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연계 '교재장사'..'사교육 결탁'의혹까지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EBS가 올해 12월 본격 시행하는 ‘전국 초중연합모의고사(모의고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수능연계로 공교육의 첨병역할을 해온 EBS가 초3부터 중3까지 응시하는 모의고사를 신설해 수익사업에 나선것 아니냐는 현장의 비난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고사에 대한 비난으로 국가 성취도평가도 없앤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 신설은 교육부의 방침에 맞서는 모양새인 데다 EBS교재 50% 연계출제방침까지 밝히며 교재장사에 나섰다는 비난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모의고사 실무대행사에 성대경시대회의 주관업체로 초등 부문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몰린 종로학원하늘교육을 선정해 사교육 결탁의 의혹까지 받고 있다. 현장 비판은 사실상 EBS가 영리목적으로 초중학생 대상 ‘교재 장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데서 출발, 사교육 축소를 위한 수능연계방침으로 공교육의 첨병역할을 하는 EBS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EBS가 12월 계획하고 있는 모의고사는 ‘학업성취 수준 평가’를 시험의 시행취지로 내걸고 있다. 현재 중/고등학생 대상으로만 시행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시행취지가 동일하다. 한때 ‘일제고사’로 불리웠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정부정책 상 2013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폐지, 현재까지 중3과 고2 대상으로만 시행된다. 일제고사 실시로 인한 학습부담 증가, 교육청 간 경쟁과열 등 폐해가 심각해 초등학교 단위에서만이라도 일제고사를 없애야 한다는 교원단체, 학부모 등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EBS의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 시행은 부작용이 많아 없앴던 일제고사와 동일한 시험을 굳이 다시금 실시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중학생 대상 모의고사 실시 역시 타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EBS교재 연계출제 50% 방침도 문제다. 사교육 억제라는 국민적 합의 때문에 가능했던 수능 70% 연계출제의 모양새를 땄지만 자체 모의고사시행에 교재 연계출제 방침은 추가적인 교재 구매와 학습 부담을 초등 중학생에게 강요하는 본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연계출제를 통해 교과서 외 EBS교재를 학습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교재장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간 대학과 사교육의 결탁이라는 안좋은 선례를 남긴 성대경시의 주관사인 종로하늘을 실무대행사로 선정한 것도 효율만을 쫓는 과정에서 나온 잘못된 선택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법적 문제는 없겠으나 도의적인 측면에서 물의를 빚어온 사교육업체와의 협력은 피했어야 할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초/중 모의고사에서 EBS 교재 연계출제가 이뤄져야 할 이유는 없다. 사교육 억제를 위해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던 수능에서의 EBS 70% 연계출제와 초/중 모의고사 연계출제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초/중학생 대상 모의고사에서 연계출제가 이뤄진다는 것은 초/중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교과서 수업에 더해 EBS 교재까지 봐야 한다고 강제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만약 학원이 학교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특정 교재를 봐야만 풀 수 있는 경시대회를 진행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EBS라는 이름이 모든 사항에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사교육업체인 종로하늘을 대행사로 선정한 것도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 종로하늘이 성균관대의 이름을 빌린 성대경시를 통해 교재/강의 장사에 열을 올렸으며, 그 과정에서 선행학습을 조장하고 잘못된 고입정보를 양산하는 등 숱한 물의를 일으킨 기관이란 점을 간과했다. 단순히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어온 사교육업체를 대행사로 선정한 것은 EBS의 큰 실수”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 EBS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는 ‘전국 초중연합모의고사(모의고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러 부작용으로 폐지된 일제고사와 동일한 성격의 시험을 시행한다는 점부터 시작한 논란은 근거를 찾기 힘든 연계출제, 실무대행사로 숱한 물의를 빚어온 사교육업체 종로하늘 선정 등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사진=EBS 제공
 
<EBS 전국 초중연합모의고사는?>
'EBS 전국 초중연합모의고사(모의고사)'는 EBS가 주최하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후원,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7개 학년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전국단위 모의고사다. 지난해 동일하게 EBS 주최, 한국교총 후원으로 열렸던 ‘EBS 자기진단평가’라는 시험의 후신으로 볼 수 있지만 제대로된 틀을 갖추고 시험시행을 공고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가 출범 첫 해인 셈이다. 자기진단평가 대비 달라진 점은 국어가 추가된 점과 초등학교 1,2학년이 응시대상에서 배제된 점, 응시료가 초등학교 3만9000원, 중학교 1만5000원에서 일괄적으로 3만원으로 조정된 부분 뿐이다. 
 
모의고사는 국어 수학 영어의 3개과목으로 구성, 국어 25문항(40분), 수학 20문항(50분) 영어 25문항(40분) 등 총 70문항을 130분 간 푸는 형태로 진행된다. 접수기간은 이달 20일까지며, 시험 시행일은 12월18일이다. 시험성적은 원점수, 표준점수, 등급, 등급별 컷, 보충학습이 필요한 문항번호까지 상세하게 안내된다. 응시자들의 평균점수와 최고점수, 성적집단별 평균점수, 영역별 정답률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이토록 EBS 모의고사가 상세하게 성적을 안내하는 것은 모의고사가 내세우고 있는 시행취지가 ‘학업성취 수준 평가’에 있기 때문이다. 모의고사를 주관하는 EBS 출판사업부는 모의고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전국의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국,수,영 과목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험의 성격을 규정했다. 출판사업부 관계자는 “2015년 학기 초 교사/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 실력확인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제고사가 없어지면서 실력확인을 위해 주로 활용하는 곳은 사교육 경시대회였다. 신뢰도도 낮고 가격도 비싼 데다 추가적으로 교재 구매를 유도하는 등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싸고 믿음있고 피드백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모의고사를 만들었다”고 시험의 시행 배경을 밝혔다. 
 
<EBS 모의고사는 왜 논란의 대상인가>
EBS 모의고사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그간 비슷한 유형의 시험인 성대경시로 숱한 물의를 빚어왔던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이 모의고사 홍보 문자를 회원들에게 발송하면서부터다. 종로하늘은 지난달 28일 자사 회원들에게 “EBS가 주최, 한국교총이 후원하는 전국초중연합 모의고사가 개최”된다며 “초중단계에서 고교 전국연합학력평가와 동일한 평가를 경험”, “EBS 교재에서 전 문항의 50% 연계출제”, “초등생은 국수영 학습전략 재정립, 중학생은 고교 입학 전 본인의 전국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광고문자를 단체발송했다. 사교육업체가 아무런 이득없이 홍보문자를 발송해줄 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EBS모의고사가 사교육업체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교육현장에는 의문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사교육비 절감을 ‘2016년 EBS 5대 약속’이라며 내걸고 있는 EBS 주최 모의고사를 사교육업체가 홍보한다는 데 의아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결과 EBS 모의고사에는 온갖 문제점이 산적해 있었다.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교육현장이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 폐지된 초등학생 대상 일제고사와 동일한 성격의 모의고사를 시행해야 할 타당성부터 찾기 어려웠다. 정부정책에 반하는 모의고사를 EBS가 시행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EBS 교재와 연계출제를 감행, 교과서 외 EBS교재까지 학습하도록 초/중학생들에게 권장하는 것도 교육과정 훼손과 학습부담 가중이라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지닌 문제점이었다. 
 
효율성만을 추구해 그간 비슷한 유형의 시험인 성대경시로 숱한 물의를 빚어왔던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을 실무대행사로 선정한 문제도 논란을 더욱 키우는 요소였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 모르겠으나 도의적으로 사교육결탁의 의혹을 살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간 종로하늘이 성균관대의 이름을 빌려 대학과 사교육의 결탁이라는 최악의 사례인 ‘성대경시’를 통해 선행학습을 조장해온 사교육업체나는 점을 볼 때 EBS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EBS 내부에서도 모의고사를 두고 의견은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모의고사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EBS 고위 관계자는 “사교육업체를 낀 모의고사 시행을 두고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 굳이 모의고사를 왜 봐야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의견 역시 많은 상황이다. 이대로 시행되면 회사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출판사업부가 강행하고 사업본부도 동의하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어 반대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일제고사 폐지 초등학생에게 모의고사 권장? 정부정책과 정면충돌
EBS 모의고사의 가장 큰 문제는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 시행이 정부정책과 전면으로 충돌한다는 데 있다. EBS모의고사의 시행 취지는 홈페이지에서 밝힌 대로 ‘학업성취 수준 평가’다. 2012년까지 초등학교 6학년까지 대상으로 삼아 실시되다가 2013년 정부정책으로 중3, 고2에 한해서만 실시되는 것으로 바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시행취지와 같다. 정부가 폐지한 시험과 동일한 성격의 시험을 EBS가 주도, 시행하려는 것이다. 
 
본래 초등학교 6학년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다가 현재는 중3과 고2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흔히 ‘일제고사’라는 명칭으로 불려온 시험이다. 특정학년을 지정해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시험을 실시, 학생들이 스스로의 학업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취약부분 등을 보강하도록 하기 위해 실시돼왔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을 파악,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학습결손을 보충하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일제고사의 시행 이유였다. 현행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1998년 일제고사가 폐지되면서 ‘전국연합 진단평가’와 ‘국가수준 교과학습 진단평가’로 분화된 후 몇 차례 형태를 바꿔오던 끝에 마련됐다. 현 시점에서는 일제고사가 공식명칭이 아니지만, 워낙 오랜 기간 일제고사란 명칭이 쓰여져온 탓에 아직도 일제고사라는 명칭이 통용되는 편이다. 
 
본래 초등학교 6학년을 평가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던 일제고사가 정부정책에 의해 폐지된 것은 2013년의 일이다. 이후 올해까지 4년째 초등학생 대상 일제고사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 일제고사 폐지가 현 정부의 공약사항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시험시행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교육현장의 꾸준한 의견제시가 소기의 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초등학교에서의 일제고사 실시는 비효율적이며 비교육적이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제고사 결과가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돼 예산과 결부되면서 빚어진 과열경쟁이었다. 일제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교육과정을 앞당겨 파행운영하고, 초등학생들에게 밤10시까지 야자를 시키는 등 온갖 비정상적인 방법들이 등장했다. 학교시험 외 추가적인 시험을 강제함으로써 학습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제고사 대비를 위한 사교육도 횡행했다. 그간 끊임없이 교육단체, 시민단체, 교육현장이 폐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 폐지가 늦춰진 것은 사교육 관계자들의 로비가 작용한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물론 초등학생 대상 일제고사 폐지가 환대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기초학력을 형성해야 할 초등학교 시절 학업진단이 되지 않아 국가차원의 학력증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자녀의 현재 학업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있었다. EBS 출판사업부가 모의고사 시행배경으로 주장하는 “학부모/교사들의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일제고사가 폐지된 것은 사회적인 합의와 정부정책이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학생들의 학업수준 측정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영향들이 더 많다는 데 정부와 현장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종로하늘의 홍보문자에서 알 수 있듯이 EBS모의고사의 시행은 폐지된 일제고사의 ‘부활’이나 다름없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단위의 동일한 시험을 진행, 객관적인 학습수준을 알게 해준다는 것은 그간 일제고사가 시행돼온 취지와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실시 강제성을 띄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동일한 성격의 시험인 셈이다. 숱한 문제제기를 근거삼아 폐지된 일제고사와 동일한 시험을 EBS가 ‘부활’시켜야 할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초등학생에 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면 폐지한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일한 취지의 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전면으로 맞선 모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결국 EBS는 그간 일제고사 폐지의 근거가 된 사교육 억제, 학습부담 감소 등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EBS가 비록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밀접한 연관을 지닌 기관이란 점에서 정부정책과 전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EBS는 국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정부정책과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의 산하기관으로 현 교육방송 체제를 가동했으며, 이후 KBS3 TV에 속해 있다가 독립 출범한 방송이라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코 정부와 연관이 없는 방송으로 보기 힘들다. 정부지원금을 받는 방송이란 점까지 고려하면 이름만 공영방송일 뿐 정부정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방송이라고 볼 수 없다. 초등학교 단위에서 폐지된 일제고사와 동일한 시험을 EBS가 강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정책을 무시하고 ‘돈벌이’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시책과 전면 충돌이라는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 실시 뿐만 아니라 중학생 대상 모의고사 실시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모의고사처럼 세세하게 학습수준을 알 수는 없다고 하나, 개괄적인 학업성취도 파악이 가능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중3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음에도 굳이 모의고사를 또 치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과서 외 EBS 교재까지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학습부담을 늘리는 지점 또한 같다. 이 정도면 EBS가 사교육기관인지 공영방송인지를 알기 힘들 정도다. 
 
- EBS교재 연계출제 50%? ‘교재장사’나 다름없어
EBS교재에서의 연계출제를 규정한 것도 모의고사에 대한 비판을 더욱 타오르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수능에서 70% 연계 출제가 이뤄지고 있긴 하나, 초/중학생 대상 모의고사에서까지 연계출제가 이뤄져야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능에서 EBS 교재가 70% 연계되고 있는 것은 사교육 억제라는 국민적 합의 때문이다. 본래는 수능 준비 역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사교육이 가계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졌으며, 교실붕괴 현상도 심각해져 간다는 지적 때문에 사교육 억제를 위해 EBS교재에서 연계해 출제가 이뤄지게 됐던 것이다. 물론 원죄는 사교육이 크게 확대되기까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공교육에 있다고 봐야겠으나, 공교육은 입시교육만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교육 대비 효율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대로 사교육이 교육 주도권을 잡는 것은 막아야 하겠기에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차선책을 택한 결과가 EBS 연계출제였다. EBS의 모의고사 연계출제방침은 이러한 대입에서의 EBS 연계출제의 특수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물일 뿐이다. 
 
EBS가 내건 ‘학업성취도 파악’이라는 모의고사의 목적은 연계출제가 없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일반적인 초/중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범위 내에서 문제를 출제했으면 되는 문제다. 한 중학교 교장은 “모의고사 시행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정부시책에는 반하는 시험이지만, 수요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게 평가될만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EBS 교재 연계 없이 통상의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모의고사를 진행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EBS가 뚜렷한 근거 없이 연계출제를 강행한 것은 결국 ‘교재장사’에 목적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최근 수능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고, 정시 문호도 좁아지고 있다보니 초/중 시장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EBS가 연계출제를 하는 이면에는 결국 ‘교재장사’라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교재에 강의까지 팔아먹는 사교육업체보다야 낫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연계출제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능의 70% 연계 출제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중학생 대상 모의고사에까지 연계출제를 함으로써 교과서 외 EBS 교재를 보도록 권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수익만 쫓는다면 EBS와 사교육업체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 '성대경시'로 물의 빚은 사교육업체 '종로하늘'의 실무대행? 문제 없나
교육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모의고사의 실무대행을 맡은 업체가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라는 데 있다. 종로하늘이 EBS모의고사와 유사한 ‘성대경시’를 시행하는 사교육업체로 그간 숱한 물의를 일으켜 왔다는 점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물의를 일으켜온 업체가 모의고사의 실무를 맡는다는 점에서 도의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였다. 사교육업체와의 협력이 공영방송인 EBS가 할만한 일이냐는 지적도 있었다. 
 
성대경시는 종로하늘이 연 2회에 걸쳐 여는 ‘전국 초/중/고 영어/수학 학력 경시대회’를 일컫는 말이다. 성균관대가 주최한다는 점 때문에 대학의 이름을 따 흔히 성대경시라고 불리지만, 실질은 종로하늘경시대회다. 외관이 아닌 실질을 들여다보면 사교육업체의 경시대회에 성대는 이름만을 빌려줬을 뿐 운영을 도맡아 하는 것은 종로하늘이다. 경시대회 홈페이지부터 관련 문의사항 접수, 원서접수 등 제반절차 일체를 전부 맡은 것이 종로하늘일뿐더러 고사진행본부 주소 역시 종로하늘 본사와 동일하다. 
 
성대경시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도 종로하늘에게 대부분 돌아간다. 종로하늘이 성대 기출문제 판매를 주관하고 동영상 강의 역시 주관하는 등 영리활동 역시 전부 도맡아 한다. 성대경시 홈페이지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기출문제집과 동영상 강의 등 사교육컨텐츠를 종로하늘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기출문제집의 경우 링크를 누르면 (주)하늘교육으로 접속되며, 동영상 강의는 링크를 누르면 ‘에듀원(edu1)’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판매하는 홈페이지에 접속된다. 종로하늘과 관계없는 사이트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에듀원의 대표는 임성호 종로하늘 대표인데다, 주소도 서울 중구 청파로 456 (주)하늘교육이다. 회사소개 등도 종로학원하늘교육 홈페이지로 이어지도록 돼있다. 기출문제집을 판매하는 EDUSKY의 대표역시 임성호대표이며, 주소도 서울 중구 청파로 456 (주)하늘교육으로 동일하다. 성대경시가 아닌 ‘종로하늘경시대회’로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성대경시는 그간 교육계에서 척결돼야 할 부정적인 사례에 늘 거론되곤 했다. 응시생들에게 선행학습을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사교육업체 경시대회가 대입에서 활용가능하다는 것처럼 오해를 사는 부분, 하나고 서류전형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당당히 홈페이지에 내걸어 수요자들의 잘못된 정보취득에 앞장선 부분 등 교육계에 끼쳐온 폐해가 중대했기 때문이다. 
 
성대경시는 올해 상반기 시험까지만 하더라도 ‘상위학년’으로의 응시를 허용, 선행학습을 적극 권장했다. 요강 상 출제범위만 보면 학년별 교육과정 진행에 맞춰져 있어 선행학습과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위학년 응시를 허용, 선행교육을 적극 권장하는 실질을 지니고 있었다. 하반기 성대경시는 처음으로 요강에 ‘자신의 학년에 맞게 응시해야 한다’는 문구를 내걸어 선행학습 유발이 아닌 것처럼 포장했으나, 실질은 올해 상반기까지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하위학년 응시 시 0점 처리’라는 규정은 있으나, 상위학년 응시에 대한 불이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학년에 맞춰 응시하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적극적 선행유발이라는 꼬리표는 떼어냈을지 몰라도 여전히 선행유발의 통로로 이용된다는 비판은 유효했다. 
 
선행학습 못지 않게 잘못된 정보 양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성대경시는 비판의 여지가 많았다. 하나고 관련 잘못된 고입정보를 내건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성대경시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강의 링크를 누를 시 이동하게 되는 종로하늘 산하 사이트 ‘에듀원(edu1)’은 성대경시의 특징이 ‘하나고 등 서류전형 시 교과 관련 우수성 입증 필요’라며, 마치 하나고 입시에서 성대경시를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소개한 바 있으나, 실상은 달랐다. 2017학년 하나고 입시 요강을 살펴보면, 경시대회 입상실적은 사용 불가능했다. 하나고는 자기소개서 작성 시 배제사항을 통해 ‘교내/외 각종 경시대회 입상실적’ 기재 시 0점 처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관련 예시로는 “중2 겨울방학 중 000에서 주최하는 0000경시대회에 참가해 2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올렸다”를 들며, 해당 경우에도 0점 처리됨을 분명히 했다. 교사추천서에도 교내/외 각종 대회 입상실적 등이 배제되고 있어 하나고 입시에서 성대경시의 활용 가능성은 없었다. 경시대회 홍보에 열을 올리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었던 사례였다. 
 
이토록 숱한 물의를 빚어온 사교육업체임에도 EBS가 종로하늘을 실무대행사로 선정한 것은 효율성만을 쫓은 결과다. 출판사업부 관계자는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저렴한 업체를 선택했다. 올해는 종로하늘이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기관이었다”며,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는지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교재장사’가 함의에 깔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동일하게 공영방송임에도 사교육업체들과 동일하게 ‘수익(비용절감)’에만 중점을 둔 모습이었던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종로하늘에게 업무대행을 맡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성대경시의 실질적 주관사인 종로하늘은모의고사 시행에 쓰일만한 노하우를 다량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효율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공영방송인 EBS는 단순 효율로만 움직여서는 안된다. 효율만을 따져 사교육강사를 섭외, 강의를 진행하기라도 할 셈인가? 성대경시는 그간 상위학년 응시를 허용해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하나고 입시에 활용가능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등 상위권 대학과 사교육업체의 결탁이라는 좋지 못한 선례들을 양산해낸 시험임과 동시에 숱한 물의를 빚어온 시험이다. 이러한 물의를 빚어온 시험의 주관사를 대행사로 선정, 사교육업체의 배불리기를 공영방송이 돕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게 볼 수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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