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욕망연습 (안광복, 사계절)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SNS와 ‘자소설’ 시대의 자기 서사 만들기

SNS 시대,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를 소개한다. ‘셀카’를 찍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갔는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쓴다. 하지만 이미지와 취향과 체험의 나열로 이루어진 리스트에는 정작, 삶을 이끄는 ‘이야기’(서사, story)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십대들은 입시(입사)를 위한 기술 습득에 쫓기며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처음으로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장점과 비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라는 고유한 이야기를 고민하는 순간의 출현이다. 하지만 학교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험과 기억을 특정한 틀에 구겨 넣다 보면 고민은 증발하고 ‘자소설’이라는 비아냥과 자괴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학교나 회사를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내 삶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 ‘나’에게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아닐까.

‘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은 읽기와 쓰기를 오가며, 자신이 살아온 생애와 문제의식, 가치관, 삶의 태도 등에 대해 탐구하고 다른 자기 서사를 만들도록 이끈다. 이 책은 먼저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철학자나 심리학자,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대답을 찾도록 돕는다. 각 글 말미에 ‘성장 노트’, 각 장 말미에 ‘나를 기록하다’를 배치해 자신의 지난 삶을 성찰하고 앞날을 설계할 수 있는 글쓰기를 유도한다. 독자들은 ‘성장 노트’를 쓰면서 자기를 탐색하는 욕망 연습을 하고, 이것이 자기소개서를 위한 일종의 기초 자료가 되어서 각 장이 끝나는 시점에 ‘나’에 대해 깊이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아울러, 하나의 테마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책 말미에 ‘더 읽어 볼 책’을 수록했다.

 
책은 무엇보다 철학 교사로 재직하면서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생활철학자 안광복 교사(중동고)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라는 데 눈길을 끈다. 수업은 한 사람씩 앞에 나와 10분 동안 그간 가슴에 쌓인 상처를 이야기하고 한 시기를 떠나 보내는 ‘졸업 리추얼’ 자리로 끝난다. 처음부터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입시와 직결된 자기소개서 쓰기 요령을 배울 수 있다고 포장하지만, 이 수업이 ‘나’에 관해 던지는 무수한 질문들에 대답하려면 학생들은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이 주는 의미를 발견해 내고, 개개인 고유의 색깔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실패와 좌절과 아픔을 이겨 내며 영혼은 부쩍 ‘성장’한다. 또한 자기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탐구는 실질적으로 이후의 진로 선택, 특히 입시를 위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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