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특감 결과 '입학/학사관리 특혜'..관계자 수사의뢰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의혹을 받아온 정유라 씨의 입학이 취소된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이화여대 감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정유라씨의 체육특기자 전형입학과 학사관리에 특혜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정유라씨의 입학 취소를 이대에 요구하고 최경희 전 총장 등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31일부터 이달15일까지 정씨 입학/학사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는 당초 11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대내외로 높은 관심이 쏟아지면서 15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교육부 특별감사 과정에서 정씨의 입학특혜와 학사부실이 확인됐다. 이미 정씨와 관련해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된 남궁곤 전 입학처장의 선발압력이나 면접점수 조정 등 혐의에 더해 정씨가 직접 아시안게임 금메달 반입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학사과정에서는 부실한 과제에도 정상적인 점수를 부여받았고, 대리출석과 대리시험을 치렀다는 내용까지 제시됐다.

 

 

▲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의혹을 받아온 정유라 씨의 입학이 취소된다. 교육부 감사결과 정씨의 입학/학사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대는 향후 재정지원사업 등 불이익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진=이화여대 제공

 

 

정씨의 입학/학사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대는 향후 재정지원사업 등 불이익을 면치 못하게 됐다. 향후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이대는 최대 30%까지 재정지원사업 수혜액을 삭감당하는데다 신규 재정지원사업 선정평가에서도 감점을 받게 된다. 2018학년 모집정지나 정원감축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지만 앞으로 시행명령 이행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모집정지 등의 처분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대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발표 직후 사과한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오랜기간 끌어온 이대사태를 재단이 나서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빠른 사과와 정리를 통해 파문의 확산을 막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이대 재단 장명수 이사장은 학생/교수들의 총장선출제도와 관련한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강도높은 자체감사를 통해 정씨 부정입학/학사 문제해결의 의지를 표명했다.   

<정유라 이대 입학취소..입학처장 압력/정씨 직접개입 확인>
정씨의 이대 입학이 취소된다. 교육부는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정씨에 대해 관련법령과 학칙에 따라 입학을 취소하도록 이대에 요구하기로 헀다.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전형특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입학취소 권고조치는 특별감사를 두고 존재했던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는 결과다. 일각에서는 입학특혜 등 비리에 대해 정씨의 직접개입 사실을 규명하기 어렵고, 정성평가인 면접평가의 고의적 점수부여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정씨를 선발하기 위한 압력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대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정유라씨가 원서접수 마감 이후 획득한 아시안게임 메달을 면접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면접위원들에 부당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궁 전 입학처장은 면접위원 오리엔테이션 도중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도 입학특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씨는 면접 고사장 반입이 금지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반입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며, 남궁 전 입학처장은 이를 임의로 허락했다. 더해 정씨가 직접 공정성을 저해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씨는 면접 당시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은 채 평가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부정입학으로 인해 합격권의 성적에도 불합격처리된 수험생이 존재했다. 이대는 정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정씨보다 서류평가 점수가 높은 수험생의 점수를 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총리는 "입학처장의 발언에 따라 면접위원들은 정유라씨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서류평가 선순위자들에게 낮은 면접평가 점수를 주도록 조정했다"고 말했다. 일부 면접위원들은 정씨보다 서류평가 점수가 높았던 수험생들의 수험번호를 호명하며 낮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면접평가 점수가 조정당해 불합격한 수험생의 구제책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입학 뿐 아니라 학사과정에서도 출석인정과 학점부여에서 특혜를 받았다. 정씨는 2015학년 1학기부터 2016학년 1학기와 여름학기까지 총 8개 과목의 수업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출석을 인정할 수 있는 대체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지만 정씨가 수강한 과목의 교수들은 정씨의 출석을 인정했다. 학점부여과정에서도 정씨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특혜를 받았다. 다른 학생들보다 성의가 현저히 부족한 과제에도 점수를 인정받았고, 대리시험과 대리수강의 정황까지 포착됐다. '코칭론' 수업의 경우 정씨가 제출한 과제에 다수의 맞춤법 오류와 욕설/비속어가 사용되는 등 정상적인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과제제출이 인정돼 학점이 부여됐고,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의 경우에는 정씨가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지만 정씨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되기도 했다.

정씨는 이미 지난달 31일 이대에 온라인으로 자퇴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입학취소 처분은 자퇴와 내용에 차이가 있다. 자퇴하면 추루 재입학이 가능한 반면, 입학취소 처분을 받게 되면 다시 입시를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자퇴 여부와 관계없이 감사결과에 따라 입학취소 여부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해 이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상으로 제출한 정씨의 자퇴서는 효력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지원사업 최대 30% 삭감..향후 수사결과 주목>
입시부정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대는 재정지원사업 감액 등 제재를 받게 된다. 향후 검찰 수사 등에 따라 총장 등 주요보직자에 대한 형이 확정될 경우 이대는 재정지원사업 수혜액의 최대 30%까지 삭감당할 수 있다. 이대는 현재 8개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185억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대가 선정된 재정지원사업은 BK21플러스, CK(대학특성화)사업, ACE(학부교육선도대학)사업, 고교교육정상화지원사업,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 CORE(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 여성공학인재양성(WE-UP)사업, 평생학습단과대학사업 등이다. 평단사업은 사업선정후 학내 반발을 겪으며 자진 철회한 탓에 지원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재정지원사업 감액의 법적 근거는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매뉴얼에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부정/비리 사실이 드러난 대학은 사업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재정지원사업 수혜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감사처분과 형사판결 등의 처분시점을 기준으로 1년 간 사업비 감액이 이뤄진다. 감사처분에 따라 부정/비리 정도가 정해지는데 이대는 '감사원 및 교육부 감사결과에 의해 주요보직자 이상에 대한 고발, 수사의뢰 등 별도조치가 있는 경우'인 유형Ⅲ에 해당한다. 유형Ⅲ는 대학단위 지원사업 총 사업비의 5% 이내, 사업단단위 지원사업비의 2% 이내가 제한된다. 단, 검찰수사에 의해 주요보직자에 대한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부정/비리 정도를 유형Ⅰ로 본다는 단서가 있다. 유형Ⅰ은 대학단위 지원사업 총 사업비의 30% 이하, 사업단단위 지원사업비의 10% 이하를 삭감한다. 이대가 현재 선정돼 있는 사업 가운데는 BK21플러스사업과 CK사업이 사업단단위 지원사업에 속한다.

이대는 내년 있을 신규재정지원사업 선정평가에서도 감점을 받게 된다. 감점의 근거 역시 대학재정지원사업 매뉴얼에서 찾을 수 있다. 유형Ⅲ의 경우 대학단위 지원사업에서 총점 0.5%이내, 사업단단위 지원사업에서 총점 0.2% 이내로 감점이 이뤄진다. 주요보직자에 대한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대학단위 지원사업은 총점 2~5%가, 사업단단위 지원사업은 총점 1~2%가 각각 감점된다.

한편, 교육부는 이대가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재정지원사업을 부당하게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이대가 정권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씨를 입학시킨 대가로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잇달아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화여대는 올해 9개 주요재정지원사업 가운데 8개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정권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았다. 도종환 의원(더민주)에 따르면 전체 163개 사립대학 가운데 올해 주요재정지원사업 5개 이상 선정된 대학은 9.8%인 16개교에 불과했고, 이대는 모든 사립대학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대가 재정지원사업에 많이 선정된 것만으로 무조건 의심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재정지원사업 선정기준에 대해 뒷말이 많은 상황에서 정권실세의 부정입학이 결부돼 의혹이 커지는 모양새다"라고 말했다.

<모집정지/정원감축 가능성..시행명령 이행여부>
이대는 2018학년 학생 모집정지나 정원 감축 가능성도 남겨뒀다. 교육부는 감사결과에 따른 시행명령에 이대가 응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의 조치로 이대에 모집정지와 정원감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종합대책'에는 입학비리 연루대학에 대해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비리 정도에 따라 정원의 10% 이내에서 모집정지와 지원사업 중단/삭감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체육특기자 감사확대..서면조사 후 선발규모 큰 대학부터>
정씨의 체육특기자 입학/학사비리 감사는 타 대학으로까지 확대된다. 이 부총리는 "체육특기자 입시와 관련한 학칙, 평가기준 등 제반규정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조사결과가 미흡한 대학은 체육특기자 선발규모가 큰 곳부터 현장점검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 국제경기나 훈련에 참여하면 출석을 대체해주는 학칙 내용이 문제가 됐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다른 대학 상당수도 비슷한 규정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조사에 응답한 51개 대학 가운데 23개 대학이 출석대체 학칙을 두고 있었으며, '기타 총장이 인정하는 경우 출석을 인정한다'와 같이 포괄적인 내용의 출석대체 규정이 있는 대학도 20곳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달28일에도 이대 특별감사에 착수하면서 부실한 관리실태가 드러난 경우 체육특기자 선발이 많은 대학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학이 운영하는 체육특기자 전형은 고질적인 입학비리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해에는 고려대와 연세대 체육특기자 입시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연세대 야구부 감독은 고교 야구부 감독, 학부모 등과 결탁해 특정인을 입학시키는 비리를 저질렀으며 고려대 야구부 감독은 학부모의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아 수사를 피하지 못했다. 야구부 관련 명확한 증거가 있었던 탓에 대학 전반에 대한 감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3월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되는 배경이 됐다.

이번 감사확대와 같이 일부 대학의 의혹이 대학 전반으로 번지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입시관련 특혜의혹, 비리의혹 등은 선호도가 높은 상위권대학에서 일어나는 것이 통상의 예인 때문이다. 일부 사례로 인해 시작된 감사가 대학 전반으로 퍼진 대표적 사례는 1993년에 있었다. 고위관료 자녀의 입시부정이 계기가 돼 75개 대학에 대한 감사가 실시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58개 대학에서 1096명의 부정입학 사례를 적발했다. 학부모 명단도 일부 공개됐고, 이대도 부정입학 사례를 저지른 대학에 포함됐다. 

<이대 즉각 사과와 입학취소 수용..자체감사 시행중>
이대는 정씨의 입학/학사비리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총장까지 나서 "특혜는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이대가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화여대는 18일 오전 교육부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부실한 입시/학사관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유라 입학/학사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이대는 정씨에 대한 특혜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최 전 총장은 지난달 19일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고 말했다. 

이대는 정씨의 입학취소를 권고한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를 수용할 방침이다. 이대는 교육부 감사결과와 함께 재단에서 진행 중인 특별감사위원회 조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련자의 징계와 정씨의 입학취소 등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곘다??방침을 공개했다. 이대 재단은 지난달 24일부터 특별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정씨 입학/학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특별감사위원회에는 오종근 감사실장, 정덕애 전 대학원장, 이공주 전 대학원장, 도재형 법대 교수, 유일선 언어교육원 부원장 등 5명이 감사위원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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