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김재욱(54) 고려대 입학처장은 교육계 입시 대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대가 2018학년 학종 대폭확대로 고교중심 입시로의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대입 흐름은 ‘학종 시대’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고대의 학종확대와 관련, ‘입결’이라 불리던 정량성적으로의 접근이 아닌 교육현장의 개선을 희구, 입시로 촉발되는 교육환경 변화에 철학의 방점을 찍는다. “교육자로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감을 느낄지, 고교교육이 어떻게 하면 정상화될 수 있을지 고민의 결과로 현 시스템에선 학생부종합전형이 최선”이라는 김 처장의 설명이다.

경영학 전공으로 날카로운 분석력과 깔끔한 소통능력은 물론 열정까지 아우른 설득력이 인상적인 김 처장은 고대 경영학 석사, 퍼듀대 경영대학 석사, 일리노이대 경영학 박사를 거쳐 9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 경영대학원 유통전문경영자과정 주임교수를 지내고 있다. 한국 로지스틱스 학회 상임이사(1993~), 한국유통학회 이사(1998~), 중소기업청 중소유통 시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1997~), 보건복지부 의약품유통개혁 기획단 의원(1998~), 한국 SCM 민관 합동 추진위원회 위원(1999~), 한국 프랜차이즈협회 자문교수(1992~) 등의 대외경력이다.

- 2018에 정량에서 정성으로 평가축이 크게 움직이는 변화다. 배경은
“단순 명확하다. 고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염재호 총장이 입학처에 준 굉장히 중요한 미션 중 하나였다. 결국 사교육부담 경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은, 학생중심의 입시다. 학부모도 상관하지 않고, 고교명성을 높여주는 입시도 하지 않겠다. 철저히 학생이 공정한 기회를 갖고 대학을 볼 수 있고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철학이다.

그간 인생을 정량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이킬 필요가 있다. 대학이 인생목표가 된 고교생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대학 들어와선 행복할 수 있을까. 학종에 적합한 학생인가를 먼저 생각하자는 게 아니라, 고교생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면 균형 있게 누릴 수 있으며 행복하게 고교생활을 할 수 있는가의 접근이다. 1년 한 차례 있는 시험으로 당락을 결정해가는 게 과연 최선일까. 교권을 다시 키우기 위해서 고교추천도 늘렸다. 추천권을 학교에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학종을 늘리겠다 의도하진 않았다. 현 시스템에선 학종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겠다 여겼다. 국수영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학교에서 교사와 소통하고 예체능도 균형 있게 접하면서 학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행복한 고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 철학을 입시에 담아내려 하다 보니, 학종이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 방향이 옳지 않다면 고려대는 다른 방향을 통해서라도 학생을 위한 입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도 사실 ‘실험’이라 생각한다.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입시변화를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대학은 실험을 끝내선 안 된다. 대학은 끊임없이 관찰하고 시도하고 시도해서 변화하고 기여해야 한다. 정체된 입시를 고수할 게 아니라 끊임 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에선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변화해야 한다. 분기마다 개혁하는 기업처럼 바꾸자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면서 수능 학생부교과 특기자 등 다른 루트도 열어놓은 상태에서의 변화다.”

▲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 /사진=최병준 기자 ept160@veritas-a.com

- 2018 면접은 서울대 식인가
“2018 심층면접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 다만 서울대 식의 면접에 대한 정의가 심화된 교과내용이라면, 그 측면은 아니다. 단순지식 수준을 묻지 않는다. 고교과정 내에서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에 소통능력, 즉 얼마나 논리적으로 자기생각을 잘 정리해낼 수 있는지 심성과 배포, 자신만 고려하는 게 아닌 타자에 대한 이해도 되는지를 검증하는 수준이다.

2018에 서울대와 달리 수능최저를 모두 적용한다. 수능최저에 학생부 교과영역까지 학업수준을 평가할 항목이 있는데 구술면접을 통해 재차 체크할 이유가 없다. 대학은 지식을 주고 종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게 해야지, 그냥 뱉어내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 정보소통의 방향은
“고대는 이미 입시개편에 따른 현장소통을 강조해왔다. 2018 입시개편안은 올 3월에 발표해도 3년예고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작년 10월에 발표했다. 좀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교선택의 정보를 주겠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세상이 어떠한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면, 과거의 패러다임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어떤 고교유형이 좋은지 나쁜지 잣대를 세우자는 게 아니라, 자녀의 삶의 질을 위한 선택을 한다고 했을 때 필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를 고려대 정보 하나라도 더 빨리 드릴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오로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라면 줄 수 있는 한 주는 게 맞다.

고대 입학처는 올해 정말 바쁘다. 2017학년 입시뿐 아니라 2018학년 변화도 있어 현장소통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17개 시도교육청과 연계, 지역별 교사간담회를 진행하고 있고 이미 대부분 지역을 방문했다. 이왕 지역에 간 이상 소외지역 고교들도 물색해 처장을 포함해 입학팀장과 입학사정관들이 함께 방문, 교사간담회 학생대상설명회에 모의면접까지 하고 있다. 기회부여의 차원이다. 교사가 변화를 캐치하지 못하면, 가장 큰 피해는 학생에 돌아간다. 공평한 입시는 없다. 최대한 공정한 입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한 입시를 위해 정보공유의 측면을 계속 강화해갈 생각이다.

현장에서 고대의 2018 논술폐지와 관련, 원성이 많은데 논술폐지는 사교육부담에 대해 대학이 책임지겠다는 입장에서의 결정이다. 학교 안에서 교육해보라는 것이었지만 공교육 내 논술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능과 마찬가지로 1년 한 차례의 시험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가혹함도 문제다. 업종전환으로 인한 사교육기승이 오히려 강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고대는 동영상 제작 유포를 통해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한다. 면접의 방식과 분위기, 갖춰야 할 준비와 자세, 바람직한 사례와 아쉬운 사례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제작했다. 곧 고려대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사교육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대학이 노력해서 나름 정보제공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기회를 가질 수 없는 학생이나 교사에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학종 관련, 반발도 많고 아직 고교체제의 변화도 미흡하다
“어른들은 삶을 한 번도 이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다. 준비가 안 되면 불안하다. 다만 준비를 못했다고 새로운 환경에 변화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사장되듯 교육과 입시에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면, 그 변화에 맞춰 학생들에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면 기회를 얻지 못한다.

새로운 변화가 있고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지가 있음에도 일부 단점을 부각해 실험노력의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은 안타깝다. 아직 학종의 결과를 논할 때가 아니다. 취업을 잣대로 삼을 수 있겠지만 대학의 소임이 취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에 나가서 어떤 직업을 갖든 각자 삶의 질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종으로 바뀌면서 제대로 가동된 게 이제 3년 차다. 요즘 대학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최소 7~8년, 대략 10년 걸린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여긴다면 믿음과 기다림의 지원을 해주시길 바란다.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의 세 축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학교는 대학과 고교가 힘을 합쳐 ‘공정한 기회’를 드릴 테니 학부모께서는 학교를 믿고 맡겨 달라. 입학처장 경력은 짧지만, 교육경력은 있다. 경험 상 학종의 방향이 맞다. 고교가 정상화되고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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