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퇴진과 감사로 이어진 사태의 전말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이화여대 사태는 평생교육단과대학(평단)사업취소를 겨냥한 학생들의 시위로부터 시작됐지만 정작 이대사태가 총장사퇴로 이어진 것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의혹 때문이다. 정씨가 수업출석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학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최씨가 이대를 방문. 지도교수가 교체됐으며 학칙도 소급적용되도록 개정되면서 정씨를 위한 특혜가 대거 이뤄졌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안민석(더불어민주) 노웅래(더불어민주) 의원 등을 통해 제기된 데 이어 입학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특혜들이 있었다는 지적까지 더해졌다. 
 
정씨의 입학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승마의 체육특기자 선발이 왜 정씨가 입학했던 2015학년부터 였는지 ▲요강에서 미반영이라고 밝힌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내역이 평가에 반영됐는지 ▲특정 학생의 원서접수 사실을 입학처장이 총장에게 보고한 부분 등이었다. 

▲ 130년 역사를 지닌 이화여대 초유의 위기인 '이대사태'는 결국 총장퇴진고 감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전말은 평생교육단과대학 시위에 겹쳐진 '권력형'입시비리라는 실체관계가 아니냐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사진=이화여대 제공

이화여대는 승마가 체육특기자 선발에 포함된 것은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미리 계획된 부분이라며 항변했다. 변경된 2015학년 수시 전형계획은 미리 논의를 거쳐 공포된 것이며, 승마만 포함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남궁곤 입학처장은 “종목 확대는 당시 ‘2년 사전 예고제’에 따라 정씨가 원서를 접수하기 1년4개월 전에 이미 요강에 공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화여대가 2013년 12월27일 발간한 ‘2015학년 이화여대 입학전형 안내’에는 6명을 선발하는 특기자전형_체육에 승마를 포함한 23개 종목이 포함돼있다. 3년 이내 국제/전국 규모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에게는 지원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전형계획보다 앞서 공개된 ‘2014 수시 요강’에서도 승마가 종목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었다. 2014 수시요강은 2015학년 인정종목 변경을 예고한다며 승마를 포함시키고 있었다. 이대가 주장한 대로 정씨의 입학 이전 미리부터 요강 변경은 이뤄진 셈이다.

이대가 17일 교내 이삼봉홀에서 전임교원과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입학/학사 특혜의혹에 대해 해명한 자리에서도 요강변경에 대한 설명은 이뤄졌다. 대학 측에 따르면, 체육특기자전형 선발종목이 승마까지로 확대된 것은 정씨가 입학하기 2년전인 2013년 5월 열린 체육과학부 교수회의에서였다.

다만,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에서는 미리 요강/전형계획이 공개됐다는 것이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2015학년부터 승마가 포함되는 것은 단순히 바라볼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정인의 입학을 염두에 두고 전형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였다.

한 사립대학 입학관계자는 “개인종목/단체종목 등으로 단순 표기해도 될 사안을 굳이 종목명까지 넣어가며 전형계획을 기존과 다르게 수립한 것은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단순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형계획의 변경으로 인정종목의 수가 11개에서 23개로 늘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형계획 변경으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면 특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정씨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한 안민석 의원도 교육계의 지적에 힘을 보탰다. 안 의원은 “2014년 대정부 질문부터 정유라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를 국가대표로 만들어 아시안게임에 출전시켜 대학입학을 하도록 하고, 2020년 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이라는 흐름을 추론했다. 관찰을 이어나가면서 추론이 기정사실화 되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시요강에 따라 평가에 반영될 수 없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학처장의 언급은 입시비리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었다. ‘2015수시 요강’에 명시된 전형방법에 따르면 입학평가에 반영될 수 있는 수상경력은 원서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인 2014년 9월15일까지의 수상경력으로 제한돼 있었다. 9월15일 이후인 9월20일 딴 금메달은 애시당초 평가에 반영될 수가 없던 것이다. 실제 반영 여부를 떠나 요강을 무시하고 평가할 수 없는 금메달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입학처장의 언급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요강의 서류평가 기준일 등을 단순 오류로 잘못 기재해 추후 수정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원서접수가 시작되기 이전에나 이뤄져야 할 일이다. 설령 기준일을 잘못 요강에 기재했다 하더라도 원서접수가 시작된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정은 불가능하다. 이미 원서접수를 전부 받은 상황에서 평가대상이 될 수 없는 금메달을 반영하는 것이 전형 취지에 맞다고 입학처장이 평가위원들에게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남궁 처장은 ‘특기자전형의 취지에 부합하므로 메달획득 사실을 반영하는 게 옳지만 반영 여부는 면접위원의 재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하지만 입시와 관련해 남기는 입학처장의 코멘트가 개인의견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금메달이 평가에 반영되고 안되고를 떠나 평가위원들이 전형방법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할 때 원칙에 따라 전형방법의 기준을 세워줘야 할 입학처장이 특정인에게 특혜가 될 수 있는 전형방법을 추천했다면 입시 비리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특정인의 원서접수 여부를 총장에게 보고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통념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남궁 처장은 대학 홈페이지에 수시 특혜관련 댓글들이 많이 올라와 확인 후 총장도 알아야 할 일이라 생각해 원서접수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싸늘했다.

한 사립대학 입학관계자는 “지금에 와서 관련 자료를 뒤져보니 우리 학교에도 정씨가 지원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입시 과정에서 특정인을 주목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아무런 일 없이 평가가 진행됐다. 굳이 특정인의 원서지원 사실을 총장에게 보고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입의 공정성이 유달리 강조되는 대입 풍토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도 “남궁 처장이 최 총장에게 정씨의 가계도까지 그려가며 원서제출 사실을 보고했다”며, “상식적으로 2015학년이면 정씨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국감장에서 근거 댓글을 제출하라고 했으나, 이대 측은 댓글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교육계의 비판에 힘을 더했다.  

학사 관련 특혜의혹은 안팎의 비난여론을 증폭시켰다. 정씨가 등교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어머니인 최씨가 학교를 방문, 지도교수와 고성이 오가는 과정을 통해 학점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대는 학칙을 변경, 소급적용해가며 정씨의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게 됐다. 자료제출 없이 체육과학부의 두 과목 학점을 받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으며, 의류산업학과 전공과목에서 출석과 작품전시 없이 학점을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평가비중이 높았던 작품제작 사전보고서와 제작과정 포트폴리오 등은 기존 의상 1벌을 보내는 것으로 대체됐다. 정씨와 같은 의류산업학과 과목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학교 측의 잘못된 학사운영을 꼬집기도 했다. 열심히 수업을 들어 학점을 받은 학생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던 것이다.

안 의원도 “과거에는 특기자 학생들이 특성상 리포트 대체 등으로 학점을 받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특기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관련 규정을 없애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대는 정씨 입학 후 사라져가던 학사규정을 오히려 다시 만들었다. 학칙에 새롭게 특기자 관리 조항을 포함한 대학은 이대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학사특혜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정씨에게 학점을 준 교수가 국가지원연구비를 다량 따내는 등의 의혹이 포착됐으며, 정씨가 쓴 레포트가 언론에 공개돼 부실한 내용들이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혜의혹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대 학생 교수등 구성원의 반발 뿐 아니라 여론까지 들끓게 만들었다. 지난 7월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를 두고 시작된 본관 점거가 채 풀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찰투입요청이 알려지면서 돌아서기 시작한 여론은 계속되는 특혜 의혹 제기 앞에 더욱 뜨겁게 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지난 7월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 학교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점을 이유로 본관 점거에 돌입했다. 학생들이 본관 점거를 유지하자 30일에는 경찰병력 1600여 명이 투입됐다. 경찰이 투입된 끝에 본관 내 남아있던 대학평의원회 위원 5명은 본관 밖으로 나오게 됐다. 평의원회 위원과 별개로 경찰병력이 투입되면서 시위는 점차 격화조짐을 보였다. 8월3일에는 결국 이화여대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철회했으나, 학생들에 더해 이대 교수협의회까지 총장 사퇴 요구를 밝혔다. 졸업생과 재학생 5000여 명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업 지원/선정 관련 사항은 대학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평생교육단과대학만 놓고 보면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할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문제는 본관 점거를 풀겠다며 경찰을 부르면서부터였다. 졸업생들까지 시위에 나서게 된 것도 경찰병력 요청이 결정적이었다. 이화여대 측은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이전 민주화운동 시대를 거쳐온 세대에게 대학 내 경찰 출입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리 만무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재학생들도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컸던 것으로 안다. 차라리 초기에 대화를 통해 사업 포기의사를 밝혔다면 이렇게까지 일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찰병력 투입으로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본관 점거 학생들은 8월9일까지 총장이 사퇴할 것을 요구했으나, 최 총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사퇴거부 다음날인 10일 졸업생/재학생 3500여 명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2차 시위를 열었다. 신문광고에 총장 사퇴반대와 본관 점거를 반대하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지만, 교수비상대책위원회까지 17일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며 비판 여론은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다. 최 총장이 24일 학생들과 대화의 자리를 거친 후 28일 사퇴를 또 다시 거부하면서 사퇴 여론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31일 최 총장은 학생들과 두 번째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역부족이었다. 9월1일 2학기가 시작됐으나 학생들은 본관점거를 유지, 농성을 이어나갔다. 2일에는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요구했으며, 20일에는 800여 명의 학생들이 행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감이 한창이던 27일 최씨의 딸인 정씨의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정씨가 휴학계를 제출하면서 비판 여론은 극에 달했다. 급기야 10월7일 재학생과 졸업생 800여 명은 3차 시위를 벌였으나, 의혹은 더욱 범위를 넓혀갔다. 정씨의 학점특혜, 출석특혜 등도 전부 이 시기의 일이었으며, 최 총장이 사임한 19일에는 이대 교수들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결국 최경희총장은 거센 비난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19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17일만 하더라도 송덕수 부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총장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말했으나, 불과 이틀 새 태도를 바꾼 것이다. 지난 7월28일 시작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반대시위부터 장장 3개월 가까이 끌어온 사퇴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었다.

다만, 최 총장은 사퇴에 이르러서도 입시/학사 관련 특혜가 없었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최 총장은 “입시/학사 특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었다. 이번 학내 사태로 구성원들이 분열하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정신을 이어나가자는 취지에서 총장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틀 후 열린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는 최 총장의 사표를 수용했다. 이대에서 총장의 불명예퇴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장명수 이사장을 비롯해 윤후정 우복희 우창록 정성진 안병연 현정은 등 이사 6명과 정창모 감사가 참여해 21일 열린 이사회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한 사의라며, 사표를 정식 수리했다.

이화여대는 차기총장 선출을 위한 논의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학교행정규칙에는 2달 내에 신임총장을 선출하도록 규정이 마련돼 있다. 차기 총장 선출까지는 송 부총장이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다만, 보직교수 등 교무위원 44명 전원이 낸 사표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교무위원에 대한 사표수리 권한은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최 총장의 사퇴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감사가 끝나는 대로 이화여대 사태는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사 결과에 따라 다시금 비판 여론이 타오를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감사결과 별다른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는다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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