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처럼 신입생 1년 내내 선발".. 당국 대립각 눈길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007년 정부의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 금지)’에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의 반발 이후 10년 만에 대학들이 연계,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워 눈길을 끈다. 상위권 10개 대학 총장들은 13일 ‘미래대학포럼’을 출범, 대학의 자율권 보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사회가 급변하는 흐름에 맞춰 교육개혁을 해야 하지만 몇 년 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한 심각한 재정위기에 놓여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특히 자율권을 확보, 입시제도의 개혁을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장들은 모집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현 수시를 해외유명대학처럼 상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언급, 교육계를 발칵 뒤집었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고3 학생들을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학교로 방문해 평가, 말 그대로 ‘수시’ 모집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염재호 고려대 총장의 “교육부가 정해준 기간에 뽑는 걸 수시라 하니 용어 모순이다. 더 이상 (교육부에) 끌려가지 않고 개혁할 것”이라는 강한 발언에서 총장들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입시현장에서 관심 높은 ‘수시의 상시 전환’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영향력이 강한 상위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면서 시류에 바람직한 대학입시와 교육에 관한 사회 논의의 장이 활발히 열릴 것이란 기대다.

▲ 상위권 10개 대학 총장들은 13일 ‘미래대학포럼’을 출범, 대학의 자율권 보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사회가 급변하는 흐름에 맞춰 교육개혁을 해야 하지만 몇 년 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한 심각한 재정위기에 놓여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특히 자율권을 확보, 입시제도의 개혁을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왼쪽부터 유기풍 서강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 /사진=연세대 제공

<학생선발권 되찾아 ‘연중 상시모집 제안’>
고려대(총장 염재호) 연세대(총장 김용학) 서강대(총장 유기풍) 성균관대(총장 정규상) 한양대(총장 이영무) 중앙대(총장 김창수) 경희대(총장 조인원) 한국외대(총장 김인철) 이화여대(총장 최경희) 숙명여대(총장 황선혜)의 서울시내 상위권 10개 대학의 총장협의체인 ‘미래대학포럼’이 연세대에서 13일 발족했다. 성균관대와 경희대는 총장 대신 본부관계자가 참석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기조발제 이후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과 이영무 한양대 총장이 토론자로 나섰으며,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의견을 제시했다. 포럼 발족식에서 10개대 총장들은 교육부가 틀어쥔 입시제도와 대학구조조정이 대학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한목소리로 교육부에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대학들이 결집해 교육부에 대립각을 세운 건 3불정책에 반발하며 한목소리를 낸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고려대 연세대 등 유력대학의 총장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교육부를 향해 독자적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장협의체 ‘미래대학포럼’의 발족을 통해 10개대 총장들이 교육부 또는 사회를 향해 던진 메시지 중 가장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건 ‘연중 상시모집’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교육부가 정한 모집기간 동안 모집을 진행하는 수시를, 말 그대로 상시모집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염재호 고려대 총장의 “교육부가 정해준 기간에 뽑는 걸 수시라 하니 용어 모순”이라며 “더 이상 (교육부에) 끌려가지 않고 개혁할 것”이라 말한 대목은 10개대가 연합해 대입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읽혀 눈길을 끌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대학이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 대학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줘야 하지만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려 해도 현 입시제도로는 쉽지 않다”며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요구하고 조금만 벗어나면 제재가 들어온다”고 비판했다. 염 총장은 일본 게이오대의 사례를 들어 최 총장 주장을 옹호했다. “게이오대는 1년 내내 잠재력이 뛰어난 고교생을 찾아내 교수들이 두 시간씩 면접을 보고,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면 선발한다. 이렇게 뽑은 학생은 대학에서도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낸다.”

연중 상시모집은, 해외 유명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는 전형형태다. 1년 내내 고교를 찾아 시기 제한 없이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늠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반면 우리의 현행 수시모집은 2017학년의 경우 모든 대학이 9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하고 12월14일까지 평가와 전형을 거친 후 12월16일 전에 합격자를 발표하도록 교육부가 정한 일정을 지키게 되어 있다. 총장들의 발언은 교육부가 틀어쥔 입시제도를 탈피, 자체적으로 주도해 개혁안을 낼 수 있다는 얘기로 비친다. 언론보도를 통해 고려대와 연세대가 이미 대입수시의 일정제한을 허물고 연중 상시모집이라는 파격적 입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보도에 의하면 10개대와 교육부의 격렬한 갈등이 예고되는 셈이다.

다만 현장에선 “추진이라기보다는 제안”으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A관계자는 “총장들께서는 하실 수 있는 말씀이다. 국가시험으로 일괄 점수를 매겨 1~2점 차이로 대학당락이 갈리는 경직된 입시제도를 지양하고 각 대학의 특성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것은 세계적 흐름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입시를 두고 교육부의 요구를 연합이라 할지라도 대학 자체적으로 거스를 수 있는지 현실적 문제가 있으며 상시모집을 할 경우 발생하는 입학사정관의 충원과 인건비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실현시키기 위해선 교육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상시모집을 실시하는 스탠포드대학의 입학사정관이 300명 가량임을 고려하면 인력충원과 이를 감당할 운영비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도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B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이 아직은 뒤따르지 않는다”며 회의적 의견을 밝혔다. B관계자는 “상시모집을 실시한다면 고교는 발칵 뒤집어진다. 입시기간뿐 아니라 1년 내내 입시에 시달려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수시합격자들 때문에 수시불합격자와 정시준비자들의 2학기 학교교육이 엉망이 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1학기에 진행하던 수시1차도 폐지됐다. 이 마당에 상시모집을 한다면 고3 교실은 비정상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현장을 전했다. C관계자는 “상시모집은 이상적으로 결국은 우리가 가야 할 모습이 아닌가 한다. 현재도 전형기간이 너무 짧아 충분히 살피고 선발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모집시기가 다를 뿐 결국은 해당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마저도 아직 미흡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단계적 추진을 제안했다.

<경쟁력 갉아먹는 대학구조조정.. 통렬한 비판>
총장들은 교육부가 예산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대학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불편한 입장을 피력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양교육 강화하자’ ‘전문성 높이자’ ‘특성화하자’ ‘취/창업 지원하자’ 등 매번 초점과 방향도 달라진다. 각 대학이 특성과 역량에 따라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정부가 대학을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는 피력의 배경이다.

대표적인 정부사업은 정부가 대학의 입시를 주도하는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2014년 도입), 산업수요를 고려한 정원배치의 목적인 올해 도입의 프라임사업(PRIME, 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2016년 도입), 대학별 특성화를 지원하는 CK사업(university for Creative Korea, 대학특성화사업, 2014년 도입) 외에 2012년 도입한 LINC사업(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과 2010년 도입한 ACE사업(Advancement of College Education,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이 있다.

현 정부 들어서 도입된 고교정상화사업과 프라임사업 CK사업은 대학제재의 측면이 강하다. 고교정상화사업은 사교육을 배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대학들의 난립한 전형을 통일시키고(수시4개 정시1개), 대학별고사의 고교과정 내 출제를 이끌었으며 대학별 입시정보 공개의 활성화 측면을 이끌었다는 데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대학 입장에선 과도한 규제가 대학별 특성에 따른 우수학생 선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획일적 입시제도를 요구하고 조금만 벗어나면 제재가 들어온다”는 얘기는 곧 사업비 수주를 위한 대학의 위축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라임사업은 특히 지난해와 올해 대학가에 갈등광풍을 몰고온 주축으로 지목된다. 산업수요를 고려해 이공대 정원을 늘리고 인문대 정원을 감축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발표 당시 대학당 최대 300억원 3년간 지원이라는 파격제시였다. 각 대학이 내홍을 겪으며 학내상처로 피흘리면서도 프라임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CK사업은 아예 지원 기본이 정원감축이다. CK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의 입시요강을 살펴보면, 해마다 모집정원이 줄고 있다. LINC사업과 ACE사업은 애초 정원감축의 조건이 없었으나 올해 정원감축에 가산점을 적용하는 평가지침을 공개, 정원감축이 불가피한 사업이다. D관계자는 “정부의 대형 사업수주를 위해 정원을 조정하고 학과를 조정하며 대학 입장에선 대학자체 의도가 왜곡된 운영이 불가피했다”며 “근본원인은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포퓰리즘을 의식, 정부가 등록금을 동결시켰다는 데 있다. 시대가 바뀌어 교육도 바꿔야 하는데 등록금을 동결,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등록금 수입이 감축된 상황에서 부족한 재원을 정부 사업비 수주로 해결하려다 보니 대학의 운신 폭이 갑갑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금을 무기 삼아 대학을 압박, 획일적으로 대학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교육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10개 대학 총장들은 정기적 포럼을 개최, 대학들의 주요현안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영향력이 강한 상위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면서 시류에 바람직한 대학입시와 교육에 관한 사회 논의의 장이 활발히 열릴 것이란 기대다. 13일 열린 첫 포럼에선 김용학 연세대 총장(좌측 세 번째)의 기조발제 이후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좌측 첫 번째)과 이영무 한양대 총장(좌측 네 번째)이 토론자로 나섰으며, 염재호 고려대 총장(좌측 두 번째)이 좌장을 맡아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연세대 제공

<자성의 목소리도.. ‘대학간 장벽 허물고 콜라보레이션’>
총장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생의 길을 찾았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대학에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고 운을 떼며 “인공지능과 겨루기 힘든 문명사적 위기에 놓여있다. 인공지능혁명과 기술발전으로 대학도 새로운 지식을 연구하고, 시설투자도 늘리고, 연구장비도 도입해야 하는데 국가는 복지 분야에 집중하느라 대학교육에 투자할 여력을 상실하고 있다. 대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학위 무용론’ ‘가격 인하론’ 등 정체성의 위기가 발생했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인간의 역할이 달라지는 만큼 대학 교육이 변화하지 않으면 교육과 연구 등 모든 면에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 “저소득층, 사회적 배려 대상자 교육 등 국가가 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도 사립대가 자체 재원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대학들의 어려움을 우선 언급했다.

김 총장은 이어 “학문간 담을 없애 지식이 자유롭게 흐르는 협업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각 대학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공유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 역시 “학문간 벽을 허무는 융복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학생들은 복수전공을 택하는 게 대세이지만, 교수들은 단일전공을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도 “정부 연구과제를 두고 대학끼리 협력하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어 보이는데 그러지 못해 제살 깎아먹기가 되곤 한다”며 “대학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최 총장은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정부가 던진 과제를 나눠먹는 현실”이라며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비판했다. “대학끼리 힘을 합할 때 더 큰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협업환경 조성도 촉구했다.

공대교수인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창의인재양성 방법을 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장은 “불확실성에 휘말려 있는 사회에서 전공 하나만으로는 경제적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며 “다른 부수적 교육이 필요하고 그것이 창업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또 “창업교육은 얼마나 많이 창업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한 학기 또는 1년간 직접 사업을 하게 하면서 경영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세계에서 통하는 성공모델을 만들도록 해외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대학이 도와야 한다. 한양대를 포함, 미래대학포럼 소속 10개 사립대가 공동으로 글로벌 창업기숙사를 해외에 마련, 함께 글로벌 창업교육을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예로 들며 “우리대학들도 공동으로 리그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도 “과도한 경쟁이 대학의 특성을 더욱 죽이고 협업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없애고 있다”며 “건학이념이나 철학, 규모가 비슷한 대학간 경쟁은 지양하자. 창업과 글로벌, 특성화 분야 등의 깊이 있는 연구는 협업이 필요하다”며 이 총장에 동조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 역시 “10개 대학이 외국대학에 힘을 발휘할지 모르겠다”며 “대학들은 개별적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 의견을 같이 했다.

IT기술의 발달과 함께 급변한 교육환경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명강사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인터넷 시대”라며 “강의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 역시 “학생들이 대학이 가르쳐준 방법대로만 살지 않을 것”이라며 “성적도 의미 없는 시대다. 강의실 밖에서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중요시하는 형태로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1년여 전부터 매달 총장들의 모임을 주도, 미래대학포럼의 발족을 이끈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더 이상 위기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더 이상 끌려가기만 하거나 틀 지어진 대로 맞추거나 양적인 지표에 키 재기를 하지 않고 대학들이 선도적으로 이끌려 한다”고 포럼 발족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총론적 논의를 한 이번 첫 포럼 이후 세 달에 한 차례 모여 세부 주제를 정해 사회변화와 교육 입시 재정 등 주요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사무국도 구성, 미래대학포럼의 기획 및 실무 진행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토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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