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사 결집 이어 학종주도 상위대학 입학처장들 반격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학생부 종합의 주체인 대학이 직접 나서 일부 언론과 사교육이 제기한 ‘금수저 전형’, ‘자사고/특목고 전형’ 등 세간의 오해를 축적된 현장 데이터로 일축했다. 15일 서울대를 비롯 학종을 주도해온 상위대학 입학처장들은 학종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포럼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다양한 논란들을 실제 데이터와 근거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현장 교사들과 개선과 보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했다. 포럼을 통해 실질적 '금수저 전형'은 그동안 일부 사교육기관/언론이 지지해온 정시라는 통계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종이 고소득계층에게 유리하다는 일부 언론의 아전인수격인 보도로 눈살을 찌푸려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했다. 실제 포럼에 제시된 데이터는 학종이 수능/논술 등의 전형에 비해 사교육의 영향력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가구소득을 중심으로 한 비교에서도 정시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음을 입증했다. 학종이야말로 정시/논술 등과 달리 금력을 앞세워 합격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은 전형인데다 특정 고교의 진학실적 강세를 억눌러 일반고 학생들이 공부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음을 대학 입학처장들이 입증한 셈이다. 금수저논란이후 현장교사들이 결집해 학교현장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학종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한데 이어 이날 포럼은 학종을 주도해온 상위대학 대학 입학처장들이 직접 나서 데이터들을 통해 조목조목 논란을 일축하는과정을 통해 학종의 면면을 대내외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다.  

포럼에서 입학처장들은 나아가 학종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학종에 대한 인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동시에 단점에도 불구하고 학종은 축소/폐기돼야 할 전형이 아닌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학종을 향후 보완/개선하기 위한 건설적인 비판들이 올곧이 쌓여 나감으로써 대입전형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학종의 본산인 서울대의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학종이 최근 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학종에 대해 미흡한 정보공개에 그친 일부 대학도 문제지만, 본질적으로 학종의 비전에 대한 논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다만, 학종에 가해지는 비판들을 보면 대안 제시는 전무하다. 기껏해야 나오는 대안들도 기존 우리 입시에서 활용해온 것들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문제점이 있어 폐기됐거나 혹은 폐기돼 가는 것들을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정한 우리 교육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무조건적으로 흠집내며 폐기를 얘기하기 보다는 보완하고 개선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15일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연계 포럼에서는 실제 대입 관계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고한 논리들이 연이어 선을 보였다. '금수저' 전형, '특정 유형 위한 전형'이란 세간의 잘못된 평가는 결국 오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종 오해 불식에 직접 데이터 들고 나온 대학>
15일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학생부 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제1회 고교-대학 연계 포럼’은 학종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가 주최해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강기수 동아대 입학처장,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 등 학종을 주도해온 대학 관계자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정명채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 등 당국자가 나서 학종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고, 고교의 학종전문가로 유명한 유제숙 한영고 교사 등이 고교현장의 목소리를 보탰다. 

학종의 유래를 고려하지 않은 데다 입학사정관전형과 학종의 차이를 면밀히 나누지 못했으며, 급변한 고교체제 등도 고려하지 못한 한 언론의 주장으로부터 시작된 학종 논란은 정치판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며 혼란정국을 맞았다. 대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지만, 아직 학종을 겪어보지 못한 학부모들에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며, 학종은 ‘금수저 전형’, ‘자사고/특목고 등 특정고교유형 또는 강남을 비롯한 교육특구를 위한 전형’, ‘학업성취도가 낮은 전형’ 등 오해를 한 몸에 받았다.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가며, 학종을 당장이라도 폐지할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으로까지 발전했다.

권오현 입학본부장의 “우리 교육은 외부 비판에 대해 내성이 없다. 교육계 내부의 논의 없이 사회적 아젠다에 의해 변화해왔기 때문이다”라는 발언처럼 학종을 바라보는 오해의 시각들이 커지자 학종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초 서울대가 고교 현장과 소통을 위해 가졌던 ‘샤 포럼’ 등 서울대가 앞장 서 학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학종은 세간의 오해와 달리 일반고 교사들에게서 더욱 환영받는 모습을 보여왔다. 신뢰도높은 자료로 공교육 대표로 꼽혀온 서울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이 일반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이 학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 사교육업체 등이 학종을 두고 자사고/특목고를 위한 ‘금수저 전형’이라며 무분별한 비난에 나섰지만, 정작 일반고 현장에서는 학종에 대한 옹호론이 뚜렷하게 나타난 모습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비난임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였다. 학종논란이후 가장 특별한 변화는 교사들이 의견을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특목자사고확대이후 슬럼화의 당사자로 몰렸던 일반고 교사들이 학교의 변화를 내세워  정치적 도구로 교육이 이용되어온 무수한 사례와 날로 커지는 사교육에 짓눌려 무기력에 빠졌던 교사들의 움직임은 가장 놀라운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결국, 진협을 중심으로 교사들은 학종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포럼을 두차례 실시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달 7일 서울 인창고에 현장 교사들이 모여 가진 ‘대입전형 이대로 좋은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포럼과 11일 국회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재와 개선방향’포럼이다.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의 주관으로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한국진로교육학회(회장 송병국) 등 교사들의 협의체가 중심이 돼 두 번의 포럼을 거치며 현장의 목소리는 분출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고교 교사들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학생들이며, 학종이야말로 일반고를 바꾼 전형”이라며, 학종폐지론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15일 열린 고교-대학연계 포럼은 일반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고교 현장의 목소리에 대한 화답의 장으로 풀이된다. 대학의 자율권을 행사하지도 못한 채 숱한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방향성을 갖고 대입을 주도해 온 입학본부/입학처의 수장들이 학종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데 행보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입을 주관해왔고 평가의 주체이며 합격생들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온 대학들의 발언은 공신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간 학종 논란을 수수방관해 온 대교협마저 발걸음을 같이 하면서 일부언론과 사교육기관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학종을 둘러싼 논란들은 하나씩 정돈된 모습이다.

<학종은 ‘금수저’전형?>
학종을 바라본 오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학종이 고소득 계층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주장이다. 금수저 전형이라는 주장은 최근 불거진 소논문 논란을 비롯해 학종 합격을 위해서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들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교육과 연계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 합격으로 이어진다고 오해하는 순간 부모의 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수 밖에 없다. 자소서 컨설팅 등 사교육업체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격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본래 학종은 학교교육에 충실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권 본부장이 “학생부종합전형 교실수업을 통해 얼마나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지, 다양한 교내활동들과 독서 등을 통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자신을 계발해 갈 내적 근력을 만드는지를 평가의 중점으로 한다”는 설명이야말로 학종의 실질을 잘 나타낸 발언이다.

학종은 학생부를 평가의 중심축으로 삼아 학생이 사정관에게 선발의 당위성을 알리는 자기소개서, 교사가 학생부에서는 차마 드러나지 못한 학생의 장점 등을 알리는 추천서 등을 부가해 학교생활 가운데 학업능력(수학능력)을 배양하는 데 힘쓰고, 그에 더해 대학마다 보유한 인재상에 부합한 인성까지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때문에 기존 수능 등과 달리 성적이라는 결과물이 절대적으로 활용되는 전형이 아니다. 학생부 내에서의 모든 활동들과 부가서류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의 선발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학업능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기 때문에 학생부 내에서도 중심축이 다르게 설정된다. 학생부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창체)의 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등은 교과학습발달상황에 기록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식이다. 소논문도 마찬가지 구조로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보완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학교 내 활동이며, 자연스러운 학업능력 배양의 발로로 이어지는 소논문이라면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나, 전후 맥락 없는 단순 결과물에 불과한 소논문은 절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권오현 본부장을 필두로 서울대 사정관들이 한 목소리로 “소논문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맥락을 이해하면 비용이 소모되는 소논문에 대한 부담은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결국, 비교과를 많이 수행하기 위한 금력이 뒷받침되는 소위 ‘고소득 계층’이 학종에 유리하다는 것은 잘못된 결론인 셈이다. 자소서 컨설팅 역시 학생부가 중심축이며 자소서는 부가사항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아는 순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특히 이날 포럼은 다양한 데이터들로 학종을 둘러싼 논란을 조목조목 논박했다. ‘2015학년 경희대 입학생의 국가장학금 수혜율’과 대교협의 ‘사교육 영향평가 결과 사례 분석’은 학종이 아니라 사교육측이 늘리라고 주장하는 정시야말로 ‘금수저’전형이며 특목자사고 교육특구에 유리한 전형임을 명백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강연자로 나서 “학종을 두고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학종은 결코 부자에게 유리한 전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2015학년 경희대 입학생의 전형유형별 국가장학금 수혜율’을 보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수혜율은 40%를 훌쩍 넘긴 반면, 논술은 30%에도 미치지 못했고, 정시(수능위주) 입학생들은 20%를 겨우 웃돌았다. 대학의 노력에 따라 지원액이 정해지는 국가장학금Ⅱ가 아닌 국가주도로 지급되는 국가장학금Ⅰ의 경우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되며, 가장 소득이 높은 9~10분위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볼 때 정시 입학생이야말로 ‘금수저’에 해당했다. 현재 2016학년 소득분위 9분위는 월평균 가구소득(월 소득평가액+재산의 월 소득환산액) 893만원 초과부터 1170만원이하며, 10분위는 117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정명채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이 발표한 ‘사교육 영향평가 결과 사례 분석’을 통해서도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형별 합격생의 월가구 소득별 차이를 보면, 정시 합격생 5명 중 1명(19.1%)은 월소득 1000만원 이상 가구의 자녀였다. 월 1000만원 이상 가구의 자녀들이 합격하는 비율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10명 중 1명(9.4%),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20명 중 1명(5.1%)에 그쳤다. 5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정시는 51.8%였으나, 학종은 48.5%로 정시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였고, 학생부교과는 33.2%로 가장 비율이 가장 낮았다. 국가장학금에서 전면 배제될 만큼의 고소득자인 월 1000만원 이상의 가구소득을 올린 비율만 봐도 정시의 ‘금수저’ 경향은 뚜렷했다. 한 언론은 “월 가구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학생 비율은 학종(9.4%)이 학생부교과전형(5.1%)의 2배 가까이 됐다”며 호들갑을 떨었으나 학종이 학생부교과전형의 2배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정시야말로 학종의 2배를 넘는 수치를 보인 것이 진실이다.

사교육의 영향정도와 참여시간/비용을 보더라도 학종의 사교육 억제 효과는 뚜렷했다. C대학에서 실시한 ‘대학입학전형 요소 중 사교육 영향 정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5점 만점 기준 논술이 4.57점으로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수능이 4점으로 뒤를 이었다. 자기소개서는 3.24점, 면접은 3.12점, 비교과 활동과 교과내신은 3.01점에 불과했다. 사교육의 활용 정도를 비교하면 수능이 3.84점으로 사교육 활용 경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논술 3.10점, 교과내신 2.81점, 면접 1.79점, 자기소개서 1.78점, 비교과활동 1.54점 등이 뒤를 이었다. 학종의 통상적인 전형요소인 교과내신 면접 자기소개서 비교과 활동 등은 사교육의 영향력이 낮은 반면, 수능과 논술에서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S대의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을 비교해봐도 학종 입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시간은 각각 고1 4.7시간, 고2 4.6시간, 고3 5.1시간 등이었으나, 일반전형의 경우 고1 7.9점, 고2 8.3점, 고3 14.1점 등으로 사교육 참여시간이 월등히 많았다. 월간 사교육에 투입돼는 비용도 학생부종합전형은 고1부터 고3까지 월 22만원 내외를 유지한 반면, 일반전형의 경우 고1 39만원(반올림 기준, 이하 동일), 고2 44만원, 고3 65만원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 수준으로 학종보다는 높았으나, 일반전형보다는 턱없이 낮았다. 통상 일반전형이 논술 정시 등을 의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떤 전형이 ‘금수저’전형인지 명백히 드러난 모습이다. 정 실장은 “대교협은 많은 통계를 분석해 왔다. 다른 전형에 비해 학종이 출신 등의 영향을 받는 전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실익이 걸린 일부 사교육기관과 일부언론이 정시야말로 공정한 대입전형이며,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일정부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명분없는 아전인수임을 입증한 셈이다. 결국 정시는 부모의 고소득이라는 배경을요구하는 금수저전형인 동시에 단순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 로 절차적인 공정성을 지녔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인 의미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교육계에서 그간 수능중심의 정시를 더욱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와 동일한 맥락이다.

애초 학교교육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대학진학 시의 수학능력을 측정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수능은 이미 EBS 70% 수준 연계로 문제풀이를 통한 시간투입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전락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 가장 쉬운 전형으로 재학생 대비 재수생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 등 쉬운 수능기조로 완전히 돌아선 모습으로 대학조차 신뢰하기 어려운 시험이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교 졸업 자격고사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수능의 변별력을 다시 높여 공정성을 확보하자고 얘기하지만, 경희대 입학생들과 사교육영향평가 결과를 분석한 것에 비춰 볼 때 정시 확대는 사교육 팽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결국 정시는 사회적 요구인 사교육 억제 측면에서 볼 때 결코 다시금 확대돼선 안될 실패한 대입전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학종은 특목/자사/강남 학생들의 전유물?>
학종이 받는 또다른 오해 중 하나는 특목/자사고 등 특정고교 유형이 강세를 보이는 전형이라는 것과 강남을 비롯한 교육특구 학생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특히,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운영하며 2013학년 이래로 사실상 학종의 선도자 역할을 해온 서울대를 향한 오해의 눈초리가 매섭다. 2013학년과 2016학년 서울대 합격자 현황을 분석해 특목/자사고 출신 비중이 42%에서 49.1%로 늘어났다는 H신문의 기획 시리즈 및 강남 등 교육특구의 서울대합격자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는 사교육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일부 맞지 않는 팩트가 빚어낸 오해로 평가된다.

하지만, H신문의 기획시리즈나 종로하늘의 주장은 팩트의 오류로 인해 신뢰하기 어렵다. 기획 시리즈는 2010년대 초반 급변한 고교체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해 문제다.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된 사례가 많았지만 이를 간과했고, 특기자전형을 유지했다면 특목/자사고가 싹쓸이했을 상황을 학종운영이 막아왔다는 것도 무시하다시피했다. 또한, 종로하늘의 주장은 사교육배제와 일반고확대를 위한 특기자전형에서 학종으로의 전형설계 변화를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준점으로 삼은 2007학년 서울대 입시가 정시 53.1%에 수시 46.9%로 논술고사를 봐야 했으며, 재수생 강세, 일반고 학생의 특기자전형으로의 실질적인 지원봉쇄 등 사실관계들을 미처 몰랐다기보다는 무시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권 본부장은 학종이 특목/자사 학생들 또는 교육특구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 본부장에 따르면 균형적인 관점에서의 분배, 다시 말해 고교현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시행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의 경우 일반고 출신이 85.9%에 달한다. 교육취약지역 공립고에게 자율권을 부여한 특성 때문에 실질적 일반고로 분류되는 자공고는 7.9%로 둘을 합산하면 93.8%의 합격생이 일반고에서 나온다. 진정 서울대 입시가 특목/자사고의 전유물이라면, 지균선발 이유마저 모호해진다. 서울대가 지균을 운영하면서 특목/자사고의 확대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더 강세를 보였어야 할 특목/자사고가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권 본부장은 “지난 3년간 수시에서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의 비율은 줄었다. 물론 과학고의 조기졸업제한 등 변수가 반영된 수치다. 정시에서 일반고가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전형설계와 무관하게 2015학년 수능 대비 2016학년 수능이 변별력을 약간 확보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 작은 변별력이 일반고 학생들의 비율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종이 부모의 특목/자사고 또는 강남지역에 유리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학종 개선 나서는 대학들>
포럼에서는 학종개선 방안들도 제시됐다. 아직 학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4년에 불과한 전형인 점에 비춰볼 때 개선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종에 대한 오해를 키운 것은 수수방관하던 교육부와 대교협이지만, 대학들이 평가의 중심에 있는 한 책임 떠넘기기보다는 학종에 대한 세간의 오해불식과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고교-대학 연계’를 현재 학종에 대해 쏟아지는 불만들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국내 교육의 현실 속에서 고교-대학이 연계해야만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권 본부장은 “학종은 지식이 습득의 대상에서 검색의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식의 공유인 토론보다 여전히 암기를 선호한다는 점과 비교를 되풀이하는 세태 때문에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교육이 아닌 자긍심/자존심 교육으로 전락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종이 학교교육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려 했더니, 충실한 학교교육을 보여주려는 입시준비로 변질된 것도 문제라고 본다. 정성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꿔야 할 부분이다”라며, “우리 교육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고교와 대학이 연계해야 한다. 물론 대학의 자율성에 기반한 입시가 Plan A겠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고교-대학 연계를 Plan B로 제시한다. 대학과 고교 사이 소통이 교육을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일각에서는 수능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나 수능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기존 수능으로 치른 입시 결과 평균적 소비자인 중위권만 두터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바뀐 입시체제가 선도적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기수 동아대 입학처장은 “우수학생 중심의 진학준비/진학지도가 이뤄짐으로써 일반학생이 소외될 수 있으며, 교사의 열성도에 따라 기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자기소개서/소논문/독서와 관련된 사교육 유발 요소가 상존한다는 점도 현 학종의 문제점이다. 일부 대학이 ‘무늬만 학종’을 운영하기도 하는데다 전형에 대한 이해부족 내지 상위대학 진학목적으로 일선고교에서 편법지도가 자행되면서 오해를 야기하기도 한다”며, “학종의 급격한 확대는 편법운영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현행 학종, 학생부교과, 실기(특기자), 논술, 정시 등 전형들의 병행이 필요하다.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전형 요소와 평가방법은 변경하거나 폐지해야 하며, 학종 이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홍보, 행정적/재정적 지원 강화, 체계적인 연수 실시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학종의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학생부의 보완을 꼽았다. 학종이 분명 학생이 내놓는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학생부는 학생의 성장과정을 담기보다는 학교 프로그램을 담는 데 매몰돼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학생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 중심으로 학생부 체제를 바꿔야 한다”며, ‘학생부 기재요령의 잦은 변경 지양’, ‘기재요령 결정 시 대입 관계자와 고교 진학교사 등 현장의 의견 수렴’, ‘교사의 주관적 평가보다 객관적 사실 중심 작성’, ‘교과 외 활동보다는 정규 교과수업 활동 위주 작성’ 등을 학생부 기재 관련 개선점으로 제시했다. 창의적체험활동의 경우 동아리활동의 기재 분량을 현행 500자에서 1000자로 확대하는 방안과 종합평가란을 둬 교사의 기재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보완방안으로 봤다.

학종의 개선점과 보완방안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공통의 의견은 학종은 축소/폐기돼야 할 전형이 아닌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데 모아졌다. 학종을 향후 보완/개선하기 위한 건설적인 비판들이 올곧이 쌓여 나감으로써 대입전형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에서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학종이 최근 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학종에 대해 미흡한 정보공개에 그친 일부 대학도 문제지만, 본질적으로 학종의 비전에 대한 논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다만, 학종에 가해지는 비판들을 보면 대안 제시는 전무하다. 기껏해야 나오는 대안들도 기존 우리 입시에서 활용돼왔던 것들의 되풀이다. 문제점이 있어 폐기됐거나 혹은 폐기돼 가는 것들을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정한 우리 교육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무조건적으로 흠집내며 폐기를 얘기하기 보다는 보완하고 개선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대학연계 포럼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 포럼으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오성근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현 한양대 입학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호남권 영남권 등 타 지역에서의 포럼도 열릴 예정"이라며, "대학에서의 실제 평가사례와 일선 고교의 요구사항 등을 심도깊게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우리나라 대입의 발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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