최저로 설정한 서울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들은 의대에 높은 수능최저를 설정하고 있다. 

올해 수시 논술전형을 기준으로 보면, 가톨릭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서울) 연세대(원주) 울산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는 의대에 한해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1등급 3개를 수능최저로 설정했으며, 경북대는 4개영역 등급합 5이내, 경희대는 3개영역 등급합 4이내가 수능최저였다. 

교과도 논술에 비해 덜하지만 수능최저가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계명대 고려대 연세대가 1등급 3개를 수능최저로 설정한 가운데 동아대 연세대(원주) 가톨릭관동대 경상대 충남대는 3개영역 등급합 4이내, 영남대 전남대 경북대 을지대 등은 4개영역 등급합 5이내를 수능최저로 두고 있었다. 보다 낮은 등급합 기준을 설정한 대학/전형도 존재했으나, 대부분 지역인재전형이었다. 지역 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인재전형의 수능최저는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전형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학종의 경우 여타 전형과 달리 수능최저를 미설정한 대학이 수능최저를 설정한 대학과 비슷할 정도였다. 학생부를 기반으로 자소서/추천서 등을 부가해 학업능력을 측정하는 전형이란 점에서 굳이 수능을 통한 학업능력 추가측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상대 경희대 순천향대 인하대 중앙대 충북대 한양대가 학종에 수능최저를 설정하지 않은 대학이었다. 서울대도 일반전형에는 수능최저를 설정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일반전형의 경우 교과형 면접, 지균의 경우 수능최저를 통해 학업능력을 추가 검증하는 대학이다. 

여타 의대는 학종에 수능최저를 두고 있었다. 가천대 고려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서울) 이화여대의 수능최저는 1등급 3개였으며, 부산대 연세대(원주) 한림대는 3개영역 등급합 4이내, 가톨릭대 충남대는 3개영역 등급합 5이내, 경북대는 4개영역 등급합 5이내가 수능최저였다. 서울대 지균은 2등급 3개로 수능최저가 가장 낮은 의대였다. 

의대가 아닌 통상적인 자연계열 학과들과 비교해보면 의대 수능최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장 수능최저 설정비율이 높은 논술전형을 기준으로 보면, 가톨릭대는 일반적인 자연계열 학과들에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과탐 기준 1개 3등급의 수능최저를 설정했으며, 성균관대는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3개 등급합 6이내, 연세대(서울)은 수학(가)와 과탐의 등급합이 4이내면서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4개영역의 등급합도 8 이내, 이화여대와 중앙대는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2개영역 등급합 4이내, 인하대는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1개 2등급, 경희대는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2개영역 등급합 5이내, 경북대는 3개영역 등급합 9이내를 요구했다. 1등급 3개 요구가 통상적인 모습인 의대 수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만큼 의대에 설정돼있는 수능최저는 높았다. 

의대의 수능최저가 높은 것은 해를 넘길수록 심화돼가는 의대선호 현상 때문이다. 최근 자연계열 입시는 서울대 위에 의대가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의대중심 구조로 재편돼있다. 이동섭(국민의당) 의원이 올해 서울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학년부터 2016학년까지 5년간 서울대 합격을 포기한 332명 중 대다수는 자연계열 학생들이었다. 전공적성이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나 KAIST 포스텍 등 이공계특성화대학을 선택한 경우도 존재하겠으나, 대부분은 의대 진학으로 인해 포기했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결국 자연계열에서 서울대와 의대 중복합격자들은 의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서울대를 포기하고 갈 만한 대학은 많지 않다. 서울대 의대에서 최근 몇년간 단 1명의 등록포기자도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대의 선호도가 서울대 자연계열을 앞설만큼 높다보니 의대 수능최저의 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된 셈이다. 

올해 수능의 변별력은 재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 어렵게 만든 이유였다. 올해 수능이 2012수능 이후 가장 변별력이 높은 수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은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9점, 수학(가) 130점, 수학(나) 137점, 영어 139점이다. 지난해 수능 대비 국어 3~5점, 수학(가) 3점, 영어 3점이나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했다. 영역별 만점자비율도 영어를 제외하고 지난해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국어 0.23%, 수학(가) 0.07%, 수학(나) 0.15%, 영어 0.72%다. 2012수능 30명, 2013수능 6명, 2014수능 33명, 2015수능 29명, 2016수능 16명 등 2013학년을 제외하고는 전부 두 자릿 수 이상을 기록하던 국어/영어/수학/탐구 기준 전과목 만점자도 올해 3명으로 크게 줄었다.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크게 오르다보니 1등급 3개를 맞히지 못하는 재학생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재학생들의 빈자리는 재수생들이 대부분 차지했다. 재수생들은 기본적으로 정시에 무게를 두고, 학생부 교과성적이 좋은 경우 수시에서 논술+교과, 학생부교과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 논술에 상향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 수시에서 요구하는 1등급 3개를 충족한 재수생들은 빈번해진 재학생들의 수능최저 미충족에 힘입어 예년에 비해 쉽사리 합격증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정시자원으로 분류되는 자연계열 재수생들이 대거 의대수시에 합격함에 따라 올해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의 정시 경쟁은 예년에 비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시축소 수시확대 기조에 힘입어 최상위권 자연계열의 정시 모집인원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나 상위권을 형성하는 정시자원들이 수시에 합격하면서 자연스레 정시에는 지원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대입구조 상 수시에서 합격한 경우 정시에서는 KAIST GIST대학 DGIST UNIST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과기원 등에만 지원할 수 있다. 4개 과기원 모두 의대가 없기 때문에 의대 입학을 희망해오던 수험생들이 정시에 지원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과탐Ⅱ 응시생 감소, 서울대에 직격탄.. 수시이월 확대 전망까지>
전반적인 자연계열 상위권의 정시경쟁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서울대 자연계열의 경쟁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 자연계열 지원의 필수조건인 과탐Ⅱ 응시생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 더해 수시이월마저 늘어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서울대 자연계열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과탐Ⅰ+Ⅱ, Ⅱ+Ⅱ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 과탐Ⅱ에 필히 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동일한 과목을 선택한 경우는 지원자격이 부여되지 않으므로 물리Ⅰ+물리Ⅱ와 같은 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화학Ⅰ+물리Ⅱ처럼 과목명이 서로 달라야 한다. 

문제는 올해 나타난 과탐Ⅱ 응시생의 급격한 감소현상이다. 극히 드문 사례인 Ⅱ+Ⅱ조합 응시생을 차치하고 보면, 올해 수능의 과탐Ⅱ 응시생은 3만872명으로 지난해 4만1263명 대비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취업난으로 인해 이공계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탐 전체 선택자는 24만3857명으로 지난해 23만729명 대비 1만명 이상 늘었지만, 유독 과탐Ⅱ 응시인원은 줄어든 것이다. 

과탐Ⅱ 응시인원의 감소는 올해 초부터 예견돼왔다. 강남대성 N수생들의 과탐Ⅱ 선택인원이 크게 줄어든 데다 의대 관련 진학실적이 뛰어난 자사고 등지에서도 과탐Ⅱ 선택인원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과탐Ⅱ 선택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올해 정시의 변수라 할 수 있다. 올해부터 신설된 서울대 자연계열의 과탐Ⅱ+Ⅱ 가산점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Ⅱ+Ⅱ조합 수험생이 자취를 감춘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Ⅰ+Ⅱ조합마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올해 서울대 입시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리타스알파도 ‘올해 자연계열 정시, 서울대 ‘찬스’.. 과탐Ⅱ 응시생 급격감소’ 기사를 통해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를 알렸었다. 

과탐Ⅱ 응시인원의 감소는 지난해 수능에서 발생했던 물리Ⅱ 사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물론 상대적으로 과탐Ⅰ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보니 수험생들이 꺼려한다는 점도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의 이유겠으나, 지난해 과탐Ⅱ 응시 시 정시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를 목격한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과탐Ⅱ 기피가 심화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치러진 2016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을 시 화학Ⅱ는 1% 미만의 만점자로 백분위 100, 생명과학Ⅱ는 2.5%의 만점자로 백분위 99, 지구과학Ⅱ는 8.02% 만점자로 백분위 96, 물리Ⅱ는 11.56%의 만점자로 백분위 94가 각각 나왔다. 통상 대학들이 탐구영역을 백분위에 따른 변환표준점수(변표)로 환산해 정시에서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점을 받고도 94, 96의 변표만 받은 것은 치명적이었다. 특히, 물리Ⅱ의 경우 만점자가 2등급 기준점인 누적 11%를 넘기면서 2등급이 완전히 사라지는 등급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했다. 물리Ⅱ 응시생들은 1문제만 틀리더라도 3등급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수능최저에서 과탐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시뿐만 아니라 수시에서까지 불이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 현상을 만든 요인은 의대들이다. 교육과정 상 과탐Ⅱ가 편성돼있음에도 입시에서 이익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탐Ⅱ 응시를 필수요건으로 하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동아대가 화학Ⅱ, 생명과학Ⅱ에 표점 3점 가산, 한양대가 과탐Ⅱ에 3% 가산, 단국대가 과탐Ⅱ에 5% 가산 수준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 의대정시에서 과탐Ⅱ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이다. 올해 정시 기준 37개교나 되는 의대입시에서 과탐Ⅱ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의대 중심으로 자연계열 입시가 재편돼있는 상황에서 의대로부터 외면받는 과탐Ⅱ를 수험생들이 등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여러 요인이 겹치며 발생하는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의 직격탄은 서울대가 맞게 됐다. 유일하게 과탐Ⅱ 응시여부를 지원자격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의 감소와 더불어 지원자 풀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지원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은 예년에 비해 경쟁완화라는 결과를 예견케 만드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균을 기반으로 한 수시이월 증가가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경쟁을 더욱 완화시킬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15일 발표한 ‘2017학년 서울대 수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는 지균에서 597명을 선발했다. 모집요강 상 선발계획은 735명이었지만, 138명을 덜 선발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대가 지균에서 681명 선발계획에 실제 597명을 선발, 84명의 미선발인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선발하지 않은 규모가 54명 늘어났다. 지균의 수능최저가 2등급 3개로 서울대의 선호도에 비춰볼 때 상당히 낮은 상황이지만,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지균 지원자를 구성하는 일반고에서 수능최저를 맞히지 못한 재학생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균 미선발 인원이 많다는 것은 곧 수시이월 인원이 많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보다 수시이월 미충족으로 인해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이 없는 모집단위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추가합격을 통해 채워지지 못한 결원들은 고스란히 정시로 이동하게 되고, 늘어난 정시 인원은 필연적으로 점수대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 

지난해 서울대는 수시에서 정원내 기준 총 2369명을 모집했으며, 수시이월인원은 154명이었다. 수시 모집인원 대비 6.5%의 인원이 수시이월된 것이다. 올해 정원내 수시모집인원은 총 2407명으로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난해만큼 수시이월이 발생하고, 거기에 지균에서 미선발한 인원 54명이 더해지면 이월인원은 200명을 넘길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교육계서도 올해 서울대 수시이월이 200명 내외 선에서 끊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위권 재수생들이 의대수시에 대거 합격, 최상위권 경쟁이 다소 약화되는 상황에서 수시이월까지 늘어나면 서울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나온 전망보다 다소 낮은 점수대로 합격선(커트라인)이 내려앉을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올해 자연계열 지원자들은 정시 원서접수 마감직전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전개해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25명을 선발한 서울대 의대 정시에 14명을 합격시키는 등 서울대 자연계열 판도 관련 가장 세밀한 분석력을 자랑하는 강남대성의 이영덕 소장도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의 합격선이 예상보다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소장은 “현재까지 예상되는 서울대 자연계열 점수는 서울대식 기준 화생공(화학생물공학부) 524.5점, 전기정보공학부 524점, 수리과학부 523.6점, 기계공 523.3점이지만, 과탐Ⅱ 응시인원이 1만명 넘게 줄어들고 의대수시에 합격해 과탐Ⅰ+Ⅱ 고득점자가 빠져나가는 일련의 상황을 볼 때 합격선은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때일수록 지원경향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성적대가 높은 학생들은 접수마감 직전까지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마감 당일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들의 합격선은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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